일본 “후쿠시마 농수산물 안전”…한국에 수입규제 철폐 압력 넣지만

이정호 기자

국내 전문가 “방사선량 적더라도 장기 노출 때에는 문제 가능성”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모습.  최근 일본 정부의 자국산 농수산물 수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2019년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모습. 최근 일본 정부의 자국산 농수산물 수입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철폐하라고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기준치 이하로 관리하고 있어서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견해는 다르다. 농수산물에 포함된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장기간 섭취했을 때 문제점은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농수산물을 굳이 수입해 국민 건강을 해칠 가능성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한일본대사관은 20일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대두된 일본산 식품의 관리 상황을 공개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일본에서 농수산물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며 “방사능 관리 기준치를 초과한 생산품은 출하가 정지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은 식품 내 방사성 물질(세슘) 기준치를 ㎏당 100Bq(베크렐)로 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기준치(1000Bq)의 10분의 1이다. 엄격한 관리 기준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은 후쿠시마 등 15개 현에서 생산된 농수산물 일부를 수입 금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55개 국가가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 규제를 했지만, 현재는 43개 국가가 규제를 철폐했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등 12개국이다.

일본이 한국에 농수산물 수입규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한 건 이미 수년 전부터다. 2015년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의 수입규제가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제소를 했다. 그러나 WTO는 2019년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최종 판정을 내렸다.

일본이 한국에 농수산물 수입 재개를 강하게 압박하는 건 국제적으로 미칠 유리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아시아 주요국인 한국이 농수산물 수입을 재개하면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수출 증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지난해 농수산물 수출액은 527억엔(5110억원)이었다. 일본 입장에서 따진 국가별 농수산물 수출 규모에서 한국은 2019년까지 5위였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베트남과 자리가 바뀌어 6위로 내려왔다고 농림수산성은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입규제 철폐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적은 방사선량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됐을 때 인체에 어떤 문제를 만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과학계에선 단기적으로 쪼일 경우 몸에 급속히 문제를 일으키는 방사능 기준치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적은 방사선에 수십년 간 노출됐을 때 인간의 몸에 일어날 문제에 대해선 분명한 답이 없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굳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일본산 농수산물을 위험 부담을 안고 먹을 이유가 없다”며 “일본이 다른 나라에 농수산물을 수입하라고 강요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 문제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CPTTP 가입을 원하지만, 그러려면 일본 등 1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CPTTP 가입과 일본 농수산물 수입 규제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일본의 생각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과 인도네시아가 지난 6월과 7월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접은 것도 CPTTP에 가입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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