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불지를 거 같아요”…AI가 CCTV 위험 상황 감지한다

이정호 기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박사과정생 개발

침입·싸움·공간 밀집 등 7가지 상황 감지

국내 연구진이 CCTV에 잡힌 7가지 상황을 사람의 눈 대신 인공지능(AI)이 인지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CCTV에 잡힌 7가지 상황을 사람의 눈 대신 인공지능(AI)이 인지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제공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김형민·전호범 박사과정생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이 CCTV 영상을 분석하는 장면. 영상 속에서 두 사람이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시연하자 즉시 ‘싸움’ 상황임을 AI가 인지한다. UST 제공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김형민·전호범 박사과정생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이 CCTV 영상을 분석하는 장면. 영상 속에서 두 사람이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시연하자 즉시 ‘싸움’ 상황임을 AI가 인지한다. UST 제공

방범 등의 목적으로 설치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잡힌 다양한 이상 상황을 관제 인력이 일일이 지켜보지 않아도 자동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방화나 싸움 같은 사건·사고에 빠르게 초동 대처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8일 이 대학과 연계돼 운영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쿨에 재학 중인 김형민·전호범 박사과정생이 CCTV 영상에 포착된 다수의 이상 상황을 복합적으로 감지할 AI 기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CCTV는 114만여대에 이른다. 대부분 범죄 예방과 시설 안전, 화재 예방 목적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부족한 관제 인력이다. 행정안전부는 관제 인력 1명이 최대 50대의 CCTV를 살피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관리 대수는 1인당 271대에 달한다. 사람이 영상을 일일이 지켜볼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연구진이 만든 기술을 쓰면 배회, 침입, 쓰러짐, 싸움, 유기, 방화, 공간 밀집 등 7가지 상황이 CCTV에 등장했을 때 사람 대신 AI가 자동 감지할 수 있다. 행동 인식에 성공하는 비율은 94.66%에 달했다고 대학 측은 밝혔다.

이 기술에 들어간 AI는 인간의 행동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2명 이상이 서로를 차거나 밀치고 당기는 행동이 CCTV에 포착되면 AI는 이를 ‘싸움’으로 판단한다. 혼자 멀쩡히 걷던 사람이 갑자기 바닥에 눕는다면 ‘쓰러짐’으로 본다.

누군가 서거나 쭈그리고 앉아 기름을 뿌리는 듯한 행동을 하면 ‘방화’로 인식한다. 기존에 화재와 관련한 감지 기술은 특정 장소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상황이 나타나는지에 주목했다. 일단 불이 난 다음이기 때문에 크든 작든 피해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을 쓰면 사람이 불을 내려는 의도가 담긴 방화 행동을 포착해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이번 기술에는 특정 공간에 사람이 과도하게 모이면 AI가 이를 관제 요원에게 알리는 기능도 있다. 연구진은 마트 등에서 소비자가 몰리는 구역을 알아내는 목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인 기반을 만드는 데에 일부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술은 다양한 이상 상황에 한꺼번에 대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도 CCTV에 잡힌 이상 행동을 인지해 관제 요원에게 알리는 기술은 있었지만, 모두 한 가지 상황만 감지할 수 있었다. 화재 감지에 특화된 기술은 주택가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의 행동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구진의 기술은 단일 CCTV로 싸움, 침입, 유기 등 7가지 상황을 모두 간파할 수 있다.

연구를 지도한 김도형 ETRI 책임연구원은 “이번 AI 기술은 기존 CCTV 시스템에 소프트웨어만 입력하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장비 전체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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