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피부로 느끼는 세상, 어떻게 가능할까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현대는 뇌과학의 시대이다. 여러 감각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공지능(AI)도 결국 인간의 뇌를 흉내 내는 일이다.

뇌는 시각, 청각, 촉각 등을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상호 연계해 처리하고 있음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감각 정보를 서로 교차해 인식하는 ‘공감각’에 관한 연구나 소실된 청각이나 시각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게 하는 기술이 최근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감각 통합 연구를 바탕으로 가상 현실이나 의료 재활 기술, 그리고 뇌와 컴퓨터 간 연결 기술도 발달하고 있으며 손상된 생체 감각을 재생성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리는 우리가 세계와 소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소리를 같은 수준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각 장애가 있는 이들은 소리를 통한 정보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촉감 음향 기술’이다. 촉감 음향 기술은 소리를 진동으로 변환해 피부를 통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데 핵심이 있다.

이 기술은 소리의 다양한 속성, 즉 주파수나 진폭, 리듬을 촉각적 신호로 변환해 사용자가 피부 감각으로 소리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은 누군가 문을 두드릴 때, 또는 전화 벨이 울릴 때 발생한 소리를 진동으로 인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극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화재 등 긴급 상황을 알리는 경보 같은 중요한 신호를 소음이 심한 작업 환경에서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최근 이 분야의 기술 발전 양상은 피부 진동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포함한 각종 소리를 감지할 수도 있게 하고 있다. ‘피부 진동 인식 센서’를 목에 부착하면 피부에서 나타나는 진동을 통해 음성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소리를 촉감으로 느껴지는 점자로 바꾸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청각 장애인이나 청각과 시각이 모두 제한된 사용자들이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촉감 사운드북’이란 것도 있다. 주로 시각 장애인이나 시각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디자인된 독특한 형태의 책이다. 어린이가 손으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관련된 소리를 듣게 하는 방식이다. 시각 정보를 촉각과 청각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뮤직 시트’라고 알려진 진동 의자도 있다.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몸으로 음악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진동을 만들어 주는 기기다. 뮤직 시트에서 발생하는 진동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완을 촉진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치유, 명상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촉감 음향 기술은 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소리를 느끼고 경험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 감각 경험의 경계를 허물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데 촉감 음향 기술이 중요한 기능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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