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잠재력 키울 열쇠는 ‘잠자는 신경세포’ 깨우기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뇌과학이 발전한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면 주변 자극에 더 예민하게, 정확하게 반응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 경우가 있다. 뇌의 잠재력을 극대화한 상황이다.

이런 일은 과학계에서도 진지한 연구 주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마이클 하우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생쥐 수염에 주어진 자극을 뇌가 처리하는 방식을 탐구했다. 이를 통해 대뇌 피질 세포 수준에서 감각이 형성되는 원리를 연구했다.

생쥐는 수염 감각이 아주 발달해 있다. 대뇌에서 촉감과 연관되는 ‘배럴 피질’이라고 하는 영역이 수염에서 전달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배정돼 있다.

하우저 교수 연구진은 생쥐의 왼쪽과 오른쪽 수염을 원하는 세기로 흔들 수 있는 정교한 기계를 제작했다. 그리고 왼쪽 수염이 흔들리면 왼쪽 그릇에서만 물을 마실 수 있고, 오른쪽 수염이 흔들리면 오른쪽 그릇에서만 물을 마실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생쥐를 훈련시켰다.

그러고는 왼쪽 수염과 오른쪽 수염을 각각 다른 강도로 함께 흔들어 주고, 더 많이 흔들린 쪽의 그릇에서만 생쥐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문제를 냈다. 왼쪽 또는 오른쪽 중 한쪽만 흔든 경우에 생쥐는 거의 완벽하게 물을 마실 수 있는 그릇을 골랐다.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 수염이 흔들린 세기가 비슷해지면 이른바 ‘찍어서’ 맞추는 수준인 50점까지 점수가 떨어졌다.

이런 결과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진은 아주 특별한 현미경을 사용했다. 바로 ‘이광자 현미경’이라는 장비였다. 이광자 현미경은 100만개 이상의 신경세포 활성도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경세포의 활성 수준을 아주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연구진은 생쥐가 자신의 왼쪽 또는 오른쪽 수염이 흔들린 뒤 물을 마실 그릇을 고르는 동안 배럴 피질을 이광자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배럴 피질에는 왼쪽 수염이 흔들릴 때 반응하는 세포와 오른쪽 수염이 흔들릴 때 반응하는 세포가 비슷한 정도로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게 반응하는 신경세포는 전체 신경세포의 20%였다. 나머지 80% 신경세포는 왼쪽 수염이 흔들리든 오른쪽 수염이 흔들리든 반응하지 않는 잠잠한 신경세포였다.

연구진은 각각의 신경세포가 감각의 형성과 행동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 3차원 영상 기술의 일종인 홀로그램을 사용했다. 활성화된 세포의 위치를 본뜬 홀로그램을 생쥐의 대뇌 피질에 비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홀로그램을 비춘 구역에 있는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했다. 예민한 감각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예민하게 하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아직 이 기법은 완벽하지 않아서 수염의 흔들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는 목표물 주변에 있는 둔감한 신경세포도 자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수염을 흔들 때 반응하지 않던 둔감한 신경세포들을 자극해 활성화할수록 감각이 더 예민해진 것이다. 즉, 원래는 감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잠잠하던 신경세포가 감각 과정에 동원될수록 감각 자극을 더 잘 구분하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은 홀로그램을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기술은 해상도나 자극 영역 측면에서나 완벽하지 않다. 뇌 무게가 인간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생쥐를 자극하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연구진 분석은 불완전한 기술을 가지고도 잠잠하던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의 잠재력을 더 많이 이끌어낼 방법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광학적 기법의 발전을 통해 더 많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유도한다면 감각 수준을 원하는 모든 경우에 증가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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