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사고 수습할 구원투수?…영국서 치명적 방사선 견디는 로봇 개발

이정호 기자

영 기업, 방사선 방호 ‘스트라이더’ 제작

무한궤도·로봇 팔 장착하고 오염물질 제거

향후 AI 적용해 완전 자율주행 목표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로봇인 ‘스트라이더’가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옥스퍼드 다이내믹스 제공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로봇인 ‘스트라이더’가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옥스퍼드 다이내믹스 제공

강력한 방사선이 방출되는 위험한 환경에서 고장 없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 파괴된 원자력발전소나 테러 현장에서 사람 대신 사고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에 따르면 영국 스타트업인 옥스퍼드 다이내믹스는 오염된 방사성 물질을 모아 자체 용기에 밀봉할 수 있는 로봇 ‘스트라이더’를 개발했다.

스트라이더 덩치는 사무용 복사기와 비슷하다. 동체 하단에는 탱크처럼 무한궤도가 장착돼 험지를 쉽게 달릴 수 있다. 동체 상단에는 관절이 있는 로봇 팔이 달렸다. 팔 끝에는 집게가 장착돼 물건을 들어 옮길 수 있도록 고안됐다.

로봇 팔을 이용해 오염된 물질을 제거한 뒤 안전한 처리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이 스트라이더의 핵심 임무다. 스트라이더는 로봇의 자체 판단과 인간의 원격 조종을 조합해 움직이는 반자율주행 성능을 갖고 있다.

사실 이동 능력을 지닌 채 로봇 팔이 달린 로봇은 지금도 여럿 있다. 그런데도 스트라이더를 개발한 것은 생물학전과 화학전, 특히 방사성 물질이 널린 현장에서 정상 작동할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등장한 로봇 가운데 고농도 방사성 환경에서 장기간 작동하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이는 2011년 파괴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증명됐다. 원전이 폭발한 뒤 미국의 ‘팩봇’, 일본의 ‘스콜피언’ 같은 로봇이 원전 사고 현장에 상황 관찰을 위해 투입됐지만, 임무 도중 맞닥뜨린 높은 수준의 방사선으로 인해 고장을 겪었다. 스트라이더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스트라이더는 방호 능력 외에도 혼자 알아서 굴러다닐 수 있도록 각종 식별 장비가 갖춰졌다.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 레이저를 쏘는 라이다(Lidar) 등을 이용해 사람의 눈처럼 전방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

옥스퍼드 다이내믹스는 향후 인공지능(AI)을 스트라이더에 넣어 주행을 자동화시킬 예정이다. 사람이 “A 지점으로 이동해 방사성 오염원을 수거하라”는 식의 포괄적인 명령만 내리면 스스로 움직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 부분적으로 필요한 인간의 원격 조종은 이때부터는 아예 필요 없게 된다.

스트라이더는 오는 9월 영국 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에 인도될 예정이다. 옥스퍼드 다이내믹스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로봇은 위험한 사고 현장에 사람이 처음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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