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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52) 술을 배우는 11가지 이유
    (52) 술을 배우는 11가지 이유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전에 없이 우리 술에 대해 배우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수요는 공급을 불러와 최근에는 술을 가르치는 곳도 여기저기 생겼다. 사람들은 왜 술에 대해 배우려 하는 것일까? 막걸리학교에 참여하는 이들을 통해 그 다양한 이유를 살펴보았다.첫째, 귀농하거나 전원생활하려는 이들이 찾아온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면, 가까운 친구들과도 멀어질 것이 아닌가. 맛있는 술을 ‘사교용’으로 빚어두고, 친구들을 불러 모을 요량이다. 새로운 이웃들에게도 술이 익어가고 있다는 핑계로 오다가다 들르라고 권할 수도 있다. 텃밭에서 딴 고추와 된장만 내도 주안상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다. 둘째, 술을 자급자족하려는 이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채마밭에서 우리 식구가 먹는 야채는 다 길러 먹는 시대, 자기가 마시는 술도 손수 빚어서 마시려 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식탁의 자급자족은 ‘귀찮은 부엌일’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에 오른 취미생...

    2010.12.26 19:53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51)반가의 힘, 주안상
    (51)반가의 힘, 주안상

    술과 주안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집안이 있다. 경주 최씨 집안과 강릉에 사는 창령 조씨 집안이다. 경주 교동에 있는 경주 최씨 집안은 우리나라 3대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된 술인 경주교동법주를 빚고 있다. 발효주로서는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고, 한국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주다. 360년 전에 살았던 집안 어른 최국선이 궁궐 사옹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술이 대대로 전해오게 된 것이다. 경주교동법주는 찹쌀과 누룩과 최씨 집안의 마당 우물물로 빚는다. 찹쌀죽과 누룩가루로 밑술을 만들고, 찹쌀고두밥과 누룩가루로 덧술을 한 뒤에 두달 넘게 발효시키고, 술을 거르고 나서 한달 동안 숙성시켜 내놓는다. 제조 기간이 100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한국 발효주의 절창인 백일주에 든다.이 술과 짝을 지은 최씨 집안의 주안상은 정갈하면서 짜임새있다. 안주의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에 접빈객의 주안상이 혼자씩 받는 외상이었으니, 외상에 오르는 안주는 많지 않았을 ...

    2010.12.19 21:09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50) 힘내라, 작은 양조장!
    (50) 힘내라, 작은 양조장!

    지난 주말에 양조장 세 군데를 여행했다. 함께 돌아보던, 전라도의 한 시골 양조장 부부에게 소감을 물으니 다른 양조장에 견주면 “저희야 소꿉장난이지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 왠지 눈빛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의 양조장이 너무 낡았고, 새로운 시설을 들이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지출해야 된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양조장이 작다는 것이 약점이 될까? 소꿉놀이 같은 양조장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일까? 컴퓨터 제어 시스템에 자동화 라인을 갖춘 양조장에 작은 시골 양조장은 맞설 수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양조장이 작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승리하는 다윗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실제로, 내가 돌아보았던 양조장 중에서 1인 경영, 가족 경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놓은 인상적인 양조장이 있었다. 천안 입장탁주와 문경 호산춘 제조장이었다.입장탁주의 시설을 설명하던 김정연 전무는 혼...

    2010.12.12 21:31

  • (49) 소주(燒酎)는 소주(燒酒)가 아니다

    소매점에서 1200원 하는 소주를 사서 상표를 살펴보면 한문으로 희석식소주(稀釋式燒酎)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희석식은 무엇이며, 소주는 왜 한문으로 소주(燒酒)가 아니고, 소주(燒酎)일까? 이런 의문을 품어본 이라면, 조지훈 시인이 말한 술을 배우는 학주(學酒)의 수준은 되는 사람이다. 주(酎)자를 탐구하다 보면 한국 소주의 근현대사가 읽힌다. 옥편은 주(酎)자를 세 번 빚는 술 또는 물을 타지 않은 진한 술로 풀이하고 있다. 소주를 얻으려면 발효주를 빚고, 이를 증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번만 증류하는 게 아니라 두세 번 증류하니 소주를 두고 세 번 빚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글자에 맞춘 해석일 뿐이다. 소주(燒酎)라는 단어에는 지역성과 역사성이 담겨 있다.소주(燒酎)는 일본식 조어다.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소주(燒酒)가 등장한 것은 우왕 원년(1375)의 일이다. ‘사람들이 검소할 줄 모르고 소주나 비단 또는 금이나 옥 그릇에 재산을...

    2010.12.05 21:16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48) 따끈한 술
    (48) 따끈한 술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따끈한 술이 그리운 계절이다. 주점에서 데워서 내주는 대표적인 술로 일본 청주가 있다. 그중 히레사케는 복어지느러미를 굽거나 태워서 따끈한 일본식 청주에 넣어 내놓는다. 히레사케는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데, 조금 싱거운 듯한 일본 청주를 구수하고 맛깔스럽게 즐기는 방편으로 여겨진다.일본식 청주를 데워 마실 때는 대략 40~45도쯤, 체온보다 높은 따끈한 느낌이 들게 해서 마신다. 주로 겨울철에 마시는데, 일본에서는 온주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실내의 화로 위에 술주전자를 매달아놓고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도 했다. 한국 청주인 약주에서는 데워 마시는 문화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약주에는 약재가 들어 있어서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편이라 데우면 그 맛과 향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에 견주면 약재를 넣지 않는 일본식 청주는 맛이 담백하여 데워 마시면, 좀 더 강렬해진 맛과 향을 즐길 수가 있다.술을 데울 때에 주의할 점은 술...

    2010.11.28 18:52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47)‘가양주’ 슈퍼스타K
    (47)‘가양주’ 슈퍼스타K

    전국 규모의 가양주 대회가 11월20일에 서울 코엑스에서 처음 열렸다. 가양주란 집에서 빚는 술을 뜻한다. 술은 오래도록 집에서 빚어서는 안되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1934년에 자가양조 제도가 사라진 뒤로 1994년까지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은 불법이었다. 1995년에 가양주를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집에서 제주를 빚을 수 있게 되고, 취미삼아 술을 빚을 수 있게 되더니 마침내 전국 가양주 대회도 열리게 된 것이다.대회의 주제는 햅쌀막걸리였다. 경기도가 경기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개최한 행사였다. 모두 91명이 참가 신청, 이 중 72명이 10ℓ씩 막걸리를 출품하여 예선전을 치른 후 32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진출자들은 11월20일에 행사장에 모여 막걸리 5ℓ를 직접 거르는 시연을 보였고, 심사위원회에 전날 제출한 술 1ℓ로 결선 심사를 받았다.술 심사는 처럼 치러졌다.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 8명의 심사위원이 32강 중에서 16강을 가려내는 방식이...

    2010.11.21 21:30

  • (46) ‘술병’이 없다!

    막걸리가 떴다. 그런데 왜 한국 전통주는 감감무소식일까? 우리술이 만들어지는 체계를 보면, 술이 다 익어 윗부분의 맑은 술을 떠내면 청주이고, 그 밑의 지게미에 물을 주어 체로 걸러내면 탁주, 청주나 탁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 현재 한국의 명주로 알려진 많은 술들은 청주(일본청주가 아닌 한국청주)와 소주의 영역에 들어 있다. 막걸리야 일주일 안팎으로 뽑아내는 속성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세월의 오랜 기다림 속에서 익어가는 한국 명주는 청주와 소주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대부분의 술이 청주와 소주인 것은 그 때문이다.그런데 청주와 소주(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가 아닌 전통 증류식 소주)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와 경제개발시대의 양곡정책으로 제대로 전통을 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술이 부활한 것은 1990년 쌀로 다시 술을 빚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술이라는 제품은 하루아침에...

    2010.11.14 21:26

  • [허시명의 우리술 이야기](45) 막걸리 스캔들
    (45) 막걸리 스캔들

    ‘막걸리는 전통주?’ 10월31일에 방영된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던진 질문이다. 내용은 수입쌀로 빚은 막걸리를 전통주라 할 수 있는가, 일본식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를 전통주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였다.조심스럽긴 하지만 막걸리 흔들기가 시작됐다. 다른 쪽에서는 막걸리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는 소문도 들리고, 막걸리에 들어가는 감미료의 유해성 논란도 일고 있고, 내년 7월부터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유럽 술이 몰려들면서 막걸리의 전성기도 끝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디 주목받는 스타라야 스캔들도 일고 흔들기도 시도되니, 막걸리가 스타가 되긴 되었나보다.그럼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일본식 누룩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따져보자. 한국 고유 누룩은 통밀을 빻아 메주처럼 단단하게 뭉친 밀누룩이다. 일본은 고두밥에 황국균을 파종하여 만든 바슬바슬한 쌀알누룩이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막걸리 양조장에서는 밀가루에 백국균을 파종하여 만든 가루누룩을 사용하고 있다....

    2010.11.07 19:24

  • (44) 구수한 보리술 ‘맥걸리’

    막걸리가 쌀술이고 밀가루술이라면, 맥주는 보리술이다. 하지만 이 연결은 고정된 것은 아니다. 보리로 막걸리를 빚을 수 있고, 쌀로 맥주를 빚을 수도 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11월에 쌀맥주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포쌀이 20%, 보리를 당화시킨 맥즙이 9.9%, 여기에 옥수수와 밀과 홍삼을 넣어 발효시킨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군산양조공사에서는 군산의 특산품인 꽁보리를 원료로 보리막걸리를 출시하고 있다.이 보리막걸리를 맛보려고 군산을 찾아갔다. 군산은 술이 센 동네다. 일제시대부터 청주양조업이 발달하였는데, 그 맥을 이었던 백화수복이 두산백화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롯데주류BG가 되었다. 롯데주류BG가 있는 군산시 소룡동 바닷가에는 우리나라 10개의 주정 회사(소주 원료 회사) 중에서 3개(서안주정, 서영주정, 롯데주류BG)가 모여 있다. 군산은 바닷가라 횟감이 풍부하여 막걸리보다는 청주나 소주가 잘 팔리는 고장이다. 서울에서는 젊은층에서도 막걸리 인기가 있는데, 군산에서는 ...

    2010.10.31 21:18

  • (43) 전주의 술 축제장 순례

    전주는 음식으로 유명하지만, 막걸리로도 유명하다. 지난 주말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음식관광축제(10월21~27일)에 다녀왔다. 경기장 야외잔디밭에 큰 천막을 치고 한식문화관, 국제발효식품관, 국내마케팅관, 옥토버막걸리페스트관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공간이 마련되었다. 이벤트와 박람회 성격이 강한 행사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이 중 올해 처음 개설된 공간은 옥토버막걸리페스트관이었다.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생겨난 행사장이다. 그곳에서 우리-막걸리학교 동문 80명-는 ‘양조미로 막걸리빚기 행사’를 진행했다. 김제 지평선 들판에서 갓 수확한 양조미로 고두밥을 쪄서, 전통 밀누룩과 물을 섞어 술을 빚었다. 양조미는 알이 통통하여, 밥알이 깊이 씹히는 느낌이 들었다. 술을 빚고 나니 통통한 쌀알이 물을 흠씬 빨아들여 술통 안에 물기가 없을 정도였다. 막걸리관에서 동시에 99명이 술빚기에 참여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같은 시각 전주한옥마...

    2010.10.24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