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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아궁이에 걸린 밥 솥…한강변 고구려군은 속절없이 전멸됐다 영상 컨텐츠
    아궁이에 걸린 밥 솥…한강변 고구려군은 속절없이 전멸됐다

    1977년 7월이었다. 해발 53m의 야트막한 구릉에 자리잡고 있던 서울 구의동 유적의 발굴 현장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이 발굴은 학술조사가 아니었다. 강 건너는 잠실지구, 강 이쪽은 화양지구 개발이 이뤄지면서 한강 본·지류를 정비하고, 택지 등을 조성하기 위한 실시된 구제발굴이었다. 약 3000평에 이르는 구릉은 벌써 절해고도로 변해 있었다. 주변은 개발 계획에 따라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이 구릉을 깎아내야 거기서 얻은 흙을 택지개발에 사용할 수 있었고, 또 평지로 변한 이 주변 또한 아파트 단지로 조성할 수 있었다.하지만 예부터 ‘말무덤’ ‘장군총’ 등으로 구전되었던 구릉을 그냥 뭉갤 수는 없는 일이었다.■‘빈전이야 빈전!’현장설명회에서 당시 김원룡 발굴단장(서울대 교수)이 ‘한말씀’ 던졌다.“이 구릉은 빈전(殯殿·장례까지 왕·왕비의 관을 모신 전각)…가운데 관을 넣고 가옥을 세운 ...

    2025.06.18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7000명이 쌓고, 1만4140명이 고쳤다’…신라 왕실의 ‘저수지’ 프로젝트 영상 컨텐츠
    ‘7000명이 쌓고, 1만4140명이 고쳤다’…신라 왕실의 ‘저수지’ 프로젝트

    해방 직후인 1946년 어느 날이었다. 대구사범대에 재직 중이던 금석학자 임창순(1914~1999)이 길을 걷다가 대구 대안동의 어느 집(서태균의 집) 앞에 놓인 둥근 형태의 비석을 발견했다. 임창순 선생은 단박에 ‘명문 신라 고비’로 판단했다.집주인(서태균)에게 물으니 “매입한 적산가옥(일제강점기 일본인의 집)을 수리하다가 부엌 부근에서 발견한 비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이 비석의 원 위치는 알 수 없었다. 후속 연구(하일식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비석이 발견된 대안동 서태균의 집이 조선시대 경상 감영에 속해있었다. 따라서 누군가 이 근처에 서있던 비석을 관청(경상 감영)으로 옮겨놓았을 가능성이 짙다. 임창순은 이 비석을 ‘무술(戊戌) 오작비(塢作碑)’로 명명했다.“무술년(578·진지왕 3)에 영동리촌에 ‘오(塢)’라는 시설을 축조한 뒤 공사 내역을 기록한 비석’으...

    2025.06.04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과학으로 증명한 ‘639년의 낙뢰’, 그 순간…무왕의 익산 천도 3번째 퍼즐 맞췄다 영상 컨텐츠
    과학으로 증명한 ‘639년의 낙뢰’, 그 순간…무왕의 익산 천도 3번째 퍼즐 맞췄다

    ‘이것이 꼭 1386년 전인 639년 떨어진 벼락(낙뢰)의 흔적이다.’ 얼마전 <한국고고학보>(2025년 3월호)에 따끈따끈한 논문이 실렸다. 전북 익산 제석사터에서 두 동강으로 방치되었던(지금은 붙여놓음) 목탑의 심초석을 자력 탐사로 분석한 논문(오현덕·한광휘의 ‘자력탐사를 통한 익산 제석사 목탑에 내리친 낙뢰(벼락)의 과학적 고찰’)이었다. 커다란 심초석이 두 동강 난 이유로는 ‘벼락 때문’으로 짐작되었다.(후술) 따라서 이번 자력탐사는 ‘벼락을 맞은’ 직접증거를 찾기 위함이었다.■양번개, 음번개번개는 구름과 구름,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공중 전기의 방전이 일어나 만들어진 불꽃이다. 그 중 지표면에 떨어진 것을 벼락(낙뢰)이라 한다. 벼락은 한 번에 떨어지지 않는다. 두 단계로 나뉘어 친다. 전하 입자들이 구름에서 지그재그로 내려오다가(하강 리더) 땅(혹은 높고 뾰족한 곳)에서 발생하는 다른 극성의 상승 리더를 만나기까지를 ...

    2025.05.21 06: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수장고에 꽁꽁 숨긴 ‘천마총 인물화’…‘깔끔쟁이’ 신라인의 화장실 88곳 영상 컨텐츠
    수장고에 꽁꽁 숨긴 ‘천마총 인물화’…‘깔끔쟁이’ 신라인의 화장실 88곳

    경주 천마총(6세기초 조성) 하면 어떤 유물이 떠오를까. 1973년 조사된 이 왕릉급 무덤에서 쏟아져 나온 1만1500여점 중에서…. 두말할 것도 없이 해방 후 우리손으로 처음 발굴된 ‘금관’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그러나 금관보다 더 센 유물이 출현했으니, 그것이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천마도’)였다.워낙 강한 ‘원투펀치’ 때문에 다른 유물은 상대적으로 묻혔다.■원투펀치에 밀렸지만…그 중 천마도 말다래와, 그 밑에 차곡차곡 쌓은 말갖춤새까지 걷어내자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 물체가 있었다. ‘자작나무 껍질’(백화수피) 위에 그린 채화판(그림판)이었다. 그림판은 상서로운 새를 그린 ‘서조도’와 말탄 인물을 표현한 ‘기마인물도’로 구성되어 있었다.고구려 벽화에서는 볼 수 있지만 신라에서는 좀체 찾기 어려운 인물도였다. 그러나 이 유물은 박물관 수장고로 직행했고, 40년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온에 노출되면 부서지기 쉬운 ‘나무 껍질’이기 때문이었다....

    2025.05.06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사면령 남발이 문제였나’…1400명 사형시킨 세종의 두 얼굴 영상 컨텐츠
    ‘사면령 남발이 문제였나’…1400명 사형시킨 세종의 두 얼굴

    “내가 팔아넘긴 장물인데, 보물로 지정되었네요.”(장물업자 ㄱ) 2016년 7월 어느 날이었다.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김창배 수사관(현 광역수사1반장)에게 “국가유산청이 보물로 지정한 유물이 사실은 장물이며, 그 유물이 경북 영천의 사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 유물은 조선 형법의 근간이 되었던 <대명률>(명나라 법전)이었다.■‘1000만원 더 달라.’국가유산청은 도난품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국가유산청 사이트의 ‘도난문화유산 정보란’에 <대명률>은 도난품 목록에 지금도 올라 있다. ‘경주 류○○ 가문의 육신당’ 소장 유물 중 도난된 ‘성재문집 등 235점’(2011년 1월 신고) 중 1점이다. <대명률>은 도난유물 중 41번째(‘대명률 1책’)로 올라있다. 유물설명도, 사진도 없다. 정식 수사 끝에 그 전모가 밝혀졌다. 수사결과 1998년쯤 도난된 <대명률>은 ...

    2025.04.22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사랑하는 당신!” 2000년 전 죽은 남편의 가슴에 얹은 ‘망부가’ 거울 영상 컨텐츠
    “사랑하는 당신!” 2000년 전 죽은 남편의 가슴에 얹은 ‘망부가’ 거울

    ‘○○○ 파경….’ 이혼이나 이별을 알리는 기사 제목에 즐겨 등장하는 용어가 ‘파경(破鏡)’이다.거울이 깨졌으니 돌이킬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면 ‘파경’에는 ‘중원(重圓·다시 원을 이룸)’이 붙어 ‘파경중원(破鏡重圓)’, 즉 ‘이별(파경) 후 재회(중원)’가 본뜻이기 때문이다.■파경=이별과 재회<태평어람>(938년 편찬)은 <신이경>(기원전 132년 편찬)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옛날 어떤 부부가 부득이 떨어져 있게 되자 거울을 깨뜨려(破鏡) 각기 반씩 나누어 징표로 삼았다. 그러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통하자 그 깨진 거울이 까치가 되어 남편에게 날아가 일러바쳤다.”(‘파경’)‘깨진 거울(鏡·경)이 까치(Ɠ...

    2025.04.08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백제 후예’ 자처한 데라우치 총독…“선원전 현판·원구단 건물 뜯어간 범인 맞다” 영상 컨텐츠
    ‘백제 후예’ 자처한 데라우치 총독…“선원전 현판·원구단 건물 뜯어간 범인 맞다”

    “12월 말 후쿠오카(福岡) 경매에서 아주 중요한 물건이 출품된답니다.”2023년 11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도쿄(東京) 지사를 통해 깜짝 놀랄만한 정보가 입수되었다. 12월26일 일본 후쿠오카 유메카이(友茗會) 옥션에서 특별한 경매가 예정돼있다는 소식이었다. 경매에 앞서 인터넷상에 공개된 출품 목록에 과연 눈길을 잡아끄는 유물이 등장했다.‘경매시작가 200만엔(한화 약 2000만원) Lot(경매 품목번호) 622번 조선 19세기 경복궁 선원전 편액’출품 목록에는 경복궁 ‘선원전(璿源殿)’이라고 새긴 고색창연한 편액(현판)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있었다.■조선 왕실의 뿌리선원전은 조선시대 역대 왕 및 왕비의 어진(초상화)과, 선원록(왕실 족보) 등 왕실 관련 귀중 문서를 모시고, 각종 의례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왕과 떼려야...

    2025.03.25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문화유산, ‘보이지 않는 빛’으로 들춰보니…‘아차 실수!’, ‘인간미’까지 찾아냈다 영상 컨텐츠
    문화유산, ‘보이지 않는 빛’으로 들춰보니…‘아차 실수!’, ‘인간미’까지 찾아냈다

    햇빛이 ‘일곱색깔 무지개’로 분리된다는 것을 증명한 이는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이다.1672년 뉴턴은 깜깜한 방의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색으로 바뀌고 볼록렌즈로 합친 빛이 두번째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시 백색광으로 바뀌는 실험을 했다. 이것이 가시광선(可視光線)이다. 사람들은 이 가시광선만이 빛인줄 알았다.아니었다. 1800년 영국 천문학자 윌리엄 허셀(1738~1822)은 프리즘을 통과해서 색깔별로 나눠진 빛의 띠를 조사하다가 ‘빨간색 띠 너머’(적외·赤外)에 열이 나는 구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적외선(赤外線)’이다. 1801년 독일 화학자 빌헬름 리터(1776~1810)는 ‘보라색 빛 너머’(자외·紫外)에서 형광작용을 일으키고 피부를 태울 수 있는 ‘보이지 않...

    2025.03.11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신라 태자는 주색잡기에 빠졌다?”…‘태자궁’ 출현에 풀린 ‘50년 오해’ 영상 컨텐츠
    “신라 태자는 주색잡기에 빠졌다?”…‘태자궁’ 출현에 풀린 ‘50년 오해’

    경주 시내에 아주 매력적인 핫플레이스가 있다. ‘동궁과 월지’이다.야경,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연못(월지) 위의 데칼코마니 뷰’는 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그런데 이 ‘동궁과 월지’ 명칭은 좀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오랫동안 ‘안압지’ 명칭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안압지’는 기러기(안·雁)와 오리(압·鴨)가 뛰노는 연못(지·池)이라는 뜻이다.그런데 꼭 50년 전인 1975년 이 연못에서 ‘주색잡기에 빠진 신라 태자’를 상징하는 유물 2건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그것이 오해였다는 고고학 방증자료가 발표되었다. ‘동궁과 월지’에 담겨있었던 ‘오해와 진실’을 한번 풀어보자.■동궁=태자궁?이 연못은 1351년 전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674년(문무왕 14) 2월에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짐승을 길렀다”(<삼국사기> ‘신라본기·문무왕조’)고...

    2025.02.25 05:00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피 토한 고종, 통곡한 총리, 폭발한 민심…‘을씨년스러웠던’ 1905년 을사년 영상 컨텐츠
    피 토한 고종, 통곡한 총리, 폭발한 민심…‘을씨년스러웠던’ 1905년 을사년

    ‘을씨년스럽다’는 ‘2025년 을사년’을 맞아 더욱 인구에 회자되는 표현이다.<표준국어대사전>은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이 말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을사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을사년, 을씨년하지만 1855년 편찬된 조재삼(1806~1866)의 <송남잡지>에 다른 설명이 등장한다.“을사년=세간에 을사년을 흉하게 여겨 무서워하기 때문에 살아갈 낙이 없는 지금의 삶을 두고 이렇게들 말한다.”1897년 캐나다 선교사인 제임스 게일(1863~1937)이 편찬한 <한영자전>에도 나온다.“…‘을사=기근의 해(1785년)’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가난과 고통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쓰인다.”자전이 콕 찝은 ‘1785년 을사년’이 주목된다. “1785년 11월21일 “올해까지 거듭된 흉년으로 떠도는 유랑민이 다시 모여 정착할 가망성은 없다”(<...

    2025.0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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