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금성·수성에 새긴 한국인 이름…플라톤·뉴턴·베토벤·괴테와 동격
얼마전 생소한 역사 인물이 ‘갑툭튀’ 했다.19세기 문인·관료이자 천문·수학자인 ‘남병철(1817~1863)’이다.‘달 뒷면’의 ‘이름 없는 충돌구(크레이터)’에 ‘남병철 충돌구(Nam Byeong-Cheol Crater)’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소식이었다.이름을 얻은 과정이 흥미롭다. 현재 진호 교수가 이끄는 경희대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이 미국 산타크루즈대(이안 게릭베셀 교수팀)와 공동으로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2022년 8월 발사)를 통해 달에 존재하는 ‘이상 자기장’ 연구를 벌이고 있다.자기장은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뜻한다. 지구 내부에는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핵이 존재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나침반으로 방향을 알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지구의 핵은 심장이고, 자기장은 혈류라 할 수 있다. 반면 달에는 핵이 뿜어내는 자기장이 없다. 핵이 소멸했거나 활동을 멈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곳곳에서 일부 강하게 관측되는 ... -
1898년 고종의 ‘최애’ 커피에 독을 탔다…‘깜짝 나비효과’ 일으켰다
‘가을밤 달빛 아래 석조전 테라스에서 즐기는 가배(咖啡·커피).’ 24일부터 11월2일까지 덕수궁에서 올 하반기 ‘밤의 석조전’ 행사가 열린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벌이는 행사다. 참석자들에게는 커피 등 음료와 피칸 타르트 등이 제공된다. 대한제국 황실이 사용한 ‘타르트 틀’이 발견된 것에 착안해서 마련된 후식이다. 얼핏 보면 지극히 무엄한 행태라 욕할 수도 있다. 아무리 ‘궁궐뷰’가 좋기로서니, 왜 신성한 고궁을 한낱 ‘카페’로 전락시킨단 말인가. 그러나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덕수궁, 가배, 커피덕수궁은 고종(1863~1907)이 1897년 러시아 공사관에서 거처를 옮긴 뒤 1919년 서거할 때까지 머물던 궁궐이다. 그런 고종이 사랑했던 음료가 커피였다.조선에 커피를 처음 들여온 이들은 서양 선교사들로 알려져 있다. 1853년 조선 천주교회 4대 교구장인 시메옹 프랑수아 베르뇌(1814~1866) 프랑... -
연 3만6000여 명 동원된 신라 고분…‘타원형’ 작도법으로 설계됐다
1호부터 155호까지…. 일제가 1915년부터 이른바 고적조사사업을 벌이면서 경주 시내 고분에 붙인 일련번호이다.이중 125호분과 106호분은 예부터 봉황대(125호분)와 전 미추왕릉(106호분)으로 알려져 왔다.단독분으로서는 가장 큰 125호분은 고려~조선을 거치면서 고분이라기보다는 경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알려져왔다. 106호분 역시 어느 시점부터 제13대 미추왕(262∼284)의 무덤으로 지목되어 왔다.(그러나 106호분은 4세기 이후에 조성된 돌무지덧널무덤일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고분은 그저 번호로만 지칭되었다.■무덤인가 전망대인가그러다 1921년 주막집 확장공사 과정에서 우연한 기회에 금관이 출토된 ‘128호분’에 ‘금관총’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었다.이후 금동 장식신발(식리·飾履)이 확인된 ‘126호=식리총’(1924), 금방울(금령·金鈴)이 출토된 ‘127호=금령총’(1... -
‘친일파’ 영국기자도 치를 떤 일제 만행…역사적인 의병사진 남겼다
유인석·이강년·허위·최익현·연기우·윤인순·허겸·노재훈…. 얼마 전 구한말 항일 운동의 전면에 나섰던 대표 의병장 및 독립투사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자료가 발굴되었다.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국가유산청이 일본에서 구입 환수한 자료는 항일 의병장 및 독립운동가가 작성한 친필 편지 등 13건 등이다. 일제 헌병 경찰이었던 아쿠타가와 나가하루(芥川長治)가 1939년 두루마리 형태로 묶어 보관한 문서들이다.■재현된 분서갱유이중 유중교(1832~1893·유인석의 스승)와 최익현(1843~1906)의 편지 등 4건에 붙인 아쿠다가와의 주석이 눈길을 끈다.즉 “…1918년 4월 의주헌병대가…국경을 넘어…<의암집>을 편집하는 곳을 급습하여 압수한 다수의 불온문서 중 일부”라 했다.이를 두고 어윤적(1868~1935)의 <극재일기>는 “일본군이 서간도로 망명한 유인석·유중교 가문의 집을 습격해서 서책을 ... -
일본경찰 1만명 농락한 ‘전설의 독립투사’…식민지 수탈기관 초토화 시켰다
1926년 한 해가 저물기 5일 전인 12월 26일이었다. 상해(上海)를 출발해서 인천에 도착한 인물이 있었다. 34살 청년 나석주(1892~1926) 의사였다. 그의 수중엔 독일제 32구경 9연발 자동권총 1정과 실탄 70발, 그리고 주철제 폭탄 2개가 있었다.서울에 잠입한 나석주 의사는 28일 오후 2시쯤 동양척식주식회사(이하 동척) 정문으로 들어가 ‘이 아무개’ 이름을 대며 “사람을 찾으러 왔다”고 했다. 수위가 “그런 사람이 없다”고 제지하자 나의사는 곧바로 식산은행으로 발길을 옮겼다.■패닉에 빠진 수탈기관때마침 연말이라 은행 창구마다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나석주 의사는 사무실 남쪽의 대부계를 향해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불발됐다. 아무도 폭탄인지 몰랐다.누군가가 “누가 돌을 던졌다”고 수위에게 알렸다. 수위는 그것을 은행 서무과에 가져와 살펴보았다.마침 군인 출신인 오다(小... -
전봉준이 ‘탐관오리’로 찍었던 민영환…그는 어떻게 자결순국의 길 택했나
“백성에게 해(害)를 끼치는 자들을 없애려고 봉기했다는건가.”(심문)“그렇다. 내직에 있는 자가 매관매직을 일삼고….”(전봉준)“누구를 가리키는가.”(심문)“민영준과 민영환, 고영근이다.”(전봉준)동학농민전쟁의 지도자 전봉준(1855~1895)의 심문 기록(1895년 2월11일)이다.전봉준은 ‘관리들의 탐학’을 거사의 이유로 들며 그중 민영준·민영환·고영근 등을 ‘탐관오리 3인방’으로 꼽았다.그런데 이 3명 가운데 의외의 이름이 들어있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 직후 순국 자결한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이다.얼마전 국가 등록문화재가 된 ‘민영환’ 유서를 보라. ‘육군부장 정일품 대훈위 민영환’이라고 쓴 명함(가로 6㎝, 세로 9.2㎝)의 앞 뒤에 ‘이천만동포에게 고하는 글’이 연필로 적혀있다.“오호! 나라의 치욕과 백성의 욕됨이 이에 이르렀으니…영환은 죽어도 죽지않고(死Ň... -
‘줄서는 왕릉뷰’ 포토존…신라 쌍무덤 ‘금관 왕비, 금동관 왕’의 정체
‘니들이 주인공을 알아?’ 얼마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펴낸 자료집(<황남대총 남분, 발굴조사의 기록>)을 보았다.웬 뜬금없는 얘기냐 싶겠지만 새삼 2019년 9월에 방영된 KBS 프로그램(‘슈퍼맨이 돌아왔다’ 296회)이 떠올랐다.축구선수 박주호씨의 자녀인 ‘건후와 나은’이 ‘왕가의 무덤’인 대릉원 대형 고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던 관람객 사이에서 천진난만 뛰노는 장면이다. ‘건나블리(건후·나은)’가 뛰놀던 그곳은 이미 경주의 소문난 ‘포토존’이었다.남북 표주박 형태의 대형 고분과, 목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평일에도 수십미터씩 줄을 서는…. 그 배경 속 대형고분이 ‘황남대총’이다. 그렇지만 이 황남대총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는 이는 단언컨대 아마도 없을 듯 싶다. 그 이유를 ‘썰’로 풀어보자.■소문난 경주 포토존의 비밀1971년 6월 “경주 관광 개발계획을 마련하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마련된 개발계획 중 눈에 띄는 것이 있... -
부채는 ‘관음증’ 환자의 ‘핫템’...겸재·단원·추사도 사랑한 화폭이었다
‘하나같이 근심되는 것이 천하의 더위인데(一念長憂天下熱)….’조선 후기 이상적인 도시인의 삶을 그린 8폭 병풍이 있다. ‘태평성시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그 중 5폭에 각종 부채를 파는 ‘부채’ 상점이 보인다. 가게의 좌우에 글자가 새겨진 길쭉한 광고판이 보인다. 오른쪽 광고판에 ‘더위가 걱정’이라는 내용의 7자가 보인다. 왼쪽 광고판에는 아쉽게도 마지막 글자인 ‘서늘할 량(凉)’만 보인다. 아마 ‘부채로 더위를 날려보내시라’는 광고 문구였을 것이다.그보다 600년 전 인물인 이규보(1168~1241)의 시 한 수가 이 부채 상점의 광고 내용을 대신 알려줄 것 같다. “여름철에 손에 들고 흔들면 무더위 어디로 사라지는지 몰라. 응당 여러 사람에게 나눠 주어야 해. 청량한 맛을 어찌 혼자만 차지하랴.(引凉那忍... -
소동파를 ‘우주대스타’로 찬양?…고려를 원숭이로 욕한 혐한파였다
“선생의 기개와 절조는 우주를 능가하고(先生氣節凌宇宙) 선생의 문장은 별처럼 빛나기만 하여라.(先生文章煥星斗)”조선 전기 문인·학자인 서거정(1420~1488)이 ‘선생’을 찬양하고 있다.(<사가시집> 51권 ‘시류·소선적벽도’) 서거정이 말 그대로 ‘우주대스타’로 떠받는 ‘선생’은 과연 누구인가. 북송이 낳은 대문호 소식(소동파·1037~1101)이다.고려의 대문호인 이규보(1168~1241)는 어떤가. “소동파의 문장은 금은보화가 창고에 가득찬 부잣집 같아 도둑이 훔쳐가도 줄지 않으니 표절한들 어찌 해롭겠느냐”(<동국이상국집> 권26 ‘답전이지논문서)고 극찬했다.독서광으로 소문난 조선조 세종(1418~1450)은 “소동파와 구양수(1007~1072)의 편지모음집인 ... -
명량 발굴 ‘소소승자총통’…소총부대장 출신 이순신과는 어떤 관계?
‘40억원대 고려청자 1억원에 팔려던 잠수부 도굴단 덜미…’. 2011년 11월18일 기막힌 문화유산 도굴범 기사가 각 언론에 실렸다. 도굴범들은 해삼·어패류를 채집하던 잠수부들이었다. 이들이 불법 인양한 문화유산 30여점 가운데는 13~14세기 보물급 유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도굴범들이 덜미가 잡힌 이유가 어이없었다. 보통 바닷속에서 인양되는 유물에는 이끼류와 패각류 등이 붙어있기 마련이다. 이 경우 ‘아주 묽게 희석시킨 염산’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야 한다.■염산을 들이 부었다하지만 조급했던 도굴범들은 묽게 희석시키지 않은 강염산으로 유물을 마구 닦아댔다. 그러자 청자 본연의 미가 퇴색되었고, 표면에 바른 유약까지 벗겨져 나갔다. 이게 문제가 되었다. 밀거래 과정에서 가격이 뚝 떨어졌고, 도굴범과 거간꾼, 구매자 간 갈등이 빚어졌다. 덕분에 문화유산 사범단속반이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거래 현장을 잡을 수 있었다.이들이 암약한 곳은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