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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10)스타도 춤도 노래도 없는 ‘시 예능’에 울고 웃고…한시의 추억에 빠진 14억 중국인
    (10)스타도 춤도 노래도 없는 ‘시 예능’에 울고 웃고…한시의 추억에 빠진 14억 중국인

    360도로 열린 무대에 선 도전자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9개의 한자가 표시된다. 도전자는 이 중 5개 한자를 배열해 순식간에 당시(唐詩)에 나오는 아름다운 구절로 완성해낸다. 그러자 무대 위의 모니터에는 시 구절에 등장하는 연꽃과 모란이 떠오른다. 사회자가 정답이라고 선언하면 한시 전문가들이 이 시의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도전자 맞은편에서 같은 문제를 풀고 있던 100명의 참가자 정답률이 공개되면 도전자의 점수도 결정된다. 참가자의 오답률이 높을수록 도전자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시 구절만으로 어느 시대 누구의 시인지, 제시된 단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시 구절에 맞는 한자는 무엇인지 등을 묻는 다양한 퀴즈에 시청자들은 점점 빠져든다. 여기에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걱정하는 아들, 결혼을 앞둔 도전자 등 다양한 사연이 더해지면서 감동과 몰입도는 배가된다. 온 가족을 TV 앞에 끌어모은 이 프로그램을 두고 시청자들은 한시가 이렇게 흥미로울 줄 ...

    2017.12.10 21:05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9)“문화정책, 예술가 창작 장려와 접근 창구 개방의 조화에 역점”
    (9)“문화정책, 예술가 창작 장려와 접근 창구 개방의 조화에 역점”

    자크 랑 아랍세계연구소장(78·사진)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10여년간 문화부 장관을 지내며 프랑스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예술가의 창작을 장려하고 공교육을 통해 어려서부터 국민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린 것이 그의 대표적 업적이다. 음악축제(페트 드 라 뮈지크)도 그의 재임 시절 시작됐다. 그는 2009년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주도할 정도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인터뷰는 센강이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그는 “문화 향유는 시민들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 중 하나”라며 “한국도 예술가들을 지원·보호하는 데서 문화정책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술은 공공서비스인가.“기본적으로 그렇게 본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국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영화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재능있는 영화인들이 많아서겠지만, 정부의 법적·...

    2017.12.03 21:05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9)존중 받는 창작활동…프랑스에 ‘배고픈 예술가’는 없다
    (9)존중 받는 창작활동…프랑스에 ‘배고픈 예술가’는 없다

    공동묘지도 수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의아스럽지만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세즈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쇼팽, 모딜리아니, 발자크, 오스카 와일드,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 국적도 활동 장르도 전성기도 제각각이지만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예술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 무덤 앞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이 놓아둔 엽서와 꽃이 가득하다. 잘 가꿔진 산책로 사이로 거닐다 보면 절로 예술적 감흥에 젖어들게 되는 이 ‘공동묘지’는 파리 동쪽 끝 20구에 있다. 근처 주택가는 집값이 싸기 때문에 가난한 노동자와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페르라세즈를 나와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연극배우 겸 연출자인 니콜라 베르켄(39)의 극단 ‘크타’(KTHA) 사무실이 있다. 파리시에서 싼값에 임대해준 사무실 건물은 널따란 마당까지 딸려 있다. 베르켄은 파리8대학에서 연극을 배우던 시절 동료들과 극단을 만들어 18년째 운영하며 연기를 하고 있다. 큰 돈벌이가 되는 ...

    2017.12.03 21:05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8)일본 전역 30만개 ‘마쓰리’…삶 속에 스며든 지역 고유 ‘축제 문화’
    (8)일본 전역 30만개 ‘마쓰리’…삶 속에 스며든 지역 고유 ‘축제 문화’

    60조원 이상. 지난해 ‘포켓몬 고’로 지구촌을 열광시켰던 캐릭터 포켓몬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입액이다. 만화부터 애니메이션, 게임산업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캐릭터들은 수십년째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도 개봉돼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전 세계 시장에서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할리우드 실사 영화 제작이 논의되고 있다. 세계인을 매혹시키는 일본 대중문화 콘텐츠에는 뚜렷한 인장이 있다. 고유의 전통문화다. 지역마다 전해내려오는 마쓰리(축제), 요괴 이야기 등은 상상력의 보고이자 콘텐츠의 기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상욱 이사는 “일본 콘텐츠 생산자들이 표현하는 전통적 요소는 ‘우리 것’을 표현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일상에 스며든 본능에 가깝다”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삶에 녹아든 전통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라고 말했다. ■ 축제의 나라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리나의 요즘...

    2017.11.26 21:13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7)“가난·불평등 이야기한 아버지 노래는 칠레인들의 노래”
    (7)“가난·불평등 이야기한 아버지 노래는 칠레인들의 노래”

    빅토르 하라 재단은 칠레 산티아고 ‘브라질 광장’ 인근에 있다. 이곳에서 하라의 딸 아만다 투르네르 하라(52)를 만나기로 했다. 산티아고의 6월 날씨는 11월의 서울과 비슷했다. 쌀쌀한 바깥과 달리 로비는 따뜻했지만 긴장 때문인지 괜히 몸이 떨려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아만다가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빅토르 하라의 웃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안내한 사무실 벽에는 1960~70년대 누에바 칸시온 뮤지션들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한국에서도 빅토르 하라의 노래가 번안되어 불린다고 하자 아만다는 기뻐하며 아버지의 앨범과 엽서, 브로치를 건네줬다.“아버지의 음악은 민중들의 이야기였고, 민중들을 위해 만들어졌어요. 가난과 불평등을 이야기했고 노래로 불의에 저항했지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일들이 노래가 됐기 때문에 많은 칠레인들은 아버지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라고 생각해요.”1932년 산티아고 부근...

    2017.11.19 21:20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7)군부독재에 억눌린 삶…음악으로 불의에 맞서다
    (7)군부독재에 억눌린 삶…음악으로 불의에 맞서다

    ‘바리오 베야비스타’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가장 활기찬 거리다. 레스토랑과 펍, 카페가 빼곡히 들어찬 거리 곳곳은 젊은이들의 경쾌한 발걸음과 흥겨운 음악소리로 뒤섞여 있다. 도로변에 자리 잡은 카페 ‘라 카사 엔 엘 아이레’(공중에 있는 집)로 들어서자 안쪽 벽에 큼직하게 그려진 남자의 얼굴이 맞는다. 칠레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빅토르 하라다. 음악으로 불평등과 불의를 비판하고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회 운동에 참여했던 민중가수. 그의 활동 기반은 ‘누에바 칸시온’이었다.1960~70년대 남미는 혼란스러웠다. 정치적으로는 독재가,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시기부터 이어진 열강의 착취가 삶을 옥죄었고 문화적으로도 종속됐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고자 했던 움직임이 새로운 노래라는 뜻의 누에바 칸시온이다. 안데스 지역의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누에바 칸시온은 음악 장르인 동시에 음악 운동이다. 민족적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열망에서 시작돼 불의에 저항하는 수단으...

    2017.11.19 21:20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6)쓰레기더미 뒤지던 손에…꿈처럼 클래식 악기가 쥐어졌다
    (6)쓰레기더미 뒤지던 손에…꿈처럼 클래식 악기가 쥐어졌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7월은 뜨겁지 않았다. 해발 1700m 고지대에 자리 잡았기 때문인지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고 낮에는 따뜻해 한국의 초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로 들어가는 데는 차로 50분쯤 걸렸다. 폐차 직전의 낡은 버스와 최신식 고급 자동차가 섞여 달리는 잘 닦인 도로, 그 길을 따라 대형 광고판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심에 접근하며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느림보 주행을 하는 차량들 사이로 바나나와 신문을 파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은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도착 이튿날인 지난 7월10일 오후 현지 코디네이터 힐러리 키무유를 나이로비 중심가에서 만났다. 그의 차를 타고 이 도시에서 네 번째로 큰 빈민촌이라는 ‘코로고초’로 향했다. 잘 닦인 길을 20분쯤 달리자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며 거리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다. 코로고초 입구다. 키무유는 “밤에는 현지인들도 오길 꺼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낮이라도 외국인은 ...

    2017.11.12 20:47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5)단짝이 된 유대·아랍 아이들 “함께 춤추지 않았다면 평생 오해했겠죠”
    (5)단짝이 된 유대·아랍 아이들 “함께 춤추지 않았다면 평생 오해했겠죠”

    이스라엘 텔아비브 해변 옆 식당가 하타하나의 작은 카페에 10대 청소년 4명이 웃음 띤 얼굴로 앉아 있다. 이스라엘인 남매 데이비드 다나(18)와 로이스 다나(17), 팔레스타인인 아부 쿠투스(17)와 무하마드 마샤위르(18). 로이스와 쿠투스는 몇년째 죽이 잘 맞는 단짝 친구다. 유대인과 아랍인이 섞여 사는 이스라엘이지만 함께 어울리며 절친이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로이스는 “모든 게 춤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6년 전 ‘댄싱 인 자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춤을 배웠다. 같은 텔아비브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유대인과 아랍인들은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아이들조차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는 상황에서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알게 됐을 때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거부했어요. ‘만약 아랍 애들과 춤추는 걸 본다면 우리 아빠가 날 죽이려 할 거야’라고 했지요. 전 호기심이 나서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시...

    2017.10.29 21:59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4)독서는 즐겁고 자발적이어야…축구·럭비 등 결합 흥미 유발
    (4)독서는 즐겁고 자발적이어야…축구·럭비 등 결합 흥미 유발

    “오늘 여러분과 함께할 일은 ‘풋볼 리딩 게임’이에요. 수업은 두 부분으로 나눌 거예요. 우선 질문 10개로 된 퀴즈 게임을 하고, 그 다음에는 여러분이 직접 이 앞으로 나와서 페널티 킥을 차볼 겁니다.”‘풋볼 리딩(football reading).’ 말 그대로 축구와 독서다. 도대체 이 둘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의문은 서서히 풀렸다.■ 풋볼 리딩 게임영국 북서부 랭커셔주의 작은 도시 클로이더로에 있는 보랜드 하이스쿨. 지난 7월 초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침 강당에는 올해 입학한 7학년 학생 100여명이 모여 있었다. 학생들 앞에 선 이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주로 써 온 작가 톰 팔머(49)다. 그는 6권짜리 ‘풋볼 아카데미’ 시리즈와 3권짜리 ‘럭비 아카데미’ 시리즈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을 주로 써서 특히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우선 여러분이 신문에서 즐겨보는 뉴스가 뭔지 궁금하네요. 모두 말해볼까요...

    2017.10.22 22:15

  • [문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다](3)돈 없어 반지 팔고, 굶으며 촬영해도 “영화는…그냥 공기 같은 것”
    (3)돈 없어 반지 팔고, 굶으며 촬영해도 “영화는…그냥 공기 같은 것”

    티나틴 구르치아니를 만나기로 한 곳은 ‘파브리카’였다. 조지아(옛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올드타운에서 10분간 버스를 타고 달리자 나타나는 낡은 주택가.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의아스럽던 순간 뭔가가 눈앞에 와락 들어왔다. 마치 흑백사진 틈에 컬러사진이 끼워진 듯, 화려한 그라피티를 뒤집어쓰고 나타난 3층 건물. 입구에 다가서자 요절한 팝 아티스트 장 미셸 바스키아의 꿰뚫는 듯 도발적 눈빛이 방문객을 맞는다. 건물에선 강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흘러나왔다. 1층에는 카페와 바, 에스닉 스타일 공예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고 벽에 붙은 게시판엔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 사진전, 영화 상영회를 알리는 일정들이 적혀 있었다. 널찍한 홀 곳곳엔 낡은 소파와 의자, 해먹 따위가 널려 있었고 그 위에 걸터앉거나 기댄 이들의 경쾌한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런웨이에 서도 손색이 없을 듯한 멋진 차림의 남녀부터 타투와 피어싱으로 단장한 이들, 영화 속에서 ...

    2017.10.1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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