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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싫을 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스무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요즘 명작 그림책’은 독일의 어린이책 <빕스의 엉뚱한 소원>(비룡소)을 골랐다. 엄마한테 꾸중 듣고, 형에게 화가 나고, 선생님에게 주머니칼을 압수당한 소년 빕스가 주인공이다. 빕스는 세상이 너무 싫은 나머지 “온 세상아, 다 사라져 버려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빕스의 말대로 세상이 사라진다. 당황한 빕스의 말을 따라 빛, 공기 등 필요한 것이 하나 둘씩 되살아나긴 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세상은 너무나 불편하다. 세상엔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즐겁게 하는 것들도 많다.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인 어린이책이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에게 추천한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스페인 책 <후안의 달>(나무생각)이다. 어부인 아빠가 바다에서 큰 파도에 휩쓸렸다가 겨우 살아... -
부모가 이혼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물건을 나누나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아홉번 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풍선 세 개>(시공주니어)를 골랐다. 김양미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까지 그렸다. 부모의 이혼을 앞둔 소녀가 주인공이다. 소녀는 다가올 이사를 준비하면서 언니, 동생과 함께 마련한 물건들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한다. 그림책, 장난감, 꽃병 등에는 어린 자매들의 정이 고루 묻어있기 때문이다. 소녀는 부모가 갈라서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더이상 함께 살 수 없다는 현실에는 수긍한다. 정든 가족, 물건과의 이별을 앞둔 아이의 마음이 슬프지만 담담하게 표현됐다. 초등 저학년이 읽기 좋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책과콩나무)다. 캐나다의 패니 브리트가 글을 쓰고 이자벨 아르노스가 그림을 그렸다. 열한 살 루이는 엄마, 동생 트뤼프와 살면서 아빠와는 떨... -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처럼 느껴질 때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여덟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일본 어린이책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양철북)를 골랐다. 깊고 어두운 구덩이에 빠진 개 로쿠베와 그를 구조하려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다. 어른들이 곤경에 빠진 로쿠베를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가자, 아이들은 직접 나서 로쿠베를 구한다. 약자에 대한 공감, 강인한 의지, 기발한 계획이 어울려 아이들은 로쿠베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선하고 영특한 아이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미취학 아동이 읽기 좋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호주에서 온 <작은 생각>(우리동네책공장)이다. 글이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성적도 떨어진 아이가 자신감을 잃어간다. 아이의 몸은 지우개 가루처럼 조금씩 떨어져나간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쓸모 없다고... -
엄마 사용법을 알려드립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일곱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그 집 이야기>(사계절)를 골랐다. 집의 시점으로 20세기의 100년을 돌아보는 구성이다. 돌과 나무로 지어진 튼튼한 집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살다가 전쟁이라는 시련을 겪는다. 사람들은 결혼하고, 태어나고, 죽고, 떠난다. 양 쪽으로 펼쳐진 세밀화가 인상적이다. 시적인 텍스트와 아름다운 그림이 어울린 수작이다.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엄마 사용 설명서>(산지니)를 소개했다. 어린이의 시점에서 엄마를 바라본다. 마치 전자제품 매뉴얼처럼 구성돼, 엄마를 고장 없이 ‘작동’시키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고 또 아이를 사랑하는지, 역설적인 유머로 그려냈다.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이 읽기 좋다. -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의 기쁨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여섯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미래의 고전이 될지 모르는 어린이책을 찾아보는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아침에 창문을 열면>(시공주니어)을 골랐다. 일본의 아라이 료지가 그림 그리고 글을 썼다. 산촌, 도심, 강변, 바닷가 마을에서 창문을 열고 아침을 맞이하는 풍경이 이 그림책의 전부다. 단순한 구성 속에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 자연의 섭리, 생의 즐거움이 순수하게 묻어난다. 아라이 료지는 2010년 이 책을 그리다가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을 맞아 작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이후 피해 지역의 마을을 돌며 워크숍을 열어 상처입은 이들을 달랬고, 그 과정에서 <아침에 창문을 열면>의 그림을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미취학 아동이 읽기 좋다. ‘이주의 어린이책’으로는 <이상한 집>(이야기꽃)을 골랐다. <수영장>... -
까치에게 빼앗긴 할머니의 기억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다섯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미래의 고전이 될지 모르는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까치가 물고간 할머니의 기억>(한겨레아이들)을 골랐다. 까치가 자동차 열쇠를 물고가는 통에 할머니는 차를 두고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평범하고 한가한 귀갓길은 집 앞에서 할아버지와 경찰이 이야기하는 모습과 함께 다른 분위기로 바뀐다. 할머니는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은 담대하다. 그는 할머니를 더욱 아끼고 사랑할 방법을 찾아낸다. 역경에 부딪친 뒤 더욱 아름다워지는 노부부의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 좋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엄마~~~아!>(책과콩나무)다. <폭풍우 치는 밤에>와 <고 녀석 맛있겠다>로 유명한 기무라 유이치, 미야니시 다쓰야의 작품이다. 족... -
학교 폭력을 물리치는 방법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네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스페인 어린이책 <도둑맞은 이름>(푸른숲주니어)을 골랐다. 사과 모양의 얼굴을 한 주인공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은 이름 대신 ‘공부벌레’ ‘겁쟁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의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점점 자기 안으로 숨어들던 주인공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지만, 마지막 순간에 독자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강렬한 주제와 선굵은 판화가 독자의 시선을 끈다. 작가 인터뷰도 수록돼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원>(재능교육)이다. 아스트리드란 이름의 소녀와 엘리라는 이름의 반려견이 맺은 인연 이야기다. 엘리는 아스트리드가 태어난 순간부터 집을 지켰다. 소녀와 개는 둘도 없는 친구로 자란다. 하지만 인간의 세월과 개의 세월은 다르... -
화장실에 간다는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13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미래의 고전이 될지 모르는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미영이>(문학과지성사)를 골랐다. 엄마는 미영이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한 뒤 돌아오지 않는다. 혼자 남겨진 미영이는 다른 큰 집으로 이사해 살아간다. 미영이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지만 돌봐주는 사람도 없다. 미영이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고 말한다. 수묵의 농담으로 담담하게 표현된 그림이지만, 어린 미영이가 꾹꾹 눌러둔 슬픔이 페이지 바깥으로 배어나온다. 책 앞표지와 뒷표지에 살짝 다르게 그려진 미영이의 얼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주의 어린이책’은 <우리 가족 인권 선언 시리즈>(총 4권·노란돼지)다. 딸, 아들, 엄마, 아빠의 인권 선언이 각각 담겨져있다. ‘인권’이란 단어에 담긴 무게를 덜어내고, 각 가족들이 좀 더 자유롭고... -
어른은 이 어린이책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의미와 재미를 함께 갖춘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두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지 모르는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호주 작가 숀 탠이 쓰고 그린 <여름의 규칙>(풀빛)을 골랐다. 그림 1장을 완성하는데 1년이 걸렸다는 대작이다. 하지만 이해하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키 차이가 조금 나는 두 소년이 있다. 두 소년의 관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큰 소년은 작은 소년에게 지난 여름 배운 ‘규칙’들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절대 빨간 양말 한 짝을 빨랫줄에 남겨두지 말 것, 절대 병을 떨어뜨리지 말 것…. 이상한 규칙과 함께 이를 설명하는 기괴한 그림들이 이어진다. 느슨한 서사에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이어지는 형식이다. 숀 탠은 “작가가 작품 의도를 밝히면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주의 어린이책’으로는 호무라 히로시가 짓고 사카이 고마코가 그린... -
엄마의 황당한 대답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만한 어린이책을 소개하는 ‘찬이 삼촌의 어린이책 맞아요?’ 열한번째 시간이 업데이트됐다. 미래의 고전이 될지 모르는 어린이책을 살피는 ‘요즘 명작 그림책’으로는 안녕달 작가의 <왜냐면...>(책읽는곰)이 선정됐다. 안녕달은 2015년 <수박 수영장>으로 주목받은 젊은 어린이책 작가다. 유치원 하원길의 아이와 엄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는 비가 왜 오는지 묻고, 엄마는 하늘에서 새가 울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아이는 새가 왜 우는지 묻고, 엄마는 물고기가 새보고 더럽다고 놀렸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런 식으로 하원길의 사물, 사건, 사람들이 황당한 질문과 대답으로 엮인다. 엄마의 대답은 ‘넌센스’에 가깝지만, 아이는 엄마의 엉뚱한 반응을 통해 과학과 합리의 영역을 벗어나는 상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따스하고 정감 넘치는 한국의 바닷가 마을 풍경도 보기 좋다. 미취학 아동이 읽기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