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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사회역학자 김승섭과 편집자 조유나
“편집자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오지 못했을 거에요.” 최근 만난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40)가 말했다. 2017년 첫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이어 1년여만인 지난달 펴낸 <우리 몸이 세계라면>으로 각광받는 저자의 반열에 오른 그다. 사회역학의 눈으로 소수자들의 내밀한 상처를 응시한 첫 번째 저서는 그 해 언론들의 ‘올해의 책’과 여러 출판상에 거의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인문사회 출판사 중에서 그에게 원고 청탁이나 기획을 제안하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는 소문도 들린다.불현듯 얻은 명성으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김승섭은 연신 조유나 동아시아 인문사회 팀장(34)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서울 중구 명동의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함께 일하면서 대중서 쓰는 데 있어서는 이 분의 눈이 나보다 훨씬 밝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두 권 모두 ‘더불어 만든 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우리 몸이 세... -
⑤ 정치철학자 김만권과 소은주 여문책 대표
‘빈 손’, ‘빈 주먹’으로 만난 사이라고 했다. 대중 저술과 강연을 통해 정치사상을 알리는 ‘강단 밖’ 학자나, 책을 내는 전 과정을 온전히 혼자서 책임지는 ‘1인 출판사’ 대표나 처지가 비슷하다는 뜻이었을까.이달초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정치철학자 김만권(47)과 소은주 여문책 대표(50) 사이에는 유독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최근 2016년 <호모 저스티스> 이후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한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펴냈다. 다소 도발적이라고 할 제목이 말해주듯이, ‘노동 밖’에서 분배를 고민하는 시도로 기본소득과 기초자본을 검토한다.책은 매년 한 두차례 시민단체 등에서 무료강연을 진행해 온 김만권이 지난 7월말 참여연대에서 했던 강연을 토대로 한다. 김만권은 “산업사회와 달리 지금의 탈산업사회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분배가 가장 절실한 사람들을 정당한 분배 밖... -
④ 철학자 김상봉과 이승우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
철학자 김상봉(58·전남대 교수)이 발표한 저작들의 목록은 한 예외적 지식인의 지적 여정을 고스란히 가리킨다. 시작은 외환위기 무렵 ‘거리의 철학자’로 생활하던 때 전공인 서양철학을 친근하게 풀어쓴 대중서였다. 곧 ‘서로주체성’ 개념으로 대표되는 독자적 철학 이해로 나아간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모순을 성찰하는 드문 작업을 선보였다. 학벌주의, 재벌 개혁, 노동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김상봉의 곁에는 “그 덕에 고집불통의 주체적 학자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출판 ‘동지’가 있었다. 김상봉이 단독으로 쓴 책 십여권 중 거의 대부분은 출판사 두 군데에서 나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길사, 2000년대 중반부터는 도서출판 길이다. 한길사 기획실에서 근무했던 이승우 길 기획실장(50)이 연결고리다.출판사를 가로지르며 근 20년간 ‘저자와 편집자’로 나란히 동행한 비결이 궁금했다. 지난달 중순 전... -
(3) '역사 대중화'의 길 함께 걷는 푸른역사 박혜숙 대표와 고려사 연구자 이승한
17년, 강산이 두 번은 바뀔 세월 동안 모두 8권의 책을 함께 펴냈다. 미처 말하지 못한 우여곡절이 한 움큼 되지는 않을까. 최근 ‘몽골 제국과 고려’의 마지막 권 <몽골 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를 펴낸 저자 이승한 교사(62)는 “과제를 푼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즐겁게 썼다”고 했다. 1996년 역사전문 출판사 푸른역사를 세울 당시부터 기획·편집 실무를 병행해 온 박혜숙 대표(57)도 “가장 편하게 한 작업”이라고 말했다.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촌 인근의 푸른역사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혹시 알아보지 못하면 어쩔까 염려했다”(박혜숙), “그때는 강골처럼 보였는데 조금 야위신 것 같다”(이승한)는 인사말부터 건넸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이번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18년 만에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긴 시간 글을 매개로 소통해 온 인연의 힘일까. 인터뷰는 저녁 자리로 옮겨서까지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각 4권으로 구성된 <고려 ... -
(2)“마르크스 읽게 사다리 놓자 생각” “논리적 설득·조율 재미있었다”
“책을 만들다보면 완전히 갈라서거나 ‘브러더’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임승수 작가(43)가 어깨를 으쓱했다. 옆에 있던 김태현 시대의창 편집팀장(35)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둘은 어느 쪽에 속할까 생각해보는데, 임승수가 덧붙였다. “솔직히 남남이죠. 오늘 세 번째로 만났어요. 친밀감의 90%는 인터뷰에서 형성된 거예요(웃음).”두 사람은 오랜 선후배처럼 허물없어 보였다. 지난 7월 중순 서울 마포구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만난 이들은 최근 출간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작업에 대해 “일단 재미있었다.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선명하게 다 말했고, 논리적으로 납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김태현), “편집자의 어마어마한 노력과 도움이 없었다면 책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임승수)이라고 말했다.이번 책은 임승수가 쓴 2008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2010년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에 이은 ... -
(2) '원숭이 시리즈' 완간한 임승수 작가와 김태현 편집자
“책을 만들다보면 완전히 갈라서거나 ‘브라더’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임승수 작가(43)가 어깨를 으쓱했다. 옆에 있던 김태현 시대의창 편집팀장(35)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둘은 어느 쪽에 속할까 생각해보는데, 임승수가 덧붙였다. “솔직히 남남이죠. 오늘 세번째로 만났어요. 친밀감의 90퍼센트는 인터뷰에서 형성된 거에요(웃음).”연초부터 대부분 이메일로 연락을 해 왔다는 두 사람은 오랜 선후배 지간처럼 허물 없어 보였다. 지난 7월 중순 서울 마포구 시대의창 출판사에서 만난 이들은 최근 출간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작업에 대해 “일단 재미있었다. 서로 할 말이 있으면 선명하게 다 말했고, 논리적으로 납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김태현), “편집자의 어마어마한 노력과 도움이 없었다면 책이 나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임승수)이라고 말했다.이번 책은 임승수가 쓴 2008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2010년 <원숭이... -
(1)“마르크스 ‘자본’은 추리소설”에 충격 “한 권? 12권으로 펼치자”
저자가 책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달리, 편집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하지만 편집자가 없다면 저자의 지적·예술적 세계를 응축한 글을 책이라는 매체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2인3각’ 경기처럼 하나가 되어 달리는 ‘저자와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소개한다.아무리 마음이 잘 맞는 사이여도, 함께 일을 도모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철학자 고병권(47)과 출판사 천년의상상 대표 선완규(52)의 첫 만남은 1998년.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생이던 고병권이 첫 책을 내고 싶다며 선완규 편집자를 찾아왔다. 지난 20일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만난 두 사람은 “원고는 거절당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고맙다. 그 책이 첫 책이었다면 두고두고 창피했을 것이다”(고병권), “사실 20년간 책 작업을 같이 해 왔다고 생각한다”(선완규)고 회고했다.‘북클럽 자본’ 시리즈는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