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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5)‘생활고·여성’ 굴레 짊어진 자신과의 싸움…결과는 사후에 ‘퓰리처상’
    (15)‘생활고·여성’ 굴레 짊어진 자신과의 싸움…결과는 사후에 ‘퓰리처상’

    “내게 가장 무서운 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훌륭한 교육을 받고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중년으로 스러져가고 있다는 느낌.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꿈속에서 얼어붙어버리고, 거절이라는 환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도 안돼.”1940년, 실비아 플라스는 아버지를 잃었다. 열다섯 살에 폴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는 땅벌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보스턴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다. 하지만 당뇨병을 이기지는 못했다. 당시 여덟 살이었던 실비아 플라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자녀들의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어머니는 인색했다. 아끼고 또 아꼈다. 똑같은 낡은 코트만 닳도록 입으셨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맞는 새 교복과 구두를 사주셨다. 피아노 레슨, 비올라 레슨, 프렌치 혼 레슨도 시켰다.” 보람이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공부를 잘했다. 어머니의 마음도 깊이 헤아릴 줄 알았다. “성...

    2019.10.15 21:37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4)‘중국 격변기 아픔’ 품은 수학 천재…거대한 역사 속 ‘작은 그림자’ 천착
    (14)‘중국 격변기 아픔’ 품은 수학 천재…거대한 역사 속 ‘작은 그림자’ 천착

    “문학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프로파간다여서는 안돼요. 제가 오늘날의 웅장한 중국이나 웅장한 올림픽에 대해서 쓰고 싶다 해도 아마 그 웅장한 표면 아래의 정말 어두운 무언가를 볼 겁니다. 저는 그 어떤 표면도 믿지 않고 그 아래로 들어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1996년 이윤 리는 베이징대학교를 졸업하고 면역학 공부를 위해 미국 아이오와대학교로 향한다. 이윤 리의 별명은 “수학 천재”였다. 학부 시절부터 중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크게 주목받았던 그는 2000년에 면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이윤 리는 과학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미국에 온 직후, 이윤 리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글쓰기 강좌에 등록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책을 아주 많이 읽었지만”,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은 없었다. 이윤 리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그는 갈림길에 섰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수학 천재는...

    2019.09.24 21:23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3)고전에서 인간의 심연 읽어낸 작가…정작 읽을 수 없었던 심연 ‘가족’
    (13)고전에서 인간의 심연 읽어낸 작가…정작 읽을 수 없었던 심연 ‘가족’

    “사실, 오빠가 죽기 조금 전, 1978년 이후 처음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거든요. 2000년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이상하고 어색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알고 보니 오빠는 코펜하겐에 살고 있었고, 제가 그곳으로 가서 오빠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 어떤 여자가 전화해서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당신 오빠가 방금 저희 집 화장실에서 죽었어요’라고 말했지요.”운명적 만남이사 잦았던 어린 시절, 독서 즐겨‘사포’ 대역 시집 읽는 순간 전율시집 속 그리스어 배우기로 결심앤 카슨은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녔다. 캐나다 “온타리오 여러 지역에서 은행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이사를 많이 다녀야” 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었다.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졌다. 1965년쯤 서점에서 우연히 “윌리스 반스톤의 <사포> 대역 시집”을 보고 앤 카슨은 전율을 느꼈다. “왼쪽에 그리스어, 오른쪽에 영어가 실려 있었는...

    2019.09.10 21:38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2)어린 시절 불행했던 기억들도 자산으로 만든 ‘전화위복의 작가’
    (12)어린 시절 불행했던 기억들도 자산으로 만든 ‘전화위복의 작가’

    “부모는 그녀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보를 쳐서 책과 옷을 보내 달라고 했다. ‘걱정 마세요, 만사 잘됨.’ 그리하여 하나의 문이 마침내 닫혔다. 닫힌 문 저편에 농장과, 그 농장이 만들어 낸 소녀가 있었다. 그것은 이제 그녀와 관계없었다. 끝난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녀는 새 사람이었다. 그리고 엄청나고 멋지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고 있었다.”도리스 레싱은 열네 살에 학교를 떠났다. 지루하기만 한 학교와 달리, 책은 언제나 경이로웠다. 다행히 “책장에 항상 책이, 고전이 꽂혀” 있었다. 학교를 그만둔 대신 농장 일을 해야 했지만, 시간을 아껴가며 책을 읽었다. “소설에서 어떤 책이 언급되면 그 책을 주문”했다. 그런 식으로 레싱은 “책을 계속 주문”했다.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로 오고 있을 책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친 따라 아프리카서 유년기환멸과 권태 겪으며 성장탈출하려 결혼…잇...

    2019.08.27 21:46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1)흑인을 주인공으로…독자들 저항마저 ‘폭발적 반응’ 여기고 버티다
    (11)흑인을 주인공으로…독자들 저항마저 ‘폭발적 반응’ 여기고 버티다

    “제가 앙드레 지드에게 ‘좋아요. 하지만 언제쯤 진지해져서 흑인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할 건가요?’라고 묻는 것이 가능할까요? 지드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겁니다. 제가 모르는 것처럼요. 그는 아마도 ‘뭐라고요? 내가 혹시 원한다면 쓰겠지요’라거나 ‘도대체 당신이 누군데 그런 요구를 하는 거요?’라고 답하겠지요.”마흔 앞두고 등단…찬사와 혹평 동시에 쏟아지자 두려움 가져매일 글 쓴 덕분에 세 번째 책 낸 후 “나는 작가” 당당하게 극복랜덤하우스 편집자 토니 모리슨은 마흔을 앞두고 문학에 도전했다. 1970년 <가장 푸른 눈>을 발표하자, 그에게 찬사와 혹평이 동시에 쏟아졌다. 그래도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할 수” 없었다. 비교적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혼자서 아들 둘을 키워야 하는 처지였기에 글만 쓸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한두 편의 소설만으로 “아, 저는 작가랍니다” 그렇게 소개하기에는 불안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흑인 ...

    2019.08.13 21:08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0)종교도 결혼도 거부하고, 새 세상을 향해 글을 쓴 ‘새벽의 시인’
    (10)종교도 결혼도 거부하고, 새 세상을 향해 글을 쓴 ‘새벽의 시인’

    “제게는 오빠와 여동생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아버지는 보고서 때문에 너무 바빠 우리가 뭘 하는지 모르시지요. 아버지는 책을 많이 사주시지만, 저에게 읽지 말라고 간청하십니다. 그게 마음을 흔들어놓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지요.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독실해서 매일 아침 그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분에게 그늘을 드리운답니다.”1830년 명망가에서 태어났다신학교에서 신앙고백을 거부,집으로 돌아와 40년 ‘칩거’ 했다아버지를 비롯해 집안의 남자들은 변호사 혹은 정치인이었다. 지역에서 영향력이 컸다. 할아버지는 1814년에 “유능하고 독실한 남학생들을 위해” 애머스트 아카데미를 세웠다.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서 태어난 에밀리 디킨슨은 다른 학교를 다녀야 했다. 선교사와 목사의 아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강조했던 마운트 홀리오크 여성 신학교는 에밀리 디킨슨과 맞지 않았다.신앙고백을 거부한 에밀리 디킨슨은 1...

    2019.07.30 21:09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9)박열 의사의 동지…‘고심참담’ 세월 끝 문학·사상가로 자신의 삶 개척
    (9)박열 의사의 동지…‘고심참담’ 세월 끝 문학·사상가로 자신의 삶 개척

    “뜻을 세우고 자신의 생활을 개척하려는 자에게는, 특히 공부로 뜻을 세우려는 자에게는 도쿄만큼 매력적인 유혹은 없다. (…) 아, 동경했던 도쿄여, 너는 나에게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의 진정한 생활을 줄 것인가. 나는 믿는다.”17살 때 집에서 쫓겨나 무적자로조선 도착 후 ‘3·1운동’ 보고 감동귀향 후엔 부친과 갈등으로 가출1920년 봄, 열일곱 살의 가네코 후미코는 “차비 10엔이 전부”였지만 아버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내일 도쿄로 갑니다.” 사실 아버지가 딸을 쫓아냈다. “너 같은 불효녀랑은 못 산다.” 아버지는 가네코 후미코의 “머리채를 잡고 방 안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아버지는 호적에 딸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루 종일 술 마시고 노름하는 게 전부였다.”1903년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난 가네코 후미코는 무적자로 자랐다. “학교 갈 나이에도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일본이 근대국가의 체제를 완비하고 문명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9.07.16 21:30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8)통독 이후 ‘악녀’로 매도…신화 속 여성 ‘메데이아’ 불러내 작가로 복귀
    (8)통독 이후 ‘악녀’로 매도…신화 속 여성 ‘메데이아’ 불러내 작가로 복귀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메데이아는 최근 몇 주 동안 그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으면, 그녀는 곧바로 달려간다. 그러나 대다수의 코린토스인들은 그녀가 질병을 몰고 다닌다고 주장한다. 이 도시에 페스트를 불러온 사람이 바로 메데이아라는 것이다.”메데이아는 부모를 저버렸다. 아버지는 콜키스의 왕이었다. 메데이아는 아버지의 황금양피를 빼앗으러 온 아르고호의 선장 이아손과 도망을 쳤다.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도피해 가정을 꾸렸지만, 이아손은 정치적 야망을 위해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한다. 메데이아는 응징에 나선다. 글라우케와 그녀의 아버지 크레온왕을 죽이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 또한 마법의 제단에 바친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사랑을 잃고 복수를 감행하는 여자가 파멸로 치닫게 되는 비극이다. 메데이아는 연극, 영화, 오페라에도 자주 등장했다. 1969년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은 <메데...

    2019.07.02 21:11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7)여성이 핍박받는 여성을 지키는 데, 어설픈 중립 따위는 필요없다
    (7)여성이 핍박받는 여성을 지키는 데, 어설픈 중립 따위는 필요없다

    “저는 우리가 여성 또는 유색인으로서 지닌 차별성을 스스로 도외시한다면 도리어 법과 사회 양쪽에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코너 대법관은 현명하게 나이든 사람이라면 성별과 상관없이 같은 판결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풍부한 경험을 지닌 현명한 라틴계 여성이라면,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내놓지 않을까 합니다.”“풍부한 경험 가진 라틴계 여성이백인 남성보다 나은 판결 내릴 것”대법관 지명된 소토마요르의 말에미국 주류 사회, 비난 쏟아냈지만긴즈버그 “확대 해석하지 말라”며적극적 옹호로 대법관 취임 도와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지명했다.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였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민자 가정, 뉴욕시의 저소득층을 위한 공동주택단지, 일곱 살 때 찾아온 소아 당뇨, 아홉 살 때 세상을 떠난 알코올중독 아버지 등 자신에게 닥친 모든 ...

    2019.06.18 21:09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6)슬픈 가족사 털어 놓듯…‘세상 변화 이끈 여성들’ 작품으로 쏟아내다
    (6)슬픈 가족사 털어 놓듯…‘세상 변화 이끈 여성들’ 작품으로 쏟아내다

    “당신은 이 나라 최악의 기자임에 틀림이 없소. 객관적이지도 못하고 사사건건 끼어들려고만 하지. 내가 보기에는 당신이 거짓말도 꽤 하는 것 같던데. 아마 기삿거리가 없으면 꾸며서라도 낼 걸. 차라리 소설이나 쓰는 게 더 낫지 않겠소? 문학에서는 그런 결점들이 장점이 되니까.”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열일곱 살에 언론계에 뛰어들어 잡지의 기사와 텔레비전 방송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삼십대 초반의 기자 이사벨 아옌데는 1973년 파블로 네루다의 칠레 해안가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건강 악화로 파리 대사 직책도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시를 쓰고 있었던 파블로 네루다는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면박을 줬다.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나는 절대로 그런 거는 안 하오.” 파블로 네루다는 이사벨 아옌데에게 차가운 일갈을 던지며 “차라리 소설”을 쓰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고언이 훗날 세계 문학사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지 파블로 네루다는 알고 있었을까? 이사벨 아옌데는 파블로 네루...

    2019.06.04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