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무서운 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다. 훌륭한 교육을 받고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중년으로 스러져가고 있다는 느낌.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꿈속에서 얼어붙어버리고, 거절이라는 환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말도 안돼.”1940년, 실비아 플라스는 아버지를 잃었다. 열다섯 살에 폴란드를 떠나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는 땅벌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보스턴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다. 하지만 당뇨병을 이기지는 못했다. 당시 여덟 살이었던 실비아 플라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자녀들의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어머니는 인색했다. 아끼고 또 아꼈다. 똑같은 낡은 코트만 닳도록 입으셨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맞는 새 교복과 구두를 사주셨다. 피아노 레슨, 비올라 레슨, 프렌치 혼 레슨도 시켰다.” 보람이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는 공부를 잘했다. 어머니의 마음도 깊이 헤아릴 줄 알았다. “성...
2019.10.1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