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제1부를 ‘현대문학’에 연재 중이던 1971년 8월, 암이라는 진단에 의해 수술을 받은 일이 있다. 수술 첫날 병실 창가에서 동대문 쪽으로부터 남산까지 길게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참 긴 무지개였었다. 아마 나를 데려가려나 보다, 하고 나는 무심히 중얼거렸다. (…) 삶에 보복을 끝낸 것처럼 평온한 마음이었다.”사는 게 많이도 힘드셨나 보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다 암 선고를 받은 시점이 “<토지> 제1부를” 연재 중이었다는 사실에 시선이 머물렀다. 만약 박경리라는 위대한 작가를 일찍 잃어 버렸다면 <토지>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고, 나를 비롯한 <토지>의 독자들은 크게 슬펐을 것이다. 그러자 <토지> 서문이 다르게 읽혔다. 대하소설 <토지>로 출사표를 던진 박경리의 중압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박경리는 자신에게 솔직했다. “나는 현재 지쳐 있습니다.” 다행히 박경리는 ...
2019.05.21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