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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5)모진 고통 꾹꾹 눌러 울음 토하듯…운명처럼 찾아와 분신이 된 ‘토지’
    (5)모진 고통 꾹꾹 눌러 울음 토하듯…운명처럼 찾아와 분신이 된 ‘토지’

    “<토지> 제1부를 ‘현대문학’에 연재 중이던 1971년 8월, 암이라는 진단에 의해 수술을 받은 일이 있다. 수술 첫날 병실 창가에서 동대문 쪽으로부터 남산까지 길게 걸린 무지개를 보았다. 참 긴 무지개였었다. 아마 나를 데려가려나 보다, 하고 나는 무심히 중얼거렸다. (…) 삶에 보복을 끝낸 것처럼 평온한 마음이었다.”사는 게 많이도 힘드셨나 보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다 암 선고를 받은 시점이 “<토지> 제1부를” 연재 중이었다는 사실에 시선이 머물렀다. 만약 박경리라는 위대한 작가를 일찍 잃어 버렸다면 <토지>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고, 나를 비롯한 <토지>의 독자들은 크게 슬펐을 것이다. 그러자 <토지> 서문이 다르게 읽혔다. 대하소설 <토지>로 출사표를 던진 박경리의 중압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박경리는 자신에게 솔직했다. “나는 현재 지쳐 있습니다.” 다행히 박경리는 ...

    2019.05.21 21:11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4)디스토피아서 ‘희망’ 외치며 최악 상황에서 살길 찾는 여성들 응원
    (4)디스토피아서 ‘희망’ 외치며 최악 상황에서 살길 찾는 여성들 응원

    “간단히 내 소개부터 하자면, 나는 소설가다. 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내로라하는 두뇌 전문가들이 플라이스토세에 발생한 인간의 서사 능력이 진화의 주요 동인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야기 재주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우리의 언어는 <워킹데드>(미국의 좀비 드라마) 수준일 것이고, 오늘 우리가 하는 인간 가치관 논의 따위는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여, 이야기꾼을 비웃지 말지어다. 내 분야는 그대들의 분야보다 뿌리 깊다.”■ 숲속에서 책읽기에 빠진 소녀문학이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마거릿 애트우드(80)에게 박수를 보낸다. 스탠퍼드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언 모리스는 2012년 11월 프린스턴대학교의 ‘인간 가치관’ 특강에서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농경에서 화석연료”로 “에너지 획득 방식이” 바뀔 때마다 인간의 가치관은 변화를 거듭했다고 주장한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석한 마거릿 애트우드는 ‘인간의 서...

    2019.05.07 21:17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3)차별·편견 거부한 여학생…글쓰기가 전부인 ‘위대한 작가’로 거듭나다
    (3)차별·편견 거부한 여학생…글쓰기가 전부인 ‘위대한 작가’로 거듭나다

    “1928년 11월28일 수요일. 아버지 생신. 살아 계셨으면 96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오늘로 아버지는 96세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96세가 될 수 있었지만, 고맙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랬더라면 그의 인생이 내 인생을 완전히 끝장내 버렸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고, 책도 없었을 터,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여자라서 금지된 것들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였고 영국인명사전의 초대 편집장을 역임한 레슬리 스티븐. 1882년 영국 런던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건으로 아버지에게 억하심정을 품게 되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녀의 일기 속에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가 있다.어린 시절부터 버지니아 울프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읽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닮은 둘째 딸을 자랑스러워했다.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읽고 싶은 만큼 다 읽되, 마음에 드는 책은 반...

    2019.04.16 21:17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2)‘이름 빼앗긴 작가’였던 시골 소녀의 각성 “펜 든 사람이 세상 바꾼다”
    (2)‘이름 빼앗긴 작가’였던 시골 소녀의 각성 “펜 든 사람이 세상 바꾼다”

    “내게는 문학적 재능이 없었고 십중팔구 글이란 걸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학교의 클로딘>의 성공으로 조금씩 글 쓰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1936년 벨기에 왕립아카데미에서 콜레트는 더욱 심각한 이야기도 털어 놓았다. “매일 글 쓰는 일이 더욱 조심스러워지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점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저는 두려움을 느껴야만 마음이 놓입니다.”■ 남편을 대신한 유령 작가프랑스 여성문학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콜레트가 정작 자신은 문학적 재능도 없고 매일 두려움에 떨어가며 겨우 쓰고 있다고 고백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파리의 문화계를 완전히 장악했던 코코 샤넬도 콜레트의 소설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다고 실토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사실이었다. 콜레트는 단 한순간도 쉽게 글을 쓰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2년 동안 배우로 살면서 작가의 삶을 되찾으려고 어두운 터널 같은 시간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 후로도, 새로운 글을 내놓지 못...

    2019.04.02 21:10

  • [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1)가난·모친의 멸시 극복한 작가…“문학은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1)가난·모친의 멸시 극복한 작가…“문학은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글 쓰는 여성은 강하다. 오랜 성차별과 억압, 가난 등을 딛고자신의 인생을 용기있게 열어간 많은 여성들은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기 삶을 꺼내어 예술로 승화하고시대의 온갖 부당함을 끊임없이 고발하며사회변혁을 이끌기도 했다. 이들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어현재의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삶과 글을‘여성,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에 담아격주로 연재한다.“나는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의 영화 판권으로 이 집을 샀다. 내 소유, 내 이름으로 된 집이다. 이 집을 사고 나서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 같았다. 집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 집은 나를 유년기의 아픔들로부터 달래 주었다.”글을 써서 집을 사고, 그 집에서 다시 ‘미친 듯이’ 글을 쓴 이 여자,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부럽다. 게다가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는 뒤라스의 자...

    2019.03.19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