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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 근데]그의 개성을 ‘이모’에 빗대지 말라…정형화된 이모는 없다
    그의 개성을 ‘이모’에 빗대지 말라…정형화된 이모는 없다

    최근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이모’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깔끔하게 일상을 관리하고, 활발한 리액션을 할 때마다 ‘키 이모’라는 자막이 붙는다. 그런 이모를 실제로 본 적 없더라도 호칭에 딸려오는 느낌만은 어쩐지 익숙하다. 우리에게는 오랜 시간 사회가 공들여 주입한 가족 이미지와 성역할 고정관념이라는, 질기고도 위대한 유산이 있으니까. 무엇이 엄마 같은지, 할머니다운지, 어떻게 해야 딸 같은지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나 혼자 산다>의 유사 가족 프레임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 이미 한 번 기고한 적 있는데, 박나래와 헨리의 엄마-아들 관계를 예로 들며 비판한 글에는 별게 다 불편하냐는 악플이 한여름 청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렸다. 그리고 글쓰기 강의에 가면 나는 꼭 이런 말을 한다. “글쓰기는 1절만 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 이것은 내가 경향신문에 바치는 2절, 들어줘 리슨. 오늘은 <나 ...

    2021.06.11 16:38

  • [이진송의 아니 근데]법제화에 미적대는 정치권…과연 ‘차별 예방’할 의지는 있을까
    법제화에 미적대는 정치권…과연 ‘차별 예방’할 의지는 있을까

    tvN 드라마 <마인>에서 한지용(이현욱)은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정서현(김서형)에게, ‘사실은 형수가 성소수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협박한다. “우리, 비슷한 중량의 비밀을 공유했잖아요.” 한지용은 자신의 아이를 낳아준 친모가 죽었다고 속인 후 아내인 서희수(이보영) 몰래 가정교사로 위장해서 집에 들인 파렴치한이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과 정서현의 성적 지향을 ‘비슷한 중량’의 비밀이라고 저울에 올려 버린 셈이다. 한지용은 아버지가 첫째 며느리인 정서현도 후계자 후보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약점을 이용하려 한다.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한지용 네 이놈!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그딴 협박은 못했을 텐데…! 5월2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이 시작되었다. 국민동의 청원 발의자는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 질문으로 피해를 당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여 사과를 받아낸 당사자이다....

    2021.05.28 16:20

  • [이진송의 아니 근데]전문직 또는 ‘화이트칼라’ 주인공들…그들 말고도 사람이 있다
    전문직 또는 ‘화이트칼라’ 주인공들…그들 말고도 사람이 있다

    최근 온라인에서 대학생들이 교내 노동자들의 시위가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항의하거나, 대자보를 찢는다는 내용 등이 화제였다. 그 멸시와 적의는 어디서 오는 걸까? 노동에 급을 매기고, 자신이 그런 ‘노가다’를 할 리 없다는 굳건한 믿음은 손쉽게 구분 짓기와 타자화로 이어진다. 드라마 속 20대의 연애는 모두 대학생의 캠퍼스 러브스토리고, 전문직이나 ‘화이트칼라’만이 주인공이듯. 권리 투쟁 역시 ‘나’의 편리를 침해하는 ‘유난’ 정도로 축소하며 파업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5월의 첫날인 노동절은 지나갔지만, 우리의 노동은 계속된다. 오늘은 ‘주변화’되는 노동과 미디어의 재현 양상을 살펴본다. 정세랑 소설 원작의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넷플릭스, 2020)에서 은영의 유일한 친구였던 강선이 불쑥, 죽은 채 나타난다. 강선은 일터에서 추락한 낡은 크레인에 깔려 목숨을 잃은 산재 사망자이다. 강선은 쓸쓸하게 중얼거린다. “비쌌던 거지, 사람보다 크레인이. ...

    2021.05.14 16:48

  • [이진송의 아니 근데]어른들이여, ‘어린이’는 건들지 말자
    어른들이여, ‘어린이’는 건들지 말자

    “어서 일어나~ 나 학교 가야지!” 서울우유의 광고 한 장면. 팔짱을 낀 어린이가 양친을 깨운다. 아직 침대에서 눈도 못 뜨고 비비적거리는 어른과 달리 머리도 말끔하게 묶었고 옷도 다 입은 어린이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건넨다. 회사 갈 준비를 마친 부부가 우유를 받아 마시며 말한다. “딸~ 챙겨줘서 고마워.” 가족끼리 맞춘 디자인의 잠옷을 입고 피로를 호소하는 어른은 ‘귀엽게’ 연출되고, 초등학교 저학년인 어린이는 혼자서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후 ‘어른스럽게’ 보호자를 챙긴다. AP 광고 평론은 이 장면을 ‘아이가 부모를 챙겨준다’는 내용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의 ‘○린이’ 신조어 남용 현상과 연결하여 본다면 이러한 역전 구도는 단단히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은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넘쳐나는 ‘○린이’ 표현의 문제점을 짚어보려 한다. 미디어 속에서 아동이 그려지는 양상과 관련하여 살펴보고, 어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본다....

    2021.04.30 16:27

  • [이진송의 아니 근데]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소비되는 ‘극복 서사’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소비되는 ‘극복 서사’

    4월8일 방영된 <킹덤: 레전더리 워>(Mnet)에서 ‘더보이즈’는 수중 촬영을 진행했다. 일부 멤버는 물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만, 일부 멤버는 입수와 동시에 두려워하다 눈물을 보인다. 다른 멤버들의 격려나 조언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본인도 그만두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경연 프로그램의 특성상 시간이 촉박하고, 연차가 낮고 나이가 어린 아이돌이 현장 세팅의 변경을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하는 그림을 얻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한몫했으리라. 결국 한 멤버가 자원해 물속에 함께 들어가고, 촬영을 힘겹게 이어간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막상 무대 활용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진보다, 고난을 견디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서사였을 테니까. 배우 염혜란은 상반기에 종영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2021, OCN)에서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수중 촬영한 일화를 들려준다. 제작진이 정 안 되면 대본을 바꾸겠다고 하자 염혜란의 ...

    2021.04.16 16:23

  • [이진송의 아니 근데]KBS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가족 이데올로기
    KBS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가족 이데올로기

    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가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슈돌>은 유명인 아빠가 48시간 동안 육아를 맡으며 일어나는 일을 방영하는 육아·관찰 예능이다. 작년 11월, 결혼 없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한 사유리는 <슈돌> 역사상 첫 ‘엄마’ 출연자다. <슈돌> 측은 “우리 프로그램 제목의 ‘슈퍼맨’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히어로, 영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유리 역시 한 아이를 키우는 슈퍼맨의 길로 들어섰다”며 섭외 의도를 밝혔다. 일부 차별주의자들은 사유리의 육아 예능 출연이 비혼을 부추긴다며 청와대 국민청원과 KBS 시청자 권익센터에 출연 반대 글을 올렸으나,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차별을 정당화하고 현존하는 가족 형태를 부정하는 목소리를 굳이 증폭시켜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보다는, 육아 예능과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결탁을 살펴보고자...

    2021.04.02 16:35

  • [이진송의 아니 근데]마른 몸 이상화하는 ‘프로아나’가 생기는 까닭
    마른 몸 이상화하는 ‘프로아나’가 생기는 까닭

    태어났을 때부터 체격이 크고 먹성이 좋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밥 안 먹어!”라고 성질부려놓고 마지못해 끌려온 척 밥상에 앉았다. 최후의 자존심으로 맨밥만 퍽퍽 퍼먹는 퍼포먼스는 빼놓지 않았지만…. 내가 관우였다면, 술이 아니라 국이 식을까봐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헐레벌떡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만만하게 “살기 위해 먹죠!”라고 외쳤다. 중학생 때였다. 그래 놓고 살기 위해서라면 안 먹어도 되는 붕어빵을 굳이 입천장 데어가며 깨물었다. 아 뜨뜨! 인정해야 했다. 나는 먹기 위해 사는 게 맞았다. 덜컥, 본능적인 수치심이 들었다. 먹기 위해 사는 삶은 열등하고, 살기 위해 먹는 삶 즉 음식 앞에서 무심하거나 초연한 태도는 고상하게 느껴졌다.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내서 평가하고 외모를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 평가 기준으로 두는 사회는 매일매일 공중에서 씨앗을 살포한다. 자신의 식욕을 수치스러워하고, 마...

    2021.03.19 16:24

  • [이진송의 아니 근데]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애 키스신 삭제와 한국 드라마가 성소수자를 그리는 방법
    SBS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애 키스신 삭제와 한국 드라마가 성소수자를 그리는 방법

    8년 전, 나는 독립잡지 ‘계간홀로 :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창간했다. 당시 잡지는 무가지였는데, 농담으로 “솔로는 무료, 커플은 1000원 내세요”라고 말하면서 나눠줬다. 얼마 후 잡지를 공짜로 받은 친구가 커밍아웃했다. 연애 중이었다. 나는 최저가로 찍어 만지는 족족 손에 검댕이 묻어나는 내 잡지로 팍팍 치고 싶었다. 무엇을? 내 이마를. 우리 사회의 편협한 연애 담론을 비판하겠다고 잡지를 낸 주제에 나는 아주 전형적인 실수를 했다. 친구를 이성애자로 전제하고, 주변에서 남자친구 있냐고 물을 때 없다고 대답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애의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친구를 ‘솔로’로 판단한 것이다. 연애 권하는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연애는 쉽게 비가시화된다. 잘 보이지 않으니 곧잘 없는 것 취급당한다. 성소수자나 그들의 연애는 가시화만으로도 논란과 징계 대상이 되기 일쑤다. 몇 가지 이슈를 보자. ‘15세 시청가’ 이유로 삭제 당한‘보헤미안 랩소디’의...

    2021.03.05 16:31

  • [이진송의 아니 근데]‘아동 성추행’ 동화작가 한예찬의 책으로 본 그루밍 성폭력
    ‘아동 성추행’ 동화작가 한예찬의 책으로 본 그루밍 성폭력

    최근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동화작가 한예찬이 2년6개월간의 재판 끝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한씨가 “교사와 아동 사이의 심리적, 정서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추행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한씨의 책이 여전히 유통되는 것에 항의가 이어졌고 출판사는 책을 회수하기로 했다. 단순히 범죄자의 창작물이라서가 아니다. 용인시 수지구의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씨의 책을 직접 읽어보니 그루밍(길들이기 수법을 통한 성범죄) 위험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성범죄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대상의 호감(취미나 관심사 등 파악)을 얻고 신뢰를 쌓는 등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자행하는 성범죄”이다. 앞선 판결에서 “교사와 아동 사이의 심리적, 정서적 신뢰 관계를 이용”했다는 대목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

    2021.02.20 0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 우는 아이 보며 웃는 어른들…‘덕질’의 자유보다, 상처받을 그들을 생각하라
    우는 아이 보며 웃는 어른들…‘덕질’의 자유보다, 상처받을 그들을 생각하라

    ‘열풍’이라고 할 만했다. 1월 초, 일본 동요대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동의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영상의 주인공은 무라카타 노노카. 2020년 11월 열린 동요대회 참가 당시 2세였던 노노카는 은상을 수상했다. 다른 참가자의 허리 높이밖에 오지 않는 키나, 그 키에 맞춘 낮은 마이크, 깜찍한 외모와 정확한 음정까지 뭐 하나 귀엽지 않은 게 없었다. 그야말로 “귀여워서 지구 부숴! 아파트 뽑아!” 일본 현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폭발했다. 노노카의 영상 인터뷰며 기사가 쏟아지고 팬아트나 패러디가 등장했다. 노노카의 어머니가 개설한 유튜브는 순식간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 1월27일 기준 27만4000명의 구독자를 기록 중이다. 노노카의 어머니는 한국어 자막을 단 영상을 올리고, 노노카에게 한국어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영상 밑에는 노노카에게 열광하는 한국인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관심은 양날의 검과 같아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2021.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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