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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 근데]칭찬할 수 없는데 끊을 수도 없는 드라마…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칭찬할 수 없는데 끊을 수도 없는 드라마…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어떤 작품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작품성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다양성은 심지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항목마저 포함한다. 황당함도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면 보는 사람이 그만 속수무책으로 매혹되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는 특유의 ‘오그라드는’ 연출로 지금까지 쇼트폼에서 죽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중이고, 임성한 드라마의 문어체적 대사는 ‘아씨 두리안 말투로 말하기’처럼 밈이나 놀이로 재생산된다. 사실 콘텐츠 시장에서는 아무도 안 보는 것보다, 조롱일지라도 관심을 받는 게 훨씬 낫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망신살의 왕좌는 아무나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마냥 특이하거나 기묘해서만도 안 되고, 대중이 허락하는 범위에 있으면서도 웃음 코드를 자극해야 한다. 황당한 대사나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력이나 그걸 밀어붙이는 뚝심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이런 드라마가 등장했다. 돌아온 <개그 콘서트>보다 웃기고, <나는 솔로>만큼 복장 ...

    2024.02.01 0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대중이 ‘아나운서계의 신인류’ 김대호에 열광하는 이유
    대중이 ‘아나운서계의 신인류’ 김대호에 열광하는 이유

    MBC 아나운서 김대호는 가장 뜨거운 예능계 유망주이다. 2023년 초 MBC 유튜브 채널인 ‘뉴스안하니’에서 공개한 일상이 화제가 되면서 <나 혼자 산다>(MBC, 이하 나혼산)에 진출한 김대호는 자유분방한 생활양식과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아나운서계 신인류’라는 평을 받았다. 김대호는 과도한 PPL, 대중이 위화감을 느끼는 연예인의 화려한 삶, ‘짜고 치는’ 방송용 연출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진 <나혼산>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구원투수이다. 번거로움을 무릅쓰는 취미생활이나 날것의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김대호의 인기를 견인하는 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일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K직장인의 애환’이다. 김대호는 TV에 나오지만 연예인은 아닌, 방송국이 회사인 직장인이다. 그래서 <나혼산>에서 일상을 공개해도, 추가업무로 분류되어 4만원만 받는다는 사실이 언급된 바 있다. 2023 MBC <방송연예대상>...

    2024.01.19 0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내가 누구인지 중요한가? 나는 그저 모든 과정에서 나일뿐

    연말에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으로 북적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상식의 의미 또한 달라졌지만, 여전히 어떤 작품과 누가 호명되는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효과가 있다. 2023년 연말 시상식은 ‘나답게’라는 말이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연말 시상식의 조각조각을 모아, 2024년으로 뻗은 길을 비추는 작은 반사경 하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2023년 11월, Mnet의 시상식 ‘MAMA 어워즈 2023’의 오프닝은 2002년생의 걸출한 래퍼 이영지의 스피치로 시작되었다. <고등래퍼 3>(Mnet)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이영지는 예능에서 활약하다 2022년 <쇼미더머니 11>(Mnet)에서 또 한 번 우승하며 실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인기만큼이나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히트곡이 없다거나, 지나치게 목소리가 크고 우악스럽다거나, 본업이 뭔지 모르겠다거나…. 이영지는 MAMA의 무대에 오롯이 서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

    2024.01.04 0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자신의 역사를 써나가는 그녀들…새해 새 역사를 쓸 우리에게 용기가 된다”
    “자신의 역사를 써나가는 그녀들…새해 새 역사를 쓸 우리에게 용기가 된다”

    ▲김혜수30년 청룡영화상의 ‘진행자’ 작별매년 연말 관심사가 되어온 드레스대중을 의식하지 않는 과감한 노출 결국 항상 따라붙은 ‘파격’ 이미지여성 육체에 퍼붓는 시선 견뎌낸그녀는 관음증 세상의 ‘생존자’다때는 2023년 12월. 해마다 이 시기면 이룬 것도 없이 또 한 살을 먹는다는 두려움과, 내가 가진 패가 점점 줄어든다는 생각에 초조한 사람이 많지. 나이 든다는 건 특히 여성에게 두려운 일이야.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트리 혹은 케이크라는 말을 아직도 많이 하거든. 24~25세가 지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야.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 청춘도, 여성으로서의 매력도 끝난다는 풍문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끈질긴 악취를 풍긴다더라. 남자는 나이가 들면 와인처럼 숙성한다는 표현과 대조적이지. 그래서 오늘은, 30이라는 숫자와 관련 있는 3명의 여성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김혜수는 이번 청룡영화상을 마지막으로 30...

    2023.12.22 15:36

  • [이진송의 아니 근데]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시즌3’ - 이름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시즌3’ - 이름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JTBC) 시즌3이 시작했다. “나는 응원을 부르는 가수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74호 가수는 15년 만에 무대에 선 참이다. 전주가 흐르자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잔뜩 긴장한 듯하던 74호 가수가 시원하게 내지른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이럴 수가, ‘질풍가도’잖아! 질풍가도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2004)의 OST로, 각종 스포츠와 축제의 응원가, 선거송으로 쓰이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야구장의 8회말, 위기가 닥친 순간,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날 등등, 인생에서 용기의 ‘리필’이 필요할 때마다 질풍가도는 울려 퍼졌다. <싱어게인3>의 심사위원 선미와 코드 쿤스트는 질풍가도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로, 아직도 이 노래에서 용기와 힘을 얻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74호가 바로 그 노래의 원곡자 ‘유...

    2023.11.24 16:56

  • [이진송의 아니 근데]‘비보’ 김숙의 ‘노담’ 캐릭터와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 속 수지의 흡연 연기
    ‘비보’ 김숙의 ‘노담’ 캐릭터와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 속 수지의 흡연 연기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하 ‘비보’)은 2015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인기리에 방송 중인 팟캐스트이다. 청취자들로부터 다양한 고민 사연을 받아서 송은이나 김숙이 해결해주거나, 인맥을 활용해 전문가와 연결해주는 콘셉트는 ‘사고무고’(사소한 고민부터 무거운 고민까지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는 비밀보장 상담소)라는 홍보 문구에서부터 드러난다. 비보에는 몇가지 웃음 포인트와 확고한 캐릭터의 매력이 있다. 그중 하나가 김숙의 ‘노담’ 캐릭터다. 금연 혹은 아예 담배를 시작하지 않는 ‘No 담배’라는 의미를 담은 ‘노담’은 금연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퍼뜨린 조어이다. 김숙이 과거에 담배를 피웠으며 지금은 끊었다는 사실은 우연히 누설(?)되었는데, 김숙과 지인들이 이것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김숙은 “내가 담배로 제일 잘나갔다,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담배 연기로 못 만드는 모양이 없었다”며 희극적으로 무용담을 늘어놓고, 김숙과 동료 연예인의 친분은 “김숙이...

    2023.11.10 16:04

  • [이진송의 아니 근데]시대가 원하는 남성성의 변화…‘대세’ 방송인 덱스에 열광하는 이유
    시대가 원하는 남성성의 변화…‘대세’ 방송인 덱스에 열광하는 이유

    몇년 사이 가장 용례가 달라진 표현 중 하나가 ‘상남자’다. ‘남자다운 남자’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남자’를 뜻하던 이 말은, 거친 언행을 과시하며 상남자라고 주장하는 밈이 비판받으면서 오히려 조롱의 의미를 띠게 되었다. 남성성을 과시하려다 되레 멋을 잃는 남자를 ‘상(上)’과 반대되는 의미에서 ‘하(下)남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성성은 남성이 사회 문화적으로 습득하는 젠더 정체성이다. ‘남성성’, 즉 ‘남자다움’에 대한 사회적 이상은 생물학적인 남성다움을 둘러싼 사회적 구성물, 복잡한 권력관계의 망에 의해 지탱되고 지배적인 문화의 틀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구체화되는 패러다임(박노자, <씩씩한 남자 만들기>, 푸른역사, 2009, 33쪽)이다. 남성성은 대개 다음과 같은 가치를 상징한다. 강하고, 담대하고, 박력 있고, 활발하고, 주체적이고…. 이것은 곧잘 이렇게 변용된다.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강압적이고…. 그래서 미디어 속 ‘상남자’들은 벽에 여자...

    2023.10.27 16:03

  • [이진송의 아니 근데] 무지개 표방한 ‘나 혼자 산다’···그 화면 속에선 ‘男들만 산다’
    무지개 표방한 ‘나 혼자 산다’···그 화면 속에선 ‘男들만 산다’

    지난 9월1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MBC, 이하 <나혼산>) 510회에서, 샤이니의 키가 뮤직 비디오 촬영 후 집에 와서 메이크업을 지우고 머리를 감는다. 장면마다, 패널들(무지개 회원) 사이에서 “저렇게까지 하냐”라며 탄식이 터진다. 씻지 않고 그대로 잠드는 것의 장점을 설파하거나,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로 씻는다고 박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자막은 현장의 분위기를 “흡사 내무반”이라고 표현한다. 이날은 박나래가 건강상의 문제로 촬영에 불참해서 패널 전원이 남성이다. 키는 이후 복귀한 박나래에게 “너무 외로웠다. 다시는 아프지 말라”라고 호소한다. 패널들은 박나래의 빈자리를 “없으니까 칙칙했다”라고 표현한다. 아니 근데, 이런 장면…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러고 보니 2023년 5월 <나혼산>이 떠난 ‘무지개 10주년 패키지 여행’에서도 여성 회원은 박나래 한 명이었다. 원년 멤버인 김광규부터 합류 1년 차의 코쿤까지 역사와 ...

    2023.09.22 16:20

  • [이진송의 아니 근데] 욕하면서 자꾸 보게 되는 ‘나는 솔로’…예능 넘어 ‘문화인류학 도감’
    욕하면서 자꾸 보게 되는 ‘나는 솔로’…예능 넘어 ‘문화인류학 도감’

    한 북토크 자리에서 어떤 참가자가 ‘수줍게’ 물었다. “혹시… <나는 솔로> 보시나요?” 나도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저 사실… 매 기수 챙겨 봅니다.” 질문을 한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어쩔 줄 몰라 했다. 취향이 곧 ‘나’를 의미하는 시대. 출연자에게 ‘영숙’이니 ‘영철’이니 하는 이름을 주고, 출연자가 방귀 뀌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주제에 결혼을 권장한다고 주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어쩐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내 취향. 그러나 지금, <나는 솔로>는 가장 뜨거운 전 국민 뽀로로이다. 2021년 7월 첫 방송을 한 이후 내외부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그만큼 화제성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솔로>! 연프(연애 프로그램)계의 두리안이라고 불리는 기기묘묘한 맛과 향을 한번 파헤쳐보자.첫 번째, ‘날것’의 매력. <나는 솔로>의 공식 설명은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2023.09.08 16:15

  • [이진송의 아니 근데]미모만 집착하는 삐뚤어진 세상, 모미에게 ‘욕망의 탈’ 씌웠다
    미모만 집착하는 삐뚤어진 세상, 모미에게 ‘욕망의 탈’ 씌웠다

    오래된, 어느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농담이라지만 웃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는 얼굴이 무기잖아.” 주어의 자리에는 ‘너’라는 이인칭이나 제삼자의 이름이 자유롭게 들어가는데, 이때 적용되는 규칙은 명료하다. 그 대상이 ‘여성’일 것. 이 말은 주로 (밤길에) 안전을 걱정하는 여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얼굴”이 “무기”라는 표현은,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의 욕망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은, 성범죄의 대상조차 될 수 없으니 유난 떨지 마라.” 일상적 발화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다. 이 말은 성범죄에 대한 저열한 인식과, 현실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이 어떻게 은폐되는지 드러내는 표본이다. 외모를 문제 삼음으로써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면 범죄자는 물론 이러한 범죄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세상은 안락해진다. 드라마 <마스크 걸>(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주인공 김모미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의심되는 ...

    2023.08.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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