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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 근데]‘행복 대본’ 강요하는 세상…불행 ‘당하는’ 사람들
    ‘행복 대본’ 강요하는 세상…불행 ‘당하는’ 사람들

    “오빠… 최고로 행복하되 가급적 혼자 계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영화 <헌트>에 출연한 정우성은 팬들의 ‘주접’으로도 유명하다. 행복하되, 혼자 있어달라는 말은 신아영 아나운서가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 스타>에 출연해 정우성에게 남긴 덕담(?)이다. 이 대사는 사랑하는 대상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결혼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모두의 스타로 남아주길 바라는 팬들의 명언으로 등극했다. 관습적으로 해석하면 이 문장은 모순적이고 이중적이어서 웃음을 유발한다. 전통적으로 행복은 ‘결혼’이라는 표상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행복하려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해야 행복하다는 ‘결혼·행복 패키지’는 웨딩 시장의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처럼 세트로 단단히 묶여 있다. 동시에 이런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결혼은 내가 사랑하는 너의 행복일 수 있지만, 그 행복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급적 네가 결혼하지 않은 채 행복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면...

    2022.09.02 16:01

  • [이진송의 아니 근데]과시적 먹방 과잉의 시대에 반기 드는 유튜브 채널 ‘밥맛 없는 언니들’
    과시적 먹방 과잉의 시대에 반기 드는 유튜브 채널 ‘밥맛 없는 언니들’

    최근 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가 <밥맛 없는 언니들>이라는 신개념 ‘먹방’을 시작했다. 연예계에서 대표적인 소식가로 유명한 산다라 박과 박소현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먹방계를 뒤집을 소식좌들의 먹방 도전기.”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고, 소식좌란 적게 먹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이다. 작년에 김숙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최강 소식좌 박소현&산다라 박과 함께한 비디오 스타 먹방모음(4년 치) 대공개” 영상을 올리면서 소식하는 식습관이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나 혼자 산다>(MBC)에 출연한 코드 쿤스트와 안소희, <전지적 참견시점>(MBC)에 출연한 안영미의 소식이 연달아 온라인에서 인기를 몰며 ‘소식좌 라인’을 형성했다. 지난 7월 시작한 <밥맛 없는 언니들>은 에피소드당 조회 수 100만~200만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밥맛 없는 언니들>의 소...

    2022.08.19 16:07

  • [이진송의 아니 근데]놀라울 정도로 안 바뀌는 이성애 사회, 이젠 ‘격세지감’ 좀 느껴봅시다
    놀라울 정도로 안 바뀌는 이성애 사회, 이젠 ‘격세지감’ 좀 느껴봅시다

    지난 7월,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로 중단되었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3년 만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차별과 혐오를 당하며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살자’라는 말의 무게는 목숨처럼 무겁다. 비슷한 시기,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는 실제 커플의 일상을 관찰하는 연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메리 퀴어>의 첫 장면은 출연자의 커밍아웃으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메리 퀴어>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레즈비언, FTM 트랜스젠더, 게이’ 등 성소수자(퀴어)로 자신을 정체화한 인물 6명, 총 3쌍의 커플이 출연한다. 스튜디오 패널로는 홍석천, 하니, 신동엽이 참여한다. 소위 ‘테레비에 나온다’라는 개념의 (공중파는 아니지만) 자본을 낀 채널에서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메리 퀴어>가 처음이다....

    2022.08.05 16:22

  • [이진송의 아니 근데]“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처럼…‘장애 전형성’ 한계와 차별성 공존
    “영리하고 어리석은” 우영우처럼…‘장애 전형성’ 한계와 차별성 공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의 인기가 뜨겁다. 첫 방송 때는 케이블 방송 평균 수준이었던 시청률(0.9%)이 한 달도 안 돼 10배로 껑충 뛰었다(7월14일 기준 9.6%). 방송 날이면 드라마와 관련한 단어가 온라인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고, 다양한 감상과 해석이 쏟아진다. 이 드라마는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드라마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이 드라마에 쏟아지는 칭찬이나 우려는 모두 같은 설정에서 출발한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라는 설명처럼, 주인공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설정.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후천적 뇌손상을 입은 사람 중 극소수가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증상은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레인맨>(1988)은 너무 오래된 레퍼런스일 테고…, 우리나라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의사가 나오는 <굿 닥...

    2022.07.22 1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일기장 훔쳐봐” “살쪘다고 구박”…상처 입은 자식들이 입을 열었다
    “일기장 훔쳐봐” “살쪘다고 구박”…상처 입은 자식들이 입을 열었다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의 매회, 아이들은 이상 행동의 원인인 부모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이상한 부모라도 열렬하게 사랑하고 간절하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게 맞나? 내리사랑의 우월함만을 강조하는 속담은, 성장한 자식에게 연로한 부모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 자주 소환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알 것이다. 치사랑이 얼마나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지. 그런데 그 대단하다는 내리사랑은, ‘내’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순간 철회되거나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가정마다 사랑의 정도나 방식은 다르지만 ‘효’ 사상이 강한 한국 사회가 부모의 사랑을 과도하게 성역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의 사랑은 그 자체로 너무나 완전하기에 이를 몰라주거나 거스르는 행위는 ‘불효’이자 ‘패륜’이라는 믿음. 이는 부모·자식 간의 위계를 공고히 하고, 가정 내 폭력이나 불평등을 은폐한다. 어린 시절 들은 옛날...

    2022.07.08 16:18

  • [이진송의 아니 근데]BTS의 성공 뒤에 자신을 갈아 넣은 멤버들…경쟁과 성과만을 강요하는 K팝의 산업 구조
    BTS의 성공 뒤에 자신을 갈아 넣은 멤버들…경쟁과 성과만을 강요하는 K팝의 산업 구조

    지난 14일, 방탄소년단(BTS)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활동의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그룹 활동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멤버 각자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해체’, ‘활동 중단’ 같은 자극적인 타이틀로 떠들썩했지만, 영상에서 명시하듯 해체가 아니라 활동 양상의 변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BTS 멤버들이 변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의 K팝 산업구조 안에서 피할 수 없는 ‘번아웃 증후군’ 때문이다. 번아웃(burn out)의 사전적 의미는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 타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 등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다가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 관련 도서가 연달아 출간되기도 했다...

    2022.06.24 16:18

  • [이진송의 아니 근데]승리한 성기훈보다 유혹 못 이긴 해롱이가 ‘중독의 본모습’
    승리한 성기훈보다 유혹 못 이긴 해롱이가 ‘중독의 본모습’

    지난해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의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은 도박 빚 때문에 목숨을 건 게임에 뛰어든다. <오징어 게임>을 본 한 친구는 진저리를 쳤다. “나는 저렇게 도박 중독자가 ‘그래도 본성은 선량한’ 인물로 그려지는 게 싫어. 중독은 그런 게 아니야. 최소한의 인간성이나 판단력까지 앗아간다고.”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도박 중독으로 크게 고생했다. 펀드매니저 조상우(박해수)는 고객의 돈까지 끌어들여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거액의 빚을 졌다. 성기훈과 조상우는 종목만 다를 뿐 ‘큰 한 방’을 좇았다는 점, 도박으로 진 빚을 데스게임이라는 도박으로 갚으려 한다는 점에서 도박 중독자다. 드라마는 두 사람의 서사와 캐릭터에 집중하지만, 정작 이들이 양산한 피해자나 중독의 위험성은 가볍게 뭉개고 지나간다. 게임에서 승리한 성기훈은, 정말 결말에서처럼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일생...

    2022.06.10 15:54

  • [이진송의 아니 근데]‘나의 첫 심부름’으로 살펴보는 어린이의 성장 과정
    ‘나의 첫 심부름’으로 살펴보는 어린이의 성장 과정

    언니에게, 최근 다녀온 카페를 공유하며 함께 가자고 했다. 언니가 바로 되물었다. “노키즈존 아니야?” 언니는 작년에 아기를 낳은 후, 출산 전 다니던 많은 공간으로부터 출입을 금지당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동거부업소임을 표기하지 않은 업장도 많으니까. 황급히 찾아보니 다행히 아니었다.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관광지에서 방문했던 베이커리 카페가 생각난다. 들어가는 곳 어디에도 아동거부업소라는 표시가 없었다. 빵을 다 고른 후 계산대 쪽으로 돌아서자, 그제야 큼직하게 써둔 표시가 보였다. 알았으면 애초에 안 들어갔을 텐데, 집게로 집어 쟁반 위에 올린 빵을 다시 내려놓을 순 없어서 계산했다. 비겁하고 치사한 ‘꼼수’에 당한 게 2박3일 정도 분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10년 사이, ‘노키즈존’이라는 이름으로 아동을 거부하는 업장이 늘어났다. 사유는 보통 공개하지 않거나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어린이가 다칠 수 있어서, 혹은 운영상 편의(매장이 ...

    2022.05.27 16:01

  • [이진송의 아니 근데]“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묻던 ‘미친개’···왜 시대마다 존재할까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묻던 ‘미친개’···왜 시대마다 존재할까

    곧 스승의날이다. 스승의날 하면,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장면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교사는 아이들을 엎드려뻗쳐시켜놓고 제일 앞의 어린이를 걷어찬 뒤 도미노처럼 연이어 쓰러지게 하는 체벌을 즐겼다. 나는 모랫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진 친구의 몸이 언제 나를 칠지 초조해하다 내 차례가 오면 적당히 무너졌다. 그러다가도 우리를 걷어찬 교사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저마다 집에서 마련해준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해진 교사의 태도 때문에 내 선물이 다른 친구 것보다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 교사에게 금품이나 물질을 제공하는 ‘촌지’ 문화가 극성이었다. 국민·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이는 경험과 느낌으로 교사의 편애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만 12세 이하에 이미 깨닫는다. 그것은 단순한 편애로 끝나지 않고, 교사가 주도하는 적극적인 따돌림이나 괴롭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늘은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2022.05.13 16:00

  • [이진송의 아니 근데]원치 않은 임신에도 죄책감·사랑의 결실이라니…지긋지긋하다
    원치 않은 임신에도 죄책감·사랑의 결실이라니…지긋지긋하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회차에서 청소년 임신 소재를 다루었다. 아버지들끼리 철천지 원수이자 학교에서는 전교 1, 2등의 경쟁자인 영주와 현이 주인공이다. 영주는 어머니가 일찍 도망가는 바람에 끈끈한 공동체 육아 속에서 자랐다. 가는 곳마다 자신을 모르는 곳 없는 제주도가 지긋지긋한 영주는 서울대 의대를 노리며 ‘인서울’, 정확히는 ‘탈제주’를 꿈꾼다. 그런 영주가 현과의 관계에서 임신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은 여러모로 여성에게 무척 위협적인 사건이다. 특히 경제력이 없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모 동의가 필요한 청소년은 훨씬 더 촘촘한 억압과 위험에 노출된다. 영주가 임신 중단(낙태) 비용을 마련하려고 방문한 금은방 주인은 부모의 허락을 볼모로 부당하게 값을 깎는다. 산부인과 의사는 반말을 하면서 병명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왜 반말하느냐는 영주의 항변에 의사는 “그러게 피임을 잘했어...

    2022.04.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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