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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 근데]공정성·객관성의 담보없는 평가와 그에 의한 차별은 폭력이다
    공정성·객관성의 담보없는 평가와 그에 의한 차별은 폭력이다

    “별 다섯 개 좀 꼭 부탁드릴게요.” 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서비스 노동자들이 으레 부탁하는 말이다. 잠시 후 서비스 만족도를 평가해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온라인 링크가 날아온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업체가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세상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평가’를 하면서 살아간다.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나의 주관적인 생각과 기분이 순식간에 상대의 성과를 결정한다. ‘만족’으로도 부족하고, 꼭 ‘매우 만족’인 별 다섯 개여야만 ‘괜찮은’ 평가 시스템이 서비스 노동자에게 과도한 감정 노동을 부과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평가는 멈추지 않고,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평가하는 동시에 개인은 노동자로서, 또 평가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다시 평가에 노출된다. 미디어에서는 음식이든 춤이든 노래든 가리지 않고 점수를 매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 아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평가, 꼬꼬평...

    2022.04.01 16:20

  • [이진송의 아니 근데]범죄를 택한 건 소년이지만 그들을 보호 안 한 사회도 ‘유죄’다
    범죄를 택한 건 소년이지만 그들을 보호 안 한 사회도 ‘유죄’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방영 전부터 강렬한 카피로 화제가 되었다. 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를 주제로 하는 드라마로, 김혜수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았다.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한 우배석(작가가 가상으로 만든 ‘소년형사합의부’에는 총 3명의 판사가 재판에 참여한다. 재판장, 좌배석, 우배석. 현실에서는 소년부에서 판사 한 명이 단독 재판을 진행) 심은석은 냉철하고 엄격한 인물이다. 대놓고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밝히며, 그들은 갱생 불가라고 단정짓는다. 반면, 좌배석 차태주(김무열)와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은 소년법의 근본은 교화라고 믿는 쪽이다. 드라마는 살인, 입시비리, 차량 절도, 집단 강간, 벽돌 투척 사건 등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년범죄를 다룬다. 소년범에게 법의 무서움을 가르쳐야 한다는 외침과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맞붙는데, 두 주장이 상충되지 않으며 공...

    2022.03.04 16:01

  • [이진송의 아니 근데]놀이로서 통제는 연인 관계의 통제보다 비정상적일까?
    놀이로서 통제는 연인 관계의 통제보다 비정상적일까?

    <모럴센스>는 지난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유능하지만 애교 없고 무섭다는 평가를 듣는 사원 지우(서현)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회사 동료인 대리 지후(이준영)의 택배를 잘못 수령하고,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BDSM 성향자인 지후가 지우에게 주인님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두 사람은 3개월짜리 계약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잠깐, 영화에서도 간단하게 나오는 BDSM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DS는 지배와 복종을 뜻한다. 지배하는 도미넌트와 지배당하는 서브미스, 줄여서 ‘돔’과 ‘섭’이라고 부른다. <모럴센스>에서 지우와 지후가 맺는 것은 DS 관계이며, 통제하고 통제당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유희가 핵심이다. 흔히 때리고 맞는 행위를 상상하는 것은 SM이며 신체적, 감각적 개념이다. ‘낮엔 직장 상사, 밤엔 복종 관계’ 3개월짜리 ‘정신적 유희’ 계약 색다른 사랑 방식 통해 ‘평등’ 질문...

    2022.02.18 16:08

  • [이진송의 아니 근데]‘내 맘대로 되는 건 내 몸뿐’…저성장 시대의 현실을 먹고 자라난 딜레마
    ‘내 맘대로 되는 건 내 몸뿐’…저성장 시대의 현실을 먹고 자라난 딜레마

    설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조상님이 발행한 최후의 유예 기간, ‘음력 새해’마저 지났으니 2022년의 시작을 더는 부정할 수 없다. 1월1일의 결심은 까맣게 잊었지만 우리의 새해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니 아직 기회가 있다. 새해 목표가 ‘운동하기’ 또는 ‘다이어트’인 사람이 올해에도 많을 것이다. 트렌드를 반영해서 좀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을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보디 프로필 찍기’ 같은? ‘보디 프로필’이란 운동과 식이조절로 몸을 탄탄하게 가꾼 후, 전문 스튜디오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찍은 사진이다.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빌더, 모델 등의 직업군에서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찍던 것이 최근 일반인 사이에서도 엄청난 인기다. 사진을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보디 프로필’을 태그한 게시물은 288만건이 넘고, 최근에는 래퍼 이영지가 보디 프로필을 찍으면서 화제였다. 보디 프로필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하다. 자기 계발의 관점에서, 건강하게...

    2022.02.04 16:16

  • [이진송의 아니 근데]다큐 ‘리턴 투 호그와트’로 본 해리포터 20년
    다큐 ‘리턴 투 호그와트’로 본 해리포터 20년

    2022년 1월1일, 해리포터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리턴 투 호그와트>가 HBO 맥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국내에서는 웨이브(Wavve)를 통해 볼 수 있다. <리턴 투 호그와트>가 시작되면, 가뜩이나 비현실적인 2022년은 마법에 걸린다. ‘머글 세계’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호그와트의 마법사들은 호그와트 문양이 찍힌 초대장을 받는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고, 연회장의 문이 열리면,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인물들이 훌쩍 자란 모습으로 부둥켜안는다. 이 연출 뭐야? 별안간 눈가가 촉촉해진다.나는 ‘해리포터 세대’다. 론 위즐리 역할의 루퍼트 그린트와 동갑인 1988년생이고,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인 2007년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완결됐다. 2010년 개봉한 마지막 영화가 끝날 때는 알 수 없는 먹먹함을 느끼며 친구들과 스크린에 대고 ‘안녕, 안녕’ 손...

    2022.01.21 16:19

  • [이진송의 아니 근데]폭력적 상황도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찍는다…이게 리얼입니까?
    폭력적 상황도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찍는다…이게 리얼입니까?

    ‘어그로’라는 말이 있다.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고자 인터넷 게시판 등에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거나, 그런 행동을 의미한다. 주로 ‘어그로 끈다’라고 쓴다. 언젠가 나도 어그로를 끌려고 한 적 있다. “내가 발간하는 독립잡지 ‘계간홀로 :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홍보하기 위해 데이팅 프로그램에 나가볼까?!” 당시 <짝>(SBS)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나는 프로그램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러 요소 때문에, 흥미를 끄는 출연자가 될 것 같았다. 보인다, 나의 미래. 별 하나에 우스꽝스러운 자막과, 별 하나에 처량한 연출과, 별 하나에 악플… 악플! 상상은 망상으로 끝났지만, 나갔다면 예상보다 더한 지옥이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쇼에 끌어들이지만, 정작 보호 장치는 마련해두지 않으니까. 화제 됐던 커플 매칭 프로그램서 여성 출연자 향한 남성 출연자의 감정적 압박에 시청자들 ‘공분’‘스걸파’...

    2022.01.07 16:19

  • [이진송의 아니 근데]\'설강화\'···시대에 휘말린 청춘의 사랑, 이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오염시켰다
    '설강화'···시대에 휘말린 청춘의 사랑, 이 하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오염시켰다

    드라마 <설강화>가 12월18일 JTBC와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배우 정해인과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지수가 주연을,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PD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한편, 이 드라마의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는 12월21일 기준 32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시청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광고주들도 줄줄이 제작 지원을 철회하는 중이다. <설강화>는 지난 3월 시놉시스 공개 때도 방영 중지 청원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적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드라마 하나에 두 번이나 방영 중지 청원이 올라오고, 많은 이들이 동의했을까?민주화운동 폄훼하고 안기부 미화특정 이데올로기의 선전·선동 위해감성적 수단을 동원한 파시즘처럼드라마라는 예술이 정치 도구가 돼<설강화> 논란을 거칠게 요약하면 민주화운동 폄훼(역사 왜곡)와 군부 미화다. 드라마의 시공간적 배경은 1987년 서울, 대선 정국이다...

    2021.12.24 16:20

  • [이진송의 아니 근데]기민하게 활용되는 공포와 연민…시청자만 있고 피해자는 없다
    기민하게 활용되는 공포와 연민…시청자만 있고 피해자는 없다

    대화의 밀도가 높은 시간이었다. 상대는 별것 아닌 일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재주가 있었고 우리는 자주 웃었다. 어느 순간 상대는 지인이 겪은 일을 나에게 풀어놓았다.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있게. 때로는 나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며. 그 ‘썰’은 내가 만나본 적 없는 타인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로 시작하는 사연은 남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기막히고 드라마틱했다. 연민과 경악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들뜬 열기가 뒤섞인 그 눈을 보며 문득 울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삶을 볼거리로 만들고 자신은 구경꾼의 자리에 설 때,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를 놓친다.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는 지난 8월 잇달아 실화 소재의 사건을 방영했다. 8월12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그 옆집에 살던 여성의 사연을, 8월19일에는 1999년 씨랜드 화재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건물 보존 임무를 맡은 의경이 의...

    2021.12.10 16:29

  • [이진송의 아니 근데] 팀 내분이 여자배구 선수들의 ‘스타병’ 때문이라고?
    팀 내분이 여자배구 선수들의 ‘스타병’ 때문이라고?

    올해 가장 ‘핫’한 스포츠를 꼽자면, 단연 여자배구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팀워크를 보여주며 4강까지 가는 기염을 토한 여자배구는 숱한 명장면과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마감이 임박해 글을 쓰는 나 역시 지금도 외치고 있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올림픽이 끝난 후 여자배구 선수들은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였고, 관심과 인기는 자연스럽게 스포츠 종목 자체로 옮겨갔다. 여자배구는 개막 이래 케이블TV 생중계에서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를 누르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경기장에 관중이 몰린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구 관련 단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른다. 그런 여자배구가 요즘 이래저래 시끄럽다. 오늘은, 여자배구를 통해 스포츠의 성별 정치학을 살펴본다. 최근 IBK 내분, 진실 공방보다근거없는 ‘인기와 자만’에 초점협회, 남자배구 잘나갈 땐 조용여자배구 뜨니 “...

    2021.11.26 16:07

  • [이진송의 아니 근데]아들의 커밍아웃…불행하냐고? 아니, 그게 뭐 어때서
    아들의 커밍아웃…불행하냐고? 아니, 그게 뭐 어때서

    한 사람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편협하다. 우리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몸에 기거하며, 경험이 선을 그어놓은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유리잔에 빠져, 그 안에서 보고 느끼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파리다. 그래, 우물 안 개구리, 그거. 하지만 서로의 우물과 하늘을 공유할 때, 울타리를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다.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며, 당연하다고 여긴 관습과 폭력을 넘어설 수 있다. 나는 독립출판물 ‘계간홀로’를 8년째 만드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연애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연애가 어떻게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탁해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비판하는 작업을 한다. 이 문제의식은 내가 맞닥뜨린 세계의 조각들이, 나와 관계 맺는 이들이 나에게 선물처럼 준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의 커밍아웃, 여대에 입학해 캠퍼스에 들어선 순간 허공에 나부끼던 커다란 현수막(“레즈비언 신입생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그 다양한 용기에 빚지며 나는 삐거덕삐거덕 ...

    2021.11.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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