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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
  • [이진송의 아니 근데]현장에서 벗기면 된다?···사전 동의 없는 베드신은 예술 아닌 성폭력
    현장에서 벗기면 된다?···사전 동의 없는 베드신은 예술 아닌 성폭력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 네임’주연 한소희의 베드신 논란사전 고지 없는 노출 강요는2015년 반민정의 폭로 등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당신은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조건과 업무를 파악한 후 계약했다. 성실하게 일하는 와중에 갑자기 상대방이 계약 사항에 없던 일을 요구한다. 유리창을 닦기로 했는데 겸사겸사 바닥까지 닦아달라고만 해도 욕 나온다. 그런데 아예 다른 일이고, 노출이나 신체 접촉 같은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다면? 그것도 당일 통보로! 멋지게 노동청에 신고 넣고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전개는 그렇게 ‘기승전사이다’가 아니다. 내가 안 하면 일이 복잡해지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유난 떠는 꼴이 된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간의 모든 작업물이 물거품이 되면서 나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 협의한 영역 바깥의 노동과 권한을 갑자기 요...

    2021.10.29 20:26

  • [이진송의 아니 근데]tvN ‘갯마을 차차차’ 속 서울 깍쟁이 길들이기 서사가 불편한 이유
    tvN ‘갯마을 차차차’ 속 서울 깍쟁이 길들이기 서사가 불편한 이유

    <갯마을 차차차>는 신민아(윤혜진 역), 김선호(홍반장 역) 주연의 tvN 드라마다. 2004년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을 원작으로 한다. “현실주의 치과의사 윤혜진과 만능 백수 홍반장이 짠내 사람 내음 가득한 바닷마을 ‘공진’에서 벌이는 티키타카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라는 공식 설명처럼, 힐링과 로맨스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신민아는 사랑스럽고 김선호는 훈훈하다. 그러나 이쯤에서 고개를 들어 코너의 이름을 확인하자. ‘아니 근데’. 삐빅삐빅. 레이더가 작동한다. 이 드라마, ‘착하고 순한 맛’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꽤 문제적이다. 2021년 포브스가 선정하진 않았으나 위험한 4글자 중 하나, ‘사람 냄새’. 아니 근데… 아니 근데?! <갯마을 차차차> 속 세계는 ‘끈끈하고 선량한 공동체’를 전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윤혜진이라는 서울깍쟁이 길들이...

    2021.10.15 16:10

  • [이진송의 아니 근데]여성은 원래 셌다···당신이 못 봤을 뿐
    여성은 원래 셌다···당신이 못 봤을 뿐

    소년만화를 좋아했다. 우정, 노력, 승리, 모험과 성장, 눈물과 콧물과 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쟁…. 시들해진 것은 언젠가부터 그 세계에는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다. 순정만화의 풍부한 스펙트럼과 별개로, 여캐(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인 서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턱없이 부족했다. 여캐는 주인공의 친구이거나, 첫사랑이거나, 매니저이거나, 동료였다. 때로는 높은 능력치를 자랑했지만 그래봐야 ‘여자’로 소비되었다. 기괴할 정도로 강조된 신체 굴곡이나 로맨스가 인물의 존재 이유였다. 실패도, 성장도, 극복도, 우정도 주인공인 소년의 것이었다. 여캐의 미래에 기다리는 것은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아내가 되어 앞치마를 입고 등장하는 경력단절 엔딩. 노인을 위한 나라만 없냐? 여캐를 위한 나라도 없다. 이런 좌절을 맛본 적 있다면, 다양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여성 캐릭터에 목말랐다면, 여성 간의 관계성과 성장 서사를 기다렸다면.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20분을 두근...

    2021.10.01 16:07

  • [이진송의 아니 근데]뒤바꿔본 성역할… 일상 속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다시 생각하다
    뒤바꿔본 성역할… 일상 속 가사노동의 불평등을 다시 생각하다

    추석연휴의 시작이다. 명절을 맞이하는 감정은 개인차와 세대차가 아주 크다. 여전히 사회의 ‘큰’ 틀에서는 명절을 전통적 색감과 명암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따뜻한, 풍성한, 반가운,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행복한 등등. 공중파를 틀면 나오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디테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호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져나온다. 명절 노동, 고부 갈등, 각종 감정싸움, 대학·취업·결혼 잔소리 3종 세트 등등. 가족이 여럿 모이면 다양한 상이 차려진다. 밥상, 다과상, 술상, 그중 최고는 밉상이라. 밉상 질량보존법칙에 따라, 100개의 가정에는 (최소) 100명의 밉상이 있다. 양상도 다양하다. 밥이 다 차려질 때까지 TV 앞에서 손 하나 까딱 않거나, 숟가락을 놓기 무섭게 누군가에게 커피와 과일을 주문하는 밉상 집에 언제 가냐? 아, 우리 집에서 살지 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더 이상 덕담이나 소원이 아니다. 팀 버튼이 한국인...

    2021.09.17 15:18

  • [이진송의 아니 근데] ‘금쪽같은 내새끼’ 아끼는 첫걸음은 ‘좋은 엄마, 아빠’ 강박 내려놓기
    ‘금쪽같은 내새끼’ 아끼는 첫걸음은 ‘좋은 엄마, 아빠’ 강박 내려놓기

    나에게는 올해 스무 살, 열아홉 살인 동생들이 있다. 각각 2002년생과 2003년생이다. 내가 중학생일 때 태어난 그 애들로부터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동생들이 행복하길 바랐기에 엄마가 사들이는 육아 서적을 함께 읽었다. 그러면서 희미하게 느꼈다. 육아에도 트렌드가 있구나. 내가 자랄 때와 다르구나. 실제로 시대가 바뀌고 정보량과 관점이 달라지면서, 동생을 키우는 부모님의 모습이 낯설었다. 팬티 한 장 입고 쫓겨나는 일이 월간 이벤트였던 1980년대 후반생은 덜컥 질투에 휩싸이곤 했다. “우리한테는 안 그랬으면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의 앞에는 ‘요즘 육아’라는 말이 붙는다. 말 그대로, ‘요즘 육아’다. 어린이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부재했던 시절에는 양육을 ‘배운다’라는 인식도 없었다. 태초에 ‘태어났으니 산다’라는 삶의 태도보다 먼저, ‘생겼으니 낳는다’와 ‘낳았으니 (알아서) 살겠지’가 있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2021.09.03 16:11

  • [이진송의 아니 근데]“우리가 흘리는 땀에는 성별이 없다”
    “우리가 흘리는 땀에는 성별이 없다”

    절기란 참 신기하다. 입추가 지나자 귀신같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불볕더위와 함께 2020 도쿄 올림픽도 끝났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많은 스타가 탄생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으레 그렇듯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특히 예능은 ‘얼짱’ ‘국민 여동생’ ‘성공해서 돈 많은’ 프레임에 여성 선수를 끼워 넣는 요주의(?) 프로그램. 지난 8월12일, KBS는 <다큐 인사이트 : 국가대표>를 방송했다. 공식 소개는 다음과 같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선사한 여운과 감동을 이어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여성 스포츠인 6인의 통쾌한 목소리를 담았다.” 박세리, 김연경, 지소연, 김온아, 남현희, 정유인이 출연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방송 후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남녀 선수의 비율이 일대일에 근접한 2020 도쿄 올림픽과, 그동안 행해진 성차별적 중계방송이나 여성...

    2021.08.20 16:26

  • [이진송의 아니 근데]실수가 아니라 버릇이다… 폭력을 ‘논란’으로 희석시킨 것도 언론이다
    실수가 아니라 버릇이다… 폭력을 ‘논란’으로 희석시킨 것도 언론이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이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으로 도쿄 올림픽을 둘러싼 시선은 개막 전까지 회의적이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자신하던 ‘버블 방역’이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허술하고 배려 없는 운영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데 이렇게 심드렁할 수 있나? 역대 가장 미지근하던 올림픽의 열기가 예상을 깨고 후끈 달아올랐다. 선수들의 열정과 드라마 때문이다. 또한 이전과는 달라진 스포츠 감수성이나,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중계를 챙겨 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면서 따라잡을 순 없기에 오늘은 여러 이슈를 조금씩 골라 담아 정리해볼 것이다. 주제는 올림픽 보도와 미디어의 역할. 찬물과 기름을 번갈아 끼얹던 미디어의 헛발질 모둠 세트 하나 들어갑니다~!언론이 이번 올림픽에서 특별히 실수를 많이 했다기보다는, 지금까지의 버릇이 터져 나왔다고 봐야 한다. MBC는 개회식 중계부터 거센 비판을...

    2021.08.06 16:17

  • [이진송의 아니 근데]육아 예능 ‘내가 키운다’가 깨는 정상가족 신화
    육아 예능 ‘내가 키운다’가 깨는 정상가족 신화

    “애들 때문에 사는 거지.” 많은 부부가 들숨에 한 번, 날숨에 한 번 하는 말이다. 청자가 자녀라면 ‘애들’은 ‘너희’로 치환된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고, 가정은 숭고한 것이며, 아이는 ‘부’와 ‘모’가 있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행복하고 반듯하게 자란다는데…? 이 뿌리 깊은 ‘정상가족’ 신화는, 현실에 놓고 뜯어보면 곳곳이 너덜거린다. ‘애들 때문에 산다’는 말은 두 가지 층위로 읽힐 수 있다. 긍정적인 경우는 사랑이 사라져도, 양육자끼리 육아라는 공동의 목표를 최우선으로 두고 협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말은 대부분 ‘책임 전가’로 통한다. “이혼 가정 자녀가 당하는 차별 때문에, 나는 (아이를 위해) 참고 산다.” 아이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로 번역된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불행하게) 산다.” 무엇이 위하는 길일까?이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이혼 건수는 11만800건이며, 매년...

    2021.07.23 16:26

  • [이진송의 아니 근데]여자가 무슨 축구냐고?… ‘이 좋은 것’을 가르쳐 준 적은 있고?
    여자가 무슨 축구냐고?… ‘이 좋은 것’을 가르쳐 준 적은 있고?

    가만히 있어도 비지땀이 쏟아진다. 이럴 때는 월드스타 비가 아니더라도 ‘태양을 피하는 방법’ 정도는 숙지해야 할 것 같다. 특히나 여자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화와 그을음의 원인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누구보다 ‘비주얼’에 민감할 여자 연예인들이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종횡무진 달린다. 서로 밀치고, 동료끼리 다독이며, 벌겋게 익은 얼굴로 포효한다. SBS 수요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이다.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인기를 끌었던 <골 때리는 그녀들>이 정규로 편성되었다. 최초의 여자축구 예능이다. FC국대패밀리(국가대표 선수 출신이거나 축구 선수의 가족으로 구성), FC개벤져스(개그우먼으로 구성), FC구척장신(모델들로 구성), FC 불나방(파일럿 당시 <불타는 청춘> 출연자 중심) 4개였던 팀은 FC월드클라쓰(외국인 방송인으로 구성), FC액셔니스타(배우들로 구성) 두 구...

    2021.07.09 16:47

  • [이진송의 아니 근데]슬픔을 증명하라는 부당한 요구,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슬픔을 증명하라는 부당한 요구,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최근 박지성 JS재단 이사장(전 축구국가대표 선수)이 악성 댓글을 남긴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영국에 거주하면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빈소에 조문을 가지 못한 것, 조의를 표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분별한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아내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만두랑’도 공격당했다. 김민지 전 아나운서는 유튜브 채널에 글을 올려 부당한 비난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슬픔을 증명하라고요? 조의를 기사로 내서 인증하라고요? 조화의 인증샷을 찍으라고요?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계신 겁니까.” “본질적으로 남편이 어떤 활동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법적·도의적·윤리적 문제가 없는 개인의 영역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들에게 보고해야 할 이유가 저에게나 남편에게 도무지 없다.”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찍어 올린 ‘눈물 셀카’는 한때 ‘오글거린다’ ‘셀카를 찍을 여유가 있다니 덜 슬픈 거다’라는 이유로 웃음거리였다. 이제는 ‘...

    2021.06.2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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