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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를 하다
  • [여성, 정치를 하다](10)아프고 가난한 자를 위해, 숫자를 무기로 세상을 바꾸다 영상 컨텐츠
    (10)아프고 가난한 자를 위해, 숫자를 무기로 세상을 바꾸다

    영국 귀족 사회 박차고 나와 전염병 만연한 크림전쟁 자원 병사 의무기록체계부터 개혁 “저는 공직에 계신 분들을 언제나 믿어왔어요. 아이가 부모를 신뢰하듯 이분들이야말로 제가 본능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사태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이고 공식적으로, 고의적인 방식으로 타인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지금껏 벌어진 일만큼이나 혐오감이 밀려듭니다. (…) 정부는 1854년도에 겪은 끔찍한 교훈의 산물을 고의로 파괴했어요. 누구에게든 다시 편지를 보내어 정부와 군대가 책임져야 할 군인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알려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제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마저 박탈당할까 두려워요. 물론 여성 한 명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쳤던 기회가 언제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선량한 행위로 시작된 실험과 무자비한 행동 모두에 제가 희생양이 되고 말았지요.”1853년 7월, 러시아군은 오늘날 루마니아 영토에...

    2020.09.15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9)‘홀로코스트 생존’의 기억을 새기며 유럽 통합·여성 인권에 헌신 영상 컨텐츠
    (9)‘홀로코스트 생존’의 기억을 새기며 유럽 통합·여성 인권에 헌신

    아우슈비츠서 새겨진 문신 ‘78651’ 프랑스 비시 정부, 유대인 탄압 가족 추방 당하고 수용소 끌려와 돌아온 후엔 주변 시선에 고통 “여정은 이틀 반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4월13일 아침에 출발한 차는 15일 저녁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에 도착했다. 이날은 우리가 아우슈비츠를 떠난 1945년 1월18일과, 프랑스로 돌아온 1945년 5월23일과 더불어 내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짜다. 이날들은 내 삶의 기준점과도 같다. 많은 일을 잊을 수 있었지만 이날들만은 잊을 수 없었다. 이날들은 내 왼팔에 새겨진 78651이라는 문신만큼이나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아로새겨져 있다.”1944년 3월,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했다. 한 달 후, 게슈타포가 집으로 들이닥쳤다. 시몬 베유는 어머니, 언니와 함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로 끌려갔다. 아버지와 오빠는 리투아니아로 추방되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2020.09.01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8)전쟁·불의에 맞서라…팔순 앞두고도 광장 못 떠나는 포크 전사 영상 컨텐츠
    (8)전쟁·불의에 맞서라…팔순 앞두고도 광장 못 떠나는 포크 전사

    아버지 직장 따라 여러 나라 전전 미국 돌아와선 이방인 차별 ‘상처’ 자신의 존재 증명 위해 노래 몰입 “나는 노래한다, 나는 싸운다, 나는 운다, 나는 기도한다, 나는 웃는다, 나는 일하고 경탄한다. … 나는 당신들에게 간단하게 말해 주겠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 같은 건 없다고. 내가 있을 뿐이다.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임신 중이며, 징집을 거부하고 저항 운동을 조직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어 이제 막 3년의 형기를 시작한 남편을 가진 나. … 베트남, 비아프라, 인도, 페루, 미국에서 죽어 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나. 이 모든 와중에, 내가 어떻게 당신들을 즐겁게 해주는 척만 할 수 있단 말인가?”1963년 8월28일, 존 바에즈는 35만명이 모인 워싱턴 집회의 역사적인 현장에서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선창(先唱)했다. 마틴 루서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날, 존 바에즈는 노래를 불렀다. “엄청...

    2020.08.18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7)‘월가의 저승사자’에겐 금융 개혁 계획이 다 있다 영상 컨텐츠
    (7)‘월가의 저승사자’에겐 금융 개혁 계획이 다 있다

    “우리는 권력을 쉽게 포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기업 최고경영자와 억만장자에서부터 정치인과 이른바 권위자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시스템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 그러나 우리는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을 싸우지 않고 얻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투표권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나라이므로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낸다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1998년 5월, 여성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위한 기금모금회가 보스턴에서 열렸다. 낸시 펠로시, 셰일라 잭슨 리 등 6명의 여성 하원의원이 행사의 주인공이었지만, 스타는 따로 있었다. 당시 대통령 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에 청중은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직 중이었던 엘리자베스 워런은 힐러리가 ...

    2020.08.04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6)“나는 대만의 미래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개혁가 영상 컨텐츠
    (6)“나는 대만의 미래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개혁가

    학자·국제 협상가·정무관 이력 2012년 총통 선거 낙선 계기로“정책 입안자가 마련한 정책이 진정 국민 정서와 맞을까” 의문 지역사회·농촌·공장 찾아다니고 온라인 공개 토론장 열어 ‘경청’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빗방울은 조금 전에 보았던 지지자들의 눈물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차창을 때리며 흘러내렸다. 나를 가장 자책하게 한 것은 바로 지지자들의 눈물바다였다. 2012년 총통 선거는 그렇게 끝이 났다. (…) 조금 전에 총통 선거를 치렀지만, 타이베이의 모습은 오늘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진짜 인생이다. 그 순간 나에게 진짜 인생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는 사실뿐이었다.”2012년 1월14일,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졌다.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잉원은 국민당 후보 마잉주에게 80만 표 차이로 졌다. 석패라는 말은 낙선자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선거는 초반부터 박빙이었다. 마잉주는 “타이완 파...

    2020.07.21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5)극단주의자 총탄에 맞선 용기…아동·여성 권리 신장 위해 몸 던지다
    (5)극단주의자 총탄에 맞선 용기…아동·여성 권리 신장 위해 몸 던지다

    “베나지르는 내가 두 살 때부터 망명 중이었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그녀 얘기를 아주 많이 들어서 그녀가 돌아온다는 사실에, 우리가 다시 한 번 여성 지도자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베나지르 덕분에 나 같은 여자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고 정치인이 될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의 롤모델이었다. 베나지르 부토는 독재의 종식과 민주주의의 시작을 상징했고, 세계에 희망과 강인함의 메시지를 보냈다. (…) 그녀의 사망을 확인했을 때, 내 가슴이 내게 말했다. 너도 나아가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겠니?” 2007년 12월27일, 파키스탄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반(反)정부 운동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었다. 선거의 주도권은 두 달 전 망명지 런던에서 돌아온 베나지르 부토가 쥐고 있었다. 베나지르 부토는 이미 1988년 35세의 나이로 파키스탄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이슬람 국가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그렇지만 임기 2년을 채우지...

    2020.07.07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4)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던 ‘품격의 정치’…세상을 향해 ‘경고’하다 영상 컨텐츠
    (4)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던 ‘품격의 정치’…세상을 향해 ‘경고’하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있는 것이 대단히 기뻤지만 정치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정치와 정치적 이슈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적인 혐오를 공유하지는 않았다. 정치 세계의 사람들은 타협을 해야 하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기금을 모금하는 데 써야 하며 종종 과장된 공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길을 걸어야 하고, 열심히 일해야 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이 현실적이면서도 영원한 가치를 이룬다.”1983년 1월,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어쩔 수 없이 이혼했다. 23년 동안의 결혼 생활은 끝이 났다. 1년 전인 1982년 1월 남편 조는 갑자기 “우리의 결혼 생활은 끝났소. 나는 당신보다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사랑하고 있소”라고 하며, “바로 짐을 싸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애틀랜타로 가서 살 것이라고 통보”했다. 45년 동안 살면서 그렇게 놀란 ...

    2020.06.23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3)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숨기지 않는 권력의지가 세상을 안심시킨다 영상 컨텐츠
    (3)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숨기지 않는 권력의지가 세상을 안심시킨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로서 기독민주당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분명히 한 번은 헬무트 콜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현역 정치인으로서의 헬무트 콜의 시간은 이제 지나갔습니다. 새 시대의 정치는 새로운 세대가 스스로 해야 합니다.” 1995년 8월, 40대의 앙겔라 메르켈은 베를린 근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갑자기 사냥개 한 마리가 메르켈에게 달려들어 그의 무릎을 물어뜯었다. 그날 이후로, 메르켈은 개를 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쯤 그 기억을 완전히 잊었을지도 모른다. KGB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푸틴의 정보력은 남달랐지만, 그는 수집한 정보를 포악하게 활용했다. 2006년 1월, 푸틴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독일 총리인 메르켈에게 개 인형을 건넸다. 그쯤에서 멈추어야 했지만, 러시아에는 푸틴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메르켈과 푸틴에게는 공통의 화제(話題)가 많았다. 푸틴의 ...

    2020.06.09 06:00

  • [여성, 정치를 하다](2)‘불쾌한 정치’ 단호히 거부…자신만의 이야기로 펼칠 ‘새로운 정치’ 기대 영상 컨텐츠
    (2)‘불쾌한 정치’ 단호히 거부…자신만의 이야기로 펼칠 ‘새로운 정치’ 기대

    ‘변화’ 오바마 연설에 미셸 ‘솔직한 이야기’ 더해지자 유력 대선후보와의 경쟁서 판세 역전…전략가의 탄생이었다 “사람들이 종종 내게 묻기에, 이 자리에서 확실히 대답해두겠다. 나는 공직에 출마할 의향이 없다. 전혀 없다. 나는 애초에 정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지난 10년의 경험으로도 그 생각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정치의 불쾌한 측면을 아무래도 좋아할 수가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편을 가르는 것, 우리가 양자택일을 한 뒤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에 충성해야 한다는 생각,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줄도 타협할 줄도 모르는 것, 심지어는 교양 있게 행동할 줄도 모르는 것.” 힐러리 클린턴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40대의 버락 오바마가 “변화”를 슬로건으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급부상하자 이내 기선을 제압했다. “변화를 현실로 이뤄낼 힘과 경륜이 없다면, ‘변화’란 한낱 속 빈 말에 불과합니다.” 부시 정권에 환멸을 느끼...

    2020.05.25 21:49

  • [여성, 정치를 하다](1)“아니오” 평생의 ‘세 글자’…권력에 복종 대신 저항을 외쳤다
    (1)“아니오” 평생의 ‘세 글자’…권력에 복종 대신 저항을 외쳤다

    “베트남 체류 이후 나는 세계의 지도자, 국가 정상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이 인터뷰들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책 <역사와의 인터뷰>가 나왔다. 나는 인터뷰를 싫어한다. 이른바 세상의 권력이라 부르는 인물들과 만나는 것을 비롯해서, 인터뷰는 언제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인터뷰를 잘하려면 인터뷰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빠져들어야 한다. 이 점은 항상 불편했다. 그 안에서 폭력성과 잔인함을 항상 봐 왔다.”오리아나 팔라치는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면전에서 권력자들의 허를 찔렀다. 1972년 11월, “세계가 마치 하버드대학의 그의 제자들인 것처럼, 세계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 놓은 헨리 키신저는 팔라치에게 크게 패했다. 키신저는 그만 베트남전쟁이 “무익한 전쟁”이었다고 실토하고 말았다. 상황을 재빨리 수습하기 위해, “나는 베트남전의 정당성 여부, 미국이 그 전쟁에 개입한 것이 유용했는가, 무용했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라고 ...

    2020.05.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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