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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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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의 문장]육체는 적인가 동지인가…‘몸’에 대한 근원적 질문
    육체는 적인가 동지인가…‘몸’에 대한 근원적 질문

    오늘날 뱃살보다 긴급한 존재론적 문제는 없다. 늑골 밑에 들러붙어 물컹거리며 나를 능멸하고 있는 이놈이야말로 내가 싸워야 할 모든 적이 되어버렸고, 본디 몸짱이었을 나를 내가 되지 못하게 막고 있는 ‘내 안의 타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 몸의 변천과 사회 변화는 결코 무관치 않다. 다이어트 중독, 건강 염려증, SNS 과대망상증, 딥페이크 범죄,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등 이 시대를 지배하는 사회현상들은 아무리 달라 보여도 동근원적인 하나의 현상이다. <모양 없는 육체>, 교유서가본업이 영화감독인 김곡은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여러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이유를 ‘몸’이라는 주제로 진단한다. 헬스중독, 꿀벅지, 포르노, 변신노동 등의 키워드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육체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시선을 정치적 영역으로 확장해 ‘보톡스 민주주의’로 한국 민주주의의 특징도 살핀다. 자기 몸을 사랑하자고 외치지만, 정...

    2026.03.05 20:17

  • [금요일의 문장]우리가 모여 이렇게 물려줄 게 없는 세상
    우리가 모여 이렇게 물려줄 게 없는 세상

    “모든 생필품이 땅에서 온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 역시 죄인이다/ 이런 죄인들이 모여 대역죄를 저지른다/ 물려받은 것을 그대로 물려주진 못할지언정/ 물려받은 것보다 더 나쁘게 해서 물려주는/ 이런 사회, 이런 시대, 이러한 문명/ 보름달을 보면서도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 아침에 일어나 벌 나비가 날아다니는지/ 살펴보지 않는 사람들……/ 죄지으면서도 죄인 줄 모르는/ 우리가 모여 이렇게 물려줄 게 없는 세상”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수록작 ‘죄와 벌’ 중, 문학과지성사이문재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관계의 재발견과 생태 보전을 위한 문명 전환을 화두로 삼은 시 92편을 총 4부에 나눠 담았다. 1982년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산책시편>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혼자의 넓이> 등에서 산업문명과 자연, 지구로 이어지는 생태적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녹색평론...

    2026.02.26 19:43

  • [금요일의 문장]AI를 진정으로 예견한 소설은 카프카의 ‘심판’
    AI를 진정으로 예견한 소설은 카프카의 ‘심판’

    AI를 진정으로 예견한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피고도 뭐가 뭔지 모르고 그를 심판하는 판사들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사건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카프카의 또 다른 위대한 소설(<성>)에서 주인공 K가 그의 운명을 지배하는 권력의 중심에 집중하려 하지만 전혀 접근도 못하고 작은 단서조차 얻지 못할 때 그의 시선은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성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포식자들의 시간>, 을유문화사 정치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같은 기술 정복자들을 새로운 포식자로 일컫는다. 인공지능(AI) 시대, 민주주의의 틈을 파고든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단순한 기업가가 아니라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신흥 권력자로 떠올랐다. 이 문제적 정치 에...

    2026.02.19 20:10

  • [금요일의 문장]문학은 항상 시대의 전위에 서야 한다
    문학은 항상 시대의 전위에 서야 한다

    “문학은 언제나 영원한 희망을 추구하며, 그러려면 영원한 청춘의 자세로 항상 그 시대의 전위에 서야 한다. 따라서 전위주의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항상 가장 절실한 미학 사상의 등대가 된다. 오늘날 문학 역시 이런 전위주의를 탐구해야 될 처지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모든 시대는 전위주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상처와 화살,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보리동서양 고전을 넘나들며 문학을 비롯해 철학, 역사, 예술, 사회, 종교, 미학에 이르는 인문학 명저 200여권을 바탕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책이다. 책의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필록테테스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상처를 딛고 날아가 트로이 전쟁을 끝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그의 화살처럼, 인문학은 언제나 세상의 상처 속에서 더욱 빛난다는 뜻이다. 저자인 문학평론가 임헌영은 “정치학이 인간의 행위를, 경제학이 의식주를, 철학이 사색을. 과학이 육체를, 종교가 영혼을 다룬다면, 문학은 인간의 모...

    2026.02.05 20:46

  • [금요일의 문장]호스티스는 ‘적대’와 ‘환대’ 양자 모두의 공통 어원
    호스티스는 ‘적대’와 ‘환대’ 양자 모두의 공통 어원

    대부분의 인도유럽어에서 ‘손님’과 ‘적’을 나타내는 단어가 동일하다 … 라틴어의 호스티스hostis는 ‘적대hostility’와 ‘환대hospitality’ 양자 모두의 공통 어원이다. 그리스어의 제노스xenos(외국인 혐오증xenophobia과 외국인 애호증xenophilia), 옛 독일어의 가스트Gast(친근한 손님 또는 끔찍한 적) 등도 마찬가지이다. <급진적 환대>, 갈무리한국어에서 ‘주인’은 주권을 행사하며 대상을 통제하는 강자이다. 철학자 리처드 카니·멜리사 피츠패트릭이 규정하는 ‘호스트(host)’로서의 주인은 손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지위가 승인되는 상대적 존재이다. 낯선 존재가 ‘나를 찾아온 반가운 손님’인지 ‘나를 위협하는 탈취자’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체는 환대와 적대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환대의 순간 주인은 타자의 고통과 요구에 사로잡힌 인질(hostage)이 된다. 즉 인간은 타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수락하는 순간에야 ‘주인’으로 거듭나...

    2026.01.29 20:15

  • [금요일의 문장]이것은 과거였던 미래를 품은 기록이다
    이것은 과거였던 미래를 품은 기록이다

    “영원의 세계는 고독으로 물들어 있었다. 영원은 하늘의 목소리를 받아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았다. 종이와 물감을 다루듯 사랑과 고독의 낱말을 써 내려가던 날들 속에서. 세계는 영원의 회전 속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 영원의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은 중첩되어 순환하고 있었다. 이것은 과거였던 미래를 품은 기록이다.” <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 수록작 ‘영원은 엷어지는 분홍’ 중, 문학실험실이제니 시인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이다. “세계는 무덤으로 가득 차고 있다. 사이사이. 빈자리는 채워지고 또 채워지고 있다// 엄마 흰빛을 따라가세요.”(‘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 중) “어리고 여린 돌의 흰 가루. 더는 만날 수 없는 몸의 고운 뼛가루”(‘돌이 준 마음’ 중) 시집 군데군데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한 애도의 정서가 담겼다. 시인은 슬픔을 감각하며 영원과 순환 그리고 그 가운데서 발견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집의 후반부에 놓인 ‘되기-물방울...

    2026.01.22 20:01

  • [금요일의 문장]왜 독수리는 날개 펴지도 못하는 공간에 갇혀 있어요?
    왜 독수리는 날개 펴지도 못하는 공간에 갇혀 있어요?

    독수리사 앞에서 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독수리는 겨울철새이며 몽골이 번식지입니다. 주로 먹이경쟁에서 밀린 어린 독수리들이 한국에 오지요. 봄이 되면 다시 몽골로 돌아갑니다.” 수달사 앞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수달의 세력권은 강을 따라 40킬로미터 이상이고 포식자로서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높은 바위에 똥 자리를 만듭니다.” … 몇몇 아이가 아기 낙타처럼 계속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그럼 왜 독수리는 날개를 펴지도 못하는 좁은 공간에 갇혀있어요?” “선생님! 그럼 왜 수달은 작은 욕조에 살아요? 똥 눌 바위는 왜 없어요?” 아이들의 궁금증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어크로스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갈비 사자’로 불린 ‘바람이’를 구조한 수의사이다. 그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야생동물을 구조해 야생 복귀를 돕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은 동물원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애쓴다. 그의 글은 자신이 ...

    2026.01.15 21:04

  • [금요일의 문장]나는 이미 산토끼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이미 산토끼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산토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산토끼가 반려동물임을 선포하는 것이고, 왠지 녀석에게서 무언가를 빼앗는 일 같았다. 나는 이미 산토끼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를 준비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산토끼를 부를 일이 있을 때, 나는 ‘꼬마 little one’라고 불렀다.” <산토끼 키우기>, 바람북스코로나19 셧다운 시기 영국 시골의 한 마을에서 머물던 저자는 우연히 갓 태어난 야생 산토끼를 키우게 된다. 유럽의 야생 산토끼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하얗고 귀여운 집토끼와 달리 충혈돼 보이는 눈, 길고 강인해 보이는 귀와 다리 등 외형부터 야생성이 강한 동물이다. 다만 저자는 이런 산토끼를 ‘반려동물’로 여기지는 않는다. 인간의 손길이 동물의 야생성에 해를 끼칠까, 새끼 때 분유를 먹이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안아 올리거나 쓰다듬지도 않고 이름도 따로 지어주지 않는다. 저자는 산토끼를 키우고 공부하면서 인류가 문명을 쌓아 올리...

    2026.01.08 20:15

  • [금요일의 문장]보수 러시아인들, ‘어게인 1991’만은 안 된다 생각
    보수 러시아인들, ‘어게인 1991’만은 안 된다 생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식적인 법이지만 이것이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누구든 마음대로 재갈을 물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시절의 완전한 독재와 1990년대 생지옥 같은 자유를 경험한 러시아 국민은 작금의 이 상황을 최고의 상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러시아 어르신들은 정부가 언론을 박살내든 정치인을 탄압하든 한 가지만 생각한다. ‘어게인 1991’은 절대 안 된다고 말이다.”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틈새책방러시아인들은 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까. 러시아에서 태어나 201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벨랴코프 일리야 수원대 교수는 보수적인 러시아인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1990년 소련 붕괴 이후의 혼란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공산주의 소련 붕괴 후 몰려온 자본주의의 쓰나미 속에서 러시아는 탈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정전과 단수 사태가 빈발했다. 이때의 경험으로부터 러시아 기성세대의 마음속에 ‘자유=무질서’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

    2026.01.01 20:02

  • [금요일의 문장]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
    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

    “나는 할머니와 엄마, 동네 아주머니들에게서 상호의존과 나눔의 힘에 대해 배웠다. 내가 공동체에 매력을 느끼고, 그 안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꿈을 꾼 것은 제도적인 복지만큼 중요한 것이 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행복한 삶은 혼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삶으로 가르쳐주었다. 엄마와 할머니로부터 타인을 존중하고, 곁을 내어주는 법을, 섬기고 배려하고 나누며 사는 삶의 행복을 배웠다. 그래서 가족 안에 갇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엄마만 남은 김미자>, 사계절김중미 작가는 1988년부터 인천의 빈민촌이던 만석동에서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해왔다. 200만부가 넘게 팔리며 많은 이들에게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펼쳐내 보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엔 이런 만석동 이야기가 담겼다. 지금은 강화도로 터전을 옮긴 작가는 농촌 공동체를 꾸려가며 ‘기찻길옆작은학교’의 큰이모로 살고 있다. 언제나 더 낮은 곳을 찾아 공동체의 희망을 ...

    2025.12.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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