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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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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의 문장]문단의 끝에서 단검에 찔리는 것은 달콤하지
    문단의 끝에서 단검에 찔리는 것은 달콤하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은 고통. 거기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위장할 뿐, 형용사의 날개를 달고 도망칠 뿐. 문단의 끝에서 단검에 찔리는 것은 달콤하지.때때로 나는 수많은 사람이 쥐고 있는 내 삶의 어휘집이, 사실관계의 색인이 끔찍하다. 다들 여벌의 쌍안경처럼 꼭 쥐고 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내 기억을 방해한다는 뜻이다. 다 잊어버리고, 나는 아끼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서로 돕는 사회, 참 아름다운 구절. 그래서 나는 항상 전화를 붙들고, 편지를 쓰고, 잠에서 깨면 B와 D와 C에게 나를 부친다.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감히 말을 걸 수 없는 사람들, 그러나 밤새 이야기를 걸어야만 하는 그들에게.<잠 못 드는 밤>(임슬애 옮김, 코호북스) 중에서엘리자베스 하드윅은 ‘뉴욕리뷰오브북스’ 공동 창간자다. 평론가로, 에세이스트로 이름을 떨쳤다. 소설인데, 뚜렷한 줄거리도 플롯도 없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확인하기도 힘들다. 나, 사람...

    2023.08.11 21:53

  • [토요일의 문장]평등하고 안전한, 지역 사회의 심장 ‘도서관’
    평등하고 안전한, 지역 사회의 심장 ‘도서관’

    이것이 사서의 진정한 역할임을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다, 우리는 책을 정리하고 듀이 십진분류법의 숫자를 설명하고 컴퓨터를 닦고 문서를 인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일이 하나로 수렴된다. 이곳을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비록 이렇게 축소된 상태일망정, 도서관은 모든 사람에게 최우선으로 제일 요긴한 곳이다. 여기는 평등을 위한 장치이자 안전한 공간이며 지역사회의 심장이다.앨리 모건 <사서 일기>(문학동네) 중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던 저자가 삶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도서관 사서 채용에 합격했다는 전화 한 통이 그를 살린다. 자살계획을 미룬 채 출근하지만, 그곳은 괴괴하고 우울한 곳이었다. 도서관 방문객은 크게 세 부류였다. 어린이책을 자녀에게 사줄 형편이 안 되는 젊은 부모들, 추리소설을 들어오는 족족 읽어치우는 어르신들, 달리 갈 곳이 없는 이들. 냉난방을 할 여유가 없거나, 구직활동에 필요한 컴퓨...

    2023.08.04 21:30

  • [토요일의 문장]책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
    책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

    “어느 책에서나 형성되어 떠오르며 퍼지는 구름 속에 있는 게 좋다. … 책의 침묵 속에서, 시선 아래 펼쳐지는 긴 문장 속에서 늙어가는 게 좋다. 책이란 세상에서 동떨어졌으나 세상에 면한, 그럼에도 전혀 개입할 수 없는 놀라운 기슭이다. 오직 책을 읽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고독한 노래이다.” <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문학과 지성사) 중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에게 독서는 “삶을 향한 통로를, 삶이 지나는 통로를, 출생과 더불어 생겨나는, 느닷없는 빛을 더 넓게 확장”하는 행위다. 독자는 “두 지면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하늘을 나는 작은 양탄자’에 올라타서 바다를 지나고…수천 년을 건너뛰는 마술사”다.독자는 또 ‘도둑’이고, 독서는 ‘소리 없는 절도’다. 책 제목은 로마인들이 도둑을 칭할 때 에둘러 쓴 라틴어 ‘fur’를 뜻한다. 옮긴이 송의경은 “도둑에게서 자신이 옹호하는 덕목인 단독성, 침묵, 어둠, 은밀함 등을 읽어낸다. 도둑의 속...

    2023.07.28 21:48

  • [토요일의 문장]노키즈존, ‘어른’이란 특권이 만든 반칙
    노키즈존, ‘어른’이란 특권이 만든 반칙

    “노 키즈 존은 아동 보호와 발달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아동의 출입을 금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입니다. 공공의 장소는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특정 사람에게만 보장되는 공간은 가진 사람만 누릴 수 있게 만드는 반칙과 특권이며, 시민으로서 함께 존재하고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박명금 외 (서사원) 가운데‘2021 한국 아동의 삶의 질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31위였다. 아이들을 ‘미래 세대’로 보며 현재의 권리를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삶은 희생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영·유아기’는 가장 취약하면서도 모든 발달의 기초가 형성돼 생애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결정적 시기다. 아동 인권 강사인 저자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문제를 아동 인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아이의 ...

    2023.07.21 17:13

  • [토요일의 문장]거리엔 크고 작은 묘비들이 꽃 없이 생기고 있어요
    거리엔 크고 작은 묘비들이 꽃 없이 생기고 있어요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얼굴만을 기록해왔지만// 당신과 내가 같은 호흡을 나누어 가진다면/ 우리의 얼굴도 다시 쓰여야겠지요// 시든 꽃과 죽은 새와 이름 모를 당신과 걸으며/ 우리 가방에 달린 작은 방울이 흔들릴 때//…// 세계의 가장 사적인 얼굴을 수집하며/ 울퉁불퉁한 길을 함께 걸어요// 나는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당신은 폭격을 피해 떠나고 있어요// 그 나라엔 영문을 모르고/ 주인 곁에서 끙끙거리는 개가 있겠지요// 거리엔 크고 작은 묘비들이 꽃 없이 생기고 있어요”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창비)의 ‘꽃 없는 묘비’ 중시 부제는 ‘우크라이나에게’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오연경은 “주민현이 다시 쓰려고 하는 이야기는 낱낱의 생명체들의 삶의 세목과 차이에 집중하는 작은 이야기일 뿐 아니라 하나의 확성기로 증폭되어온 세계의 거대한 이야기에 대항하는 작은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세상은 ‘거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전쟁을 ...

    2023.07.14 21:46

  • [토요일의 문장] 보이지 않는 고통과 함께 살아가기···새로운 ‘질병서사’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고통과 함께 살아가기···새로운 ‘질병서사’를 위하여

    20세기는 수전 손태그의 표현처럼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이 의학의 핵심 전제”인 시대였다. 21세기는 의학이 질병 유발인자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질병 서사도 극적인 시작과 궁극적 치유(혹은 비극적 죽음)로 구성되는 틀에서 벗어나, 보다 섬세하게 변화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진화해야 한다.- 메건 오로크 (부키) 가운데뚜렷한 병명을 찾지 못하지만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메건 오로크가 그랬다. 가족도, 의사도 이해하지 못하는 질병 앞에서 그는 “누가 내 아픔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망”이 너무나 강렬해서 수치스러울 정도였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언어를 찾기 위해 면역계와 의학을 공부하고, 다른 환자들을 만나면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자가면역은 미국에서 암 다음으로 흔한 질병이다. 저자는 19세기의 결핵, 20세기의 암과 에이즈가 있다면 21세기의 병은 만성질환이라고 말한다. 자가면역...

    2023.07.07 17:26

  • [토요일의 문장]권력 가진 사람들의 말도 위험해졌다
    권력 가진 사람들의 말도 위험해졌다

    ‘말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사람의 존엄성을 상처 입히는 언어가 발화되어 생활 영역에 뒤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감각이 흐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재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말도 어딘가 위험해졌다. 대화를 일방적으로 끊거나, 설명을 거절하거나 책임을 흐리거나, 대립을 부추기는 말을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내뱉는다.<말에 구원받는다는 것>(ㅁ, 배형은 옮김) 중일본의 문학연구가 아라이 유키는 장애인, 환자, 워킹맘, 여성해방 운동가, 괴롭힘 피해자가 겪은 혐오, 모멸, 폭력, 차별의 말 같은 ‘파괴의 말’을 들여다본다. 빼놓을 수 없는 건 “ ‘너 같은 건 나한테 알기 쉬운 존재가 되어라’는 오만함과 이웃 관계”의 말인 ‘요약’이다. 지금 세상엔 “빠르고, 짧고, 이해하기 쉽고, 흑백이 분명하고, 적과 우리 편을 구별하기 쉽고, 감정을 간단히 정리”하는 ‘안이한 요약주의’의 말들만 대접받고, 넘...

    2023.06.30 21:12

  • [토요일의 문장] 모성과 창작의 ‘긴장’···쪼개진 시간 속에서 탄생한 예술
    모성과 창작의 ‘긴장’···쪼개진 시간 속에서 탄생한 예술

     양육의 경험은 종종 분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버레이처는 “아이가 하는 지속적인 공격”이 양육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 같은 공격은 그야말로 “엄마의 말하기”와 “사고하고 성찰하고 잠자고 이동하고 맡은 일을 완수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받아 구멍이 숭숭 난 자기 서사” 안으로 난입한다. 결국 근본적으로 일관성 없는 일련의 분절된 경험만이 덩그러니 남게 된다.- 줄리 필립스 (돌고래) 가운데도리스 레싱, 수전 손태그,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앨리스 닐…. 한번에 입에 올리기도 숨이 찬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으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은 아이를 버렸다고 욕을 먹었고, 앨리스 닐은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했다고 시가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했다. 책은 이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이 빚어내는 긴장과 협상, 그 둘의 관...

    2023.06.23 13:39

  • [토요일의 문장]사유재산이 많을수록 사회적 선불금도 커진다
    사유재산이 많을수록 사회적 선불금도 커진다

    물건과 마찬가지로 관계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어제 소중했던 것이 오늘은 고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은 물건과 관계 모두에 해당한다.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제작하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은 조만간 쓰레기 혹은 기념품이 되거나 추억으로 남는다. 더는 의미도 목적도 없는 오르골이 되고 만다.… 재산은 상당 부분 자기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재산은 상속되며 재산의 많고 적음은 사회가 미리 지불한 비용과 비례한다. 사유재산이 많을수록 사회적 선불금도 점점 커진다. 집을 한 채 짓는 사람은 도로를 한 번 이용한다면, 집을 열 채 짓는 사람은 도로를 열 번 이용한다. <아버지의 상자>(마라카스, 박종대 옮김) 중스위스 작가 루카스 베르푸스의 아버지는 감옥을 드나들었다. 노년에 집세를 못 내 쫓겨난 뒤 노숙하다 급사했다. 아버지가 베르푸스에게 남긴 것은 빚과 델몬트 바나나 종이 상자에 담긴 유품이다. 상자에서 나온 건 청구서 같은 빚의 흔적이...

    2023.06.16 20:47

  • [토요일의 문장]그저 생장하는 식물이 건네는 위로···‘식물적 낙관’
    그저 생장하는 식물이 건네는 위로···‘식물적 낙관’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 (때론 달갑지 않은)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 우리가 떠올리는 가드닝의 아름다움은 기실 상상에 가깝고 오히려 성장의 개념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주재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김금희 (문학동네) 중에서김금희는 소설가이기도 하지만 ‘가드너’이기도 하다. 산문집 <식물적 낙관>에선 발코니 정원에서 식물들을 키우며 삶에 대한 깨달음과 성찰을 길어올린다. 책은 식물이 생장하는 흐름인 계절의 변화를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저자는 발코니에서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병충해로 아픈 식물을 돌보며 성장과 고통, 돌봄과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여름의 왕성한 성장기,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오는 상실의 아픔, 성장을 멈추고 힘을 비축하는 겨울, 봄이 되어 연둣빛 새순을 터뜨리는 식물들의 이야기 속에 반려견과 반려식물을 떠나보낸 후 무너진 ...

    2023.06.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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