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금요일의 문장
  • 전체 기사 145
  • [금요일의 문장]지지자들은 범죄자 학살 공약을 걱정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범죄자 학살 공약을 걱정하지 않았다

    “돈돈은 ‘도살자’ ‘징벌자’로 불리는 사람의 대권 야망을 지지하는 것이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원칙과 충돌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는 법을 잘 지켰다. 세금을 냈다. 마약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범죄자와 마약 중독자를 학살하겠다는 두테르테의 공약을 걱정하지 않았다. 두테르테의 말을 농담으로 여겨서가 아니었다. 살해될 사람들이 자신의 안녕에 딱히 필요 없는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들이 사회에서 사라진다면 국가 자원이 허비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죽는다면 공익에 보탬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바다출판사취임과 동시에 범죄자들을 죽여버리겠다고 약속하는 정치인은 좋은 정치인일까. 필리핀 언론인 파트리시아 에방헬리스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시절 ‘마약과의 전쟁’이 국가범죄였음을 고발한다. 두테르테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2위 후보와 사상 최대 득표율 차이로 당선됐다. 지지자들은 “인권, 적법 절차,...

    2025.12.11 20:15

  • [금요일의 문장]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달리는 기차를 본다 멈추지 않는 기차를/ 멈추지 않아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차/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도 없는 기차// 기차의 속도로 달려야만 탈 수 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자는 치명상을 입는다//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수록작 ‘기차에 대하여’ 중, 창비한국 노동시의 거목 백무산 시인이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폭주하는 인류 문명을 날 선 감각으로 직시한다. “도구 아닌 몸은 길들여진 도구가 되어/ 목숨 파먹고 사는 일이 사는 일인가”(‘먹기 위해 살기로’ 중)라거나 “돌아와 핏자국을 닦고 우리는 잔치를 벌인다/ 그동안 누리지 못해 안달이 났던 축제를”(‘잔치는 다시 시작되었다’ 중)이라는 시구들은 기술의 진보 앞에서 소외당한 인...

    2025.12.04 20:08

  • [금요일의 문장]책임 있는 자의 면책이 반복되며 어떤 왜곡을 낳았나
    책임 있는 자의 면책이 반복되며 어떤 왜곡을 낳았나

    “수많은 무고한 이의 살상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왕과 간신들이 면책되고, 핏빛 권력의 후광을 유지하면서 뻔뻔하게 여생을 누리는 짓이 반복되는 것은 특히 우리 근현대사에 어떤 그늘과 왜곡을 낳았을까? 이승만과 박정희는 말할 것도 없고,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등 대통령이 되는 대로 예외 없이 감옥행을 거친 파당에서 다시 윤석열이라는 기괴한 사건이 생겨났을 뿐 아니라 여태도 국민의 30퍼센트 이상이 그 패거리를 지지하고 있는 이 생게망게한 현실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한국적 교양의 실패와 여자들의 공부론>, 글항아리철학자 김영민은 “윤석열 사태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한국 상층부의 핵심층을 이루고 있는 권력 엘리트들의 민낯을 백주에 전시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의 면면이 마치 인두겁을 쓰고 있는 원숭이 무리처럼 보이지 않던가”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권력 엘리트의 지위에 오른 이들의 지성과 양심은 반복되는 엄혹한 ‘선발’에 의해 이지러진...

    2025.11.27 20:07

  • [금요일의 문장]사랑은 모든 걸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사랑은 모든 걸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Das Wort erstirbt schon in der Feder 말은 붓에 닿는 순간 죽어버린다. 아아, 또다. 결국 난 모든 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거야. 나비는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기는 모습이 아름다운 건데. 하지만 태풍에는 반드시 눈이 있는 법. 모든 말은 실상 그 한 점을 향해 몰아칠 뿐이다 …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Goethe”<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프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는 홍차 티백에서 출처 불명의 괴테 명언을 발견한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선 문장이지만, 이상하게도 이 문구가 자신이 주장해온 이론을 완벽히 요약하는 것처럼 느낀다. 도이치의 삶을 뒤흔든 문장을 통해 사랑과 언어, 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2025.11.20 22:13

  • [금요일의 문장]기업이 지속 가능한 세계로 이끌 것이란 생각 버려야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세계로 이끌 것이란 생각 버려야

    “진정한 변화는 민주적인 행동에서 나오지, 기업 스스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원래 경제 행위자인 기업 조직이 어떻게든 정치적으로 더욱 정의롭고 공평하며 지속 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치할 권리가 있다는 궁극적인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정치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재확인되어야 하며, 경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강등되어야 한다.” <깨어있는 자본주의>, 여문책자본주의 체제에 비판적인 활동가들은 기업이 불평등 개선이나 사회 정의에는 관심이 없고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해왔다. 최근에는 ‘깨어있는’ 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사재를 투입한 베이조스지구기금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 연구교수인 칼 로즈는 ‘깨어있음’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

    2025.11.13 19:55

  • [금요일의 문장]관객이 단 한 명뿐일지라도 매료시킨다는 마음가짐
    관객이 단 한 명뿐일지라도 매료시킨다는 마음가짐

    “‘가부키 배우라는 사람들은 이런 지루한 공연을 진심으로 대단한 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고.’…당시 가부키 순회공연은 역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무대에 선 키쿠오는 비록 관객이 단 한 명뿐일지라도 그 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매료시킨다는 마음가짐이었기에 당연히 설렁설렁할 만큼의 여유나 게으름은 없었습니다.” <국보>, 하빌리스2025년 6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국보>가 관객 천만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전통문화를 대표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잊혀 가는 ‘가부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작품은 단행본도 100만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얻었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가부키 극단에서 3년간 검은 옷을 입고 배우를 돕거나 소품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쿠로코’를 담당했다고 한다. 소설에서 야쿠자 가문에서 태어난 주인공 키쿠오는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아버지를 여의고 가부키로 ...

    2025.11.06 22:33

  • [금요일의 문장]동료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다
    동료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다

    “동료는 동지가 아니다. 동지가 같은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동료는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같은 뜻을 갖지 않고 비자발적으로 함께하는 관계이기에 때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동료는 적도 아니다. 동료는 서로 간의 평등을 전제한다. 권위에 기대어 상대를 깔보거나 윗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면서 서로 배울 수 있는 관계다. 이 점에서 동료의 반대말은 권위주의다.” <동료에게 말걸기>, 민음사책은 철학책 편집자인 박동수 사월의책 편집장이 우리 시대 젊은 저자들이 쓴 책과 20세기 현대 철학자들의 책을 나란히 읽은 기록이다. 예컨대 미셸 푸코 평전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저서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퀴어 비평가 이연숙의 <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을 병행해 읽는 것이다. 이 같은 독서를 통해 저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어떻...

    2025.10.30 20:48

  • [금요일의 문장]이 페이지를 전부 검게 칠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이 페이지를 전부 검게 칠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연구에 관한, 여기 등장하는 성적 변종들에 관해, 잰 게이에 관해 물었고, 이 페이지를 전부 검게 칠한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후안 당신인지 물었다. ‘아니, 아니야.’ 이 책은 후안이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중간중간 지워져 짧은 시와 관찰들로 변해 있었다. 언젠가는 더 많은 것을 알려주리라고 넌지시 암시하면서,” <암전들>, 열린책들퀴어 사회학자 잰 게이가 1900년대 초 실제 퀴어들로부터 수집한 인터뷰 등을 담은 연구 <성적 변종들 : 동성애 패턴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다. 실제 게이는 연구를 위해 유럽과 뉴욕의 레즈비언 300명 이상을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시대의 한계로, 여성이었던 게이는 자신의 연구를 타인에게 넘기게 된다. 소설은 어쩌면 비극으로 보이는 그 연구서를 후안 게이라는 노인에게서 받게 되는 청년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실제 책을 펼치면 게이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인터뷰지가 놓여 있는데 ...

    2025.10.23 22:19

  • [금요일의 문장]과거 떠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미래 상상에도 서툴다
    과거 떠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미래 상상에도 서툴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과거를 되짚어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진화해왔다. 일반적으로 심상이 생생할수록 자전적 기억은 더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되살아나며 그 덕분에 그 장면을 바탕으로 미래를 더욱 자연스럽게 내다볼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하얀 여왕은 ‘거꾸로만 작동하는 기억은 형편없는 기억이지’라고 외친다. 따라서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운 사람은 미래를 상상하는 데도 서툴다.” <상상하는 뇌>, 흐름출판상상을 할 때 인간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간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상상에는 야누스처럼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 말한다. 상상은 “우리를 다른 존재들과 떼어놓고 현실에서 고립”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상한 경험을 공유하는 능력이 우리를 하나로 묶기도 한다”. 상상의 역할은 고립된 개인들을 묶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상상은 뇌가 최근의 경험을 모델링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타인과의...

    2025.10.16 21:23

  • [금요일의 문장]그자가 죽어야 하는 이유? 이 전쟁의 주인이니까
    그자가 죽어야 하는 이유? 이 전쟁의 주인이니까

    “이라크는 엿 먹으라고 하고. 여기는 미국이야. 미국이 미국과 싸우고 있는 거지. 무슨 말씀입니까? 내전이야, 브릭.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 그자는 왜 죽어야 하는 거죠? 그자가 이 전쟁의 주인이니까. 이 전쟁을 만들었고, 지금 벌어지는 일이나 앞으로 벌어지려는 일이 모두 그의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 머리를 제거하면 이 전쟁은 멈추는 거야. 간단한 거지.” <어둠 속의 남자>, 북다오언 브릭은 어느 날 깊은 구덩이에서 깨어난다. 오언이 눈뜬 곳은 2000년 대선 이후 내전으로 분열된 가상의 미국이다. 그는 곧 알게 된다. 자신이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을. 이야기를 쓴 사람은 은퇴한 문학평론가 오거스트 브릴이다. 아내를 잃고, 자신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된 그는 버몬트의 집에서 요양하며 불면의 밤을 지낸다. 오거스트는 상실과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이야기를 쓴다. 그러나 이야기 속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야기 안의 이들이 겪는 고통은 커진다. 결국 오...

    2025.10.09 20:19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