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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 [금요일의 문장]읽기를 통해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읽기를 통해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돌봐야 할 것이 많다. 나의 몸과 마음이 있고, 주변 이웃이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멸종위기종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의 거처인 지구가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이제 알 수가 있다. 그 역시 책을 읽고 생각할 때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읽기를 통해 돌보는 눈을,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읽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 (유유)저자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시대의 트로이 목마”라고 부른다. “각자 손안에 주의 뺏기의 첨병인 스마트폰을, 그것도 비싼 값에 자진해서 들여놓았고, 그 결과 트로이 성이 함락되듯 속수무책으로 시선과 정신을 내주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저자는 디지털 기기에 빼앗긴 주의력을 되찾음으로써 타인을 돌보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우리가 더 이상 호기심을 갖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무엇으로 고통받는지 ...

    2024.11.07 20:36

  • [금요일의 문장]고도의 관심, 물끄러미
    고도의 관심, 물끄러미

    “물끄러미, 다른 존재는 못 보는 걸 본다. 못 닿은 것에 닿는다. 물끄러미는 놓치지 않지만 억압하지 않는 시선이다. 간섭하지 않지만 거두지 않는 시선이다. 물끄러미는 고도의 집중력, 고도의 관심이다. 열기도 냉기도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중력이 모두 내부에 있어 겉으로는 안 드러나는 상태, 그러니까 식지 않은 명랑의 상태다. 선생님은 타인을 위해 가져야 하는 덕목이 명랑이라고 쓰셨다.” <물끄러미>(난다)이원 시인은 6년 전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을 회고한다. 시인은 선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로 ‘물끄러미’를 꼽았다. 언젠가 툭 던지듯 전한 “이원은 별걸 다 신경 써”라는 선생의 말이 그에게는 내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별걸 다 신경 쓰는 분주함이 나의 허약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뒤척임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정말 괜찮아졌다.” 그 말은 ‘별걸 다 신경 쓰니 그만 써’라는 뜻도 ‘별걸 ...

    2024.10.31 20:40

  • [금요일의 문장]미국에는 이·팔 전쟁의 책임이 있다, 명백하게
    미국에는 이·팔 전쟁의 책임이 있다, 명백하게

    “한 세대에 걸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살해하고 투옥하고 격리하기 위해 힘쓴 결과 하마스와 같은 단체가 권력을 잡게 되었고,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에 찬성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스라엘과 로비가 함께 지지한 것으로, 결국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란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크레타)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와 스티븐 M 월튼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냉정한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책에서 이들은 미국이 중동 정책에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해온 것은 미국 내 유대인들의 대정부 로비 탓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가 냉전 이후 크게 떨어졌는데도 미국이 이스라엘의 편에 섬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서는 이스라엘 비판이 금기시됐던 2007년 ...

    2024.10.24 20:21

  • [금요일의 문장]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
    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

    “그림 감상이 화가가 그려놓은 구도와 색상을 보는 것에서 멈춘다면 화가와 감상자,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깊은 교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일 것이다. 그림은 분명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으며, 그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 그림은 진정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 <오직, 그림>(마음산책)작가인 박영택 교수는 “훌륭한 그림은 말을 거는 그림”이며 “그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 그림은 진정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화가가 치밀한 구도와 색상으로 그려낸 어떤 생각, 즉 이면은 감상자의 시각을 자극”하고, “감상자는 자신의 미의식 속에서 시각적 자극을 청각적 상상력으로 전환시킨다”고 말한다. 감상자가 자신의 귀로 환청과도 같은 청각적 상상력 속에서 화가의 생각을 듣는 경험을 통해 작품에 대한 본질적 인식에 다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책은 서양미술사를 혁신한 그림 51점과 그에 대한 해설을 실었다. ...

    2024.10.17 20:49

  • [금요일의 문장]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쫄지 말자, 소인!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쫄지 말자, 소인!

    “그러니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고 비난받을 일은 결코 없다. 다만 비난받아 마땅한 소인배의 태도와 행동을 경계하면 족하다. 군자를 지향하고 소인배를 경계하는 것이다. 나날이 군자의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가려 노력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니 쫄지 말자, 소인!” <소인을 위한 논어, 군자의 옷을 벗다>(교유서가)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과 행적을 기록한 <논어>는 동양 최고의 고전이다. <논어>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군자다. 반면 소인은 늘 모자라는 사람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 같은 군자와 소인의 이분법에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군자는 완벽하긴 하나 인간적인 면이 부족해 평범한 범인으로서는 달성하기 힘든 경지인 데다 춘추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군자의 덕목이 유효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인을 군자와 대비되는 ‘소인배’가 아니라 ‘소박한 사람’ ‘보통 ...

    2024.10.10 20:05

  • [금요일의 문장]고민 많은 10대에게 가장 필요한 장르 ‘시’
    고민 많은 10대에게 가장 필요한 장르 ‘시’

    “현실의 어떤 문제에 답을 구하기가 어렵고 막막한 어떤 날, 답답한 생각이 들 때는 늘 시를 찾아 읽고 시에서 답을 구하곤 했는데요. 대학 다닐 때 시집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종로서적 계단을 오르내리며 몇 시간씩 선 채로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주름들이 단번에 펴지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눈에 선연히 그려지는 신기한 눈 뜸의 경험을 하곤 했지요.” <홀로 함께>(민음사)부제는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10대들에게 서점 한구석에 서서 몇 시간씩 시집을 읽는 풍경은 낯설 것이다. 또 시를 읽고 현실 속 난제들의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는 늘 가장 구체적인 현실이고 가장 절박한 외침이며 생생한 역사이고 또 가장 날것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언어다.” 10대에게 시야말로 가장 혁신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문학 장...

    2024.10.03 19:58

  • [금요일의 문장]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종말은 아니다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종말은 아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해야 할 ‘행동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고, 모든 시위에 참여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겠지만, 그래도 기후 변화는 우리를 덮칠 것이다. (중략) 상황은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며, 결코 그런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한문화)BBC 기자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저자 도갈드 하인은 인류가 기후 변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기후 위기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불신한다. 과학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학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본다. 경제성장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의 도전 과제는 유럽 국가들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성공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농민들...

    2024.09.26 20:18

  • [금요일의 문장]카프카의 ‘소송’만큼…각박한 한국 소수자의 삶
    카프카의 ‘소송’만큼…각박한 한국 소수자의 삶

    “사실 삶은 기나긴 소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성별, 인종, 계급 등의 사회문화적 규정들 속에 던져진다. 사회는 그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며 늘 우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려고 대기 중이다. …그러니 누구나 사는 동안 사회적 ‘정상상태’에 있을 것을 명하는 법 앞에서 계속 무죄를 입증하거나 유죄를 인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마음산책)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소송>은 주인공 요제프 K가 이유 없이 체포당하며 시작한다. 주인공의 죄목조차 알 수 없다. 진은영 시인은 카프카의 소설을 설명하며 “사실 삶은 기나긴 소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는 ‘정상’이라는 규정을 들이대며 구성원들에게 끝없이 이를 입증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시인의 시선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에게 향한다. 이들의 삶은 비난받아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던 K보다 더 힘든 상...

    2024.09.19 20:19

  • [금요일의 문장]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킬 때 윤리적 주체가 된다
    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킬 때 윤리적 주체가 된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유형의 사례들을 근거로 한국도 일본과 같은 전범국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전범국이니 일본의 책임을 묻지 말라는 우익적 주장의 변형일 뿐이다. 그렇다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조선인 포로감시원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을까. (중략) 우리가 져야 할 몫의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역사에 연루시키는 자만이 윤리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한겨레출판)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는 제2차 대전 당시 포로가 된 영국 군인들이 일본군의 철도 건설에 동원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당시 건설 현장에서는 조선인 포로감시원 1000명이 일했다. 일본군이 조선과 대만에서 민간인을 동원해 감시를 맡겼기 때문이다. 조선인 감시원들은 일본군의 지시를 받고 포로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이들의 잘못이 일본군과 동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피해자일 뿐인가. 1942년 포로감시원으로 일했...

    2024.09.05 20:24

  • [금요일의 문장]끝없는 삶의 난제를 형태로 만들어가는 게 인생
    끝없는 삶의 난제를 형태로 만들어가는 게 인생

    유명한 수학 상수인 파이는 원의 지름에 대한 원주의 비율로, 참으로 매혹적인 숫자다. 그리고 파이 파텔이 말했듯이, 이 숫자는 영원히 계속된다. 파이는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다. 끝이 없으니 딱 떨어지는 분수나 소수로 적을 수도 없다. 주인공의 이름에 빗댄 ‘무리수 파이’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미래의 창)부커상 수상작인 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바다에서 조난당한 소년이 벵골 호랑이와 구명정에서 227일을 표류하며 살아남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별명인 ‘파이(Pi)’는 원주율을 말할 때 쓰는 바로 그 파이(π)다. 수학자 새러 하트는 주인공의 이름에 빗댄 ‘무리수 파이’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라고 말한다.바다에서 표류하다 살아남은 파이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파이가 망망대해를 떠돌 때, 무작위처럼 보이는 π의 자릿수...

    2024.08.2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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