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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 [금요일의 문장]장밋빛 약속을 동력 삼는 ‘투기 자본주의’
    장밋빛 약속을 동력 삼는 ‘투기 자본주의’

    “이런 식으로 투기는 경제 심리학에서 잘 알려진 효과인 ‘참여 에스컬레이션’을 기계적으로 만들어낸다. 슬롯머신 게임을 중단하기 어려운 것이 그 좋은 예다. (중략)우리는 통계적으로 적어도 한 번은 좋은 운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시 동전을 기계에 넣는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더 많이 잃을수록 잭팟의 가능성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투기 자본주의>(민음사)피에르이브 고메즈 EM리옹 경영대학원 교수의 저서 <투기 자본주의>에 따르면 ‘투기’는 자본주의의 예외적 일탈 현상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이자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과거 자본주의는 건전한 자본 축적에 의한 성장을 추구했으나 현대의 투기 자본주의는 미래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약속을 동력으로 삼아 전진한다. 가령 2018년 미국에서 흑자 기업의 주가는 32%, 상위 5400대 기업의 주가는 9% 상승했지만, 유니콘 기업(시가총액이 10...

    2024.12.05 20:06

  • [금요일의 문장]가정환경 배제한 ‘능력주의’는 정의롭지 못하다
    가정환경 배제한 ‘능력주의’는 정의롭지 못하다

    “한마디로, 사회적 불평등 요인들의 효력은 매우 강해서 경제적 수단의 평등화가 성취된다고 하더라도, 대학 체계는 사회적 특권을 개인적 재능이나 역량으로 변환함으로써 불평등을 계속해서 신성화할 수 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면 학교 체계는 온갖 정당성의 외양을 이용해 특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상속자들>(후마니타스)<상속자들>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와 장클로드 파스롱(1930~)이 1964년에 출간한 책이다. 책은 1960년대 프랑스 교육 제도에 내재한 불평등에 대한 분석이자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제기다. 전후 프랑스는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했으나, 대학 진학률과 대학 학업 성취도는 계급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의 차이가 결정적인 이유라고 분석한다. 상층 계급 출신들은 토론 문화...

    2024.11.28 21:16

  • [금요일의 문장]농사짓는 것, 농산물 포장하는 것
    농사짓는 것, 농산물 포장하는 것

    “한 해 동안 철따라, 날마다 달라지는 일을 능숙하게 해내야만 멀쩡한 채소와 곡식과 과일을 얻는다. 그러니 농사를 짓는 것과 농산물을 포장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일인데, 요즘은 그걸 같은 사람에게 다 해내라고 밀어붙인다. 몇년 전부터 모든 농사꾼을 농업경영인이니, 농업경영체니 하면서 관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보고 있으면 농업인에 대해서, 농사짓는 사람이라는 부분보다 농산물 파는 사람이라는 부분을 더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농사연장>(상추쌈)귀농한 저자는 농사짓는 것을 배우는 것보다 농산물 포장재를 찾고 이를 포장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여러 작물을 조금씩 짓는 농사일수록 더 건강한 농산물이 나오기 쉽지만 그러자면 택배를 이용해 직거래를 해야 하고 포장하고 파는 일까지 다 해내야 한다는 것. 조금씩, 때마다, 적은 돈으로 직접 포장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먹을거리를 싸야 한다는 조건이 가장 까다롭다. 최근 농산물을 가공하...

    2024.11.21 20:49

  • [금요일의 문장]읽기를 통해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읽기를 통해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돌봐야 할 것이 많다. 나의 몸과 마음이 있고, 주변 이웃이 있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멸종위기종이 있고, 이 모든 것들의 거처인 지구가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이제 알 수가 있다. 그 역시 책을 읽고 생각할 때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는 읽기를 통해 돌보는 눈을, 보살피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읽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 (유유)저자는 스마트폰을 “디지털 시대의 트로이 목마”라고 부른다. “각자 손안에 주의 뺏기의 첨병인 스마트폰을, 그것도 비싼 값에 자진해서 들여놓았고, 그 결과 트로이 성이 함락되듯 속수무책으로 시선과 정신을 내주게” 됐다는 의미에서다. 저자는 디지털 기기에 빼앗긴 주의력을 되찾음으로써 타인을 돌보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우리가 더 이상 호기심을 갖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무엇으로 고통받는지 ...

    2024.11.07 20:36

  • [금요일의 문장]고도의 관심, 물끄러미
    고도의 관심, 물끄러미

    “물끄러미, 다른 존재는 못 보는 걸 본다. 못 닿은 것에 닿는다. 물끄러미는 놓치지 않지만 억압하지 않는 시선이다. 간섭하지 않지만 거두지 않는 시선이다. 물끄러미는 고도의 집중력, 고도의 관심이다. 열기도 냉기도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중력이 모두 내부에 있어 겉으로는 안 드러나는 상태, 그러니까 식지 않은 명랑의 상태다. 선생님은 타인을 위해 가져야 하는 덕목이 명랑이라고 쓰셨다.” <물끄러미>(난다)이원 시인은 6년 전 작고한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을 회고한다. 시인은 선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로 ‘물끄러미’를 꼽았다. 언젠가 툭 던지듯 전한 “이원은 별걸 다 신경 써”라는 선생의 말이 그에게는 내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별걸 다 신경 쓰는 분주함이 나의 허약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뒤척임이 많았는데, 선생님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정말 괜찮아졌다.” 그 말은 ‘별걸 다 신경 쓰니 그만 써’라는 뜻도 ‘별걸 ...

    2024.10.31 20:40

  • [금요일의 문장]미국에는 이·팔 전쟁의 책임이 있다, 명백하게
    미국에는 이·팔 전쟁의 책임이 있다, 명백하게

    “한 세대에 걸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살해하고 투옥하고 격리하기 위해 힘쓴 결과 하마스와 같은 단체가 권력을 잡게 되었고, 협상을 통한 갈등 해결에 찬성하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이스라엘과 로비가 함께 지지한 것으로, 결국 이스라엘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란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크레타)존 J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와 스티븐 M 월튼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 교수는 국제정치학계에서 냉정한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이다. 책에서 이들은 미국이 중동 정책에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해온 것은 미국 내 유대인들의 대정부 로비 탓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스라엘의 전략적 가치가 냉전 이후 크게 떨어졌는데도 미국이 이스라엘의 편에 섬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원서는 이스라엘 비판이 금기시됐던 2007년 ...

    2024.10.24 20:21

  • [금요일의 문장]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
    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

    “그림 감상이 화가가 그려놓은 구도와 색상을 보는 것에서 멈춘다면 화가와 감상자,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깊은 교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훌륭한 그림이란 말을 거는 그림일 것이다. 그림은 분명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으며, 그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 그림은 진정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 <오직, 그림>(마음산책)작가인 박영택 교수는 “훌륭한 그림은 말을 거는 그림”이며 “그림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그 그림은 진정 살아 있는 그림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화가가 치밀한 구도와 색상으로 그려낸 어떤 생각, 즉 이면은 감상자의 시각을 자극”하고, “감상자는 자신의 미의식 속에서 시각적 자극을 청각적 상상력으로 전환시킨다”고 말한다. 감상자가 자신의 귀로 환청과도 같은 청각적 상상력 속에서 화가의 생각을 듣는 경험을 통해 작품에 대한 본질적 인식에 다다르게 된다는 설명이다.책은 서양미술사를 혁신한 그림 51점과 그에 대한 해설을 실었다. ...

    2024.10.17 20:49

  • [금요일의 문장]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쫄지 말자, 소인!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쫄지 말자, 소인!

    “그러니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고 비난받을 일은 결코 없다. 다만 비난받아 마땅한 소인배의 태도와 행동을 경계하면 족하다. 군자를 지향하고 소인배를 경계하는 것이다. 나날이 군자의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가려 노력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니 쫄지 말자, 소인!” <소인을 위한 논어, 군자의 옷을 벗다>(교유서가)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과 행적을 기록한 <논어>는 동양 최고의 고전이다. <논어>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군자다. 반면 소인은 늘 모자라는 사람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 같은 군자와 소인의 이분법에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군자는 완벽하긴 하나 인간적인 면이 부족해 평범한 범인으로서는 달성하기 힘든 경지인 데다 춘추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군자의 덕목이 유효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인을 군자와 대비되는 ‘소인배’가 아니라 ‘소박한 사람’ ‘보통 ...

    2024.10.10 20:05

  • [금요일의 문장]고민 많은 10대에게 가장 필요한 장르 ‘시’
    고민 많은 10대에게 가장 필요한 장르 ‘시’

    “현실의 어떤 문제에 답을 구하기가 어렵고 막막한 어떤 날, 답답한 생각이 들 때는 늘 시를 찾아 읽고 시에서 답을 구하곤 했는데요. 대학 다닐 때 시집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종로서적 계단을 오르내리며 몇 시간씩 선 채로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주름들이 단번에 펴지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눈에 선연히 그려지는 신기한 눈 뜸의 경험을 하곤 했지요.” <홀로 함께>(민음사)부제는 ‘시를 처음 읽는 십 대를 위한 언어 수업’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10대들에게 서점 한구석에 서서 몇 시간씩 시집을 읽는 풍경은 낯설 것이다. 또 시를 읽고 현실 속 난제들의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좀처럼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는 늘 가장 구체적인 현실이고 가장 절박한 외침이며 생생한 역사이고 또 가장 날것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언어다.” 10대에게 시야말로 가장 혁신적인 사고를 하게 만드는 문학 장...

    2024.10.03 19:58

  • [금요일의 문장]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종말은 아니다
    기후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종말은 아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멈추기 위해 해야 할 ‘행동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하고, 모든 시위에 참여하고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겠지만, 그래도 기후 변화는 우리를 덮칠 것이다. (중략) 상황은 괜찮아지지 않을 것이며, 결코 그런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한문화)BBC 기자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환경운동을 해온 저자 도갈드 하인은 인류가 기후 변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류가 과학의 힘으로 기후 위기라는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불신한다. 과학에 기후 변화에 대응할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학이 감당할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본다. 경제성장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의 도전 과제는 유럽 국가들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성공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농민들...

    2024.09.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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