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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 [금요일의 문장]“한국 사회는 개인주의자를 가만히 보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자를 가만히 보지 못한다”

    개인주의자는 철저하게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 때 힘들지만 행복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자기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가만히 보지 못하는 획일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타적 개인주의자>(파람북) 중에서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정수복은 개인주의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07년에 개인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을 썼다.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이라는 책에서 그는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에서 집단의 논리 앞에 개인을 줄 세우는 오래된 문법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로부터 14년 후, 정 작가는 <이타적 개인주의자>에서 다시 한번 개인주의에 대해 논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이자 “자기 자신과의 진실...

    2024.04.18 20:16

  • [금요일의 문장]“도서관에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만 두라고?”
    “도서관에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만 두라고?”

    도서관에 “모두가 읽고 싶어 하는 베스트셀러만 비치하고 읽히지 않는 책은 버려라. 그렇게 하면 도서관 방문자 수가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는 지성과 인연이 없는 인간입니다. 그런데 근래 그런 사람들이 행정 요직을 교육 및 문화 예산을 집행합니다.”<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유유) 중에서“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스스로를 ‘활자 중독자’라 여기는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공공도서관 사서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는 도서관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는 일은 즐거운 일이 아니며, 가능하다면 하루 중 반 이상 도서관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도서관이란 “세계는 미지로 가득한 곳이라는 사실에 압도당하기 위한 장소”이자 “내가 얼마나 세상을 모르는지를 가르쳐 주는 장소”라고 말한다. 우치다는 도서관에까지 상업성과 인기영합주의를 운영 기준으로 요구하는 현 세태를 비...

    2024.04.11 22:05

  • [금요일의 문장]“시간을 어떻게 나눌지가 사랑의 관건”
    “시간을 어떻게 나눌지가 사랑의 관건”

    “결국 ‘사랑의 분배’ 문제란 사실 ‘시간의 분배’ 문제와 다르지 않은 셈이기도 하다. 출퇴근하고 집안일하느라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을 또 아이에게 쓰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도 부족하고, 서로에게 쓸 시간과 여력도 많이 남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가 요즘 우리 사랑에서 관건인 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육아>(한겨레출판) 중에서지난 2월 출간된 <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정재훈, 21세기북스)에 따르면 태어나는 아이 중 절반이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서 인용한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연구보고서는 저소득층일수록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소득격차는 노동시간 격차로도 이어진다. 저소득층 노동자는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그럼에도 육아>의 정지우 작가는 “사랑의 가장 핵심 재료는 ...

    2024.04.04 21:53

  • [금요일의 문장]“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했는데 시인이 됐다”

    “한 학년이 끝나는 날에 담임 선생님은 내게 윤동주상을 줬다. 어째서 윤동주였는지 알 수 없다. 어째서 동물사랑상이 아니었는지 알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긴 노력은 사라졌고 원한 적 없던 선물이 생겼다.” <이듬해 봄-신이인의 3월>(난다) 중에서어린 시절, 시인은 친구와 학교 앞 리어카에서 햄스터를 한 마리씩 사서 길렀다. 정성껏 키웠지만, 햄스터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다. 슬픔과 책임감이 뒤엉켜 괴로웠다. 이후 그는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했다. “말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기장을 펼쳐 내가 얼마나 동물을 사랑하는지 썼다.” 과일을 넣은 플라스틱통을 들고 들쥐를 찾으려 개천 근처를 돌아다닌 일, 뒷동네에 사는 개 다이아가 집까지 따라왔을 때 고구마를 준 일에 대해서도 썼다. 학년이 끝날 무렵 담임 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을 반영한 상을 주었다. 그는 ‘동물사랑상’을 받고 싶었지만,...

    2024.03.28 21:21

  • [금요일의 문장]“지식인은 정부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식인은 정부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 동기, 숨은 의도를 파악해 정부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지식인의 자격>(황소걸음) 중에서세계적 석학이자 진보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는 날카로운 언어로 지식인의 책무를 강조하는 글을 써왔다. 서른아홉 살이던 1967년, 그는 ‘뉴욕리뷰오브북스’에 ‘지식인의 책임’이라는 에세이를 게재했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 대해 지식인들이 “미국의 행동을 경악스러울 정도로 순진하게 받아들인다”며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그는 “지식인의 책임을 고려하면,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고안하고 분석하는 지식인의 역할에 무엇보다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촘스키는 현시대 지식인을 구성하는 주류를 ‘학자-전문가 집단’, 즉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본다. 그는 “지식인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위에 따른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드러내는 것은 지...

    2024.03.21 22:19

  • [금요일의 문장]“비건,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금기”
    “비건,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금기”

    그렇다면 코미디언이 가장 두려워하는 관객은 누구일까? 정답, 비건이다. 본인이 피곤하게 살기로 했으면 잠자코 있을 것이지 왜 웃음이라는 사치를 바란단 말인가? <적당한 실례>(은행나무) 중에서비건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저자가 한 말이다. 저자는 자기소개를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웃는다고 한다. “비건이고 코미디언이라고요?” 마치 비건의 정체성과 코미디언의 정체성이 공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역시 고기를 못 먹어서인지, 잔뜩 예민한 얼굴을 하고 와서는 웃기는커녕 얼마나 말이 많은지. 하는 농담마다 되지도 않는 딴지를 걸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기 일쑤다.”이런 편견이 무색하게 저자는 ‘비건’을 소재로 시종일관 웃긴다. 웃음의 소재는 ‘비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병원에 입원하자 청혼하듯 손을 잡으며 ‘고기 먹자’고 말한 엄마, 감기에 걸려도 화를 내도 말라도 살이 쪄도 ‘비건이라 그렇다’며 핀잔을 주는 사람...

    2024.03.14 21:24

  • [금요일의 문장]“서문에 불안이 깃든 책이 흥미롭다”
    “서문에 불안이 깃든 책이 흥미롭다”

    “그리고 서문에는 불안이 깃들어 있다. 이미 위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듯, 이미 위대하게 태어난 책은 없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서문에서부터 이런 불안·초조함이 엿보이는 책들이 높은 확률로 훨씬 흥미로운 세계를 내 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유유) 중에서사람들이 책을 점점 더 읽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는 문해력 대위기 시대를 맞았다고들 말한다.과연 그럴까?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에서는 이 당연해보이는 말들에 반문을 제기한다. “어쩌면 핵심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접하기 힘들다는 사실 아닐까?”라고. 저자 김지원은 요즘 사람들이 결코 읽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재미없는 글·가치 없는 글·어딘가에서 복사-붙여넣기 해 온 출처 없고 신뢰성 없는 글이라고 말한다.좋은 글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집어드는 것이다. &...

    2024.03.07 21:34

  • [토요일의 문장] 계속 갈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갈 것인가. (중략)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작가가 되는 것에 큰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 생각은 접어두고서라도 여태껏 내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일종의 매듭이 필요했다. 내가 그리는 미래의 길은 어쨌거나 계속 ‘쓰는’ 것이었다.”<멜라지는 마음>(현대문학) 중 소설가 김멜라의 에세이 <멜라지는 마음> 마지막 즈음에 10여년 전 작가 가 단편소설 ‘홍이’를 쓰면서 끙끙대던 시기의 마음이 적혀 있다. 몽상과 빈틈의 시간에 책을 읽고 써오다 서른이 넘고 보니 갈림길에 당도해 있었다는 것.작가는 갈림길에서 능숙하거나 치열하게는 아니어도 ‘글을 쓰며 살겠다’는 문장에 기대어 이리저리 부딪치며 삶을 살아나갔다고 했다. 또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신의 첫번째, 가장 소중한 것을 바로 세우며 살겠다는 다짐을 적었다.2024 경향신문 신춘문예의 접수와 심사가 모두 끝났다. 새해 ...

    2023.12.29 20:11

  • [토요일의 문장] “그저 존재함의 재능”
    “그저 존재함의 재능”

    중증 장애를 지닌 아이의 부모는 썼다. 중증 장애를 지닌 아이를 자녀로 두는 일은 모든 부모를 철학자로 만든다고. 만약 당신이 이미 철학자이며 (중증 인지장애를 포함하여) 여러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어떤가? 당신은 더 겸손한 철학자가 될 것이다. 중증 장애를 지닌 아이의 부모는 모두 철학자가 되는데 그 일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로이 탐색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의존을 배우다>(김준혁 옮김, 반비) 중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장애학과 돌봄 분야 이론가 에바 페더 키테이는 “(딸 세샤의) 상당한 인지장애와 신체적 장애는 내가 전문 철학자가 된 이래 철학에 대한 내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고 말한다. 장애학을 철학에 끌어와 “세샤의 자리”를 만든다.기존 철학은 의존하는 이들을 무능하고, 미숙하며 도태된 존재로 여긴다. 플라톤은 ‘결함이 있는 아기’는 죽도록 놓아두라고 명령했다. 로크와 칸트는 이성이 모자란...

    2023.12.22 21:46

  • [토요일의 문장] “그러니까 왜 기어 나왔어”
    “그러니까 왜 기어 나왔어”

    “그러니까 왜 기어 나왔어. 나는 다른 영상을 더 보고 스크롤을 내렸다. 또다시 닥치는 대로 보게 될 것이다.”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 민음사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한자리를 계속 맴돌거나 지신의 배설물을 먹는 등의 목적 없고 지속적인 행동을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무한경쟁을 하라고 채찍질하면서도 마음 건강을 챙기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오는 기묘한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6편의 시와 7편의 소설 모음집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에는 유튜브 쇼츠 영상을 하루 종일 돌려보는 인간의 행동을 동물의 ‘정형행동’에 비유하는 단편소설이 나온다. 서이제의 ‘더 멀리 도망치기’에서 주인공 ‘나’는 폭력적인 인물 ‘종’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종’과 경마를 하고 동물원에도 간다. 동물원에서 늑대를 만난다. “철창 안에 갇힌 늑대는 아까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철창 앞을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던 것...

    2023.12.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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