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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문장
  • [토요일의 문장]“요리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기술이다”
    “요리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기술이다”

    “시간을 들여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영혼의 양식을 위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자부심, 기쁨, 삶의 즐거움이다. 한마디로 요리란 일상을 즐겁게 만드는 기술이다. 여러분이 정성 들여 준비한 조촐한 버섯 수프를 한 입 맛보라. 그보다 더 소중한 경험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미니멀리스트의 식탁>(김수진 옮김, 바다출판사) 중에서미니멀리즘 열풍에 일조한 <심플하게 산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의 신작이다. ‘요리?’ 재료는? 시간은? 배달 음식이 편하고, 맛도 보장한다. 배달 음식이나 3분 요리에서 “자부심, 기쁨, 삶의 즐거움”을 누리기는 어렵다. 가공식품의 유해성도 문제다. 요리는 명상이라고 로로는 말한다. 거창한 게 아니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명상에 들어가는” 일이다. 칼과 도마를 깨끗이 씻은 뒤 ‘파 송송’ 써는 행위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명상은 식사 뒤 주방을 깨끗...

    2023.10.27 20:41

  • [토요일의 문장] “다정함도 배우고 익혀야 해요”
    “다정함도 배우고 익혀야 해요”

    “이 세상엔 타고난 성정이 다정한 사람도 있지만, 사랑도 배워야 더 잘할 수 있듯 다정함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아야 느끼고, 느껴야 행동할 수 있을까요.”- (새의 노래, 이상희·최현미·한미화·김지은 지음)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 두 진화인류학자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다정함이 지닌 과학적 힘을 증명해낸다.그림책 작가, 번역가, 기획자, 평론가가 모여 만든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은 그림책이 지닌 다정함을 꺼내며 다정함의 인문학적 힘을 보여준다.어른에게 더 그림책을 권유하는 저자들은 ‘다정함’의 독특한 성질을 말한다. 이들은 그림책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다정함의 온도를 숫자로 매겨보려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정함은 경쟁하지 않거든요.” 세상은 모두 내달리고 순위를 경쟁하지만 그림책들은 조용히 슬며시 ‘다정함’을 건넨다.“오직 그림책을 보는 순간일랑 날선 마음은 넣...

    2023.10.20 13:59

  • [토요일의 문장]“화면은 화면일 뿐…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할 삶입니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세진 옮김, 인플루엔셜) 중프랑스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한국어판 서문에 적은 말이다. 방 안은 스마트폰 콘텐츠에 매몰된 공간을 상징한다. 불안과 고립, 권태와 무기력이 퍼진 공간이다. 팬데믹과 전쟁 때문에 사람들은 더 방 안에 자기를 가둔다.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집에서 꼼짝하지 않길 바라는 이들은 종말론과 묵시록 신봉자들이라고 브뤼크네르는 말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우아함”으로 ...

    2023.10.13 20:21

  • [토요일의 문장] 쓰기보다 중요한 건 ‘고쳐쓰기’···나를 다듬는 과정
    쓰기보다 중요한 건 ‘고쳐쓰기’···나를 다듬는 과정

    고쳐쓰기는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히 내가 쓰고 있는 것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일련의 아이디어와 나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다. 적어도 부분적으로, 내가 쓰는 게 곧 나다. 원고를 고칠 때면 나 자신의 일부도 다듬게 된다.- (윌리엄 제르마노, 지금이책) 가운데분명 쓰기에 관한 책인데 저자는 소리 내어 읽으라고 말한다. 고쳐쓰기 1단계는 “크게 소리 내어 읽어라”이다. 문장이 소리로 들리는 순간, 글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똑같은 단어가 반복되는지, 난데없이 뚝 끊어지는 난해한 문장들이 잠복해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쳐쓰기를 통해 작가가 진심으로 생각하는 바뿐 아니라 “글 자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 윌리엄 제르마노는 가야트리 스피박, 폴 드 만 등 세계 석학들의 책을 출간하고 주디스 버틀러, 벨 훅스 등과 작업하며 그들이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르는 데 일조했...

    2023.10.06 12:48

  • [토요일의 문장]여든의 생, 축약하자면 “잘못하였습니다”
    여든의 생, 축약하자면 “잘못하였습니다”

    팔순의 아침에 흰 백지가 내 앞에 펼쳐집니다. 당황일까요? 감동일까요? 나는 흰 백지 앞에서, 아무것도 없는 팔십 년의 진 계곡까지 두루 새겨진 그 백지 앞에서 아! 짧은 미혹의 소리를 냅니다. 많이 살았을까요? 아직은 아쉬움일까요? 나는 공손히 그 백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팽팽한 침묵이 흐르고 나는 과감하게 평생을 갈고 간 만년필로 그 침묵을 찢습니다. 팔십 년을 한마디로 축소하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잘못하였습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문학사상) 중시인 신달자는 “팔순을 맞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총결산한 묵상집”을 “잘못하였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참담한 후회의 고백이며 반성의 축대”이자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는 축약된 지도”의 한마디다. “팔십 년을 요약”하는 말이다. 그는 이 말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섞였다고 한다. 신달자는 용서를 빌며 책을 마무리한다. “내가 알고 있는...

    2023.09.22 21:32

  • [토요일의 문장] 우크라이나 전쟁,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이번 전쟁의 교훈은 우리가 과거 모든 전쟁에서 배우는 데 실패한 교훈과 동일하다. 그것은 우리가 자원과 목숨을 갈아 넣어 전쟁을 지속시키는, 도덕적으로 파산한 양측의 지도자들과 전쟁 그 자체가 진정한 괴물이라는 것이다.”- (메디아 벤저민·니컬러스 J S 데이비스 지음, 이준태 옮김, 오월의봄) 가운데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전쟁 발발 후 1년6개월이 지난 전쟁은 이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의 반전 여성주의 NGO 코드핑크 설립자 벤저민과 저널리스트 데이비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악이고 우크라이나는 선이며 젤렌스키는 민주 진영을 지키는 영웅’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에 의문을 던진다.책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의 역사를 짚는다.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내 정치의 부정부패, 극우 세력의 부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극우 세력이 강한 서부와 러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친러 지...

    2023.09.15 13:48

  • “다시 공산주의라는 적과 대치하게 될 것이다”[토요일의 문장]
    “다시 공산주의라는 적과 대치하게 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도리에 어긋나게 미래를 위협한다. 우리는 군인의 전우 의식을 버려야 한다. 공산주의자는 지금까지 전우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전우가 아니다. 몰살 투쟁만을 중심에 둔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적을 무찌를 수는 있겠으나 30년 이내에 다시 공산주의라는 적과 대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적을 살려두는 식의 전쟁 따위 하지 않는다.-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다산북스) 1장 앞 인용문 중독소 전쟁 때 독일군에게 가족과 고향을 잃은 뒤 여성 저격병 훈련학교에 입대한 소련 여성 세라피마의 이야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선택을 망설일 수 있으나 책은 독소전을 “독재국가끼리 벌이는 괴상한 살육”으로 보는 반전 소설이다. 아이사카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소설 모티프로 삼았다.“저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세라피마의 대사다. 독일...

    2023.09.08 11:15

  • [토요일의 문장]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식물에 이롭다고?···비타민은 줄고, 잡초는 늘고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식물에 이롭다고?···비타민은 줄고, 잡초는 늘고

    더 많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을 더 잘 자라게 할 수 있지만, 모든 식물이 균일하게 자라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런 반응의 차이는 종 다양성, 식물 간의 경쟁, 식물화학, 그리고 결국에는 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루이스 지스카 지음·김보은 옮김, 한문화) 중에서‘이산화탄소는 식물의 먹이다’라는 말은 화석연료 산업계와 보수주의 정권이 좋아하는 슬로건이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물 성장이 빨라져 식량 생산에 이롭다는 논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꺼지지 않는 산불로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가는데 이게 문제인가 싶지만, 그나마 이산화탄소 증가가 이롭다는 한 줄기 희망인 셈이다.하지만 루이스 지스카는 이것조차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농무부 산하 농업연구소에서 24년간 근무하며 오염, 온난화, 자외선 증가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산화탄소 증가가 벼의 영양학...

    2023.09.01 16:19

  • [토요일의 문장]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21세기에 쓰였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21세기에 쓰였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다른 누군가의 옷을 개는 동안에 쓰였다. 내 심장이 이것을 단단히 품으면, 이것은 내 두 손이 자질구레한 일들을 수없이 수행하는 동안 부드럽게, 천천히 자라난다./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죄책감과 욕망에서 태어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에 꿰매진 텍스트다./… /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21세기에 쓰였다. 얼마나 늦었는지.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지. 얼마나 변한 게 없는지./ 이것은 여성의 텍스트, 또한 애가이기도 하다. 장송곡이자 노동요, 찬양을 위한 송가, 노래이자 통곡, 애도이자 메아리, 합창이자 성가다. 함께하라.<목구멍 속의 유령>(을유문화사, 서제인 옮김) 중에서데리언 니 그리파의 첫 산문집은 시인이자 가정주부인 자신에 관한 에세이다. ‘여성이자 엄마이자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18세기 인물 아일린 더브에 관한 전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더브가 연인의 죽음 뒤 쓴 ‘아트 올리어리를 위한 애가’라는 제목의 시와 ...

    2023.08.25 20:48

  • [토요일의 문장]2번 타자까지 끌어들이는 1번 타자는 최고의 타자
    2번 타자까지 끌어들이는 1번 타자는 최고의 타자

    첫 문장은 1번 타자와 비슷하지 않을지요. 2번 타자까지 끌어들이는 1번 타자는 최고의 타자입니다. 두 번째 문장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독자에게 생기도록 끌어들이는 첫 문장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1번 타자입니다. 첫 문장은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을 읽고 싶은 욕망을 일으켜야 합니다. 야구 경기의 감독처럼 글 쓰는 이는 깊이 생각하고 생각하여 첫 문장을 놓아야 합니다.- 김응교 <첫 문장은 마지막 문장이다>(마음산책) 가운데어떤 종류든 글을 써본 이라면, 첫 문장을 쓰지 못해 하얀 공백을 한참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첫 문장만 쓰면 글이 술술 풀릴 것 같은데 그 첫 줄을 쓰기가 그리 어렵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저자는 동양과 서양, 옛 글과 새로운 글을 고루 살펴 37편의 ‘탁월한 첫 문장’을 소개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스스로 침대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았...

    2023.08.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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