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데, 왜 날지 않냐고 아무리 말해줘도 도무지 날고 싶지 않은 파랑새가 있다. 슬픔이 너무 깊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파랑새는 그저 홀로 숲의 그림자 속에서 침잠할 때가 가장 편안하다.어느 날 수풀 사이를 걷다 사냥꾼에게 붙잡힌 파랑새는 인간들의 눈요기가 되다 버려진다. 도시의 뒷골목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온 건 발목에 쇠사슬을 찬 플라밍고. 플라밍고는 파랑새를 데리고 도시에서 탈출한다. 다시 숲으로 돌아온 파랑새는 예전처럼 외롭지 않다. 플라밍고는 파랑새가 날지 않는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둘은 함께 걷고, 열매를 따먹고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든다.여러 계절이 지나고 플라밍고의 몸이 가을처럼 바스락거린다.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움직이지 못한다. 파랑새는 직감한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플라밍고는 세상을 떠난다. 그를 옥죄던 쇠사슬만 남긴 채. 플라밍고는 이제 자유로워졌을까. 파랑새는 플라밍고가 그리울...
2025.11.13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