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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실패하면 어때, 101번째가 남았잖아!
생쥐 모이의 101번째 도전김세진 글·그림책읽는곰 | 44쪽 | 1만5000원실패는 아프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쥐 모이를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실패가 어떻게 앞날의 발판이 되는지.깊은 구덩이 속 마을에 사는 모이네는 대를 이어온 발명가 가족이다. 모이도 멋진 발명가가 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여느 날처럼 실험이 잘 안 풀린 밤, 모이는 다락방에서 별들을 바라본다. 바로 그때, 운명처럼 떨어지는 꽃 한 송이를 만난다. 모이의 마음에 바깥세상을 향한 호기심이 들이닥친다.모이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결심한다. 트램펄린을 만들고 폴짝 뛰어나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투석기를 만들어 몸을 날려보려 하지만 또 실패한다. 그리고 또 실패, 실패, 실패. 마지막 도전에서 모이는 견고한 비행기를 만들고 프로펠러를 돌린다. 모이가 날았다. 구불구불 산줄기 사이 황금빛 태양이 고개를 내민다. 안... -
이렇게 깜찍하고 기발한 거짓말, 아니 상상력!
곰이 샌드위치를 먹어 버렸어줄리아 사콘로치 글·그림 | 김인경 옮김책과콩나무 | 40쪽 | 1만4000원사건의 시작과 끝에는 그 녀석 ‘곰’이 있었다. 햇살 따뜻한 봄날, 먹성 좋은 곰은 콧속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냄새를 쫓아 산딸기가 가득 실린 트럭의 짐칸에 몰래 올라탔다. 냠냠 쩝쩝. 트럭의 산딸기를 몽땅 먹어치우고는 그대로 쿨쿨 잠에 빠져들었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자신이 살던 숲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도 모른 채.트럭을 탄 곰이 도착한 새로운 숲은 ‘빌딩 숲’이었다. 도시는 흥미로운 냄새로 가득했지만, 가장 맛있는 냄새는 이미 고양이나 비둘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배회하던 곰은 공원의 벤치 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를 발견했다. 산딸기를 훔쳐먹던 노하우를 발휘해 살금살금 다가가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해치웠다.완전범죄인가 했는데, 등 뒤에서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공원 애견보호소 안의 수많은 강아지들에게... -
그렇게…죽은 자가 산 자를 구했다
나는 무죄다다비데 오레키오 글·마라 체리 그림차병직 옮김 | 불광출판사 | 40쪽 | 1만6800원정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되는 부조리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소년 칼리프도 그랬다.파란 하늘이 펼쳐진 싱그러운 섬. 한 소녀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칼리프에 대해 말한다. 다음 장에선 잿빛 감옥과 자동차 연기가 가득한 섬의 옛 모습이 펼쳐진다. 16세 흑인 소년 칼리프는 이 섬에 갇혔다. 가방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체포된다. 칼리프는 결백을 호소하지만 경찰은 들어주지 않는다. 칼리프는 재판받을 때까지 라이커스 섬 교도소에 갇힌다. 판사를 만난 건 3년 뒤. 그사이 소년은 2년 가까이 독방에 갇힌다.“도대체 법은 뭘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바로잡고야 말겠어.”판사가 유죄를 인정하면 석방해 준다고 구슬리지만, 칼리프는 타협하지 않는다. 증거 부족으로 재판이 진행될 수 없게 된 뒤에야 풀려... -
넌 강아지고 난 고양이야…근데, 그게 어때서?
따로 또 같이 갈까?브렌던 웬젤 지음 | 김지은 옮김올리 | 48쪽 | 1만5000원본은 강아지고, 벨은 고양이다. 둘은 함께 산다. 이들에게 집 밖 세상은 궁금한 것투성이다. 오늘도 새로운 탐험에 나섰고, 둘은 다시 집으로 향한다. “잠깐이면 될 거야, 온종일 걸릴 수도 있고.” 마지막 페이지에 당도하면 알게 된다. 이 말이 곧 ‘스포’였다는 것을.책은 본과 벨이 나란히 선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본은 진갈색의 비단결 같은 장발을 가졌고 호기심이 많다. 벨은 본의 절반쯤 되는 체구에 날렵하고 섬세하다. 다리 길이도, 꼬리 길이도 많이 다르지만 같은 속도로 첫발을 내딛는다.매일 보는 하늘인데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구름 보랴, 새 보랴 두 눈이 바쁘다. 잠자리 날개 소리에 쫑긋하고, 나무 아래에선 둘이 코를 처박고 ‘킁킁’댄다. 이 둘, 해지기 전에 집에 갈 수 있을까.“두꺼비가 풀쩍 뛰었어, 어디 가는 걸까?” 본은 덤불을 헤치기 시작... -
아가, 할 수 있어…엄마 찾아 북극으로 오렴
바다표범 아뉴의 모험아즈미무시 글·그림 | 고향옥 옮김보고북스 | 52쪽 | 1만4500원킁킁킁. 갓 태어난 아기 바다표범 아뉴와 엄마 바다표범이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 코를 맞대며 냄새로 서로를 기억한다. 아뉴는 엄마 젖을 먹으며 하루에 2㎏씩 몸집을 키운다. 노랗던 털색은 새하얗게 변한다.데굴데굴. 아뉴가 태어난 지 3일이 지나자 엄마는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들어간다. 아뉴는 엄마를 기다리며 얼음 위를 구르며 논다. 몸집은 일주일 만에 세 배나 커진다. 열흘째 되는 날, 아뉴는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간다. 엄마는 무서워하는 아뉴를 다독인다.뀨우뀨우. 아뉴를 낳고 2주일 뒤 엄마는 북극으로 떠난다. 아뉴의 털이 회색으로 바뀌면 헤엄쳐 오라는 말을 남긴 채. 아뉴는 엄마가 사라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울음을 쏟는다. 엄마가 떠나고 2주일이 지나자 몸은 완전히 회색이 된다. “이제 가야겠어.” 아뉴는 북극으로 향한다.바들바들. 거대... -
나의 우주, 고양이…존재만으로 특별해!
우리 집 고양이가 뱅글뱅글 뿅!원혜영 글·그림노란돼지 | 48쪽 | 1만6800원고양이는 신비로운 존재다. 인간에게 관심 없는 듯 도도하게 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골골’대며 비벼대곤 한다. 말랑하고 따끈한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에게 푹 빠져버리는 게 어른뿐일까. 작은 아이에겐 고양이 한 마리가 우주가 될 수 있다.<우리 집 고양이가 뱅글뱅글 뿅!>은 아이의 시선으로 고양이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이 아이에게는 등에 큰 검은 점이 그려진 하얀 고양이가 있다. 신비로운 초록 눈의 고양이는 때론 친구가, 때론 선생님이 되어준다.아이의 머릿속에서 고양이는 무엇이든 된다. 한계가 없는 상상 안에서 고양이는 아이와 배드민턴을 치고 함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난다. 우체부가 되어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
바닷물을 퍼내 마른 우물에 부으면, 저 섬에 닿을까
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김영탁 지음 | 엄주 그림 안온북스 | 73쪽 | 2만원<바다는 다시 바다가 된다>는 긴 시 같은 그림책이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 파란 파도가 친다. 파도의 끝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 어린 소녀가 있다. 바다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맞은편 섬 너머의 풍경을 상상하고 있다. 소녀는 호기심이 많다. 바다가 이렇게 넓고 깊지만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맞은편 섬으로 달려가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너의 섬도 의미가 없는 것만 같아. 바다를 건너야 했어.”소녀는 바다를 옮기기로 한다. 매일 바닷물을 퍼 섬에 있는 바짝 마른 우물에 붓는다. 바다와 우물 사이를 몇번이나 오갔을까. 양동이 하나를 끙끙대며 들던 작은 소녀는 쑥쑥 자란다. 어느새 양동이 두 개는 어깨에 메고, 하나는 머리에 얹고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컸다. 소녀가 큰 만큼 바다는 낮아졌다. 어른이 된 소녀는 천천... -
‘앤더슨 스타일’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세계여행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드벤처윌리 코발·어맨다 코발 지음 | 김희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368쪽 | 3만1000원스틸 사진 한 장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영화감독이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데이비드 린치가 그랬고, 지금 소개하는 웨스 앤더슨도 그렇다. 이런 감독들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관객의 마음에 강력한 인장을 남긴다.앤더슨의 영화는 독특하면서 선명한 색채, 동화 속 장소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세트, 엄격하게 계산된 구도로 유명하다. 부부 여행가 윌리와 어맨다 코발은 앤더슨이 찍지 않았지만 앤더슨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풍경 사진 채널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시기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인스타그램(@AccidentallyWesAnderson)에서 위로를 얻었고, 2025년 1월 현재 190만명이 팔로잉하고 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 어드벤처>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웨스 앤더슨풍 여행 사진책’이다... -
조건 없는 환대는 외계인도 춤추게 한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엑스 팡 글·그림 | 김지은 옮김위즈덤하우스 | 56쪽 | 1만7500원한밤중 시골 마을의 리 아저씨 집 바깥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깬 아저씨는 손전등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 “거기 누구요?”라고 소리쳤다. ‘낯선 이’ 3명이 손전등 불빛 안으로 들어왔다. 파란 피부, 핑크색 옷,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 낯선 이들은 말했다. “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누가 봐도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리 아저씨는 말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래요!” 알고 보니 이들은 타고 온 ‘차’가 망가져 부품을 구하고 있었다. 한밤중이라 문 연 가게가 없으니, 아저씨는 자기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라고 제안한다. 뜻밖의 친절에 낯선 이들은 기뻐한다.<우리는 진짜 진짜 사람입니다>는 조건 없는 환대와 친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리 아저씨는 사람처럼 생기지 않은 이들이 자신을 사람이라고 주장하... -
한파 속 집마당 반려견 어쩌나…선하고 따뜻한 기억
대단한 하루윤순정 글·그림이야기꽃 | 34쪽 | 1만3500원1978년 12월24일, 집에 홀로 있던 어린 순정이는 아빠의 일터인 신포시장 상인들의 가족 송년회에 가려는 참이다. 순정이는 마당에 있는 개 향순이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하지만, 향순이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 꼬리를 흔들고 배웅할 법한 향순이가 오늘따라 밥도 안 먹고 기운이 없고 오돌오돌 떠는 것 같다.엄마는 향순이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 두었다. 향순이가 거실에서 꽃병을 깨고, 아빠의 새 구두를 물어뜯은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집을 나서려던 순정이는 향순이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순정이는 부모님의 꾸중을 각오하고 향순이를 실내로 데려가 이불도 덮어준다. 눈 내리는 추운 마당에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착한 마음 때문이다.순정이는 즐거운 송년회에서도 안절부절못한다. 통닭, 불고기, 케이크, 깐 포도같이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지만 향순이 걱정에 입맛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