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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에게 ‘몸 씻고 소금 뿌려라’ 주문…이 메뉴는 뭘까
주문 많은 요리점미야자와 겐지 글 | 김진화 그림 | 박종진 옮김여유당 | 56쪽 | 1만8000원<주문 많은 요리점>은 100년 전에 출간된 동화다. 자연과 인간, 우주와 생명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주로 쓴 일본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이다. 많은 고전 동화에는 잔인하고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도 원작은 잔혹하다. <주문 많은 요리점> 역시 아름답고 따뜻한 것만이 동화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멋지게 차려입은 두 사냥꾼이 ‘어디 쏴버릴 짐승 없나’ ‘사슴 옆구리에 총알을 먹이면 얼마나 통쾌할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걷는다. 오늘따라 쏴 죽일 짐승도 없고, 배도 고파서 이만 돌아가려는 순간, 저편에 말끔한 레스토랑이 보인다. ‘누구든 들어오십시오. 절대 사양하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식당 문을 열자, 서양식으로 꾸며진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 -
잔인하고 괴이한 ‘어른용’ 동물세계
나를 닮은 동물 사전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지음 | 김은영 옮김 윌북 | 340쪽 | 2만3000원‘동물 사전’이라는 말에 혹해 ‘아동용’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 난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서문부터 “동물은 역겹다. 그리고 잔인하다. 또 음란하다”는 문장으로 겁을 준다. 물론 이 책에 수록된 100종의 동물을 통해 도덕적·신학적 교훈을 주진 않는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진화의 논리를 받아들인 신기한 동물 세계를 알려준다.몸집이 작고 꼬리가 길며 구슬 같은 눈을 빛내는 안테키누스는 호주에 서식하는 유대류다. 겨울이 오면 수컷은 식음을 전폐하고 1~3주간 격렬한 짝짓기에 돌입한다. 몸을 망가뜨릴 정도의 난교에 다수의 수컷이 죽는다. 대량 짝짓기가 한 번에 이뤄지기에 암컷은 먹이가 풍부한 봄, 여름에 새끼를 낳는다. 번식 방법이 끔찍하기로는 빈대도 뒤지지 않는다. 수컷은 날카로운 성기로 암컷의 복부를 찔러 곧바로 난소에 닿는다. 때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이 행위는 ‘외... -
깊은 눈 속 거대한 판타지 공연에 초대받았다면…
폭설이 내린다.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친구와 아빠의 ‘나비 도감’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노랑, 빨강, 연한 파랑, 하양 나비에 마음을 뺏긴다. 실수로 한 장이 쭉 찢어진다. 아빠가 가장 아끼는 책인데.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와 스키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예쁜 나비, 찢어진 책, 아빠…. 생각에 잠겨 쭉쭉 산을 타던 나는 그만 푹 파인 구덩이 안으로 빠진다.아라이 료지가 쓰고 그린 <눈 극장>은 짧은 판타지 그림책이다. 모든 판타지가 그렇듯, 모험은 구덩이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나는 구덩이에서 아주 작은 ‘눈 극장’을 발견한다. 갑자기 떨어진 나 때문에 놀랐는지, 손가락만 한 눈사람이 무대 밖으로 튕겨 나왔다. 나는 눈사람을 제자리에 올려준다. 눈사람들은 나를 눈 극장의 오늘 공연에 초대한다.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이번엔 거대한 눈 극장이 앞에 있다. 발레리나와 광대 눈사람들이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눈사람이 ... -
고구마는 ‘고구마’스럽더라도 끝내 해낸다
난독의 계절고정순 글·그림 길벗어린이 | 112쪽 | 2만원‘그깟 호기심’ 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고구마. 동물 흉내 내면서 방귀 뀌기, 코로 리코더 불기를 잘하는 엉뚱하고 발랄한 고구마에게도 마음속 깊이 숨겨둔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글자를 읽지 못한다는 거였다.머릿속에 괴물이 살고 있어 글자를 읽고 싶을 때마다 방해하는 듯하다고 생각하는 고구마는 학교에서 그저 공부 못하고 받아쓰기를 할 때마다 배가 아픈 아이였다. 비밀을 아는 언니와 학교 친구 상숙이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고구마는 늘 받아쓰기 0점에 나머지 공부를 면치 못했다. 고구마가 의기소침하고 속상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쓸 때 짝꿍 편지를 몰래 따라 ‘그리’고선 “짝꿍의 마음까지 그대로 따라 그린 것만 같았다. 생각도 마음도 전할 수 없는 답답한 어른이 되는 걸까”라며 무서워하기도 한다.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고구마는 전교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벌레를 ... -
‘구별 짓기’ 욕망에서 탄생한 영국의 에티켓 문화
매너의 역사설혜심 지음휴머니스트|672쪽|3만8000원“아주 바쁠 때 의견을 물으러 온다. 긴 여행에서 방금 집으로 돌아온 상대방에게 산책하자고 한다.”이 같은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 약 23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이 같은 사람들을 ‘눈치 없는 사람’이라 지칭했다. “가장 곤란한 시간을 절묘하게 골라 고통스러울 만큼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아리스토텔레스의 친구이자 뛰어난 철학자였던 테오프라스토스는 <성격의 유형들>에서 아테네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꼴사나운 사람의 특징을 30개로 나눠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가식을 부리는 사람, 아부하는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 등 그가 열거한 성격 유형은 지금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성격의 유형들>이 서양 예법서의 시원이 되는 책이라고 말한다.<매너의 역사>는 고대부터 20세기까... -
반짝반짝 황홀한 바다…잊혔던 ‘빛의 대가’ 회화 100점
호아킨 소로야 인생의 그림블랑카 폰스-소로야 지음 | 강경이 옮김에이치비프레스 | 224쪽 | 5만원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빛의 대가’라고 치켜올린 화가가 있다. 스페인 지중해의 부서지는 햇빛과 일렁이는 물결을 눈부시게 그려낸 호아킨 소로야(1863~1923)다. 그는 생전에 4000점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으며 당대 스페인을 넘어 유럽과 뉴욕에서 명성을 날렸지만 사후 100년 동안 거의 잊혔다. 2009년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열린 소로야 회고전엔 46만명이 찾았는데, 10년 동안 가장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소로야의 증손녀이자 미술사학자인 블랑카 폰스-소로야는 소로야의 작품 가운데 걸작 100점을 추리고, 소로야가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와 사진자료를 정리해 소로야의 삶과 예술을 집대성했다. 고화질의 아트북에 소로야의 뛰어난 그림과 인생이 생생하게 담겼다.소로야는 ‘빛의 대가’이자 ‘바다의 대가’였다. 자연주의 화풍의 전통 속에 ... -
커다란 자개장 안에는…이불뿐 아니라 사랑도 겹겹이
자개장 할머니안효림 글·그림 소원나무 | 48쪽 | 1만7000원주인공 ‘나’의 집에는 할머니의 할머니 할머니 때부터 썼다는 자개장이 하나 있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얇은 조개껍데기를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박아 만든 영롱한 장이다. 어느 날 집이 망해 급히 물건을 챙겨 떠나야 했을 때, 주인공의 부모는 TV도 소파도 아닌 자개장을 챙긴다.나는 이사한 집의 한쪽 벽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자개장이 영 못마땅하다. “덩치는 냉장고보다 큰데 나오는 건 이불밖에 없다.”망한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엄마, 아빠는 온종일 집에 없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태권도장에 가서 놀고 싶은데, 데려다줄 어른이 없다. 나는 자개장 안에 들어가 외친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라도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그러자 정말 할머니가 나온다. 곱게 쪽 진 머리부터 버선까지 모두 자개처럼 빛나는 ‘자개장 할머니’다. “짜잔 나오라면 나와...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림으로 쉽게 읽어볼까
프루스트의 마들렌베티 본 지음 | 신유진 옮김 알마 | 60쪽 | 2만3000원“나는 마들렌 한 조각을 녹인 차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온몸을 떨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했다. …이토록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마들렌 효과’ ‘프루스트 현상’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맛이나 냄새 등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말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표적 장면에서 유래했다.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는 순간, 미각을 통해 어린 시절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한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세계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7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뚜렷한 줄거리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 -
긍정 마인드로 세상과 소통…작은 인형의 ‘큰 용기’
작은 도자기 인형의 모험최정인 글·그림 | 브와포레 64쪽 | 2만2000원작은 바구니 안의 도자기 인형은 넓은 세상이 궁금하다. 비록 낡은 촛대와 때 묻은 인형,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할인 표시가 붙은 채 놓여 있지만, 인형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멋진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어느 비 오는 날 골동품 가게 주인이 급히 짐을 정리하다 인형을 바닥에 떨어트리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인형은 말 없는 소년, ‘야간비행사’를 자처하는 회색곰 인형, 참새, 노래하는 여치, 청설모를 만난다. 인형은 마침내 개와 함께 산책 나온 소녀의 눈에 띈다. 인형을 발견한 소녀는 먼저 인사한 뒤 해가 드는 창가에 인형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탁자 한쪽에 목발이 있는 것으로 봐서 소녀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작은 도자기 인형의 모험>은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작은 인형이 세상을 떠돌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이 인형은 바닥에 떨어져도 주인이 ... -
늑대 부부에게 입양 보낸 동생 찾아…안개 숲으로 떠나요
안개 숲을 지날 때송미경 글·장선환 그림봄볕 | 104쪽 | 2만원연이는 기차에서 깜박 잠이 들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객실을 청소하던 두더지의 성화에 눈을 떴다. 역에는 한참 전에 어둠이 내렸다. 연이 손에는 동생 설이의 주소가 적힌 종이가 들려있다. 연이는 동이 트기 전 양부모인 늑대 부부의 집에 있는 설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제때 가지 못하면 설이는 늑대 부부와 함께 산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역전에서 우연히 만난 사슴이 연이를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사슴은 연이의 소유였던 캐러멜색 목도리를 둘렀다. 별다른 방법이 없던 연이는 사슴을 따라 안개 자욱한 숲으로 들어선다. 동생을 구하러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긴박하고, 연이가 정체 모를 동물들에게 이끌려 다닌다는 점에서 기괴하다. 목탄을 주조로 해 어스름하게 그려진 그림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이후 드는 감정은 따뜻함과 용기다.어느 날 어른들이 갑자기 동물로 변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