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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복수극 걱정하지마, 요즘 도깨비들은 쿨하니까
    복수극 걱정하지마, 요즘 도깨비들은 쿨하니까

    1990년대에 배추도사 무도사가 나오는 TV 프로그램 <옛날 옛적에>가 있었다. 전래동화 애니메이션인데 그중 몇편은 이미지도 내용도 강렬했다. ‘도깨비 방망이’ 편은 숲에서 도깨비 가족을 만나 몸을 숨긴 착한 사람이 배가 고파 개암을 깨물었는데, 그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두고 갔고, 그 바람에 부자가 됐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야기는 뒤이어 마음씨 고약한 사람이 따라 했다가 도깨비들에게 혼이 나는 구성이다. 권선징악의 통쾌한 내용이지만 어린 시절 ‘착한 이도 허락 없이 남의 물건을 가져왔는데 도깨비들이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생각이 들었기에 그 에피소드를 기억한다.<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에서도 설화를 뼈대로 개성 넘치는 일곱 도깨비와 야무진 어린이의 만남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도깨비들이 장난칠 상대로 점찍은 어린이는 집안일에 바빠서 그들을 귀찮아한다. 아이에게 좋은 꾀가 떠오른다. 도깨비보다 왕관을 쓴 임금이 무섭다며, ...

    2026.07.09 21:10

  • [그림책]네게 이름을 붙여줄게, 그럼 넌 내 꿈이 될 거야
    네게 이름을 붙여줄게, 그럼 넌 내 꿈이 될 거야

    이 책을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장을 닫으며 꽤 근사한 사진전 혹은 독립영화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실제 사진과 다양한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서사가 유쾌하다. 레트로한 색감과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가 어우러져 ‘힙한’ 세계가 되었다.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연출이 ‘베리베리(very very)’ 신선하다.주인공은 명선초등학교 1학년 4반 안지호. 지호에게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이는 이 나무 화분에 ‘지호에 베리베리 블루베리 나무’라는 이름을 써서 붙였다. 조사 ‘의’를 ‘에’로 잘못 쓴 삐뚤빼뚤한 글씨가 사랑스럽다.지호는 블루베리 나무가 어서 자라 보랏빛 열매를 맺기를 학수고대한다. 분명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힘세고, 예쁜 블루베리일 것이라 기대한다. 하늘을 날 수도, 왕도 좀비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앙상한 가지에 잎 몇장만 대롱대롱 매달린 볼품없는 나무지만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지호가...

    2026.07.02 20:56

  • [그림책]삶이 기대와 다르면 어때…여전히 달콤한 것들이 남아 있는데
    삶이 기대와 다르면 어때…여전히 달콤한 것들이 남아 있는데

    청춘의 한복판에 자리한 대학가 카페.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학생들은 저마다의 봄을 지나고 있다. 테이블을 정리하던 청년이 잠시 손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본다. 창밖에는 벚꽃이 흩날리지만 어쩐지 자신만은 다른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다.주인공 ‘에게’는 대학에서 기타를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겨울도 봄도 아닌 애매한 시기,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신분의 그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분홍빛 시급은 청춘의 시간을 낭만이 아닌 현실의 언어로 보여준다. ‘케이크를 조심히 다뤄주세요. 일급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라는 메모 역시 마찬가지다. 에게에게 케이크는 디저트가 아닌 하루를 버텨낸 흔적이다.이명애 작가는 에게의 하루를 그래픽노블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회색빛 일상 속 붉은 딸기와 분홍빛 벚꽃은 유난히 선명하다. 푸른 밤에 만난 친구가 반짝이는 벚...

    2026.06.25 21:07

  • [그림책]불안을 붙잡고 있지 마…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불안을 붙잡고 있지 마…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 늘 무언가를 챙기며 살아가는 토끼씨가 있다. 토끼는 자기 전 가방을 정리한다. 가방 안에 당장 필요한 것과 갑자기 필요해질지도 모를 것, 꼭 필요한 것과 꼭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다니면 왠지 든든해지는 것, 웃긴 것, 자랑스러운 것,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들을 넣고 다닌다. 누군가에게 줄 만한 물건도 챙긴다. 노트와 필통을 늘 챙기고 필통 속엔 연필심이 부러질 경우를 대비해 연필 세 자루가 들어 있다. 볼펜도 닳거나 고장 날 수 있으므로 세 자루, 색연필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153색. 이것저것 넣어 꾸리다 보면 짐은 늘 산더미다.어느 날 세찬 비를 뚫고 여우 집에 놀러 간 토끼는 가방이 보이지 않음을 깨닫고 여우와 다투게 된다. 날씨에 맞춰 채비하고 달리는 바람에, 배에 타서는 배가 가라앉을까 걱정하느라, 내려서는 여우가 선물한 바이올린 케이스를 드느라 가방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친구의 대접에 만족하던 토끼는 여우 탓을 하기 시작했고, 여우는 서운한...

    2026.06.18 20:43

  • [그림책]사랑한다, ‘고로’ 상처받는다…그럼에도 사랑할밖에
    사랑한다, ‘고로’ 상처받는다…그럼에도 사랑할밖에

    만약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험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배신감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고양이 고로가 가출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집사 봄씨가 쓴 글 때문이었다.사고뭉치 고로가 물을 엎지르면 봄씨가 수습하는 여느 날과 같던 어느 날. 고로는 “무섭디 무서운 깡패 고양이”라고 쓴 봄씨의 글을 우연히 읽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데, 마지막 문장인 “하지만 고로를 사랑한다, 아주 많이”는 보지 못했다. 상처받은 고로는 15년 동안 산 집을 나가버린다. 하지만 고로는 몰랐다. 집 나가면 개고생, 아니 ‘고양이 고생’인 것을. “이건 봄 언니를 벌하기 위해서야”라고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말을 중얼거리지만, 그저 공원 수풀 속에 쭈그려앉은 처량한 고양이일 뿐이다. 그때 한 남자가 고로를 발견하고 버스에 태운다.고로는 집과 점점 멀어지는 게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체념한다. 남자가 데려 간 곳은 ...

    2026.06.11 21:09

  • [그림책]여름날은 팡팡 터지는 축제잖아요
    여름날은 팡팡 터지는 축제잖아요

    오후 4시에 친구가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질 거라고 하듯, 어떤 행복은 기다리던 때가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불꽃놀이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들뜬다. 아직 밤하늘에 불꽃 하나 피지 않았는데도 마음속은 이미 축제다.불꽃놀이가 열리는 어느 여름날, 자매는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집을 나선다. 도시를 물들인 햇빛은 곧 후텁지근한 공기를 만들지만 언니와 동생은 소화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닌다. 공원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들고, 달콤한 수박을 베어 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작가 매슈 버제스는 축제로 물든 아이들의 하루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카티아 친은 이 순간들을 강렬한 색채로 그려냈다. 말간 아침 햇살, 뜨겁게 달궈진 거리, 시원하게 튀는 물방울, 지는 해의 붉은색이 페이지마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노을이 빌딩 사이로 스며들고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삽화는 더욱 깊은 색을 머금는다.마침내 ...

    2026.06.04 20:39

  • [그림책]심심한 애벌레가 찾아낸 ‘손님 없이 파티하는 법’
    심심한 애벌레가 찾아낸 ‘손님 없이 파티하는 법’

    “그날은 정말이지 심심했거든.”뭐든 마음부터 시작이다. 가진 책은 전부 읽었고 많은 발에 필요한 양말 짝도 다 맞췄다. 뒹굴뒹굴하던 애벌레는 따분한 마음을 한 번에 날려버릴 인생 최고의 파티를 열기로 결심한다.필요한 건 이미 다 있다. 먹고 마실 것, 뾰족한 파티 모자, 알록달록 반짝이, 멋들어진 장식, 혼자 사는 집과 소음에 둔감한 이웃들까지. 애벌레는 호기롭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파티원을 구하지 못하자 기운이 쏙 빠진다.애벌레는 인터넷에 ‘손님 없이 파티하는 법’을 검색해본다. 그 결과는 ‘찾을 수 없음’.“그래, 그 방법이 있잖아? 바로 이거야!” 기뻐하며 외친 애벌레가 떠올린 방법은 무엇일까. 어딘가 달라진 애벌레의 모습과 그 옆에 생긴 개성만점 여섯 친구들의 차림새로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둥글게 돌며 같이 춤을 추고, 얼굴 일곱 개만 한 커다란 피자도 먹고, 좋아하는 만화 주제가도 부르며 그들...

    2026.05.28 20:04

  • [그림책]비우니 쉼이 채워졌다
    비우니 쉼이 채워졌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원한다. 좋아 보이는 것들을 사들이고, 잠시 만족하고 금세 방치한다. 갈망은 부지런하게 잉여를 만들어낸다. 집 안은 물건들로, 도로는 자동차로 가득 찬다. 우주마저도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로 빈틈을 잃어간다. 물질은 쌓여가는데 우리는 늘 공허하다.한 과학자가 있다. 그는 무한함을 꿈꾸는 괴짜다. 오직 ‘정말로 텅 비어 고요한 것’을 만드는 연구에만 몰두했다. 몇년 동안 홀로 실험을 거듭한 끝에 ‘텅텅 펌프’를 만들어냈다. 작동 스위치를 누르자 커다란 틈새, 뻥 뚫린 허공 같은 곳이 나타났다. 과학자는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 한 톨 없이 텅텅. 오랜 연구로 지친 과학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잠을 잤다. 이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기계를 알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호기심을 보인 건 아이들이었다. 처음에는 게임기도 장난감도 없어 심심해했지만 곧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냈다. 쇼...

    2026.05.21 20:06

  • [그림책]몽고반점, 네가 아기의 수호천사라면…
    몽고반점, 네가 아기의 수호천사라면…

    시작의 순간들은 대개 서툴고 여리다. 막 피어난 이파리는 연하고, 막 켜진 촛불은 조용한 숨결에도 금세 흔들린다. 이 세상에 막 도착한 아기들의 몸에도 몽고반점이라는 푸른 흔적이 남아 있다. 마치 이곳에 오기 전 어딘가의 빛을 몸에 묻혀온 듯 연약한 시작의 기색처럼 보이는 이 푸른 자국은 어디서 생겨난 걸까.책장을 열면 아주 먼 곳에 사는 작고 파란 ‘몽’이 의자에 앉아 있다. 몽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별 하나가 떨어지고 몽은 한달음에 달려가 그 별을 품에 안는다. 애지중지 키운 별 속에선 작은 아기가 태어난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엄마를 만날 때가 되었고 몽도 함께 삼신호에 올라타 길을 떠난다. 그리고 아이가 엄마를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몽은 아기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는다.오승민 작가의 부드러운 필선은 아이를 향한 몽의 사랑을 포근하게 그려낸다. 둥글고 부드러운 몽의 모습은 푸른 몽고반점이 그대로 살아난 것 같다. 책 속 삽화들...

    2026.05.14 21:01

  • [그림책]느릿느릿 저의 속도로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느릿느릿 저의 속도로 세상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나무늘보가 아무리 느리다지만, 그림책의 주인공 ‘메부’는 조금 심한 편이다. 하도 움직이지 않아 온몸에는 초록색 이끼가 자라났고, 새가 떨어뜨린 씨앗이 머리에서 싹을 틔웠다. 나무에 매달리는 것조차 귀찮은 메부는 숲 바닥에 누워 꼼짝 않는다. 메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그런 메부에게 작은 나방이 찾아온다. 이끼가 포근하게 자라난 메부의 몸이 마음에 든 나방은 메부의 몸 위에 알을 낳고 둥지를 꾸린다. 메부의 몸 위에서 작은 알들을 소중히 돌보는 나방의 모습은 무기력하기만 한 메부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킨다.게으름을 타박하고 성실·근면을 강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한 존재의 의욕과 노력을 꺾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책이다. 메부가 처음부터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메부도 나무 위에서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메부의 속도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아기 원숭이를 위해 열매를 따주려 하지만, 메부의 움직...

    2026.05.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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