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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상처를 가능성으로 만드는…이토록 무해한 상상
    상처를 가능성으로 만드는…이토록 무해한 상상

    집 안을 날쌔게 돌아다니다가 꽝! 넘어진 아이의 머리엔 혹이 생겼다. 거울을 확인한 아이는 ‘알’이 자란 이마를 보며 놀란다. 그러곤 볼록 솟아오르는 알만큼 호기심도 부풀어 오른다. 만약 주변에 걱정 많은 어른이 있었다면 괜찮냐고 달려왔을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는 알로 보이는 혹 앞에서 울음 대신 질문을 꺼낸다.이 알에선 누가 태어날까? 아이는 백과사전에서 온갖 알들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타조가 나오기엔 너무 크고 벌새가 나오기엔 너무 작은 알. 누나는 악어알 아니냐고 끼어든다. 수탉이 나올 것 같다는 말도 들었는데, 아이는 아침부터 울어대는 수탉은 원하지 않는다. 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아이는 결국 수건으로 머리를 칭칭 감아 따스한 등불 밑에서 알을 부화시키려 한다. 한숨 자고 눈을 떠보니 “꼬꼬 꼬꼬꼬!” 자그마한 병아리들과 암탉이 방을 돌아다닌다. 아이는 다행히 수탉은 아니라고 안심한다.포르투갈 작가 주아나 바라타는 혹 또는 ...

    2026.01.15 21:04

  • [그림책]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베리아 호숫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베리아 호숫가 이야기

    유리는 바이칼 호수에 둘러싸인 시베리아의 어느 마을에 산다. 아빠가 띄운 조각배 위에 강아지와 누워 있거나, 아빠가 모는 오토바이를 타고 눈밭을 달리는 걸 좋아한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내린 눈은 너무나 새하얘서 눈과 마음을 아프게 하죠. 하늘 가득 날아다니던 새들조차 추위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 버렸어요.’그렇지만 2500만 살이나 되는 이 호수는 유리를 외롭지 않게 하는 신비한 세상이다. 밤하늘을 비춰 별을 두 배로 만들고, 수정 구슬처럼 투명한 얼음은 기름치, 버들치, 물범 네르파까지 그들이 뭐 하고 노는지 다 보여준다. 물고기 ‘오물’은 아빠 말로는 호수의 정령이 내린 축복이란다. 유리는 물고기의 살에서 별의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아빠는 낚시하지 않는 날엔 사냥을 간다. 동물이 아니라 얼음을 쫓는다. 호수의 거대한 얼음을 자른 다음 마을의 집들 앞으로 옮겨놓는다. 사람들은 이 얼음을 녹여서 여름이 올 때까지 마시고 씻고 밥을 짓는다...

    2026.01.08 20:15

  • [그림책]시끄러운 네 마음…들어줄게, 넌 서툴 뿐이야
    시끄러운 네 마음…들어줄게, 넌 서툴 뿐이야

    꽥이는 밉상 거위다. 남이 말할 때마다 ‘꽥꽥’ 끼어든다. 친구들과 컵케이크를 나눠 먹을 때는 맛있는 체리만 쏙쏙 빼먹는다. 입만 열면 자기 이야기만 하고 도서관에서든 극장에서든 장소 불문하고 ‘꽤애애애애액’ 거침없이 소리를 지른다. 책은 찢어야 제맛이라 여기고, 친구의 풍선은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꽥이는 친구들에게 기피 대상 1호다.꽥이는 서툰 거위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꾸만 대화에 ‘꽥꽥’ 끼어든다. 맛있는 걸 보면 손이 먼저 간다. 도서관에서도 극장에서도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꽤애애애애액’ 소리를 지른다. 책을 찢을 때, 풍선을 터트릴 때의 쾌감은 참기가 힘들다. 꽥이는 사실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 이야기를 전달하던 3인칭 화자는 꽥이의 미숙함 속에 숨겨진 순수함을 알아보고 그의 외로움을 다독인다. 차례를 지키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려운 이웃은 돕는 거라고 차근차근 알려준다. 꽥이의 서툰 시도와 작은 변화에 “좋았어! 우...

    2026.01.01 20:02

  • [그림책]인샬라, 잿빛 가자에서 색색의 꿈을 꿉니다
    인샬라, 잿빛 가자에서 색색의 꿈을 꿉니다

    바닷가에서 즐겁게 놀던 아이가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를 발견한다. 일상이 무너진 가자지구에서, 한 어린이가 친구를 만들고 싶어 보낸 편지다. 편지엔 전쟁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포연 속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삶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편지를 보낸 아이의 이름은 칼리드. 칼리드는 편지를 받을 친구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칼리드는 축구와 수영 그리고 올리브 나무를 좋아한다고 알려준다. 하지만 가끔은 방에 꼭꼭 숨어 있어야 해서 공을 찰 수 없고, 모든 것이 모자라 수영을 할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올리브 나무를 베어버리는 ‘그들’이 있다고도 말한다.공습과 검문, 마음껏 뛰놀 수 없는 일상 속에서도 편지를 쓰는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또렷하다. 문장들 사이엔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친구를 떠올리고, 희망을 말하려는 천진한 마음이 스며 있다. 칼리드는 머지않아 성스러운 사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고 평화를 향한 여행을 떠날 ...

    2025.12.18 19:41

  • [그림책]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숲속 동물들은 달라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숲속 동물들은 달라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나쁜 습성 중 하나다. 숲속 동물들은 어떨까.손주 고슴도치가 묻는다. “할아버지, ‘빨리빨리 때’ 얘기 한 번만 더 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세상이 정말 바쁘게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단다… 누구나 쉬지 않고 움직였어. 딱 한 명, 이갈루스만 빼고 말이야.”할아버지의 묘사에 따르면 그는 가시에 스치는 바람과 코끝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을 좋아하는 낭만 고슴도치다. 이 대목에서 그를 ‘배짱이과’라고 생각했다면 예측 실패다.이갈루스의 ‘애정템’은 갈퀴다. 갈퀴로 날마다 숲의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숲을 치우고 나면 산이, 산을 치우고 나면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그러던 어느 추운 날, 이갈루스는 더 이상 쓰레기를 치울 힘이 없었어. 너무 지쳐서 뒤로 벌러덩 ...

    2025.12.11 20:18

  • [그림책]등 돌린 우리, 이대로 걷다 보면…결국 다시 만날 겁니다
    등 돌린 우리, 이대로 걷다 보면…결국 다시 만날 겁니다

    총을 든 나와 당신이 서로 등을 돌린 채 앞을 향해 걷는다. 하나, 둘, 셋… 발걸음이 멈추면, 뒤를 돌아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당신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그대가 했던 가시 박힌 말들은 심장을 꿰뚫는 상처가 되었다. 그렇게 논쟁은 전쟁이 되었다. 하나가 쓰러져야 이 갈등이 끝날 수밖에 없다고 우리는 믿었다.나는 먼저 공격을 당할까 두려우면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당신과의 대화가 떠올라 답답하다. 다섯, 여섯, 일곱…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나는 생각을 거듭하며 하염없이 걷는다. 형형색색의 상점, 극장, 골목들을 지난다. 나의 곁으로 분주하고 활기찬 세상이 스친다. 들판과 바다, 우주를 건넌다. 걸으면 걸을수록 처음에 하려고 했던 일이 희미해진다. 내 마음을 장악했던 당신의 뾰족한 말들이 이 넓고 다채로운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냉담했던 마음은 어느새 꽃처럼 환해진다. 나는 총을 버리고 펜을 들어 편...

    2025.12.04 20:06

  • [그림책]토끼 대신 범 내려왔다…쑥대밭 용궁 어떡하지?
    토끼 대신 범 내려왔다…쑥대밭 용궁 어떡하지?

    은색 파도가 부서지는 동쪽 바다 아래엔 큰 병에 걸린 용왕이 누워 있다. 잉어 의원은 육지에 사는 토끼, 즉 토선생의 간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바다 밖에서도 숨 쉴 수 있는 건 오직 자라 영감뿐이다. 귀가 아주 어두운 자라 영감이 생김새조차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동물을 꾀어 그의 간까지 빼 올 수 있을까?물고기 신하들의 ‘잘 듣고 실수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뒤로하고 뭍으로 올라온 자라 영감. 배고픈 호랑이에게 딱 걸린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영감이 내뱉은 한마디. “중요한 일로 ‘호선생’을 찾고 있습니다!”독자들은 이 책을 펼쳤을 때 ‘토끼전’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자라 영감이 마주친 건 호랑이다. 게다가 ‘호선생’이라니. 물고기 신하들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오만한 호선생은 물고기를 잔뜩 먹을 생각에 자라 영감을 덥석 따라가 바다로 내려간다.용궁에 도착한 호선생은 간을 요구하는 물고기들에게 한 마리씩 ...

    2025.11.27 20:04

  • [그림책]별, 볼 수 없어도 들을 순 있어요…꿈이 있다면
    별, 볼 수 없어도 들을 순 있어요…꿈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먼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면,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이 책의 주인공 완다는 시각장애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시력을 잃었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천문학자다. 이 삶은 도대체 어떻게 일궈졌을까.완다네 가족은 푸에르토리코의 우림 속 작은 마을에 살았다. 가족들과 함께 새벽 낚시를 간 완다는 아홉 살 인생 처음으로 수백만 개의 별들과 마주하게 된다. “저 빛들은 사실, 별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이란다.” 아빠의 이 말은 완다의 마음속에 반짝이는 호기심을 만들었다. 커가면서 우주를 좀 더 이해하고 싶었던 완다는 대학에서 물리학에 매진한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이더니 어느 날은 현관문 열쇠 구멍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암흑이 닥쳤다. 어릴 때부터 앓던 당뇨병이 시력을 앗아간 것이다...

    2025.11.20 22:11

  • [그림책]날 수 없는 내게 왜 날지 않냐 묻지 않아준 너에게
    날 수 없는 내게 왜 날지 않냐 묻지 않아준 너에게

    날개를 펼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데, 왜 날지 않냐고 아무리 말해줘도 도무지 날고 싶지 않은 파랑새가 있다. 슬픔이 너무 깊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파랑새는 그저 홀로 숲의 그림자 속에서 침잠할 때가 가장 편안하다.어느 날 수풀 사이를 걷다 사냥꾼에게 붙잡힌 파랑새는 인간들의 눈요기가 되다 버려진다. 도시의 뒷골목에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온 건 발목에 쇠사슬을 찬 플라밍고. 플라밍고는 파랑새를 데리고 도시에서 탈출한다. 다시 숲으로 돌아온 파랑새는 예전처럼 외롭지 않다. 플라밍고는 파랑새가 날지 않는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둘은 함께 걷고, 열매를 따먹고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든다.여러 계절이 지나고 플라밍고의 몸이 가을처럼 바스락거린다.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움직이지 못한다. 파랑새는 직감한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플라밍고는 세상을 떠난다. 그를 옥죄던 쇠사슬만 남긴 채. 플라밍고는 이제 자유로워졌을까. 파랑새는 플라밍고가 그리울...

    2025.11.13 19:54

  • [그림책]그렇게 우리 광장에 함께 앉아 이겨냈다
    그렇게 우리 광장에 함께 앉아 이겨냈다

    책상에서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수도승, 매일 같은 자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이들 모두 ‘엉덩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엉덩이 싸움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며 가장 조용한 저항이기도 하다.작가 둘채는 엉덩이 싸움을 시작한 한 소녀의 투쟁을 오직 검은 펜 선으로 따라간다. ‘앉아있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녀는 대통령의 ‘앉기 금지’ 선포를 맞닥뜨린다. 그러곤 앉을 권리를 되찾으려 광장에 앉는다. 이미 많은 동지가 “서있기를 거부한다” “앉는 게 뭐 어때서”가 적힌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작가는 폭력 대신 평화를 선택한 삽화 속 시민들을 둥글고 부드러운 그림체로 그려냈다.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휠체어, 안락의자, 바퀴 의자 등 다양한 의자에 올라타 신나게 레이싱을 하기도 한다. 마냥 진지하기만 한 ‘의자 시위’가 아닌, 새로운 문화로서의 시위 현장인 셈이다. 거센 눈발과 추위를 막을 길이 없는 날엔 반짝이는 은...

    2025.11.0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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