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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책] 이리 들어와, 함께 모여서 눈보라를 피해 보자
    이리 들어와, 함께 모여서 눈보라를 피해 보자

    눈보라가 치던 날세린 클레르 글·친 렁 그림 | 김유진 옮김책과콩나무 | 48쪽 | 1만4000원평화로운 숲속 마을에 눈보라가 들이닥친다. 평범했던 날이 위태로운 날로 바뀐다. 이를 대비해 땔감을 쌓고 먹을 것을 모은 동물들은 집 안에 머물며 어서 무시무시한 눈보라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뿌연 안개 속 세찬 바람을 뚫고 낯선 곰 형제가 마을에 나타난다. 곰 형제는 자신들이 가진 차를 내밀며 난롯불이나 과자, 불빛을 나눠줄 수 없냐며 묻는다. 이방인이 두려운 동물들은 형제의 부탁을 외면한다.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여우 가족도 거절하기는 마찬가지. 곰 형제가 체념하고 마을을 떠나려고 할 때 아이 여우가 이들에게 작은 등불을 건넨다. 곰 형제는 등불을 준 여우에게 매우 고마워한다. 날이 저물고 날씨는 점점 안 좋아지지만 곰 형제는 좌절하지 않는다. 여우가 준 등불에 의지해 눈으로 피신처를 만든다. 그사이 안전할 줄 알았던 여우네 집이 무너진다....

    2023.12.29 20:07

  • [그림책] 슬픔의 한가운데로 떠나는 모험
    슬픔의 한가운데로 떠나는 모험

    슬픔의 모험곤도 구미코 글·그림|신명호 옮김|여유당|40쪽|1만5000원누구나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상실이 주는 아픔을 잘 알기에, 어른들은 어린이가 슬픔에 빠지는 걸 원치 않는다. 하루빨리 슬픔에서 빠져나와 밝음과 명랑함을 되찾길 바란다. 하지만 어른들은 알고 있다. 슬픔의 가장 깊은 곳을 온전히 통과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회복 또한 요원하다는 것을.곤도 구미코의 <슬픔의 모험>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 슬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아이의 마음을 글 없이 그림과 소리로만 전달한다. 본문에 텍스트는 단 두 문장 뿐이다. “오늘 캔디가 죽었다”로 시작해 “오늘 캔디는 죽었다”로 끝난다. “캔디가 죽었다”가 “캔디는 죽었다”는 문장으로 바뀌기까지 아이가 경험한 감정의 진폭과 슬픔의 높낮이를 책은 놀랍도록 풍부하고 섬세한 그림으로 전달한다.처음 나오는 그림은 ...

    2023.12.22 16:00

  • [그림책]아무도 누구의 그림자로 사는 건 원치 않아
    아무도 누구의 그림자로 사는 건 원치 않아

    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미셸 쿠에바스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책읽는곰|48쪽|1만4000원그림자가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옛이야기 속 그림자가 없는 존재는 유령이나 귀신으로 그려진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는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소개하며 그림자를 상실한 상태를 ‘사람자격’에 가해진 손상으로 해석했다. 그림자는 인간 자격의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림자는 인간에 예속된 존재이길 거부하고, 자유의지를 갖고 독립해 존재하고자 한다. 주인에게 예속된 상태, 주인의 반영으로만 존재하던 그림자는 이제 자신이 가고픈 곳으로 갈 수 있고, 되고픈 존재가 될 수 있다.“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림자 스무트는 지난 7년 반 동안 ...

    2023.12.15 13:30

  • [그림책]사라진 골목, 사라진 마을···길냥이 시선으로 본 도시의 뒷모습
    사라진 골목, 사라진 마을···길냥이 시선으로 본 도시의 뒷모습

    집으로 가는 여정표현우 글·그림 | 노란상상 | 48쪽 | 1만7000원책은 혼잣말로 시작한다. “내 가 살 던 곳 은 사 라 졌 다.”한 바닥 펼쳐진 종이 위에 덩그러니 쓰인 현실 인식이 막막하다. 어느 날 집이 무너져 내려 살 곳을 잃은 고양이는 쫓기듯 더 높은 동네로 오른다. 그곳에서 가끔 저 멀리 떠나온 곳을 바라본다. 한때 그의 집이던 그곳에는 어느새 높은 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층 건물이 솟아 있다. 고양이는 말끔해진 아랫동네와 다르게 낮고 낡은 집들이 군데군데 금 간 담장을 공유하는 달동네를 거닌다. 어쩌면 여기서는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서.그러나 이 동네에서도 또 집이 하나둘 부서진다. 다시 떠날 때가 왔구나. 고양이는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던 찰나 어디선가 작고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떠돌이 고양이는 가녀린 비명을 외면하지 못한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힘겹게 따라...

    2023.12.08 11:12

  • [그림책]‘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폴링 업셸 실버스타인 지음 | 김목인 옮김 | 지노 | 196쪽 | 2만2000원<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쓴 셸 실버스타인의 ‘시+그림’책이다. 실버스타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작품으로 1996년 미국에서 초판 출간됐다. 개정판에는 미공개 작품 12편을 포함해 156편이 실렸다.“신발 끈을 밟는 바람에/ 나는 위로 떨어졌어-/ 저 지붕들 꼭대기를 지나/ 저 동네 위를 지나/ 저 나무 우듬지들을 지나/ 저 산 너머로/ 저 위 색깔들이/ 소리와 뒤섞이는 곳으로.”(‘폴링 업’ 일부)‘위로 떨어지다’라는 뜻의 표제작 ‘폴링 업(Falling Up)’은 평범한 생각을 뒤집고 다른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의 문을 연다.모자의 챙이 엄청나게 넓어서 주변에 그늘을 만드는 소녀, ‘말랐으니 더 먹으라’는 체중계의 텍스트와 달리 배가 너무 나와 정작 체중계를 내려다볼 수 없는 중년 남자의 그림, 가구들이 망가지는 이유가 주인 몰래 가구들끼리 ...

    2023.12.01 14:34

  • [그림책]아이디어는 ‘어렴풋이, 살그머니’ 다가온다
    아이디어는 ‘어렴풋이, 살그머니’ 다가온다

    세상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은 아마 이렇지 않을까? 뭐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지난번과 조금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막힌 아이디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쓸 만한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니 참 큰일이다.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자벨 심레르도 이런 생각들로 밤을 여러 번 지새웠던 것 같다. 그는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에서 아이디어가 찾아오는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냈다.아이디어는 원할 때 나타나지 않는다. 그토록 찾아헤맬 땐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다가,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쯤 “어렴풋이, 살그머니” 다가온다. 처음부터 명확한 아이디어는 없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어렴풋하다. 저자가 책 첫 장에 그린 완성되지 못한 사슴 그림처럼.아이디어를 기다리는 저자의 모습은 텅 빈 의자로 표현된다. 44종의 동물은 작가 내면의 아이디어들이다. 의자 주위를 맴도는 많...

    2023.11.24 11:15

  • [그림책]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양편에서 들려온 증언···전쟁이 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양편에서 들려온 증언···전쟁이 나고 말았다

    전쟁이 나고 말았다노라 크루크 지음 | 장한라 옮김|엘리|132쪽|2만1000원폭탄과 파괴된 도시, 사망한 사람들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다만 장소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불러온 새로운 파괴와 살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소식을 대신했다. 전쟁이 다른 전쟁으로 잊힌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전쟁은 현실이다.<전쟁이 나고 말았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어떻게 삶을 비트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2018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나는 독일인입니다>를 통해 전쟁과 역사, 죄의식에 대한 성찰을 그래픽 서사로 구현한 노라 크루크는 이웃 나라에서 발발한 전쟁에 대해 침묵할 수 없었다. 지인인 우크라이나 기자 K와 러시아 예술가 D에게 연락을 취했해 안부를 물었고, 두 사람과 주고받은 52주간...

    2023.11.17 16:29

  • [그림책]농익은 바나나에서 탄생한 상상의 ‘바나나족’ 연대기
    농익은 바나나에서 탄생한 상상의 ‘바나나족’ 연대기

    바나나 왕국정희정 글·그림 시공주니어 | 각 10쪽 | 2만원 (3권 세트)까만 밤, 거대한 노란 물체가 바다 한가운데 떨어진다. 넘실대는 파도에 밀려 해변에 안착한 노란 물체는 바나나다. 거대 바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해변에서 시간이 흐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나나 겉면의 검은 반점이 점점 늘어나던 어느날, ‘쩍’ 하고 바나나 껍질이 갈라진다. 바나나 속에서 바나나 모양 머리를 한 ‘바나나족’이 탄생한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바나나족은 저벅저벅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바나나 왕국>은 바나나족과 바나나 왕국을 그린 판타지 일러스트북이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 바나나족의 탄생, 바나나족의 건국, 바나나족의 생활을 다룬다. 책은 일반 제본 형식이 아닌, 펼치면 아코디언처럼 길게 펼쳐지는 ‘아코디언북’으로 제작됐다.매 권 아코디언북의 특성을 살린 편집이 눈에 띈다. 바나나족의 탄생을 다룬 1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림...

    2023.11.10 20:28

  • [그림책]다정한 마음 곁에 모여드는 작은 존재들, 그렇게 따스해지는 삶
    다정한 마음 곁에 모여드는 작은 존재들, 그렇게 따스해지는 삶

    의자에게김유 글·오승민 그림모든요일그림책 | 48쪽 | 1만7000원딸의 이사날, 변두리에서 홀로 구멍가게를 하는 할머니는 딸이 쓰던 낡은 소파를 가져와 살뜰히 챙긴다. 의자를 가게 앞 차양 아래 두고 솔기가 해진 곳은 명주실로 단단히 꿰매고, 닦고 또 닦는다. 할머니는 얼룩덜룩하고 주름진 의자에서 검버섯 피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자신을 본다.의자 하나 가져왔을 뿐인데 할머니의 일상에는 작은 흥이 돋는다. 의자는 할머니의 말동무이자 안락한 등받이가 돼준다. 구멍가게 주인이 아니라 큰 회사의 사장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버려질 뻔한 의자는 “딸네 집에서 모셔 온” 의자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의자 속을 헤집고 스펀지를 훔쳐간다. 할머니는 스펀지 도둑을 쫓다 의외의 ‘범인’을 발견한다. 새끼를 위해 뭐든 하는 어미의 마음을 마주하고 코끝이 찡해진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지난날 자기 모습과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추운 겨울 ...

    2023.11.03 22:33

  • [그림책]나쁜 이주민·모범적인 이주민을 구분하려는 사회
    나쁜 이주민·모범적인 이주민을 구분하려는 사회

    지운, 지워지지 않는엘리자베스 파트리지 지음·로런 타마키 그림강효원 옮김 | 너머학교 | 132쪽 | 2만4000원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폭격한 직후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결혼사진을 찍던 사진가 도요 미야타케는 영문 모른 채 정부 요원들에게 끌려갔다. 일본계 은행가, 성직자, 기자, 교사도 마찬가지였다.이튿날 일본에 선전포고를 한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일본계 이민자들이 간첩은 아닐지 의심했다. 그들의 라디오, 카메라를 압수했고, 은행 계좌를 동결했고, 통행 및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미국 내 일본인과 일본계 미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기모노, 서예작품, 일본책을 꺼내 불태웠다. 소용없었다. 이듬해 2월19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계 이민자 12만명 이상을 ‘대피’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피’란 이들을 특정 시설에 ‘억류’한다는 뜻이었다. 미국에 이민 왔지만 시민권은 얻지 못한 ‘이세이...

    2023.10.2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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