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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 [책과 삶] 한 줄에 담은 일상의 감각과 계절
    한 줄에 담은 일상의 감각과 계절

    한 줄 시 읽는 법정수윤 지음 유유 | 196쪽 | 1만5000원‘산은 고양이/ 여기저기 핥았네/ 눈 녹은 틈새’(바쇼)하이쿠는 일본의 한 줄 시다. 일상의 장면을 그림 그리듯 쓰는 글쓰기 기법인 ‘사생문’에 기반하고 있다. 그냥 짧고 재치있게 한 줄로 쓰면 될 것 같지만, 하이쿠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첫 번째는 ‘나의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이 아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써야 한다. 두 번째 규칙은 다섯 자, 일곱 자, 다섯 자의 음수율이다. 첫 번째 다섯 자는 가미고, 가운데 일곱 자는 나카시치, 마지막 다섯 자는 시모고라 부른다. 하이쿠는 열입곱 자 안에서 일상을 노래한다. 글자가 넘치거나, 아예 음수율을 고려하지 않은 하이쿠도 있다. 세 번째 규칙은 첫 번째와 더불어 하이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바로 ‘계절어’를 넣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타내는 ...

    2025.01.16 20:18

  • [책과 삶] ‘붕어 대가리’라 놀리지 말아요…우리도 인지 능력이 있거든요
    ‘붕어 대가리’라 놀리지 말아요…우리도 인지 능력이 있거든요

    거울 보는 물고기고다 마사노리 지음 | 정나래 옮김 글항아리 | 264쪽 | 1만8000원머리가 나쁘다는 의미를 담은 속된 표현으로 ‘붕어 대가리’라는 말이 있다. 척추동물 중에서도 하등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텐데, 이는 시정되어야 할 편견인 것 같다.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물고기 인지능력 연구팀을 이끄는 동물사회학자 고다 마사노리는 ‘물고기도 인간처럼 자신을 인식한다’는 가설을 세워 이를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2019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 과학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려 학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고다의 연구 내용은 이랬다. 농어목의 작은 물고기인 청줄청소놀래기가 있는 수조에 거울을 설치하고 행동을 관찰했다. 이 물고기는 몸에 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려는 습성이 있다. 실험팀은 물고기의 턱 아래에 기생충과 비슷한 갈색 표시를 하고 실험을 진행했는데 물고기들이 거울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확인한 뒤 수조 바닥에 몸을 비비며 이를 털어내려는 행동을 ...

    2025.01.16 20:17

  • [책과 삶] 조로증 소년의 시선 속 중국의 비극
    조로증 소년의 시선 속 중국의 비극

    세 중국인의 삶다이 시지에 지음 | 이충민 옮김문학동네 | 160쪽 | 1만6000원중국의 섬 귀도에 사는 열두 살 소년은 일흔 살 노인처럼 보인다. 머리카락은 거의 남지 않았고, 얼굴에는 세상의 모든 주름이 모여 있는 듯하다. 이 섬에 퍼져버린 조로증을 소년 역시 피하지 못했다.흉측한 모습 때문에 학교에선 쫓겨난 그는 대부분 시간을 ‘벙어리 두부 장수’인 친척 아주머니와 보낸다. 불러주는 사람이 없은 지 오래라 이제 소년은 자기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어느 날 소년의 집에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교도소 소장이라는 남자는 돈가방을 내밀며 여인에게 조카를 사겠다고 한다. 이 섬의 조로증 환자 가운데 머리가 알뿌리처럼 부풀지 않은 건 이 아이뿐이란다. 여인은 돈을 받는다. 소년은 신이 났다. 멋진 서커스단에 들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소년을 데려간 곳은 서커스가 아니라 수감 시설이다....

    2025.01.16 20:17

  • [책과 삶] ‘저자’가 된  AI···글쓰는 인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자’가 된 AI···글쓰는 인간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쓰기의 미래나오미 배런 지음|배동근 옮김북트리거|628쪽|2만7800원2022년 12월, 오픈AI가 세상에 챗GPT를 내놓았다. 사람과 다름없이 유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챗GPT는 등장하자마자 ‘저자’의 자리를 꿰찼다. 작가들이 챗GPT와 협력해 쓴 소설 등 인간의 공저자가 되거나, 아예 단독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도 나왔다. 처음의 호들갑이 지나간 후 챗GPT가 인간을 완벽히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는 줄었다. 하지만 챗GPT는 과제, 번역, 기사 작성, 창작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의 쓰기를 대신하고 있다.<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부터 인터넷까지 매체별 읽기 전략을 제시했던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이 이번엔 언어생성형 AI시대를 맞아 ‘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AI가 인간 고유의 사고하고 읽고 쓰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란 질문에서 출발한 책은 인류가 문해력을 키워온 역사에서 시...

    2025.01.16 19:32

  • [책과 삶] 평범했던 여성, 그의 세계를 뒤흔든 공책 한 권
    평범했던 여성, 그의 세계를 뒤흔든 공책 한 권

    금지된 일기장|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1만8000원“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으니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기장을 산 건지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처음부터 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었다. 일기를 쓰려면 몰래 쓸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미켈레와 아이들에게 숨겨야 할 테니까. 나는 비밀을 만들기 싫다. 게다가 우리 집은 너무 비좁아서 비밀을 만들래야 만들 수도 없다.”<금지된 일기장>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알바 데 세스페데스(1911~1997)가 1952년 발표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이탈리아 사회가 여성들에게 요구했던 전형적인 역할이 어떻게 그들의 욕망과 꿈을 억압하고 서서히 소멸시켜 왔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해낸다.주인공 발레리아는...

    2025.01.10 08:30

  • [책과 삶] 진주만, 히로시마, 9·11···미국의 ‘전쟁 문화’가 만들어낸 보복의 부메랑
    진주만, 히로시마, 9·11···미국의 ‘전쟁 문화’가 만들어낸 보복의 부메랑

    2001년 9월11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납치한 항공기 두 대가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했다. 워싱턴에서는 펜타곤이 공격받았다.사상 초유의 테러공격에 대해 미국인들은 반사적으로 ‘진주만’을 떠올렸다. 1941년 12월7일 일본 해군 소속 함재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 중이던 미 태평양 함대 함정들을 기습 공격해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 말이다.워싱턴포스트는 “(9월11일은) 오욕 속에 길이 남을 날”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진주만이 공격받았을 때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일기에 “오늘 21세기의 진주만이 벌어졌다”라고 썼다.2010년 출간된 <전쟁의 문화>는 진주만 공격 이후 일본과의 전쟁과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비교함으로써 정보 실패, 대량 살상, 과거에 대한 망각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의 전쟁 문화를 비판한 책이다. 2000년도 퓰리처상 수상작인 <패배를 ...

    2025.01.10 08:00

  • [책과 삶] ‘3차 대전’이 코앞까지…우려 속 4년
    ‘3차 대전’이 코앞까지…우려 속 4년

    초예측 트럼프 2.0 새로운 시대유발 하라리·폴 크루그먼·짐 로저스·폴 댄스·이안 브레머·제프리 삭스·존 볼튼·자크 아탈리 지음오노 가즈모토 엮음 | 이정미 옮김한스미디어 | 200쪽 | 2만원오는 20일부터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분야별로 전망한 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달러 강세,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무역 전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등 대부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다.전망 반, 우려 반의 책이다. 유발 하라리는 ‘당선되면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로 인해 러시아의 승리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머지않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푸틴은 ‘힘이 세다고 남의 나라를 침략해선 안 된다’는 기준을 아무렇지도 않게 깼다. ‘푸틴의 방식’이 새 기준이 된다면 각국은 군비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군사비가 늘어난 만큼 교육·건강·사회복지 재정은 줄어...

    2025.01.09 21:28

  • [책과 삶] 계승과 축적, 과학의 발전을 이끈 작업…우리는 ‘책’이라 부른다
    계승과 축적, 과학의 발전을 이끈 작업…우리는 ‘책’이라 부른다

    책을 쓰는 과학자들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 제효영 옮김을유문화사 | 352쪽 | 2만6000원“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의 유명한 아포리즘엔 앞선 과학자들의 발견과 이론이 있었기에 뉴턴의 발견도 가능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과학은 다른 사람의 발견과 이론을 토대로 삼아 그 위에 다른 발견과 이론을 쌓는 방식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능이 가능하도록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은 책이었다. 과학지식을 저장한 책이 있었기에 인류는 필요할 때마다 바퀴를 매번 새로 발명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2500년 전부터 과학을 전파하고 후세에 전달해 온 과학책, 그리고 그 책을 쓴 과학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한마디로 과학책을 쓰고 읽은 사람들이 일궈온 위대한 여정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2025.01.09 21:28

  • [책과 삶] 내란에 다다른 ‘인간만의 정치’…아예 판을 넓히면 어떨까
    내란에 다다른 ‘인간만의 정치’…아예 판을 넓히면 어떨까

    제4부의 상상력안병진 지음 문학과지성사 | 193쪽 | 1만8000원12·3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처벌과 탄핵 절차와 별개로, 작금의 위기를 배태한 한국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미국 정치 전문가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희망적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더 크고 담대한 제안을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에 근거한 민주주의에 미래 세대와 비인간 생명이 참여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팬데믹, AI가 일으키는 새로운 문제점 등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문제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기존의 정치와 경제 정책, 사회 제도로는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다.삼권분립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비인간 생명의 정치 참여’는 이...

    2025.01.09 21:28

  • [책과 삶] 딸 호원숙이 기억하는 여행가 박완서
    딸 호원숙이 기억하는 여행가 박완서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박완서 지음문학동네 | 248쪽 | 1만6800원작가 호원숙이 기억하는 어머니 박완서는 자주 그리고 가볍게 떠나는 여행가였다. 여행을 갈 때면 언제나 빨간 크리스마스 리본이 달린 캐리어를 챙겼다. 짐은 간단하게 쌌다. 여행 전날 밤이나 가는 날 아침에 했고 늘 간결했다. 박완서는 가깝게는 집 근처 남한산성부터 강원 강릉, 멀게는 티베트와 에티오피아까지 그렇게 다녔다. 그리고 일부를 글로 남겼다.<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한국 문단의 거장 박완서 14주기를 기념하는 여행산문집이다. 2005년 발간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재편집하고, 지금껏 책으로 엮인 적 없는 미수록 원고 다섯 편을 더했다. 호원숙 작가가 어머니와 여행에 관해 쓴 글 ‘엄마의 여행 가방’도 함께다.총 14편으로 이뤄진 책에서 박완서는 부지런히 여행을 다닌다. 뛰어난 작가는 남들 다 가는 여행지에서도 특별한 것을 포착해낸다. 남...

    2025.01.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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