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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들국화, 장필순, 이소라…마음 울린 그들의 노래가 탄생한 곳
    들국화, 장필순, 이소라…마음 울린 그들의 노래가 탄생한 곳

    동아기획 이야기이소진 지음나무연필 | 252쪽 | 1만7500원들국화, 시인과 촌장, 봄여름가을겨울, 장필순, 이소라…이름이 곧 장르가 된 전설적인 뮤지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동아기획을 거쳤다는 것. 이 책은 1980~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동아기획의 이야기를 담았다.동아기획을 설립한 김영 대표는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기타 학원을 운영했다. 자신의 배우자이자 가수인 박지영의 이름을 내걸고 레코드점을 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좋은 음악이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길을 만들었다. 동아기획은 들국화의 1집 앨범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80만장이 팔렸다. K팝이 전 세계적 사랑을 받는 지금도 데뷔 앨범 밀리언셀러는 대단한 기록으로 평가받으니, 당시 들국화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책은 6장으로 구성된다. 1982년 설립부터 2010년 사실상 마지막 앨범 제작까지 동...

    2025.05.08 20:11

  • [책과 삶] 농업혁명으로 국가 탄생? 그런 증거는 없다
    농업혁명으로 국가 탄생? 그런 증거는 없다

    문명 여명기에 대한 통념 반박수렵채집 사회가 소규모라는일반적 상식은 검증 안 된 허구대규모 인원 동원 공사 흔적도사적 소유도 농경의 결과 아냐인류와 문명의 여명기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형적 서사가 하나 있다. 인류는 선사시대에 작게 무리를 지어 수렵채집을 하면서 평화롭고 평등한 삶을 살았으나 ‘농업혁명’ 이후 도시·국가·관료제가 출현하면서 불평등해졌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불평등은 인류가 문명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같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가정 위에 서 있다.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고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가 공동 집필한 <모든 것의 새벽>은 ‘인류의 새벽’에 대한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책이다. 저자...

    2025.05.08 20:07

  • [책과 삶]인간의 의식이란…작가와 과학자의 뇌 탐구 여행
    인간의 의식이란…작가와 과학자의 뇌 탐구 여행

    프루스트 현상이란 특정 냄새에 자극받아 과거를 기억해내는 일을 일컫는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이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데서 유래했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이 책에 따르면, 후각은 다른 감각들과 달리 감정을 유발하는 능력이 있다. 냄새가 중개 역할을 하는 수용체 없이 직접 뉴런까지 바로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익숙한 향수 냄새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 낭만적 경험은 사실 극미량의 물질 입자가 뉴런과 접촉한 일이었던 것이다.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다보면 이같이 이성과 감성이 혼재돼 있다.과학은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동일 조건에서 같은 결과값을 내야 한다. 문학은 수많은 예외를 감싸안는다. 같은 향기에도 저마다 다른 과거의 풍경을 소환한다. 하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로서 둘 다 유효하다.스페인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후안 호세 미야스...

    2025.05.02 09:52

  • [책과 삶]어디에라도 ‘쓸모’ 있는 밥벌이를 꿈꾸다
    어디에라도 ‘쓸모’ 있는 밥벌이를 꿈꾸다

    “주문처럼 내뱉었다. 최대한 적게 일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다.”저시력 시각장애인인 ‘나’는 백화점 지하 3층에서 안마사로 일한다. 직원 복지를 위해 고용된 헬스 키퍼라 고객은 백화점 직원들이다. 진상 손님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직원들은 안마실에서 푼다. 마사지하는 중에 말을 걸지 말라거나, 어차피 안 보이는 불을 끄라는 식의 갑질이다.‘월급사실주의’ 세번째 앤솔러지 조승리·예소연·김동식 등 참여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과 삶을 판타지 아닌 사실 기반해 다뤄진심을 다해 일해봤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안마를 받던 한 직원은 말한다. “샘 너무 열심히 하지 마요… 전에 계셨던 분도 얼마나 열심히 마사지해주셨는지 몰라요. 직원들도 만족도 조사하면 매번 최고라고 추켜세웠는데 결국 재계약은 안 됐어요.” 나는 깨닫는다. “이곳에서의 현명한 근로 방식은 적게 일하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만 힘을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2025.05.02 09:52

  • [책과 삶]‘죽음 산업’ 노동자들의 삶
    ‘죽음 산업’ 노동자들의 삶

    장례식장만큼 서럽게 불평등한 곳이 있을까. 망자들이 생전 누린 부의 차이는 빈소 규모, 화환, 조문객, 장례용품에서까지 ‘채점표’처럼 드러난다. 외롭고, 비참하고, 갑작스러운 죽음들은 대개 납골당의 가장 낮은 층에 입주한다. ‘죽음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데, 죽은 다음의 풍경은 기울어진 이승의 거울이다.철저하게 상업화된 이곳에도 인간적인 것이 남아 있을까. 끈덕진 관찰로 ‘일하는 몸’을 기록해 온 르포작가 희정이 이번에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탁월한 인터뷰를 보여줬던 전작들보다 이 책은 한발 더 들어간다. 희정은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 수업을 듣고 장례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염습실에서 시신을 마주하고 시신 복원사, 상여꾼, 화장기사 등 각 분야 장례 노동자들을 인터뷰했다. 상주나 조문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장례의 진짜 풍경이 섬세하고 단단한 필체로 그려진다.죽음은 더 이상 존엄하지도 평등하지도 않았다. 이승이 그렇기 때문이리라. 집...

    2025.05.02 09:52

  • [책과 삶]‘채식 나치’ 세상…‘육식인’의 분투
    ‘채식 나치’ 세상…‘육식인’의 분투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다. 주인공이 어떤 범죄를 저지른 뒤 체포되어 형사 앞에서 털어놓는 이야기가 소설의 전부이다. 소설에는 ‘톰 두부’와 ‘육수맛내기69’라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데, 각각 채식주의자와 육식주의자를 대표한다.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독일로 채식주의가 지배적인 세상이다. 맥도널드는 채식 파동으로 큰 타격을 받은 뒤 사주가 세 번이나 바뀌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어졌다. 몇곳 남지 않은 정육점은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는 유해시설로 분류돼 있다. 주인공 ‘나’는 사회로부터 미개인 취급받는 것이 싫어 고기를 끊기로 한다. 하지만 힘이 들어 채식주의 블로거 ‘톰 두부’로부터 조언을 얻고 때론 종교 교리와도 같은 지시를 따르면서 채식 생활을 이어 나간다. 그러나 곧 여러 문제에 부닥친다. 변비에 시달리는 건 익숙해졌지만 한 달 만에 치아 2개가 빠지고 발기부전도 겪는다. 당연히 웃음도 잃게 됐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게시판에서 ‘육수맛내기69’가 쓴 글을 발...

    2025.05.02 09:52

  • [책과 삶]인류 역사 변곡점마다 ‘균·균·균’ 있었다
    인류 역사 변곡점마다 ‘균·균·균’ 있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서 16세기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을 설명하며 “우수한 무기가 어떤 경우에도 스페인의 궁극적인 승리를 보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 조너선 케네디는 “중세 말기 스페인과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사이에 생활 수준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정복의 요인은 ‘총, 쇠’가 아닌 “균, 균, 균”이라고 했다. 유럽인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에 천연두 바이러스가 건너왔을 때, 천연두에 면역력이 있던 유럽인들은 살았지만 면역력이 없던 아메리카인들은 수개월 동안 3분의 1이 사망했다.반대로 카리브해 아이티의 아프리카계 흑인들은 균 덕에 프랑스의 침공을 막았다. 아이티를 찾은 유럽인들은 여름 우기에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황열병에 취약했고, 1802년 아이티를 공격한 프랑스군의 5분의 4가 사망했다.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지능이 뛰어나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됐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2025.05.02 09:52

  • [책과 삶] 판사들은 왜 권위주의 정권에 쉽게 굴복하나
    판사들은 왜 권위주의 정권에 쉽게 굴복하나

    정의를 배반한 판사들한스 페터 그라베르 지음 | 정연순 옮김진실의 힘 | 488쪽 | 2만7000원나치 독일부터 남아공·칠레 등 사법관행 무너졌던 사례 분석‘합법’ 외관 필요로 하는 권력 법원에 일정 정도 자율성 허용 판사는 ‘협조’ 통해 안정 얻어현대 국가에서 법원은 정의의 보루로 여겨진다. 권위주의적인 행정부 수장이나 의회 다수파의 횡포로부터 시민의 기본권을 지켜낼 최후의 방파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에는 판사들이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억압적 정권의 도구로 전락한 사례가 흔하다. 노르웨이 법학자 한스 페터 그라베르가 쓴 <정의를 배반한 판사들>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왜 판사들이 정의를 배반하고 불의와 타협하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들어간 연구서다.저자는 나치 집권기 독일, 나치 점령 시기 일부 유럽 국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시기 남아프리카공화국, 군부 독재 시기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등의 사례들을 분석한...

    2025.05.02 09:51

  • [책과 삶]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중국 토지개혁의 그늘 들추다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중국 토지개혁의 그늘 들추다

    지주 가문으로 숙청 겪은 주인공기억 지우고 평생 가난하게 살아아들은 시장경제 도입 타고 성공모자 통해 과거·현재의 간극 반영중국 내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모든 망각을 배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망각은 살아남기 위해서일 때가 많다.”평생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며 아들 칭린을 돌봐온 여성 딩쯔타오는 건축업으로 성공한 아들이 마련한 부유한 주택에 들어선다. 아들은 어머니의 젊은 시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글자도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집에 들어서며 갑자기 “창 앞의 대나무, 맑고 푸름이 홀로 기이하구나”라며 시구를 읊는다. 딩쯔타오는 집 안의 값비싼 물건들을 보고는 모두 빼앗길 것이라며 “총개머리에 맞았다”고 소리친다. 살기 위해 잊힌 기억들이 딩쯔타오의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어린 시절 부유한 지주의 딸이었던 그는 비슷한 지주 가문의 아들 루중원과 결혼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그들에게 ‘토지개혁’의 바람이 불어온다...

    2025.04.24 21:40

  • [책과 삶] 숫자 아닌 사람으로 말하는 노동
    숫자 아닌 사람으로 말하는 노동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 생각의힘 | 320쪽 | 1만9800원다르덴 형제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영화 <로제타>(1999)는 10대 소녀 로제타가 공장에서 해고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캠핑카에서 살면서 수도가 끊길 정도로 곤궁하지만, 알코올 중독인 그의 어머니는 술병만 뒤진다. 로제타는 매일 밤 되뇐다. “내 이름은 로제타, 나는 일자리를 찾았어.” 그는 유일한 친구 리케를 배신하고 자리를 빼앗기에 이른다.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절박한 생계에 일자리를 유일한 구원으로 삼은 로제타의 이야기로 서문을 연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고발한 영화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다르덴 형제의 나라 벨기에는 50명 이상의 민간기업이 고용 인원의 3%를 청년으로 채우게 하는 ‘로제타 플랜’을 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벨기에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2025.04.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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