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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동물권이라며 인간만 생각하는 인간
    동물권이라며 인간만 생각하는 인간

    1886년 7월 네덜란드에서 새로 발효된 형법엔 ‘합당한 목적 없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고문을 가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운하 양쪽에 건 밧줄 한가운데 뱀장어를 올려놓고 ‘뱀장어 잡아당기기 놀이’를 즐겼다. 경찰이 형법에 따라 이를 막으려다 밧줄 한쪽을 끊었고, 그 밧줄 끝에 다섯 살 소녀가 맞았다. 이는 노동자 인권 신장과 보통선거권을 요구해온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로 번져 26명이 사망하게 되는데, 후일 ‘암스테르담 장어 폭동’으로 기록된다.네덜란드 출신인 저자는 당시 형법에 대해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동물권을 인정”했다면서도 “동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짚었다. 그는 “역사학자들은 뱀장어의 눈높이에서 이 시위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며 당시의 형법이 동물들이 잔인하게 죽는 모습을 사람들이 덜 보게 하려는 것으로 “인간의 고통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도 했다.책은 일곱 종의 동물에 초점...

    2026.05.28 20:15

  • [책과 삶]지정학 질서를 흔들어놓은 기후변화
    지정학 질서를 흔들어놓은 기후변화

    지정학은 세계 지리를 고정된 것으로 보고 인간사회가 그 요인들에 대응하는 방식을 분석한다. ‘비옥한 땅을 가진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지정학자들의 주장은 지리적 위치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뉴워>는 불변하리라 여겼던 지리적 요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기후변화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며 북극 얼음이 녹아 북극항로가 생기고, 황무지로 취급됐던 그린란드가 요충지가 된 것이 그 예다.책은 기후변화를 반영한 지정학인 ‘기후지정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국가 간 전쟁이 영토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것이었다면, 21세기에는 기후로 인한 ‘새로운 생존 전쟁’이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예컨대 브라질을 비롯한 세계 곡창지대 대부분은 폭염,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다. 반대로 너무 추워 농사에 부적합했던 지역은 기온이 상승하며 농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나중에는 더 나은 농...

    2026.05.28 20:15

  • [책과 삶]조선 후기 건축화에 스민 깊이감, 어디서 왔을까
    조선 후기 건축화에 스민 깊이감, 어디서 왔을까

    1848년 헌종이 연 왕실 궁중 잔치를 기록한 8폭 병풍 ‘무신진찬도’는 익숙한 듯 낯선 공간감을 품고 있다. 궁궐 공간을 펼쳐보이듯 그린 기존 행사도와는 달리, 서양화법을 절충한 일점투시부감도법이 적용돼 평면성이 줄고 깊이감이 더해진 것이다. 첫 장면인 ‘인정전진하도’에선 좌우 행각이 화면 상단으로 갈수록 축소되며 모여들고, 보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단 인정전으로 향한다. 투시선을 따라 건축물이 입체감 있게 표현되면서 실제 궁궐 안에 들어선 듯한 현장감을 만든다.<그림 속으로 들어온 궁궐과 도시>에선 이 같은 조선 후기 ‘건축화’가 고대부터 단계별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갑작스럽게 표현력과 화면구성력이 발전하며 집중적으로 제작됐다고 전한다. 이전 시대 회화에서 찾기 힘든 합리적인 공간감과 입체감을 표현하려는 강한 의지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각적 혁신의 동인을 동시대 동아시아의 시각문화 교류에서 찾는다. 명·청대 민간에서 제작되...

    2026.05.28 20:15

  • [책과 삶]덜 팔려고 애쓴 자산가…부자로 죽지 않을 결심
    덜 팔려고 애쓴 자산가…부자로 죽지 않을 결심

    1968년, 남미 파타고니아의 혹독한 설산 피츠로이에서 한 남자가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길 위의 삶, ‘더트백(dirtbag)’을 자처했던 그는 역설적이게도 5년 뒤 연 매출 10억달러의 기업을 운영하는 억만장자가 된다. 오늘날 친환경 경영의 상징이 된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그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다. <더트백 억만장자>는 자산가라는 호칭을 모욕으로 여겼던 괴짜 사업가 쉬나드가 2022년 소유권을 전량 기부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는 등산장비 사업을 패션 사업으로 확장해 큰 성공을 거둔 쉬나드가 왜 업계 ‘이단아’로 불렸는지 조명한다. 쉬나드는 이윤 극대화가 미덕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환경을 위해 ‘덜 만들고 덜 파는’ 성장 억제 정책을 폈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공급망을 정화했다. 그에게 사업은 돈벌이가 아닌 신념의 실현 수단이었다.저자는 성공 신화 뒤에 숨겨진 쉬나드의 인간적 모순도 함께 파헤...

    2026.05.28 20:05

  • [책과 삶] 이직하듯 이민하는 시대···한국은 ‘선택’ 받을 수 있을까
    이직하듯 이민하는 시대···한국은 ‘선택’ 받을 수 있을까

    국가선택 우원규 지음ㅣ미래의 창ㅣ240쪽ㅣ1만8000원“애국심은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무한한 자원처럼 여겨졌으나, 오늘날 이 감정은 가장 구하기 힘든 희소자원이 되었다.”인구가 줄고 소비층이 늙어가는 상황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맞이한 현실이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감소는 사회 시스템을 가동하는 동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방을 비롯해 치안, 복지, 교육 등 필수 서비스에 종사할 인력이 부족해지고 세수는 바닥난다. 실제 한국의 국군 병력은 2002년 69만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45만명으로 집계됐고 2040년에는 35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감소 지역이 늘어나며 치안 공백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노인 인구를 보살필 복지 인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출생 상황이 고착화된 상황이라 추후 이를 감당할 인력의 공급도 난망하다. 노동력과 소비층이 사라진 나라에서 기업은 떠...

    2026.05.22 14:00

  • [책과 삶] 모두가 평등한 낙원?···‘자유연애’에 발목 잡힌 아나키스트 유토피아
    모두가 평등한 낙원?···‘자유연애’에 발목 잡힌 아나키스트 유토피아

    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 페데리코 구스만 루비오 지음 | 조구호·남진희 옮김 | 알렙 | 340쪽 | 2만원상상해볼 수는 있다. 세상이 모조리 썩어 어떻게 해도 나아질 가망이 없다고 느낄 때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꿈꿀 수는 있다. 대부분 꿈만 꾼다. 몇몇은 종이에 무언가 끄적댄다. 토머스 모어에게 ‘유토피아’를 이야기해준 여행가의 이름은 히슬로데이(Hythloday). 그리스어 ‘hythlos’(헛소리)와 ‘daios’(전문가)를 합친 이름이다. 토머스 모어조차 유토피아는 불가능하다는 걸 전제했다.가끔 ‘헛소리’를 진지하게 세상에 실천하려는 사람이 있다. 땅이 넓은 데다 미개척지가 많은 라틴아메리카는 이들이 공상을 구현하기 좋은 땅이었던 것 같다. 멕시코의 작가 페데리코 구스만 루비오의 <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는 라틴아메리카의 유토피아 흔적을 찾은 책이다.유토피아의 모습은 꿈꾸는 이마다 달랐다. 헨리 포드가 막대...

    2026.05.22 06:00

  • [책과 삶]왜 모든 ‘마지막’들은 힘든 것일까
    왜 모든 ‘마지막’들은 힘든 것일까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어렵다. 몇 해간 준비했던 은퇴도, 연인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도, 언젠가는 꼭 끊고 싶었던 술과 담배와의 마지막도 각기 다른 이유로 괴롭다. <마침표의 순간들>은 인간의 인생에 다가오는 수많은 마지막 순간을 고찰한다. 왜 모두에게 마지막은 어려운지, 더 현명하게 끝을 맞이할 방법은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철학적 논의를 펼친다.1990년생인 저자 소피 갈라브뤼는 2022년 출간한 첫 책 <분노의 얼굴>로 당해 ‘고등학교 철학 도서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프랑스의 젊은 철학자다. <마침표의 순간들>은 저자의 세 번째 저서로 우리가 인생에서 맞는 ‘마지막 순간’을 바탕으로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들을 살핀다. 저자 자신의 경험은 물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같은 책이나 수필, 팟캐스트, 영화 에피소드 등을 인용해 다양한 철학적 사고를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전달한다....

    2026.05.21 20:14

  • [책과 삶]‘웹의 아버지’, 데이터 주권을 묻다
    ‘웹의 아버지’, 데이터 주권을 묻다

    1989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젊은 엔지니어 팀 버너스리는 서로 다른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흩어진 정보를 자유롭게 연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렇게 월드와이드웹(WWW)이 탄생했다. 그는 이 발명에 특허를 걸지 않았다. 웹은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공재여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웹의 모습은 버너스리가 처음 꿈꿨던 이상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고, 거대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를 독점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개인정보와 데이터 통제 문제는 거대한 논쟁거리가 됐다.‘웹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자는 자신의 창조물이 어떻게 변질됐는지 돌아보며 뒤틀린 디지털 생태계를 다시 인간 중심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책은 웹의 탄...

    2026.05.21 20:14

  • [책과 삶]항상 근심·걱정…당신 ‘불안 중독’일 수도
    항상 근심·걱정…당신 ‘불안 중독’일 수도

    어떤 광고에서 ‘불안’은 약을 먹으면 떨쳐낼 수 있는 불청객처럼 묘사된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불안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모두의 내면에 있는 ‘불안한 자아’가 작동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심리치료사이자 정신건강 전문가인 저자는 불안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불안은 ‘안전하지 않은 느낌’이나 ‘불확실한 느낌’에 대처하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을 준다. 미리 걱정하면 덜 위험할 것 같고, 최악에 대비하면 안전해질 것 같아서 잠깐의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불안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자아’로 규정한 이유다.불안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은 흥분 상태일 때 분비되는 것과 유사하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불안에 중독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불안 중독은 쾌감이나 만족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중독과는 다르다”면서도 “불안은 우리를 경계 상태로 몰아넣고, ...

    2026.05.21 20:13

  • [책과 삶]소소하고 수수한 너에게 반했다, 이끼
    소소하고 수수한 너에게 반했다, 이끼

    우연히 남편이 읽던 책에 나온 료안지의 명상정원 사진을 보고 교토를 찾은 저자는 정원의 정교한 조경보다 바닥을 온통 녹색으로 뒤덮은 이끼에 매료된다. 늘 발치 아래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끼에서 “뽐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 쉽게 모습을 바꾸지 않는 성실함과 고고함”을 발견한다.정원에서든, 자연에서든 이끼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늘진 땅과 바위에서 자라나는 이끼는 ‘부산물’에 가깝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끼는 “작고 우아한 식물”이며 “위로 그 자체”다. 저자는 남편이 설계한 주택 ‘선요재’에 이끼가 오롯이 주인공이 된 ‘이끼정원’을 꾸민다.책은 저자가 남편과 함께 손수 이끼정원을 가꿔나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으면서 저자가 직접 관찰하고 손으로 그린 이끼 53종 그림을 함께 실었다.이끼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수록한 이유가 있다. 이끼를 바라보는 시간과 이끼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마음까지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

    2026.05.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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