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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성형수술이 탄생한 곳, 참혹한 전쟁터
    성형수술이 탄생한 곳, 참혹한 전쟁터

    상이군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건 전쟁통에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은 이의 모습이다. 크게 다친 부위가 얼굴이라면 어떨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종군기자들은 ‘얼굴 손상’을 “전쟁이 줄 수 있는 가장 야만적인 타격”이라고 말하곤 했다. 턱이 날아가거나 눈이 있던 자리가 움푹 파이는 등 얼굴이 변형된 군인들은 자신을 ‘혐오스럽게’ 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제 모습을 보기 꺼렸다.해럴드 길리스(1882~1960)는 전쟁 당시 영국 군 병원에서 다친 병사들의 ‘제 얼굴’을 되돌려주기 위해 분투한 뉴질랜드 출신 외과의사다. 야심만만한 30대였던 그는 1914년 영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자 적십자사에 의료 봉사를 자원했다.음식물을 비교적 원활히 씹을 수 있도록 환자의 턱과 입 주변을 재건하는 것부터 상처 부위가 이질감이 없도록 잘 봉합하는 일까지. 길리스의 주도하에 이뤄진 수많은 수술들은 훗날 성형수술 발전의 토대가 됐다....

    2026.01.29 20:24

  • [책과 삶]천문학과 음악, 이 만남 필연일지도
    천문학과 음악, 이 만남 필연일지도

    천문학과 음악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듯한 두 세계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닮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교양서다. 책 도입부에 나오는 보이저 탐사선에 실어 보낸 ‘골든 레코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류는 외계 생명체를 향해 수학 공식이나 과학 논문 대신 음악을 담아 쏘아 올린다. 민속음악부터 클래식, 대중음악까지. 종과 언어, 문명을 넘어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래, 음악이 유일할 수 있겠다. “천문학은 별빛을 노래하는 음악”이라는 저자의 말과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는 챕터마다 한 명의 천문학자와 한 명의 음악가를 나란히 세우며 과학과 예술을 가르는 경계를 흩트려놓는다. 첫 번째 장은 케플러와 바흐다. 완벽한 계산보다 ‘약간의 오차’를 허용하며 질서와 조화를 탐구했던 두 사람의 태도가 겹친다. 2장에서는 당시 천문학 상식을 뒤흔든 갈릴레이와 기존 화성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 드뷔시의 시선이 ‘달’을 매개로 자...

    2026.01.29 20:22

  • [책과 삶]화성에서 상추 키우면? 쌈 싸먹긴 어려울 수도
    화성에서 상추 키우면? 쌈 싸먹긴 어려울 수도

    영화 <마션>(2015)에서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화성 탐사에 나섰다가 사고로 홀로 낙오당한다. 남아 있는 식량은 1년 치 정도인데, 다음 탐사대가 오기까지는 4년이 남아 있었다. 겨우 응급처치를 마친 그가 돌입한 작업은 식량 만들기. 그는 기지 안에 화성의 흙을 퍼 나르고, 로켓 연료인 하이드라진에서 물을 생성하고, 보관 중인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어 감자를 키우게 된다. 그는 구조되는 그날까지 감자를 먹어치우며 생존한다.영화 속 화성에서 감자 농사는 모험담이 아니라, 실제 우주 탐사가 맞닥뜨릴 미래의 시나리오다. 최근 달을 넘어 화성에도 무인 탐사선을 보낸 인류는 머지않아 사람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간이 우주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식량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농업 문제가 아니라, 자원 순환과 인간 사회의 구조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우주 농업>은 우주 탐사를 ‘기술 경쟁’이 아니라 ‘생...

    2026.01.29 20:19

  • [책과 삶]표현 자유·책임의 충돌 트위터, 그렇게 꺾였다
    표현 자유·책임의 충돌 트위터, 그렇게 꺾였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논픽션이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잭 도시 등이 등장한다.“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도 거의 돈을 벌지 못했던” 트위터의 딜레마, 트럼프가 2016년 미 대선 과정부터 트위터에 여러 혐오 발언을 올린 일과 이로 인한 트위터의 사내 갈등,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과 인수 직후의 즉흥적인 운영 등이 드러난다. 저자가 “트위터에서 일했거나 트위터에서 조언을 해줬던 115명 이상”과 인터뷰한 결과물이다.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가 많았던 트위터를 우파 성향의 머스크가 인수한 과정은, 머스크가 그저 돈이 많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도시는 2021년 1월 미 의회 폭동 이후 트위터가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한 것도 불쾌해할 만큼, 트위터가 날것의 메시지를 올리는 공간이기를 원했다. 그는 상장사가 된 트위터가 투...

    2026.01.29 20:13

  • [책과 삶]술 한 잔, 안주 한 접시의 위로…일본 이자카야 26곳 기행
    술 한 잔, 안주 한 접시의 위로…일본 이자카야 26곳 기행

    영국엔 펍, 프랑스엔 카페, 독일엔 비어가르텐. 세계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삶을 나누고 잔을 기울이는 소박한 공간들이 있다. 일본에서 이에 대응하는 공간은 이자카야다. 일본인들에게 이자카야는 단순한 동네 술집의 의미를 넘어선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편히 쉬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장소다.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그저 기분에 따라 앉아서 시간을 보내도 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따뜻한 음식과 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대대로 이어져오는 삶의 일부다. 이자카야(居酒屋)는 편안함(居心地)의 이(居)와 같으며, 자기 자리(居場所)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언어 속에 이자카야의 본질이 숨어 있다.올해로 여든이 된, 10권이 넘는 이자카야 관련 저서를 집필한 미학자인 작가는 일본 전국의 이자카야, 그중 기록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유산들을 한데 묶었다. “지극히 당연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자카야의 본질적인 가치에 다시금 빛을 비추고 다음 세대가 남겨야 할” 노포들이...

    2026.01.22 20:21

  • [책과 삶]고발한다…신이 만든 세상, ‘여자’란 이름의 억압을
    고발한다…신이 만든 세상, ‘여자’란 이름의 억압을

    “나는 당신 영혼의 작디작은 한 조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런 나도 당신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지 않나요?” 한 여성이 신을 부르며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한다. 결혼을 앞두고 집을 떠나기 전, 엄마는 여성에게 말했다. “그는 너에게 신이야.” 여성은 받아들인다. “나의 새 이름이 뭔지 아세요? 그의 아내예요.” 불행히도 남편의 소유물 혹은 하녀처럼 기능하던 여성은 끝내 버려진다. 엄마는 불행한 딸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 사고로 죽는다. 병든 여성은 어머니의 죽음도 지키지 못한 채 남편이 새 부인을 데려오던 날,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집에서 내쫓긴다. 여성은 말한다.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2025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인 바누 무슈타크의 <하트 램프> 수록작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의 이야기다. 단편집으로는 사상 첫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품이 된 이 책에는 남인도의 가부장적인 이슬람 문화를 배경으로 한...

    2026.01.22 20:17

  • [책과 삶]‘석유’로 읽어낸 분쟁·성장의 현대사
    ‘석유’로 읽어낸 분쟁·성장의 현대사

    정상적인 국가와 최고 권력자라면 ‘성장 욕구’를 갖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민생이나 정치 안정은 헛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성장 욕구를 실현하지 못하는 국가와 권력자의 미래는 어둡다. 그런 성장 욕구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원이자 변수가 석유이다.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시장경제 체제 도입을 비롯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지만 민생은 파탄나고 정치는 혼란에 빠졌다. 석유시장은 침체기였고,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가 자국 석유 산업을 좌지우지하며 옐친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뒤이어 권좌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석유산업을 제대로 장악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때마침 유가가 상승해 산유국 러시아는 수년 동안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석유 통제권을 쥐었던 푸틴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했던 옐친의 결말은 어두웠다.성장의 엔진을 돌리는 석유를 둘러싸고 국가들은 충돌한다. 20세기 이후 국제 분쟁사는 석유 확보 다툼으로 점철됐다. 태평양전쟁,...

    2026.01.22 20:16

  • [책과 삶]의학은 어떻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했나
    의학은 어떻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했나

    “선생님께 땀을 흘려서 죄송해요.”미국에서 유방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가 여성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다름아닌 사과다. 그는 “부당한 사과”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아파서, 검진 약속을 놓쳐서, 내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상처가 보기 흉할까 봐…. 미안함의 이유는 갖가지다. 아픈 자신의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건 남성 환자들에게서는 잘 보이지 않는 태도이다.의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 모습이 수세기 동안 ‘여성의 몸은 어떠해야 한다’고 규정해온 관습의 잔재라고 말한다. 서구 의학은 ‘여성은 운동할 수 없는 몸’이라는 등 그릇된 여성관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믿도록 일조한 공범이었다.남성을 신체의 기준으로 상정한 현대 의학은 여성의 몸을 자주 오해했다. 책은 의학이 여성의 몸과 고통을 어떻게 오진하고 축소하며 체계적으로 왜곡해왔는지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예를 들어 현대 의학의 아버지 윌리엄 오...

    2026.01.22 20:16

  • [책과 삶]상처는 이야기가 되고, 우리를 잇는다
    상처는 이야기가 되고, 우리를 잇는다

    2008년 발표한 <올리브 키터리지>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2021년작 <오, 윌리엄!>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미국의 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이다. 저자가 1998년 등단 이후 20년간 써온 소설 속 인물들, <올리브 키터리지>의 올리브 키터리지와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루시 바턴, <버지스 형제>의 밥 버지스, <에이미와 이저벨>의 이저벨 굿로 등이 모두 등장한다.미국 메인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2년이 흐른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변호사인 밥은 작가 루시와 주기적으로 만나 공원을 산책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밥의 소개로 루시는 올리브와 만나게 되고, 이따금 대화하는 사이가 된다. 올리브는 루시에게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열게 되고, 루시는 밥에게 자신이 딸에게 더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게 된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이 책은 특...

    2026.01.22 20:16

  • [책과 삶]정치 주체로서의 고양이, 공존의 상상력 펼쳐라
    정치 주체로서의 고양이, 공존의 상상력 펼쳐라

    “고양이는 모든 정치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정치라는 교리를 깨뜨리러 이 세상에 왔다.” <길냥이로 사회학 하기>는 이러한 선언적 문장으로 끝맺는다. 제목부터 아리송한 이 책은 “고양이를 소재로 과학 이야기를 매우 재밌게 풀어낸 학술 에세이다.”과학기술학 연구자인 저자의 석사 논문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하게 사유를 엮어낸 이 책은 형식부터 남다르다. 글쓴이의 회고가 담긴 에세이면서 사회의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는 학술서로도 읽히고, 80여장의 고양이 도판이 들어 있는 사진집이기도 하다. 학술적 글쓰기가 대개 이론적 논의로부터 시작하는 것과 반대로 고양이를 둘러싼 여러 논의를 거쳐 이론적 함의를 도출하는 전개 방식도 독특하다. 저자는 고양이와의 첫 만남,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와 같은 사적인 이야기들로부터 출발해 ‘과학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데 이어 길고양이를 정치적 협상 능력을 갖춘 능동적 주체로 재정의하는 데 이른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데, 읽다...

    2026.01.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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