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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삶까지 ‘최적화’…그래서 행복합니까
    삶까지 ‘최적화’…그래서 행복합니까

    최적화라는 환상코코 크럼 지음 | 송예슬 옮김위즈덤하우스 | 304쪽 | 1만9000원“좋아, 빠르게 가.”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만든 이 짧은 구호는 청년층에서 밈(meme)으로 유행했을 정도로 꽤 인기를 끌었다. 구호를 외쳤던 대통령은 이 외침대로 민주화 이후 가장 빠르게 자리에서 쫓겨난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이 구호에는 비단 청년층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형성돼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저자 코코 크럼은 <최적화라는 환상>이라는 책에서 이 정서적 공감대를 ‘최적화’라고 설명한다.최적화를 ‘가장 알맞게 한다’는 뜻의 한국어로 이해할 때에는 다소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영어 원어로는 ‘optimization’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한정된 자원과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끌어올...

    2025.04.10 21:11

  • [책과 삶] 불공정한 사회가 건강의 불평등 낳는다
    불공정한 사회가 건강의 불평등 낳는다

    자기 관리 실패·유전 결함에서질병의 원인을 찾는 미국 사회상대적으로 열악한 흑인 건강일상적 차별이 더 근본적 영향미국 미시간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의 알린 T 제로니머스 교수에 따르면 미국 주류 백인들은 질병을 개인의 자기 관리 능력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급성 바이러스 감염, 유전 관련 질환, 사고로 인한 때이른 죽음을 제외하면, 적당히 절제하면서 식단, 운동, 생활방식에서 의사가 권하는 건강에 이로운 선택들을 하는 한 모든 사람이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다.이 때문에 주류 백인들은 흑인이나 라틴계 주민 등 미국 소수 집단 구성원이 심각한 병에 걸렸을 때 이를 자기 관리의 실패로 취급하는 습성이 있다. 소외 계층 사람들의 절제력이 부족해 몸에 나쁜 음식이나 마약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운동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의 유전자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흑인과 백인의 건강 격차가 생긴다고 보...

    2025.04.10 21:01

  • [책과 삶]자멸을 자초하는 현생 인류···모든 것을 불태우는 ‘호모 플라그란스’
    자멸을 자초하는 현생 인류···모든 것을 불태우는 ‘호모 플라그란스’

    파이어 웨더존 베일런트 지음 | 제효영 옮김 | 곰출판 | 588쪽 | 2만8000원캐나다 서부 앨버타주 포트맥머리는 북극을 빙 둘러싸고 있는 아한대림 사이에 섬처럼 자리잡은 도시다. 오일샌드에서 회수한 역청으로부터 석유를 뽑아내는 오일샌드 산업의 중심지다. 일반 유정보다 석유 추출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 지역에 매장된 석유량을 배럴로 환산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슷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맥머리는 2016년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그해 5월1일 포트맥머리 남서쪽에서 화재가 포착된다. 소방당국은 ‘맥머리 임야화재 009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임야화재(wildfire)란 숲이나 초지, 덤불, 툰드라 등 개간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대지에서 발생한 화재를 가리킨다. 아한대림에서 임야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 화재는 차원이 달랐다. “도시 전체가 통째로 폭발한 듯 거대하게 솟구친 연기기둥이 보였다. 그 엄청난 연기를 보며...

    2025.04.04 08:00

  • [책과 삶]신이 떠난 무당은 가짜일까…진짜란 무엇인가 ‘혼모노’
    신이 떠난 무당은 가짜일까…진짜란 무엇인가 ‘혼모노’

    혼모노성해나 지음 | 창비 | 368쪽 | 1만8000원세계적인 미술가 제프의 에이전트이자 재미 한인 3세 듀이는 제프의 전시 일정에 함께하기 위해 난생처음 한국을 찾는다. 제프의 대표작인 ‘스무드’는 지름이 2m에 달하는 구 형태의 작품이다. 스테인리스스틸을 매끈하게 세공한 검은색 구는 듀이의 말대로라면 “분노도 불안도 결핍도” 없다. 작품은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 내부 갤러리에 전시될 예정이다.미쉐린 셰프가 준비했다고 하지만 입에 맞지 않는 한식을 먹다 화제를 돌리려 근처 관광지를 알려달라는 듀이에게 아파트 관계자들은 내부 산책로를 추천한다. “바깥은 시끄럽고 번잡하거든요. 이 안에서 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듀이는 고궁에 가려다 종로에서 길을 잃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휴대전화 배터리도 끊긴다. 성조기와 ‘타이극기’를 들고 있는 일군에 휩쓸린다. 그들은 한국어로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고 물과 떡, 도시락까지 무언...

    2025.04.04 06:00

  • [책과 삶] 불의한 사회에 이의제기한 ‘정치적 10대들’
    불의한 사회에 이의제기한 ‘정치적 10대들’

    고등학생 운동사조한진희 외 11인 지음동녘 | 516쪽 | 2만5000원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1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국민학교 학생인 오애순이 급장 투표에서 1등을 차지했지만 담임교사는 ‘부급장’을 시킨다. 백일장에서도 오애순은 ‘부장원’ 상에 그쳤다. 잠녀 일을 하는 엄마는 결국 촌지를 들고 학교를 찾는다. ‘그땐 그랬지’식 회상의 도구로만 삼기에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은 일상 곳곳에 뿌리 박혀 있었다.<고등학생운동사> 공저자인 김성윤 마을공동체운동 활동가도 오애순 사례와 비슷한 경험담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가 드라마상 오애순보다 20세가량 어린 나이임에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담임교사는 국민학교 전교회장 후보 추천을 받은 저자를 불러다 놓고 출마 포기를 종용한다. 이 선거 이후 저자에게 더 이상 교사는 공정한 사람이 아니었고 학교는 시시한 곳이 돼 버렸다. 어디 학교만 그랬으랴. 불의한 사회는 역설...

    2025.04.03 20:17

  • [책과 삶] 영화 거장 알모도바르의 영화 아닌, 영화 같은 소설들
    영화 거장 알모도바르의 영화 아닌, 영화 같은 소설들

    마지막 꿈페드로 알모도바르 지음 | 엄지영 옮김알마 | 288쪽 | 1만8800원스페인 영화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76)는 “어렸을 때부터 작가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항상 글을 썼다”고 자부한다. <마지막 꿈>은 그가 1960년대 후반부터 써온 12편을 엮은 첫 단편소설집이다. 화려하고 강렬한 미장센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글은 그의 영화처럼 도발적이다. 이 중 몇 편은 영화의 기틀이 되었다.모순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것은 알모도바르 감독의 장기다. 유년기를 수도원에서 보낸 그는 가톨릭 교회의 위선을 폭로하는 작품을 만들곤 했다. 단편 ‘방문’에는 신실해 보이지만 수도회의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가톨릭 신부가 등장한다. 기시감이 든다면, 이유가 있다. 이 단편은 훗날 영화 <나쁜 교육>(2004)의 모티브가 된다.감독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자전적인 사소설인가’ 싶기도 하...

    2025.04.03 20:17

  • [책과 삶] ‘논리의 감옥’ 벗어나 자연을 본다면
    ‘논리의 감옥’ 벗어나 자연을 본다면

    음악과 생명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지음황국영 옮김 | 은행나무 | 212쪽 | 1만8000원‘피시스(Physis)와 로고스(Logos).’ 영화음악의 거장이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를 하나로 묶는 열쇳말이다. 두 사람의 설명을 빌리면 피시스는 자연 그 자체, 로고스는 인간의 사고방식이자 언어, 논리다. 책은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17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20세기 문명은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발전해왔다. 자연과학은 자연 현상에서 특정한 법칙을 도출해냈고, 음악은 소음을 걸러낸 뒤 남은 음들을 모으고 쌓아 만들어졌다.사카모토는 음악가이면서도 환경·평화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천착하다 후쿠오카와 교류하게 됐다. 두 사람은 피시스를 왜곡하는 로고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별자리는 인간이 가까이 보이는 별...

    2025.04.03 20:17

  • [책과 삶] 유관순의 감방 동기들을 아시나요
    유관순의 감방 동기들을 아시나요

    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글 박현정·그림 윤석남연립서가 | 206쪽 | 2만3000원그간 유관순을 제외한다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교과서나 매체 등에서 접하기 어려웠다. 국가보훈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도 전체 독립유공자 1만8000여명 중 약 3.6%(653명·2023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여성들은 정말로 독립운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학교를 세우고, 만세를 부르고, 조직을 지원하는 등 자신이 선 다양한 장소에서 묵묵히 독립운동의 주체로 활동해왔다. 다만 그들의 역사는 상당수 기록되지 않아 당사자의 죽음과 함께 뒤안길에 묻혔을 뿐이다. 페미니스트 1세대 화가 윤석남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 12인 초상에 박현정이 글을 더한 <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는 희미한 자취를 따라 그들의 삶을 더듬어간다.유관순이 갇혀 있던 서대문형무소의 ‘8호 감방’엔 김향화와 권애라, 심...

    2025.04.03 20:17

  • [책과삶]작가와 팩트체커 창작과 진실을 다투다…‘사실의 수명’
    작가와 팩트체커 창작과 진실을 다투다…‘사실의 수명’

    사실의 수명존 다가타·짐 핑걸 지음 |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160쪽 | 2만원 “이에 대한 자료는 없었고, 이런 내용이 담긴 문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은 명확한 사실을 원한다. “사실에 천착할 때보다 실제로 더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또한 그로써 독자에게 더 훌륭하고도 진실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한 사람은 어느 정도 변형된 사실이 사건의 실체와 더 가까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목표는 하나다. 독자에게 진실한 글을 제공하는 것. <사실의 수명>은 진실에 다가서려는 이들의 시도를 흥미롭게 담았다.2002년 7월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호텔에서 16세 소년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정적 에세이를 주로 써왔던 작가 존 다가타는 2003년 잡지 ‘하퍼스’의 의뢰로 이 사건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했으나 게재를 거부당한다. 사실 오류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

    2025.03.28 08:30

  • [책과 삶]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

    다윈의 위험한 생각대니얼 C.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 | 바다출판사 | 951쪽 | 6만5000원인공지능의 선구자로 알려진 MIT 인공지능학자 마빈 민스키는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C. 데닛(1942~2024)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쳐야 할 사상가를 선발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데닛을 선택할 것이다.”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데닛은 약 60년 동안 20여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썼는데, 이 책은 데닛의 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외계인이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려 할 때 지구인을 위해 숨겨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평가했다.책에서 데닛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찰스 다윈의 아이디어를 망치로 삼아 철학, 사상, 윤리, 언어, 도덕 등 인간중심주의·인본주의를 떠받쳐온 기둥들을 ...

    2025.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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