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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독한 이론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독한 이론

    외계인과 지적 대결할 사상가라는데닛의 저서 30년 만에 국내 번역다윈의 아이디어를 망치로 삼아인본주의의 전제들 철저히 파괴인간의 마음도 “생성된 인공물”인공지능의 선구자로 알려진 MIT 인공지능학자 마빈 민스키는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C 데닛(1942~2024)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쳐야 할 사상가를 선발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데닛을 선택할 것이다.”다윈의 위험한 생각대니얼 C.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 951쪽 | 6만5000원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데닛은 약 60년간 저서 20여권과 논문 수백편을 썼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외계인이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려 할 때 지구인을 위해 숨겨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2025.03.27 21:41

  • [책과 삶] 일제강점기 인기 끈 중국 ‘호떡’…왜 ‘숨어서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일제강점기 인기 끈 중국 ‘호떡’…왜 ‘숨어서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 | 356쪽 | 2만원탕후루의 유행이 가고 ‘쫀득쿠키’가 최근 인기이듯, 팍팍한 일제강점기에도 시기마다 유행하는 디저트가 있었다. 1910년대 경성에는 “만주노 호야호야!(만주가 따끈따끈)”라며 갓 만든 만주를 담은 나무 궤짝을 어깨에 둘러메고 학비 벌이에 나서는 고학생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었지만, 1920년대 중반부터는 인기가 시들했다. 중국 호떡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다.음식문학연구자인 박현수는 식민지 조선에서 유행한 8가지 디저트를 동시대 문학 작품 구절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먹고 싶어 했다던 멜론,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그때도 ‘사랑의 과자’였던 초콜릿, 더위를 가시게 한 빙수 등이다.각 디저트가 어디서 유래하고,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경쾌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 작품과 기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소설을 망라한다....

    2025.03.27 20:33

  • [책과 삶] 누구나 알지만 모르는 시간 끝의 세계
    누구나 알지만 모르는 시간 끝의 세계

    블랙홀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 박병철 옮김 392쪽 | 3만3000원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시공간, 블랙홀.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내뱉은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목사이자 과학자인 존 미셸이었다. 그 별 위에 껍질을 씌운다면 그 이름은 사건(의)지평선이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특이점’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통하지 않는, 장소라기보다 시간이며, 어쩌면 “시간의 끝”이다.블랙홀에 관한 본격적 연구는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됐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후배 물리학자들도 한동안 블랙홀이 수학적으로 유도 가능할 뿐 실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2019년 인류는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건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기에 이르렀다.콕스는 BBC 과학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입자물리학자다. 그는 블랙홀이 “...

    2025.03.27 20:33

  • [책과 삶] 장르 문학 상투적 문법을 비트는 쾌감
    장르 문학 상투적 문법을 비트는 쾌감

    클리셰:확장자들김아직·박하익·송시우·정명섭·최혁곤 지음북다 | 352쪽 | 1만6800원종영을 한참 앞둔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을 향해 누군가 총을 쏜다. 어김없이 총알이 빗나가거나 난데없이 구원투수가 등장해 그 총알을 대신 맞는다. 시청자는 이렇게 말한다. “클리셰네. 클리셰.”클리셰는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뻔한 장면 등을 일컫는 영화 용어로 자주 쓰여 익숙하다. 확장자들은 틀을 넘어 제멋대로 갖고 노는 자들을 일컫는다.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클리셰’와 ‘확장자들’이 책 제목 안에 함께 담겼다. <클리셰: 확장자들>은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5인이 기존 문법을 뒤틀어 쓴 안티 클리셰 앤솔러지다.책은 총 다섯 개의 소설로 구성된다. 김아직 ‘길로 길로 가다가’, 박하익 ‘You’re the detective’, 송시우 ‘타미를 찾아서’, 정명섭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2025.03.27 20:33

  • [책과 삶] 작가·영화감독·유튜버 등이 꼽은 ‘내 인생의 만화’
    작가·영화감독·유튜버 등이 꼽은 ‘내 인생의 만화’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곽재식 외 8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 368쪽 | 2만원당신의 인생 ○○은(는) 무엇입니까. 여기 ○○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많다. 영화, 드라마, 소설, 노래, 공연… 그런데 만화가 들어가면 어떨까.여기서 만화가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인생 만화’는 어린 시절 접한 작품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만화는 직관·직설적이고 상상력을 쉽게 자극하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 ‘포스타입’에 지난해 8월부터 연재된 27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유튜버, 작가, 평론가, 영화감독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의 ‘최애’ 만화를 꼽았다.많은 이가 인생 만화로 들 법한 <슬램덩크>도 당연히 포함됐다. 필진으로 참여한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슬램덩크&g...

    2025.03.27 20:33

  • [책과 삶] IT 공룡의 ‘디지털 영지’에 갇힌 세계
    IT 공룡의 ‘디지털 영지’에 갇힌 세계

    기술 봉건주의세드릭 뒤랑 지음 | 주명철 옮김여문책 | 312쪽 | 2만원1970년대 시작된 스타트업의 성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성공담은 2025년 현재에도 회자된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 등 대형 첨단기술 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이곳엔 ‘대담한 상상력을 지닌 젊은 엔지니어들이 기회를 얻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디지털 세상이 태동하던 때에나 들어맞던 얘기다.프랑스의 경제학자 세드릭 뒤랑은 “어제의 친근했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오늘날에는 치열한 독점 기업들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데이터를 일거수일투족 흡수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떠올리면 된다. 쇼샤나 주보프가 <감시자본주의 시대>에서 말하듯, 이 독점 기업들은 ‘빅 아더(Big Other)’로서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뒤랑은 IT 기업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영지’에 시민들이 ...

    2025.03.22 06:00

  • [책과 삶] 초록빛 안식처이자 권리인 정원
    초록빛 안식처이자 권리인 정원

    정원 읽기김지윤 지음온다프레스 | 256쪽 | 1만8000원회색으로 가득한 도시에선 초록색과 마주하기 어렵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른 색색깔의 꽃은 따로 시간을 내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됐다. 녹지를 둘러보는 일은 삶을 넉넉하게 한다. 반대로 녹지는 ‘넉넉한 자’들의 특권이 되기도 했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녹지 면적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부유한 동네는 가난한 동네보다 공원 같은 푸른 공간의 비중이 높고 가로수도 더 많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저자는 곳곳이 도시화할수록 “개인의 정원은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 될 것”이라며 ‘모두의 정원’을 꿈꾼다.저자는 영국에서 정원 디자이너로 일한다. 한국에서 조경학과 건축학을 전공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정원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시기에도 영국 런던의 정원 디자인 업계는 호황이었다고 말한다.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2025.03.22 06:00

  • [책과 삶] 독재는 기업이다, 이익 위한 초국적 네트워크로 뭉친
    독재는 기업이다, 이익 위한 초국적 네트워크로 뭉친

    주식회사 독재정치앤 애플바움 지음 | 현대정치연구회 옮김책과함께 | 268쪽 | 2만원1999년 독일 연방 정보국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자문위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부동산 지주 회사가 러시아의 자금과 국제 마약 자금을 세탁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리히텐슈타인의 경찰은 2000년 푸틴의 파트너 중 한 명을 체포했고, 2003년 은행 27곳을 포함한 관련 장소를 압수수색했다. 푸틴은 기소되지 않았다.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앤 애플바움은 “시작부터 끝까지 서방의 협력이 필수 요소였다”는 데 주목한다. 리히텐슈타인 경제 장관의 동생,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관계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까지 푸틴의 불법 행위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애플바움은 “푸틴은 자유주의 가치를 설파하며 비자유주의 정권 수립을 돕는 서구 민주주의의 이중적 잣대를 훤히 꿰고 있었다”고 했다.사악한 권력자와 추종자들만으로는 현대의 독재가 실현되지 않는다.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

    2025.03.22 06:00

  • [책과 삶] 고흐의 ‘별밤’은 6월에 빛나지 않았다고?
    고흐의 ‘별밤’은 6월에 빛나지 않았다고?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김정현 지음 위즈덤하우스 | 520쪽 | 2만4000원전 세계 사람들이 ‘화가’라고 하면 떠올릴 역사적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반 고흐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 고흐가 남긴 숱한 걸작 중에서도 특히 널리 알려진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이 그림은 어떤 이에게 깊은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 고흐가 그린 별과 밤하늘에 꽂힌 사람이 있다. 1986년 초등학생 때 핼리혜성을 직접 본 뒤 40년째 별과 밤하늘과 광학사진에 꽂혀 살고 있는 저자는 현재 망원경을 제조하는 천문학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그와 함께 떠나는 밤하늘 답사기다.그렇다고 해서 이제까지 잘 알려진 반 고흐 작품과 천문학적 사실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해 풀어가는 통상적인 스토리텔링 책이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미술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결론 내린 ‘별이 빛나는 밤’의 작화 시점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

    2025.03.22 06:00

  • [책과삶]범죄로 1만여명을 살린 남자, 위조범 카민스키
    범죄로 1만여명을 살린 남자, 위조범 카민스키

    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사라 카민스키 지음 | 이세진 옮김 | 빵과장미 | 272쪽 | 2만 2000원1944년 파리, 나치가 곧 유대인 가족을 체포한다는 소문이 거리에 퍼진다. 19세인 아돌포 카민스키는 유대인 어린이 300명이 국경을 건널 수 있도록 사흘 안에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야 한다. 출생신고서 등 900개 이상의 위조 서류가 필요하다. “1시간 안에 위조 신분증 30개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1시간 잠들면 아이들 30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생각에 카민스키는 밤새워 작업하고, 서류를 모두 만들어낸 뒤에야 정신을 잃고 기절한다.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위조 신분증 서류를 만들어 1만여명의 목숨을 구한 아돌포 카민스키에 대한 얘기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딸 사라 카민스키가 아버지의 일생을 스파이 소설처럼 그려냈다.책은 카민스키가 위조 서류를 만드는 레지스탕스가 된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카민스키는 1925년 아르헨티나의 러시아계...

    2025.03.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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