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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상실의 흉터도, 끌어안고 나아가야지
    상실의 흉터도, 끌어안고 나아가야지

    바움가트너폴 오스터 지음 | 정영목 옮김열린책들 | 256쪽 | 1만7800원지난해 4월 별세한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는 투병 중 생의 끝을 예감하면서 책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이 장편소설은 상실이 남긴 흉터와 그 흉터를 삶의 일부로 끌어안은 채 나아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이 책은 10년 전 사고로 배우자 애나를 잃은 노교수 바움가트너의 이야기다. 파도가 애나를 집어삼킨 뒤 바움가트너의 삶도 상실감에 잡아먹혔다.그는 “그 자신도 대체로 그를 알아볼 수 없는” 날들을 보내다 “바쁘게 그날들을 흔들흔들 통과”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는 애나에 대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온다.소설은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애나를 처음 만난 뒤 함께 보낸 40년, 양장점 주인이자 실패한 혁명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 등 바움가트너의 일생을 톺아본다. 애나가 남긴 원고를 ...

    2025.04.24 21:40

  • [책과 삶] 황선미 작가의 동화 쓰기…“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집 짓는 과정”
    황선미 작가의 동화 쓰기…“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집 짓는 과정”

    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황선미 지음 문학과지성사 | 176쪽 | 1만8000원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2000)은 그 결말로 읽는 사람들을 놀랍게 했다. 어린이가 보는 동화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느냐는 질문도 잇따랐다.동화를 쓴 황선미 작가는 “‘동화인데 왜 그렇게 끝냈느냐’는 질문을 여전히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물의 생태를 기반으로 상상한 이야기”였다며 “유독 동화에서 요구되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1995년 등단한 저자 황 작가는 등단 30년을 맞아 동화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책으로 정리해 냈다. 잘 알려진 동화를 여럿 집필한 저자도 텅 빈 모니터 화면 앞에서 막막함을 느낄 만큼 동화 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저자는 “좀 더 어린이 시각에 맞춰진 섬세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동화 쓰기를 “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집을 짓는 과정”이라고 했다. 동화를 보는 이...

    2025.04.24 21:40

  • [책과 삶] ‘유리 멘털’ 청소년이 넘치는 사회, 범인은?
    ‘유리 멘털’ 청소년이 넘치는 사회, 범인은?

    부서지는 아이들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 이수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 | 423쪽 | 2만2000원부서지다니! 쿠크다스 과자도 아닌데 아이들이 어떻게 부서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부서지는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연약한 요즘 아동·청소년을 일컫는다. 아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지는 과자에 정신상태를 빗댄 표현인 ‘쿠크다스 멘털’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쓰였다.책 <부서지는 아이들>은 이 같은 쿠크다스 멘털을 갖게 된 아이들을 낳은 사회적 요인을 파헤친다.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도 살펴본다. 미국의 독립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모두 미국 이야기다.하지만 어디 미국만 그러한가. “우리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며 학부모가 초등학교에 수시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그로 인해 교사가 세상을 등지는 일까지 왕왕 일어나는 곳이 우리 사회다.저자는 이 ‘부서지는 아이들’이 양산되는 배경에 ...

    2025.04.24 21:39

  • [책과 삶] 누가 감히 ‘부성 본능’을 부정하는가
    누가 감히 ‘부성 본능’을 부정하는가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인 것은‘본능에 반하는’ 것이라는 통념 진화인류학적 증거 들어 반증 500만년 전 기후변화로 위기 잘 돕고 관대한 남성, 번식 유리 1만여년 전 농경 시작 후에야 가부장주의적 아버지상 득세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 통계만 봐도 뚜렷하다. 한국에서 2023년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남성은 1만6000명으로 1만2000명이었던 2022년보다 37.4% 증가했다. 아이 키우는 아빠에 대한 이미지도 한 세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됐다. 육아하는 아빠는 ‘무능하거나 여자 같은 남자’가 아니라 ‘가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다.그러나 여전히 아이 돌봄은 여성에게는 ‘의무’이지만 남성에게는 ‘선택’이다. ‘모성 본능’은 당연시하지만 ‘부성 본능’을 강조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성 없는 엄마’와 ‘부성 없는 아빠’ 중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는 것은 여성이다.미국의 저명한 진...

    2025.04.24 21:33

  • [책과 삶] 이데올로기를 양분 삼은 뇌, 극단으로 기운다
    이데올로기를 양분 삼은 뇌, 극단으로 기운다

    뇌의 요구 충족시키는 이데올로기세상에 대한 해석·소속감 등 제공확실성 주나 반박·의문 허용 안 해정치 넘어 생물학적 과정이기도전전두엽 피질, 급진주의와 관련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왜 특정 정치 신념이나 종교에 사로잡히면 극단으로 치닫는 걸까. 한국인들이 최근 몇달 동안 한번쯤 품었을 법한 생각이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레오르 즈미그로드는 2015년 영국의 어린 소녀들이 극단주의 이슬람 조직 IS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소녀들이 왜 저러는 걸까.’ 즈미그로드가 보기에 사회경제적 조건이나 문화적 요인으로만 소녀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한 것 같았다.이데올로기 브레인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 김아림 옮김어크로스 | 380쪽 | 2만2000원<이데올로기 브레인>은 즈미그로드가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활용해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기원과 결과를 연구한”...

    2025.04.17 20:42

  • [책과 삶] 그래서…“판사에게 멱살 잡힐 글” 썼다는 변호사
    그래서…“판사에게 멱살 잡힐 글” 썼다는 변호사

    현실과 유리된 사법부의 모습과 그에 분노한 소시민 다룬 단편들 추리소설 쓰는 판사 출신 변호사“법정·인간 보며 느낀 것 작품화”“이 법정에서 가장 무심한 사람은 판사였다. 그는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눈앞의 광경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 손에 든 종이 몇장에 시선을 고정하고 마치 읊조리듯 판결을 읽어 나갔다.”도진기 작가의 단편집 <법의 체면>의 표제작에서 묘사하는 법정의 모습은 이렇듯 무미건조하다.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전치 14주의 상해, 실제로는 식물인간 수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피해를 입힌 피고인에게 판사는 집행유예 처분을 내린다. 이에 항의하는 피해자 가족의 절규에 판사는 “법대로 했습니다! 돌아가세요!”라고 말한다. 판사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이보다 법정의 질서를 어긴 이에게 더 엄격한 듯 보인다. 이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한 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금은방을 하는 노인은 장물을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

    2025.04.17 20:36

  • [책과 삶] 낭만은 잊어라…거친 우주에 대하여
    낭만은 잊어라…거친 우주에 대하여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폴 서터 지음 | 송지선 옮김오르트 | 560쪽 | 2만5000원‘우주여행’이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난다고 답을 할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제목에 ‘스페이스’를 넣지 않고 ‘중력’이라고 이름 붙인 것부터 의미심장하다. 어쨌든 이 영화에는 딱 두 사람이 등장한다. 남자는 우주에서 돌아오지 못한 반면 여자는 지구로의 귀환에 성공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암시한 대로 샌드라 불럭이 연기한 여성 우주비행사다.그렇다면 우주로 사라진 조지 클루니(맷 코왈스키 역)는 어떻게 됐을까. 신간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이런 상상을 배경으로 읽어가면 좋을 만한 책이다. 하지만 우주 공간을 둥실둥실 떠다니며 우주를 유영하는 그런 낭만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영화 <그래비티>에서도 탯줄로 은유되는 끈이 우주선으로부터 떨어지는 순간 머지...

    2025.04.17 20:36

  • [책과 삶] ‘문학의 비효율’의 효율성
    ‘문학의 비효율’의 효율성

    문학의 쓸모앙투안 콩파뇽 지음 | 김병욱 옮김뮤진트리 | 240쪽 | 1만8000원“문학은 돈이 안 돼”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 글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음직 하다.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 회원이자 작가인 앙투안 콩파뇽은 “문학은 돈이 된다”고 반박한다.문학은 어쩌다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됐을까. 읽고 쓰는 일은 느리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반응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문학은 ‘늦게’ 돈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시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꼽히는 <악의 꽃>의 저자 보들레르는 가난하게 살았다. 그가 숨을 거둔 뒤 50여년이 지나서야 그의 시집은 베스트셀러로 수익을 올린다. 비록 늦었으나 결과적으론 문학에 투자하기로 한 그의 선택이 오판이 아니었다.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조차 문학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문학적 소양이...

    2025.04.17 20:36

  • [책과 삶] 이제,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이제,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지리의 힘 3팀 마샬 지음 | 윤영호 옮김사이 | 346쪽 | 2만1000원“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부연설명 필요 없는, 역사가 증명했던 이 말에 바다 대신 우주를 넣는다면 어떨까. 팀 마샬은 “달에 성공적으로 식민지를 건설하면 … 과거의 해양 강대국들이 누렸던 것과 같은 이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마샬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300만부 이상 팔린 <지리의 힘> 1·2권에서 각 지방의 지리적 요인으로 세계사와 현대 분쟁을 설명했는데, 3권에서는 우주를 무대로 한 패권 경쟁을 다뤘다.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우주를 처음 비행한 인간이 됐고, 미국의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우주를 둘러싼 냉전은 양 강대국 간 기술 경쟁의 모습을 띠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한 지금은 우주 공간에서 누가 주권과 소유권을 행사하느냐로 경쟁이 확대됐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은 … 한 국가가 전용할 수 ...

    2025.04.17 20:36

  • [책과 삶] (귀여운) 동물을 사랑합니다…우리의 이중잣대
    (귀여운) 동물을 사랑합니다…우리의 이중잣대

    도시의 동물들최태규 글·이지양 사진사계절 | 384쪽 | 2만4000원천변에 나서면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유튜브에는 ‘집사’와 상호작용하는 고양이, ‘주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강아지 영상이 가득하다. 중국 쓰촨성 청두 판다기지로 반환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에겐 연예인 못지않게 열성 팬이 많다.동물을 사랑할 준비를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하지만 <도시의 동물들> 저자 최태규는 그 애정이 인간의 눈에 ‘귀여운’ 종에게만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포식자일 확률이 높은 길고양이가 밥을 먹지 못할까 봐 걱정하면서도, 인간에게 무해한 러브버그는 박멸되길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다.사육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활동가이자 수의사인 저자는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모순된 태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불편한 질문들을 던진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이 야생 동물의 생태 환경을 해치지는 ...

    2025.04.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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