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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부동산 불패’ 신화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부동산 불패’ 신화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토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산’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재화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추가적인 생산이 대단히 힘들고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이동이 불가능”하다. 공장에서 만든 상품과 달리, 지방에 땅이 남는다고 이를 서울에 옮길 수는 없다. 집도 다르지 않다. 인기가 많다고 더 만들어내기가 어려우므로, 누군가가 얻으면 다른 누군가는 잃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재화다.토지는 “세월이 흘러도 상하지 않는 …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는” 재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가치가 먼 미래의 기대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토지에 대한 투자가 금융적 광풍에 휩쓸리는 이유다.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금융기관은 대출 담보로 토지를 선호한다. 기업 대출 중 상당 비중이 토지를 담보로 이뤄진다.17세기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영국의 이민자들은 풍부한 토지를 눈앞에 뒀지만 화폐는 적었다. 이민자들은 토지를 금융에 활용하고 싶었으나 영국 정부는 이에...

    2026.01.22 19:59

  • [책과 삶]선량한 바보는 어떻게 폭력의 도구가 되나
    선량한 바보는 어떻게 폭력의 도구가 되나

    독일 튀링겐의 가상 마을 카나에 사는 헤르쉬트 플로리안은 힘세고 덩치는 크지만 어리숙한 청년이다. 부모가 없는 자신을 거둬준 보스의 청소회사에서 일하며 동네 주민들의 잔심부름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동네 바보’ 같지만 퀼러씨의 물리학 수업을 진지하게 듣기도 한다. 문제는 그가 수업을 듣다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 문제에 집착해 곧 세상이 붕괴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버린 데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연방공화국 총리, 10557, 베를린, 빌리 브란트 슈르트라세” 그는 위대한 지도자 메르켈에게 이 위험을 알리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보내는 이 주소엔 ‘헤르쉬트 07769’만 적는다. 07769는 그가 사는 지역의 우편번호다.아이러니로 가득 찬 소설 <헤르쉬트 07769>는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후기작으로 2021년 현지 출간됐다.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뒤 국내에 ...

    2026.01.15 21:12

  • [책과 삶]성범죄 가해자에게 묻기로 했다, 왜
    성범죄 가해자에게 묻기로 했다, 왜

    니노미야 사오리의 기억은 매일 드문드문 끊긴다. 1995년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당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를 꾸준히 찾아오는 해리성 기억 장애 증상 때문이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은 그를 떠난 적이 없다. 2017년 니노미야가 일본의 한 성범죄 가해자 임상치료 센터를 찾아 “가해자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한 건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책은 니노미야가 성범죄 가해자들과 대면 대화와 편지로 주고받은 이해와 몰이해의 기록이다. 7년 넘게 그 대화를 옆에서 지켜본 정신보건복지사 사이토 아키요시가 내용을 정리했다.3000명 넘는 성범죄자를 만나 치료에 임한 사이토는 가해자들이 “너무나도 간단히 자신의 가해행위를 잊는다”고 말한다. 습관처럼 저지른 일이었기에 피해자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감옥에 갇혔으니 ‘죗값을 치르는 중이지 않냐’는 적반하장식의 생각을 하기도 한다.그런 가해...

    2026.01.15 21:10

  • [책과 삶]감정이란…뇌 속 연결지도를 찾아서
    감정이란…뇌 속 연결지도를 찾아서

    “제가 왜 못 우는지 모르겠어요.” 형제들에게 등 떠밀려 응급실에 온 남자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8주 전 시골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집힌 차 속에서 안전띠에 거꾸로 매달린 신혼부부의 몸이 흔들렸다. 아내와 뱃속 아이가 차갑게 식어가는 모습을 청년은 속절없이 지켜보았다. 눈물이 사라진 건 그가 한순간에 미래를 잃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사실 뇌 신경계 깊은 곳의 7번 신경섬유가 고장 난 상태였다. 얼굴 신경이라 불리는 7번 뇌 신경은 표정과 눈물샘을 지배한다.인간의 뇌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지만, 뇌세포의 전기 활성 측정 기술은 감정을 뇌세포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의과대학 마지막 해 실습 중 만난 조현정동장애 환자 덕에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는 생명과학자로서 연구에도 매진해 ‘광유전학’을 창시했다.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단세포 녹조류의 유전자를 다른 동물의 신경세포에 이식하면, 이 조작된 신경세포는 과학자가...

    2026.01.15 21:09

  • [책과 삶]‘산책자’ 나희덕 시인, 길에서 만난 마음
    ‘산책자’ 나희덕 시인, 길에서 만난 마음

    시인 나희덕은 스스로를 ‘산책자’라고 부른다. 그는 생각이 한곳에 고이거나 혹은 넘쳐흘러 부침을 겪으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 사부작사부작 산책길에 나선다. 목적지는 없다. 두 다리를 따라 걷게 되면 어느 순간 문득 멈춰 서는 지점을 만나게 되고 그 공간은 시인의 ‘마음의 장소’로 남는다.나희덕의 신간 <마음의 장소>는 그런 산책의 결과물이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걷는 동안 마음에 남은 장면들을 기록한 산문집이자 사유 노트에 가깝다. 영국,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해외 여러 도시의 골목과 거리, 그리고 회산 백련지, 전주 한옥마을, 백운동 별서정원, 소록도, 나로도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47곳의 산책길이 책 속에 담겼다. 이 책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유명 관광지나 이국적인 여행지가 아니라, 무심히 지나칠 법한 일상의 산책길을 주된 무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선은 늘 낮고, 머무는 시간은 길다. 길에서 마주친 버려진 초록색 소...

    2026.01.15 21:09

  • [책과 삶]동백꽃은 왜 겨울에 필까?…파트너 때문이죠
    동백꽃은 왜 겨울에 필까?…파트너 때문이죠

    제주와 남도의 들녘은 지금 동백이 절정이다. 화사한 동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로 휴대전화 화면을 바꾸며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왜 동백은 따뜻한 계절을 마다한 채 눈과 찬 바람을 뚫고 추운 겨울에 피어나는 걸까. 복잡하고 어려운 학술적 설명 대신 조경학자인 저자는 조곤조곤 알려준다. “벌도 나비도 없는 겨울. 동백꽃은 곤충을 유혹하는 충매화가 아닌, 아주 작고 귀여운 동박새와의 전략적 제휴를 택합니다. 곤충이 사라진 세상에서 작은 동박새 한 마리를 유혹하기 위해 동백꽃은 진한 빨간색 꽃잎과 진노란 꽃술을 만들려고 진화했습니다. 동백꽃의 꿀을 열심히 빨아 먹은 동박새는 깃털과 부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혀 동백꽃의 수분을 돕습니다. 이런 식물을 조매화라고 하지요.”바쁜 도심에서 생활하든, 자연을 오가든 사계절 내내 우리는 곳곳에서 식물과 함께 살아간다. 대체로 무심하게 지나치고 마는 꽃과 나무, 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황홀하게 봄을 밝히는 벚나무...

    2026.01.15 21:09

  • [책과 삶]1960년대 자카르타, 그곳에도 광주가 있었다
    1960년대 자카르타, 그곳에도 광주가 있었다

    우리는 ‘자카르타’를 알지 못한다. 세계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인도네시아가 ‘제3세계’ 국가들의 결속을 다진 ‘반둥 회의’ 개최국이라는 정도는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반둥 회의 이후 자카르타에서 벌어진 반공 대량학살의 여파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라틴아메리카까지 휩쓸며 ‘자카르타’가 학살의 은유가 됐다는 냉전사에 대해선 들어본 바 없다. 21세기 한국에도 ‘망령’처럼 남아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은폐한 세계사적 비극이다.<자카르타가 온다>는 1960년대 인도네시아공산당(PKI) 대량학살 사건을 주제로 삼아 학살을 주도하고 실행한 세력과 그들의 배후였던 미국의 움직임, 이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한 반공주의의 흐름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 살펴보는 역사 교양서이다.국제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16년 브라질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의 부상과 반공 세력의 준동을 목격하게 된다. 이듬해 자카르타로 옮겨가 현대사 ...

    2026.01.15 21:04

  • [책과 삶]광물이 무기가 된 시대 한국, 어떻게 생존할까
    광물이 무기가 된 시대 한국, 어떻게 생존할까

    전쟁이라고 하면 총과 미사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오늘날 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둘러싼 싸움이다. 세계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핵심광물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자원 부국들은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워 자국 산업을 지키는 데 힘을 쏟는다. 과거 석유 전쟁이 총탄으로 이어졌다면 오늘날의 싸움은 ‘공급망’을 장악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광물자원 개발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연구해 온 저자는 광물 경쟁이 어떻게 산업과 외교, 안보를 아우르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번졌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주며 첨단 산업의 일상성과 지정학의 거대한 흐름을 연결한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 AI와 반도체는 핵심 광물 없이는 만들 수 없다. 문제는 단순히 ‘더 많이 캐느냐’가 아니다. 중국은 오랜 기간 정제·가공 단계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했고 이를 무기 삼아 ...

    2026.01.15 21:04

  • [책과 삶]조용히, 합리적으로, 실력 쌓고 실리 챙긴다…‘대만의 힘’
    조용히, 합리적으로, 실력 쌓고 실리 챙긴다…‘대만의 힘’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꼽혀온 대만은 한국처럼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은 나라이자, 여행지로도 친숙한 곳이다. 기자 출신 정치외교학자인 저자는 대만에서 연구자로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대만의 사회, 경제, 그리고 국제적 처지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저자가 주목한 대만의 힘은 ‘범생 문화’다. 대만 사회는 성실과 절약, 질서와 실용을 미덕으로 삼는 시민들에 의해 움직인다. 조용하지만 치밀하고, 권위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이 낮은 실업률과 안정된 복지, 그리고 아시아 최상위권의 행복지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범생 기질’은 첨단산업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대만의 제조업은 묵묵히 실력을 쌓는 범생들의 근면함 위에 서 있다. 저자는 산책하듯 도시를 걷고, 지하철을 타고, 시장을 둘러보며 대만 사회의 작동 방식을 관찰한다. 질서와 배려가 생활 규범으로 체화된 시민의식은 대만 사회의 미학이...

    2026.01.08 20:21

  • [책과 삶]‘태평천국의 난’, 내전 그 이상의 전쟁
    ‘태평천국의 난’, 내전 그 이상의 전쟁

    영국이 아편전쟁을 통해 청나라에 무역 개방을 강요한 최종 결과로 나타난 ‘하나의 엄청난 혁명’. 미국 신문의 런던 통신원으로 일하던 카를 마르크스는 1853년에 작성한 기사에서 ‘태평천국의 난(1851~1864년)’을 그렇게 규정했다.‘태평천국의 난’은 외형적으로 만주족 지배 권력과 한족 백성이 충돌한 내전으로 보이지만, 중국인만의 전쟁은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과 미국 등이 얽힌 세계적 사건이었다. <천국의 가을>은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태평천국의 난’을 다룬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중국을 19세기 세계사에서 제 위치로 돌려 놓기 위해서”라고 말했다.영국은 내전 초기에 원칙적으로 중립을 취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전세를 봐가면서 승기를 잡는 쪽의 손을 들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영국 외교전의 바탕에는 ‘어느 쪽이 무역에 유리한가’라는 셈범이 깔려 있었다. 내전이 장기화되자 결국 영국은 중립을 버리고 개입한다. 저자는 “증...

    2026.01.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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