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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살리는 삶이란…‘농부 시인’이 ‘도시 것’들에게
    살리는 삶이란…‘농부 시인’이 ‘도시 것’들에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수많은 이들의 노동이 있어야 작물을 길러낼 수 있는 농촌에서 더 가깝게 다가오는 말이다. <희망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의 저자는 몸으로 느끼고 배운 것들이 사람을 만들고, 그런 배움들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그리고 몸을 쓰기에는 농부라는 직업이 제격이라고도 한다.책은 2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며 시와 산문을 써온 서정홍 시인이 15년 만에 낸 산문집이다. 1990년 마창노련문학상으로 등단한 저자는 1992년 <아들에게>로 전태일문학상을 받는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신문사 등에 기고했던 짧은 글 여럿을 엮어낸 이 책은 농부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뇌가 엿보인다.책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밭을 일구며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저자는 농사를 ‘사람을 살리는 성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2부에서는 농사를 지으며 만난 사람...

    2026.01.08 20:20

  • [책과 삶]배부른 인류, 좀먹히는 지구의 미래
    배부른 인류, 좀먹히는 지구의 미래

    제목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배부름을 넘어서 자극적인 식탐에 빠져든 인류가 지구와 인류 자신을 어떻게 위험에 빠져들게 하는지 경고하는 내용들이다. 먹거리 생산이라는 명목하에 지구의 훼손도는 날로 심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산되는 수많은 먹거리는 오히려 인류의 건강을 좀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 화학물질로 범벅이 된 초가공식품들은 기아를 해결하는 기적인 동시에 재앙이 됐다.몸에 나쁜 정크푸드 대신 신선 식품을 섭취하고 직접 요리해서 가족들을 먹이려는 노력을 하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해법이다. 즉 개인이 의지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적 인식에 대해 이 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조차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손봐야 할 대상은 식량시스템이다. 영국의 사례만 놓고 보자.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은 패스트푸드 매장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어 신선식품을 사기 어렵다. 대중교통을 타고 15분 이상 움...

    2026.01.08 20:20

  • [책과 삶]그 바다에 난파된 것은 배였을까, 인간성이었을까
    그 바다에 난파된 것은 배였을까, 인간성이었을까

    1740년 9월 영국 군함 웨이저호는 장교와 수병 250명을 태우고 포츠머스에서 출항한다. 전쟁 중이던 스페인의 선박을 포획하는 비밀 임무를 띤 소함대였다. 그러나 이듬해 거대한 파도를 이기지 못한 웨이저호는 남대서양 파타고니아 앞바다의 한 섬에 난파된다. 생존자는 81명. 이들은 웨이저호의 잔해를 가져다 임시변통으로 배를 만들어 다시 항해한다. 거친 폭풍과 해일, 열악한 배의 환경 속에서 50명이 넘는 이들이 죽는다. 목숨을 부지한 약 30명의 선원이 브라질 남동부 해안으로 배와 함께 떠밀려 온다. 지옥 같은 환경에서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온 이들에게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사건이 거기서 끝났다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생존기로 남았을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몇개월 뒤 칠레 남서쪽 바다에 또 다른 웨이저호의 생존자 세 명이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나 앞서 도착한 생존자들에 대해 “영웅이 아니라 반란자”라며 폭로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건은 진...

    2026.01.08 20:18

  • [책과 삶]AI가 전쟁 치르는 시대…인간의 책임, 어디까지
    AI가 전쟁 치르는 시대…인간의 책임, 어디까지

    파괴적인 전쟁은 모순적이게도 기술 발전을 동반한다. 증기기관과 철갑선이 대영제국의 번영을 지탱했고, 원자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등 현대의 전쟁에서도 역사는 반복된다. 2020년대의 전쟁터를 지배하는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더 이상 백병전은 없다. 전장에는 피아를 구별하기 위한 드론이 날아다닌다. 열 감지 센서와 AI를 탑재한 드론의 눈을 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AI를 결합한 미사일 또한 정밀타격에 능하다. 액션 게임처럼, 버튼 조작 몇 번에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이 위협 받는 시대가 왔다.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책에서 ‘킬러 로봇’이 SF영화가 아닌 현실이 된 현대전을 보여준다. 특히 AI가 피아 식별 등에 활용되며 인간이 판단하는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지목한다. 과거의 무기들은 아무리 첨단을 달리더라도 인간의 손을...

    2026.01.08 20:14

  • [책과 삶]상상 (불)가능한 ‘미국 없는’ 세계질서
    상상 (불)가능한 ‘미국 없는’ 세계질서

    새해 벽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시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의 북극 영토인 그린란드를 병합하기 위한 미군 활용 가능성을 언급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유럽 국가들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미국 및 서구 중심의 세계질서가 더 이상 예측 가능하거나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만 선명해졌다.<21세기 지정학>은 오늘날 세계질서가 서구의 전유물이라는 신화를 반박하며, ‘미국 없는 세계’가 반드시 혼돈과 붕괴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통찰을 지난 5000년의 문명사를 되짚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서구 주도의 세계질서를 ‘보편적’으로 보는 통념을 해체하고, 과거부터 다원적이었던 세계질서로부터 미래에 대한 단서나 가능성을 찾아보는 ‘과거로 돌아가는 미래(back-to-th...

    2026.01.08 20:10

  • 일본 ‘부라쿠민’, 차별의 한가운데…삶은 피고 지고

    새벽녘, 오류노 오바는 집 뒷문으로 숨통을 막을 것처럼 달콤한 여름부용의 향기를 맡는다. 피차별 부락 ‘로지’의 유일한 산파인 노년의 여성은 여름부용의 향을 맡으며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새소리, 다시 옛 기억이 떠오른다. 오류노 오바는 그 소리가 나카모토 집안 남자들 중에서도 유달리 미남이었던 한조가 기르던 덴코라는 섬휘파람새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소설은 로지에서 나고 자란 나카모토 집안 남자들의 짧은 생애를 그린다. 오류노 오바는 그들의 태어남과 죽음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 속 화자와 같은 인물이다. 첫 시작은 한조다. 어린 시절 부모 모두에게 버림받고 마을 어른들에 의해 키워진 그는 아름다운 외모로 여성들의 관심을 받는다. 한조는 여성 편력에 빠져 평생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들을 만나고 다니다 스물다섯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피차별 부락 출신과 아름다운 외모라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던 것들로 평생 환멸을 느꼈으나 그 안에서 벗어나지 ...

    2026.01.01 20:16

  • [책과 삶]여자가 일하니 출생률 하락? 거짓말!
    여자가 일하니 출생률 하락? 거짓말!

    우하향하는 6개의 선을 그린 그래프가 있다. 가로축은 연도, 세로축은 합계출산율이다. 책은 이 그래프가 중국 등 6개국의 연도별 출생률 추이를 나타낸다고 설명하며, 중국의 그래프가 어떤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가로축의 시간은 1975~2020년이다. 중국이 산아제한을 걸어 ‘한 자녀 정책’을 펼쳤다가 폐지한 때와 맞물린다. 그 기간 6개국의 출생률 추이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산아제한이 폐지된 2015년에 출생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선도 없다. 산아제한 정책이 출생률 추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인구경제학을 주로 배운 미국 경제학자인 두 저자는 “인구 통제는 인구를 통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인구가 감소하면 미세먼지도 줄어들까. 한국과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은데도 석탄과 농업 부산물을 태우지 않으므로 인구밀도가 낮은 아프리카 농업국보다 미세먼지가 덜하다. 세계적으로...

    2026.01.01 20:14

  • [책과 삶]인간, 동물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
    인간, 동물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의 4분의 1은 동물 혹은 동물의 신체 일부를 담았다. 사람 이름도 ‘뱀의 누구’ ‘개구리의 누구’ 하는 식으로 동물을 기렸다.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애도식을 거행했다. 종교에서도 동물의 위상이 강력했다. 동물은 불멸의 영혼이자 신적인 존재였다. 말하자면, 고대 이집트인의 사고방식에 인간과 동물의 차별은 없었다.이에 반해 고대 유대인은 동물을 인간보다 하위 존재로 여겼다. 이들의 경전 ‘창세기’는 신과 닮은 인간에게 물고기와 새는 물론 “지상의 모든 기어다니는 동물을 지배할” 권리를 부여했다. 기독교 역시 동물을 ‘지배’의 대상으로 봤다. 힌두교에서도 인간이 만물의 척도이며, 동물은 결점투성이 존재이다. 인간이 동물 혹은 자연을 지배하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믿음은 그 이후 유럽인을 비롯한 인류의 동물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동물관만 놓고 보면 과학도 종교와 닮았다. 저자는 동물을 개념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동물을 하나의 대상으로...

    2026.01.01 20:12

  • [책과 삶]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채우는 즐거움
    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채우는 즐거움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으며 추리소설 책장을 넘기는 안온함. 감자칩을 씹으며 만화책에 푹 빠지는 해방감. 읽고 먹으며 영혼과 위장을 동시에 채우는, 누구나 꿈꿀 만한 쾌락이다. ‘먹기, 읽기, 먹기에 관해 읽기, 그리고 먹으면서 읽기에 대하여’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제가 붙은 이 책. 그런 쾌락을 추구하고 누리는 삶이 얼마나 근사하고 부러운지 보여준다.‘뉴욕타임스’에서 20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써온 저자는 어려서부터 왕성하고 끝없는 식탐, 무한한 지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몰두했다. 자전적 에세이 성격을 띤 글의 스타일은 퍽 특이하다. 음식을 ‘읽는’지, 책을 ‘먹는’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상태가 지속된다. 자신의 식도락적 체험, 읽었던 책 속에 묘사된 음식 이야기에다 체호프부터 미셸 자우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말했는지, 음식에 얽힌 어떤 사연이 있는지를 종잡을 수 없이 속사포처럼 풀어놓는다. 책을 따라가다보...

    2026.01.01 20:11

  • [책과 삶]인종·계급·대륙 가로지른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
    인종·계급·대륙 가로지른 흑인 노예 부부의 탈출기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 전까지 미국 경제는 노예들의 삶을 제물 삼아 몸집을 불렸다. 노예 매매상은 흑인들을 사고팔았고, 노예가 된 흑인들은 백인 소유자들의 재산을 불리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두에게 자유가 있다’고 했지만, 흑인들에겐 허락되지 않았다.1848년 12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사는 노예 엘렌 크래프트와 윌리엄 크래프트 부부는 독립선언문이 말하는 ‘자유’를 찾기 위해 미국을 떠나기로 한다. 노예는 통행증 없이 아무 데도 갈 수 없기에, 부부는 병약한 백인 노예 소유주와 건장한 흑인 노예로 분장해 기차를 타고 대담히 미국을 벗어날 계획이다. 이는 흑인 노예 어머니와 백인 노예 소유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내 엘렌이 아버지를 똑 닮아 피부색이 밝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책은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따라가며 당시 미국의 시대상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도시의 곳곳을 비추는 묘사에 여행을 함께하는 기...

    2026.01.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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