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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논리의 감옥’ 벗어나 자연을 본다면
    ‘논리의 감옥’ 벗어나 자연을 본다면

    음악과 생명류이치 사카모토·후쿠오카 신이치 지음황국영 옮김 | 은행나무 | 212쪽 | 1만8000원‘피시스(Physis)와 로고스(Logos).’ 영화음악의 거장이던 류이치 사카모토와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를 하나로 묶는 열쇳말이다. 두 사람의 설명을 빌리면 피시스는 자연 그 자체, 로고스는 인간의 사고방식이자 언어, 논리다. 책은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17년 일본 NHK에서 방영된 두 사람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20세기 문명은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발전해왔다. 자연과학은 자연 현상에서 특정한 법칙을 도출해냈고, 음악은 소음을 걸러낸 뒤 남은 음들을 모으고 쌓아 만들어졌다.사카모토는 음악가이면서도 환경·평화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천착하다 후쿠오카와 교류하게 됐다. 두 사람은 피시스를 왜곡하는 로고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별자리는 인간이 가까이 보이는 별...

    2025.04.03 20:17

  • [책과 삶] 유관순의 감방 동기들을 아시나요
    유관순의 감방 동기들을 아시나요

    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글 박현정·그림 윤석남연립서가 | 206쪽 | 2만3000원그간 유관순을 제외한다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교과서나 매체 등에서 접하기 어려웠다. 국가보훈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도 전체 독립유공자 1만8000여명 중 약 3.6%(653명·2023년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여성들은 정말로 독립운동에 나서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학교를 세우고, 만세를 부르고, 조직을 지원하는 등 자신이 선 다양한 장소에서 묵묵히 독립운동의 주체로 활동해왔다. 다만 그들의 역사는 상당수 기록되지 않아 당사자의 죽음과 함께 뒤안길에 묻혔을 뿐이다. 페미니스트 1세대 화가 윤석남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 12인 초상에 박현정이 글을 더한 <모성의 공동체: 여성, 독립, 운동가>는 희미한 자취를 따라 그들의 삶을 더듬어간다.유관순이 갇혀 있던 서대문형무소의 ‘8호 감방’엔 김향화와 권애라, 심...

    2025.04.03 20:17

  • [책과삶]작가와 팩트체커 창작과 진실을 다투다…‘사실의 수명’
    작가와 팩트체커 창작과 진실을 다투다…‘사실의 수명’

    사실의 수명존 다가타·짐 핑걸 지음 |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160쪽 | 2만원 “이에 대한 자료는 없었고, 이런 내용이 담긴 문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 사람은 명확한 사실을 원한다. “사실에 천착할 때보다 실제로 더 좋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또한 그로써 독자에게 더 훌륭하고도 진실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한 사람은 어느 정도 변형된 사실이 사건의 실체와 더 가까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목표는 하나다. 독자에게 진실한 글을 제공하는 것. <사실의 수명>은 진실에 다가서려는 이들의 시도를 흥미롭게 담았다.2002년 7월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호텔에서 16세 소년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정적 에세이를 주로 써왔던 작가 존 다가타는 2003년 잡지 ‘하퍼스’의 의뢰로 이 사건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했으나 게재를 거부당한다. 사실 오류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

    2025.03.28 08:30

  • [책과 삶]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

    다윈의 위험한 생각대니얼 C.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 | 바다출판사 | 951쪽 | 6만5000원인공지능의 선구자로 알려진 MIT 인공지능학자 마빈 민스키는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C. 데닛(1942~2024)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쳐야 할 사상가를 선발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데닛을 선택할 것이다.”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데닛은 약 60년 동안 20여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논문을 썼는데, 이 책은 데닛의 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외계인이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려 할 때 지구인을 위해 숨겨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평가했다.책에서 데닛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찰스 다윈의 아이디어를 망치로 삼아 철학, 사상, 윤리, 언어, 도덕 등 인간중심주의·인본주의를 떠받쳐온 기둥들을 ...

    2025.03.28 08:00

  • [책과 삶]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독한 이론
    세상을 뒤집고 믿음을 부식시키는 독한 이론

    외계인과 지적 대결할 사상가라는데닛의 저서 30년 만에 국내 번역다윈의 아이디어를 망치로 삼아인본주의의 전제들 철저히 파괴인간의 마음도 “생성된 인공물”인공지능의 선구자로 알려진 MIT 인공지능학자 마빈 민스키는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C 데닛(1942~2024)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과 지적 대결을 펼쳐야 할 사상가를 선발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데닛을 선택할 것이다.”다윈의 위험한 생각대니얼 C.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바다출판사 | 951쪽 | 6만5000원데닛의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 출간된 지 3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됐다. 데닛은 약 60년간 저서 20여권과 논문 수백편을 썼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저서로 꼽힌다.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외계인이 그의 저서들을 찾아보려 할 때 지구인을 위해 숨겨야 할 한 권의 책”이라고...

    2025.03.27 21:41

  • [책과 삶] 일제강점기 인기 끈 중국 ‘호떡’…왜 ‘숨어서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일제강점기 인기 끈 중국 ‘호떡’…왜 ‘숨어서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박현수 지음 한겨레출판 | 356쪽 | 2만원탕후루의 유행이 가고 ‘쫀득쿠키’가 최근 인기이듯, 팍팍한 일제강점기에도 시기마다 유행하는 디저트가 있었다. 1910년대 경성에는 “만주노 호야호야!(만주가 따끈따끈)”라며 갓 만든 만주를 담은 나무 궤짝을 어깨에 둘러메고 학비 벌이에 나서는 고학생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었지만, 1920년대 중반부터는 인기가 시들했다. 중국 호떡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다.음식문학연구자인 박현수는 식민지 조선에서 유행한 8가지 디저트를 동시대 문학 작품 구절을 인용하며 소개한다. 작가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먹고 싶어 했다던 멜론, 조선 최초의 탄산음료 라무네, 그때도 ‘사랑의 과자’였던 초콜릿, 더위를 가시게 한 빙수 등이다.각 디저트가 어디서 유래하고, 어떻게 정착했는지를 경쾌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국 작품과 기사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소설을 망라한다....

    2025.03.27 20:33

  • [책과 삶] 누구나 알지만 모르는 시간 끝의 세계
    누구나 알지만 모르는 시간 끝의 세계

    블랙홀브라이언 콕스·제프 포셔 지음 | 박병철 옮김 392쪽 | 3만3000원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시공간, 블랙홀.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천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내뱉은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목사이자 과학자인 존 미셸이었다. 그 별 위에 껍질을 씌운다면 그 이름은 사건(의)지평선이다. 그 너머에 존재하는 ‘특이점’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통하지 않는, 장소라기보다 시간이며, 어쩌면 “시간의 끝”이다.블랙홀에 관한 본격적 연구는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비롯됐다. 아인슈타인은 물론 후배 물리학자들도 한동안 블랙홀이 수학적으로 유도 가능할 뿐 실존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2019년 인류는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사건지평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기에 이르렀다.콕스는 BBC 과학 다큐멘터리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입자물리학자다. 그는 블랙홀이 “...

    2025.03.27 20:33

  • [책과 삶] 장르 문학 상투적 문법을 비트는 쾌감
    장르 문학 상투적 문법을 비트는 쾌감

    클리셰:확장자들김아직·박하익·송시우·정명섭·최혁곤 지음북다 | 352쪽 | 1만6800원종영을 한참 앞둔 드라마를 보는데, 주인공을 향해 누군가 총을 쏜다. 어김없이 총알이 빗나가거나 난데없이 구원투수가 등장해 그 총알을 대신 맞는다. 시청자는 이렇게 말한다. “클리셰네. 클리셰.”클리셰는 ‘판에 박은, 진부한, 상투적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뻔한 장면 등을 일컫는 영화 용어로 자주 쓰여 익숙하다. 확장자들은 틀을 넘어 제멋대로 갖고 노는 자들을 일컫는다.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는 ‘클리셰’와 ‘확장자들’이 책 제목 안에 함께 담겼다. <클리셰: 확장자들>은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5인이 기존 문법을 뒤틀어 쓴 안티 클리셰 앤솔러지다.책은 총 다섯 개의 소설로 구성된다. 김아직 ‘길로 길로 가다가’, 박하익 ‘You’re the detective’, 송시우 ‘타미를 찾아서’, 정명섭 ‘멸망한 세상의 셜록 홈스...

    2025.03.27 20:33

  • [책과 삶] 작가·영화감독·유튜버 등이 꼽은 ‘내 인생의 만화’
    작가·영화감독·유튜버 등이 꼽은 ‘내 인생의 만화’

    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곽재식 외 8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 368쪽 | 2만원당신의 인생 ○○은(는) 무엇입니까. 여기 ○○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많다. 영화, 드라마, 소설, 노래, 공연… 그런데 만화가 들어가면 어떨까.여기서 만화가 다른 대중예술 장르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에게 ‘인생 만화’는 어린 시절 접한 작품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점이다. 그만큼 만화는 직관·직설적이고 상상력을 쉽게 자극하는 장르적 특성이 있다.<크리에이터의 인생 만화>는 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 ‘포스타입’에 지난해 8월부터 연재된 27편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유튜버, 작가, 평론가, 영화감독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각기 다른 소재와 주제의 ‘최애’ 만화를 꼽았다.많은 이가 인생 만화로 들 법한 <슬램덩크>도 당연히 포함됐다. 필진으로 참여한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청소년기를 회상하며 <슬램덩크&g...

    2025.03.27 20:33

  • [책과 삶] IT 공룡의 ‘디지털 영지’에 갇힌 세계
    IT 공룡의 ‘디지털 영지’에 갇힌 세계

    기술 봉건주의세드릭 뒤랑 지음 | 주명철 옮김여문책 | 312쪽 | 2만원1970년대 시작된 스타트업의 성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성공담은 2025년 현재에도 회자된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 등 대형 첨단기술 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이곳엔 ‘대담한 상상력을 지닌 젊은 엔지니어들이 기회를 얻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디지털 세상이 태동하던 때에나 들어맞던 얘기다.프랑스의 경제학자 세드릭 뒤랑은 “어제의 친근했던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오늘날에는 치열한 독점 기업들로 변모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데이터를 일거수일투족 흡수하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떠올리면 된다. 쇼샤나 주보프가 <감시자본주의 시대>에서 말하듯, 이 독점 기업들은 ‘빅 아더(Big Other)’로서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다.뒤랑은 IT 기업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영지’에 시민들이 ...

    2025.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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