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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청산 과제이자 유산 ‘근현대사 무대’는 어떻게 탈바꿈했나
    청산 과제이자 유산 ‘근현대사 무대’는 어떻게 탈바꿈했나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백창민 지음 한겨레출판 | 540쪽 | 2만5000원“1945년 해방을 맞았다. 일본인 위주로 운영되던 ‘그들의 ○○○’은 ‘우리의 ○○○’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도서관 ‘덕후’인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은 물론 도서관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 80년 넘게 이어져온 어지간한 제도, 기구, 기관, 시설 중 위의 설명이 들어맞지 않는 게 있을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곳은 별로 없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식민 시대는 우리의 청산 과제인 동시에, 우리가 이어받은 유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책은 근·현대사의 무대였던 도서관 30곳의 역사와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이라는 프리즘으로 우리 역사를 분광해 본 책이다.서울 종로구 화동의 정독도서관만 봐도 140년 넘는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 정책을 떠받친 것은 고교평준...

    2025.03.13 20:39

  • [책과 삶] 잃을 줄 알면서 또 사랑하고, 아프고
    잃을 줄 알면서 또 사랑하고, 아프고

    봄밤의 모든 것백수린 지음문학과지성사 | 268쪽 | 1만7000원“그녀는 식탁에 앉아 앵무새,라고 써봤다. 앵무새가 갔다,라고 쓰려다 가버렸다,라고 썼다. 앵무새가 가버렸다,라는 문장을 보자 너무 고통스러워 그녀는 눈을 감아야 했다.”(‘아주 환한 날들’ 중에서)‘갔다’와 ‘가버렸다’는 다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상실을 겪으며 그 차이를 깨닫는다. 그 모습을 영민하게 포착하는 작가 백수린의 네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7개의 소설이 담겼다. ‘아주 환한 날들’ ‘빛이 다가올 때’ ‘봄밤의 우리’ ‘흰 눈과 개’ ‘호우’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로 구성돼 있다.‘아주 환한 날들’은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지내던 주인공이 사위의 부탁으로 앵무새를 잠시 맡아 기르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툭하면 비명을 지르고 깃털을 뽑아놓는 앵무새가 성가셨다. 그러다 앵무새가 아팠고, 주인공은 앵무새가 ‘외로우면 죽는’ 새라는 걸 알게 된다....

    2025.03.13 20:39

  • [책과 삶] 초월적 권력 쥔 6인의 ‘위험한 공통점’
    초월적 권력 쥔 6인의 ‘위험한 공통점’

    정부 위에 군림하는 억만장자들크리스틴 케르델랑 지음 | 배영란 옮김갈라파고스 | 308쪽 | 1만9000원여섯 명의 미국인 억만장자가 있다. 월드와이드웹(www)을 무대로, 쏘아 올린 위성을 무기로 세계를 ‘초연결’시킨 이들이다. 막대한 양의 개인 정보가 그들 손안에 있다. 국가를 뛰어넘는 정보력과 자본을 갖췄지만, 공익을 위해 쓸 의무가 이들에겐 없다.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구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전 세계 인구의 생활 전반을 장악한 빅테크 창업자들 얘기다.프랑스의 저명한 경제 저널리스트 크리스틴 케르델랑은 이 6인에게 위험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이 세상의 구세주라 여기며, 윤리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백인이다.이들은 화성 이주, 불...

    2025.03.13 20:39

  • [책과삶]너무 빨리 커버린 이들을 위한 생일파티…‘느리게 가는 마음’
    너무 빨리 커버린 이들을 위한 생일파티…‘느리게 가는 마음’

    느리게 가는 마음윤성희 지음| 창비 | 264쪽 | 1만7000원“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엄마가 퇴원하면 구구단 8단과 9단을 외웠다고 자랑할 셈이던 민호의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어쨌거나 아이는 자란다. 급식 메뉴가 궁금한 고등학생이 됐다.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은 아버지에게 화가 나 함께 가출하자고 말하는 친구 성규도 있다.성규가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기로 한 ‘생일 쿠폰’을 내미는 통에 민호는 동반 가출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바다 보러 가는 건 어떨까?” “싫어. 영화 보면 가출한 애들은 꼭 바다로 가더라. 진부해.” 영화관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마지막 영화를 보고 숨어 있자는 계획이었다.영화가 끝나고 텅 빈 극장 안에서 성규가 무대 인사에 나선 배우처럼 앞으로 나섰다. 민호는 박수를 쳤다. 성규는 부모님이 문방구를 하다 망했고, 이후 아빠가 자신을 보육원에 보낸 일, 다시 만나게 된 일에 대해서 얘기...

    2025.03.07 08:30

  • [책과 삶] 히틀러·푸틴·트럼프···독재자가 사랑한 ‘권력의 각본’
    히틀러·푸틴·트럼프···독재자가 사랑한 ‘권력의 각본’

    극우, 권위주의, 독재 루스 벤 기앳 지음 | 박은선 옮김 | 글항아리 | 552쪽 | 2만8000원2019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와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헝가리 총리를 지내는 빅토르 오르반이 만났다. 트럼프는 오르반에게 말했다. “우린 꼭 쌍둥이 같군요.”“우락부락한 얼굴과 육중한 몸집”은 표면적 유사성에 불과하다. 이들의 본질적인 공통점은 둘 모두 독재를 사랑하는 ‘스트롱맨’이라는 데 있다.뉴욕대 역사학과 교수 루스 벤 기앳이 트럼프 집권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 출간한 <극우, 권위주의, 독재>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부터 미국의 트럼프까지 20세기 이후 등장한 스트롱맨들의 특징을 살핀 책이다.주된 논의 대상은 무솔리니, 나치 독일의 히틀러, 스페인의 프랑코, 리비아의 카다피, 칠레의 피노체트, 콩고의 모부투,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러시아의 푸틴, ...

    2025.03.07 08:00

  • [책과 삶] ‘안 씻는 조선인’에서 이태리타월까지…목욕의 모든 것
    ‘안 씻는 조선인’에서 이태리타월까지…목욕의 모든 것

    씻는다는 것의 역사이인혜 지음 현암사 | 392쪽 | 2만7000원“대중목욕탕 하나 운영하지 못하는 우리가 독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조선 말 개화파 지식인 윤치호가 자신의 일기에 썼다는 말이다. 또 다른 개화파 지식인 박영효는 1888년 고종에게 올린 상소문 ‘건백서’에서 “인민들에게 목욕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라”고 했다. 씻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조선 말 개화파 지식인들에게는 ‘열강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었다.일제는 조선을 식민 지배할 이유 중 하나로 불결함을 들었다. 그 때문인지 개화파가 세우라고 주장한 근대 공중목욕탕은 조선 내에 19세기 일본인 거류지에 먼저 들어섰다. 가정마다 욕실을 둘 수 없던 시기, 조선인의 위생 수준은 일제강점기 공중목욕탕 설치와 함께 높아졌지만 목욕탕은 조선인 차별의 공간이기도 했다. “조선인은 받지 않는다”는 목욕탕 주인들 탓에 패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이제 목욕탕 ...

    2025.03.06 20:11

  • [책과 삶] ‘디젤 발명가’ 디젤의 실종 미스터리
    ‘디젤 발명가’ 디젤의 실종 미스터리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더글러스 브런트 지음 | 이승훈 옮김세종서적 | 424쪽 | 2만3000원디젤엔진, 디젤기관, 디젤차… 디젤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도로를 누비는 디젤차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디젤이 발명가의 이름임을 아는 사람은 적다. 왜일까. 그가 실종됐고, 정확한 실종 이유가 밝혀진 바 없기 때문이다. 1913년 9월29일. 독일 공학자 루돌프 디젤은 바다 한가운데서 사라졌다.이 책은 루돌프 디젤의 삶과 실종 사건을 다룬다. 디젤은 185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독일계 이민자인 디젤 가족의 살림살이는 팍팍했다. 어린 시절 디젤은 물건을 분해하고 각종 기계를 그리며 놀았다. 그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친척의 도움으로 독일로 향한다. 뮌헨 공과대학교에서 공학을 배웠다.디젤은 산업시대 공장 노동자를 해방시킬 새로운 동력기관을 만들고자 했다. 공방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는 가난한 장인들의 삶을 누구...

    2025.03.06 20:11

  • [책과 삶] 인류 최후의 2인, 혐오하는 사이입니다
    인류 최후의 2인, 혐오하는 사이입니다

    담이, 화이배지영 지음 민음사 | 228쪽 | 1만5000원갑자기 세상이 종말을 맞는다. 딱 두 사람만 빼고 모든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이는 ‘담’이라는 남자와 ‘화이’라는 여자다. 성경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두 주인공은 필요에 의해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 ‘안 맞는’ 사이란 걸 이내 알게 된다.둘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었지만 핏기 없이 걸어다니는 좀비들이다. 이 ‘걷는 자’들을 물에 빠뜨려 처리하는 일에 매달리는 주인공 담은 좀처럼 쉬지도 않는다. 또 다른 주인공 화이에게 그런 담은 쓸데없는 데 집착하는 ‘하남자’다. 반면 담이 보기에 화이는 게으른 데다 사치까지 일삼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다.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지기 전, 그러니까 종말을 맞기 전까지 담은 하수관 준설원으로 일했고 화이는 백화점 지하주차장 정산소에서 일했다. 둘 다 지하에서 일하는데 지하는 그들의 실존적 위치를 설명해준다....

    2025.03.06 20:11

  • [책과 삶] ‘드센 여자들’, 사장님이 되다
    ‘드센 여자들’, 사장님이 되다

    여사장의 탄생김미선 지음 마음산책 | 252쪽 | 1만7000원“사장님”과 “이모님”. 음식점 종업원을 부를 때 전자는 주로 남성을, 후자는 여성을 칭하는 말로 쓰였다. ‘이모’ 호칭은 저임금·비숙련 역할의 여성 직종을 다소 낮게 부르는 차별적 표현이란 인식이 생기며 지양되고 있다. 하지만 ‘사장’이란 말에 남자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여전하다.한국의 여자 사장들은 시대별로 어떤 생애를 살았을까. 이화여자대학교 연구교수이자 여성학 박사인 김미선은 한국 경제사가 누락한 ‘여사장’들에 주목했다. 그는 “구술 채록을 하며 만나온 다양한 분야의 여성이 사장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겪었던 경제활동 경험과 애환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한다.김미선은 한국전쟁으로 1950년대 여사장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가장 역할을 맡아오던 남성들이 전쟁터에 동원되면서 후방에 남겨진 여성은 경제활동에 나서야 했다. 남한에서 전통적으로 ‘남성’의 역할로 취급되던 ...

    2025.03.06 20:11

  • [책과 삶]분열된 자아로 만나는 ‘이·팔 분쟁…‘샤일록 작전’
    분열된 자아로 만나는 ‘이·팔 분쟁…‘샤일록 작전’

    샤일록 작전|필립 로스 지음|김승욱 옮김 |비채|572쪽 |2만2000원필립 로스는 자신의 사칭범이 이스라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칭범이 현시대 유대인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전체주의라고 주장하며 로스의 이름으로 유대인을 유럽에 재정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즈음 로스는 수면제 ‘할시온’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있다. 로스는 이스라엘에 있다는 사칭범이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한 자신의 환각이 아닐까 의심한다.사칭범이 있다는 예루살렘의 킹 데이비드 호텔 511호실에 전화를 건 순간, 로스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자각한다. 자신을 ‘필립 로스’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칭범 앞에서 로스는 역으로 제 신분을 파리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기자 ‘피에르 로제’라고 숨겨버린다. 진짜와 가짜의 세계가 역전하는 순간이다.작가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책은...

    2025.02.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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