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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아이히만에 속은 아렌트···‘평범한 악’은 없다
    아이히만에 속은 아렌트···‘평범한 악’은 없다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은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가 2011년 출간한 책의 한국어 번역판이다. 해나 아렌트의 저 유명한 ‘악의 평범성’ 개념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렌트는 1963년 출간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나치의 유대인 정책을 관할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그의 경우에는 유대인에 대한 광적인 증오심을 갖거나 광신적인 반유대주의 혹은 그와 같은 종류의 것을 주입받지 않았다. (중략) 이 문제를 흔한 말로 표현하자면, 그는 그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했을 따름이었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아이히만이 반유대주의에 물든 악마가 아니라 ‘아무런 생각 없이’ 상부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집행한 소심한 관료였다고 본 것이다.저자는 아이히만이 195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중일 때 남긴 기록과 대화록과 ...

    2025.02.28 08:00

  • [책과 삶] 낯선 나를 만나는 좌절…알츠하이머 배우, 살아내다
    낯선 나를 만나는 좌절…알츠하이머 배우, 살아내다

    3월의 마치정한아 지음 문학동네 | 288쪽 | 1만6800원배우 이마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몸무게를 잰다. 60세의 생일날 아침. 그는 체중계 위에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큰 키에도 55㎏을 유지해온 몸무게가 하룻밤 새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이상한 건 그뿐이 아니었다. 이마치에겐 ‘연기를 잘한다’는 게 유일한 자부심이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머리가 하얘져 대사를 까먹는 일이 반복된다. 급기야 유령 같은 헛것을 보는 이마치에게 의사는 ‘알츠하이머 전 단계’ 진단을 내린다.연기하는 일상을 이미 잃었지만 병증이 아주 깊어진 것은 또 아닌 상태. 모호한 진단에 혼란스럽던 이마치는 대안 치료 병원을 추천받는다. 독특한 의사, 제제와의 상담은 그렇게 시작된다. 이마치는 제제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기억에서 과거의 이마치를 만난다.소설은 파편화된 이마치의 기억을 따라 각각 다른 나이의 이마치를 보여준다. 25세, 43세, 60세 등의 그는 한 사람이지만 같...

    2025.02.27 21:05

  • [책과 삶] 일제에 맞서 우리를 도운 외국인 독립운동가들
    일제에 맞서 우리를 도운 외국인 독립운동가들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강국진·김승훈·한종수 지음부키 | 376쪽 | 2만2000원자신의 조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자신을 도운 중국인을 언급하며 “내 자손은 물론이요, 우리 동포가 모두 감사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나마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도 같은 이유로 세상에 나왔다.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1만8162명이다. 이 중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95명이고, 재외동포를 제외하면 76명이다. 일본인도 2명 있다. 저자 강국진은 “독립운동을 도왔으나 서훈도 못 받은, 서훈은 받았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외국인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책은 일제에 맞서 한국인들과 함께 싸우고 국경을 뛰어넘어 연대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20여명을 조명한다....

    2025.02.27 21:05

  • [책과 삶] ‘대세를 따르는 분위기’의 효과
    ‘대세를 따르는 분위기’의 효과

    페이머스 : 왜 그들만 유명할까캐스 선스타인 지음 | 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 | 328쪽 | 2만2000원영화 <예스터데이>의 주인공은 ‘아무도 비틀스를 모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틀스와 그들의 노래를 아는 사람이다. 그는 비틀스의 명곡을 자신의 노래인 양 발표하고, 글로벌 팝 스타가 된다.저자 캐스 선스타인은 영화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틀스의 ‘노래 자체가 명곡이라서’ 누가 부르든 유명해지는 것인가, ‘유명한 비틀스가 불러서’ 노래가 명곡이 되는 것일까.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저자였던 선스타인은 영국 리버풀대의 <비틀스 연구저널>에 올릴 초고를 사회과학 연구 네트워크 사이트에 올렸다가 이를 발전시켜 책까지 집필했다고 한다.유명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아 ‘비결’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저자는 “특정 요인이 명성과 관련 있다고 해도, 그 연관성이 약하다”고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유명해지기 위해 어느 수...

    2025.02.27 21:05

  • [책과 삶] 성정체성에 ‘정상’ 선 긋는 사회 넘어
    성정체성에 ‘정상’ 선 긋는 사회 넘어

    사랑과 차별과 우정과 LGBTQ+기타마루 유지 지음 | 송해영 옮김 아르테 | 512쪽 | 3만8000원1985년, 미국 배우 록 허드슨의 죽음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완벽하게 ‘정상’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외모로 ‘올 아메리칸 보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슈퍼스타가 당시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던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성소수자 운동이 가시화되고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한편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한 국민 배우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뜬소문’이 돌자 언론사들은 앞다퉈 ‘특종’을 확보하기 위해 배우의 집 앞으로 기자들을 투입했다. 그중 한 명이었던 기타마루 유지는 에이즈에 걸린 개인을 향한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에 회의감을 느꼈다.<사랑과 차별과 우정과 LGBTQ+>를 쓴 미국특파원 출신 저널리스트 기타마루 유지는 성소수자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가 1990년대 미국의 성소수자 권리 향상 움직임을 지켜...

    2025.02.27 21:05

  • [책과 삶]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 지점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 지점에 있다”

    겨울 여행 |자우메 카브레 지음|권가람 옮김 |민음사|308쪽 |1만5000원12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 중년의 음악학자 졸탄 베셀레니는 가슴속 깊은 설렘을 간신히 억누르며 오스트리아 빈의 묘지를 찾는다. 이곳은 슈베르트,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영면한 장소이자, 25년 전 연인 마르게리타와 재회를 약속한 곳이다. 운명처럼 사랑했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그들의 마지막 약속이 오늘 이곳에서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졸탄의 가슴은 요동친다.졸탄과 마르게리타가 함께한 시간은 단 28일이었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던 스물여섯의 청년이었고, 마르게리타는 성악을 공부하기 위해 빈을 찾은 스물두 살의 음대 지망생이었다. 연주회에서 운명적으로 마주친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에게 빠져들었고, 졸탄은 마르게리타와 보낸 시간을 “기쁨이 바로 옆에 있었”고, “피아노를 연습하고 남은 모든 에...

    2025.02.21 08:30

  • [책과 삶] 백인·자본가의 점령지···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
    백인·자본가의 점령지···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를 이끄는 첨단 정보기술(IT)의 거점이자 자본주의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뿜어내는 휘황한 빛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다.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는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실리콘밸리의 시작은 백인 정착민의 원주민 약탈이다. 1850년 무렵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간 백인들은 캘리포니아 북부 올론 지역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했다. 20년 뒤인 1870년 무렵의 통계에 따르면 백인 정착민의 손에 캘리포니아 원주민의 80%가 몰살됐다. 살아남은 원주민은 노예가 됐다. 실리콘밸리의 심장부로 불리는 팔로알토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인구 재앙” 위에 세워진 도시다.실리콘밸리의 지리적 중심이 팔로알토라면, 정신적 뿌리는 미국 최대 규모 대학인 스탠퍼드 대학교다. 사업으로 평생 쓰고도 모자랄 만큼의 자산을 모은 릴런드 스탠퍼드(1823~1893)는 일찍 ...

    2025.02.21 08:00

  • [책과 삶] ‘백인·자본가의 점령지’ 실리콘밸리의 비극
    ‘백인·자본가의 점령지’ 실리콘밸리의 비극

    원주민 학살·축출에서 시작 인종주의·우생학 등 뒤섞인 스탠퍼드 성과주의 정신이‘극단적 효율 추구’로 내몰아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 속 저자가 낸 해법은 ‘원상복구’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를 이끄는 첨단 정보기술(IT)의 거점이자 자본주의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가 뿜어내는 휘황한 빛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있다.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는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 실리콘밸리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말콤 해리스 지음 | 이정민 옮김매경출판 | 572쪽 | 2만6000원실리콘밸리의 시작은 백인 정착민의 원주민 약탈이다. 1850년 무렵 황금을 찾아 서부로 몰려간 백인들은 캘리포니아 북부 올론 지역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했다. 20년 뒤인 1870년 무렵의 통계에 따르면 백인 정착민의 손에 캘리포니아 원주민의 80%가 몰살됐다. 살아남은 ...

    2025.02.20 20:49

  • [책과 삶] 헤밍웨이가 찾던 서점에서 ‘21세기 작가들’을 만나다
    헤밍웨이가 찾던 서점에서 ‘21세기 작가들’을 만나다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에덤 바일스 엮음 | 정혜윤 옮김열린책들 | 384쪽 | 1만9800원‘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당대 거장 작가들이 모여들었던 주요 장소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징적인 곳으로 자리 잡은 파리의 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으로도 불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앙드레 지드 등이 이 서점에 드나들었고, 지금도 유명 작가들이 청중 앞에서 ‘작가와의 대화’라는 이름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책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이곳에서 2012~2022년 사이 진행된 작가와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서점의 문학 디렉터 애덤 바일스는 수백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서점을 떠난 뒤에도 모두의 삶에 오랫동안 울려 퍼지게 될 의미심장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짜릿한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작가들이 “안전한 일화와 편안하게 미리 준비된 답변을 거부하고, 더 위태롭고 흥...

    2025.02.20 20:16

  • [책과 삶] 무모하고 순진한 생각? 총칼 앞에 비폭력 저항을 외치는 이유
    무모하고 순진한 생각? 총칼 앞에 비폭력 저항을 외치는 이유

    전쟁 없는 세상마이켄 율 쇠렌센 지음 | 최정민 옮김 오월의봄 | 176쪽 | 1만3000원총칼 앞에 맨손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비폭력 저항을 연구해온 덴마크 출신 사회학자 마이켄 율 쇠렌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돌아봤다고 한다. ‘공격받아 폭력에 노출된 이들에게 무장 방어 말고 대안이 있었겠나.’ 폭력을 폭력으로 갚아선 안 된다는 믿음을 시험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저자는 제 안의 의심과 현대 평화주의가 받아온 비판을 모아 가상의 ‘회의론자’를 만들기로 했다. 책은 ‘시위와 파업 등 시민행동이 엄혹한 현실 앞에 무슨 힘이 있냐’고 묻는 회의론자와 저자 간 치열한 문답의 기록이다.힘으로 갈등을 푸는 군사주의는 명쾌하다. “영화나 문학, 정치인들의 연설에서도 폭력과 무장투쟁이 낭만적으로 미화”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는 결국 더한 갈등을 부를 뿐이라 설득한다.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은 그 예...

    2025.02.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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