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한 권의 책이야. 진짜 책.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무지한 자들만 모르는 알파벳이야.”엄마는 딸 오브에게 이렇게 말한다. 알제리 내전의 끝자락인 1999년 12월부터 2000년 1월 사이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에서, 다섯 살이던 오브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자신 또한 목이 그어지는 비극을 겪는다. 살아남았지만 후두와 성대가 손상돼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생활한다. 평소엔 스카프로 가리고 다니는 목의 상처를 오브는 자신의 ‘미소’ 혹은 ‘살인자가 내게 남긴 길쭉한 캘리그래피 서명’이라 부른다. 폭력의 역사를 몸에 담은 오브는 그렇게 비극의 현대사를 증명할 증거로 존재한다.소설은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된 오브 그리고 그가 뱃속에 품고 있는 아이 ‘후리’를 주요 인물로 한다. 배경은 2018년의 알제리 오랑시다. 1부 ‘목소리’, 2부 ‘미궁’, 3부 ‘칼’,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 소설은 오...
2025.12.0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