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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삶] 만들어진 참사, 우크라이나 대기근
    만들어진 참사, 우크라이나 대기근

    볼셰비키, 우크라 독립 추진 ‘경계’ 집단농장 반발 농민들 수용소행 모든 식량 징발로 최악 상황 몰아 굶어 죽거나, 처형당해 죽거나 1932년부터 2년간 400만명 희생 우크라가 푸틴을 믿지 못할 이유“배가 크게 부풀어 올랐고, 목은 새의 목처럼 길고 가늘어졌어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굶주린 유령처럼 보였죠.”1932~1933년 소비에트연방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00만~4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홀로도모르(굶주림에 의한 멸종)’라고 부른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앤 애플바움이 2017년에 출간한 <붉은 굶주림>(원제: Red Famine)은 홀로도모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소련의 볼셰비키 정권이 우크라이나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기획한 참사라는 사실을 800여쪽 분량으로 서술한다.기근은 먼저 신체를 파괴했다. 굶주린 사람들은 피부가 얇아지고 체내에 수분...

    2025.09.04 21:29

  • [책과 삶]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먹는 존재’ 인간의 철학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먹는 존재’ 인간의 철학

    먹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 노수경 옮김 유유 | 192쪽 | 1만5000원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피드를 채우는 상당수 콘텐츠는 영롱한 ‘때깔’을 자랑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과 영상들이다. 먹방이 넘쳐나고 맛집 앞에선 늘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을 만큼 음식에 진심인 세상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곧바로 답이 튀어나오긴 쉽지 않다. 맛나게 먹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쉽지 않을 수도, ‘맛있다’는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를 수도, 맛있는 이유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과 같은 답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대신 군대에서 고된 훈련 끝에 몰래 먹었던 라면이나 호되게 앓고 난 뒤 엄마가 끓여줬던 된장국처럼 삶의 순간이 녹아든 답변에 대체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의 농업사학자인 저자는 <먹는...

    2025.09.04 21:28

  • [책과 삶] 유전자 절반이 같은 사람과 벌레…그럼, 사람은 벌레인가
    유전자 절반이 같은 사람과 벌레…그럼, 사람은 벌레인가

    사람이 벌레라니 이준호 지음 이음 | 196쪽 | 1만7000원사람이 벌레다. 저자는 이같이 주장한다. ‘벌레 같은 인간’은 통상 모욕적인 말로 쓰이니, 저자의 주장을 흔쾌히 받아들이긴 어렵다. 약 30년간 진화의 비밀을 연구한 생물학자가 과학적인 근거로 독자를 설득한다.예쁜꼬마선충은 수많은 꼬마선충종 중 하나지만, 유전체 전체 정보가 알려진 최초의 동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위해 활용돼서다. 예쁜꼬마선충은 약 1억개 염기 서열로 모든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반면, 사람은 그보다 약 20배 많은 염기 서열을 가진다. 예쁜꼬마선충의 유전 정보를 분석한 후 이를 확장해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다.유전체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과 선충은 각각 약 2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은 사람에게도 있고 선충에게도 있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선충에 대해 ‘절반은 사람인 셈’이라고 한다. 예쁜꼬마선충은 체...

    2025.08.28 20:46

  • [책과 삶] 우리의 비민주적 밥상을 갈아엎자
    우리의 비민주적 밥상을 갈아엎자

    정의로운 식탁 트레이시 해리스·테리 깁스 지음 | 번역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 | 416쪽 | 2만2000원슈퍼마켓의 식품 코너. 파테, 초밥, 치즈, 오믈렛, 햄버거, 빌(veal)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많은 제품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형형색색 포장 용기에 담겨 있는 이 제품들을 구매한다. 이는 ‘맛있는 음식’으로 식탁에 오른다. 그것으로 끝일까. 이 ‘음식’은 원래의 모습이 거세된, 세상에 있었던 어떤 존재에서 기원한다.캐나다의 두 학자가 쓴 이 책은 인류의 먹는 행위를 둘러싼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들춰내고 지적한다. ‘정의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식품생산 시스템에서 동물은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병든 병아리는 부화장에서 아예 산 채로 분쇄기에 갈려 ‘요리’되고, 임신한 돼지는 소형 냉장고 크기의 우리...

    2025.08.28 20:46

  • [책과 삶] 세상의 끝날을 알면 인류는 ○○한다
    세상의 끝날을 알면 인류는 ○○한다

    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문학동네 | 212쪽 | 1만6000원종말이 확정된 세계,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인류의 모습은 어떨까. 작가 장강명이 생각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세상의 끝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재기발랄한 스무 편의 이야기를 써냈다.이야기는 소행성 충돌로 지구 멸망을 앞둔 인간 군상들의 대화로 시작된다. ‘부정’ ‘절망’ ‘타협’ ‘수용’ ‘사랑’ 5가지 챕터에 갈무리된 스무 편의 이야기들은 기발하고도 기괴하다. 특히 “믿기지가 않아”라는 문장으로 동일하게 시작되는 5편의 ‘종말’ 이야기에는 선택받은 자들과 버려진 자들, 끝내 살아남은 자들의 죽음과 이별, 슬픔과 유머가 교차한다.작가는 신과 마녀, 괴수, 초인적 존재, 외계인, 좀비 등 비일상적 존재들을 불러내 우리와 다른 듯 닮은 삶의 조각들을 보여준다. ‘잘 가요, 시리우스 친구들’에는 지구를 떠나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려는 시리우스인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인간이 등장하고, ‘알골’의 ...

    2025.08.28 20:46

  • [책과 삶] ‘젠더’는 위험하다는 우파의 환상이 위험하다
    ‘젠더’는 위험하다는 우파의 환상이 위험하다

    ‘반젠더’ 중심엔 종교단체·정치권 비판적 사유 없이 혐오 대상 규정 “페미니즘, 차이 인정 ‘정의 투쟁’” 주디스 버틀러, 전 지구적 고찰서 윤석열의 여가부 해체 시도 언급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정부 문서에서 사회적인 의미의 ‘젠더(gender)’ 대신 생물학적 의미의 ‘성(sex)’이라는 용어만 써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오늘부로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인종과 성별을 공공 및 사적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조작하려는 정부 정책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성 정체성을 국가나 사회가 규정하고 고정화하려는 시도는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성별과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일부 종교계와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2025.08.28 20:46

  • [책과 삶] 다가온 범용인공지능 시대, 함께 살아갈 준비 됐습니까
    다가온 범용인공지능 시대, 함께 살아갈 준비 됐습니까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김대식 지음 동아시아 | 260쪽 | 1만8000원들어가는 글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기계에 절을 하는’ 자신의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를 대비한 것이라는 농담이다. 하지만 인간을 넘어서는 범용인공지능(AGI)이 5년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마냥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엔 걱정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책에선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AGI 출현이 실제 임박했음을 전제로, 그 파급력과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윤리적·정치적·철학적 질문들을 던진다. AGI 출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공지능의 기술적 기초를 소개하고, 앞으로 문명을 좌우하게 될 미래 시나리오를 촘촘히 짚는다. 1장과 2장에선 50년 전 기술부터 2025년 봄에 나온 최신 결과까지 인공지능 기술의 역사를 다룬다. 책의 미덕은 관련 배경지식을...

    2025.08.28 20:46

  • [책과 삶] 영화·드라마와는 다른 진짜 법의학자 이야기
    영화·드라마와는 다른 진짜 법의학자 이야기

    죽은 자들은 말한다 필리프 복소 지음 | 최정수 옮김 민음사 | 276쪽 | 1만8000원CSI 시리즈 등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 타이벡 보호복을 입는다. 보호복을 입은 모습이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속 귀신처럼 보여 드라마나 영화의 배우들이 입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호복을 입고 몇분만 지나도 사우나에 있는 듯 땀이 흐른다고 한다.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범인이 남긴 머리카락이나 섬유 한 올이 사건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벨기에 법의학자인 저자는 “흔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30년 동안 경험한 사건들 중 그런 경우는 세 건뿐”이라고 했다. 그는 “범죄 현장에서 매번 흔적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라며 결국 사건 해결은 수사의 역량에 달렸다고 설명한다.살인 사건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사람의 죽음을 매일같이 맞닥뜨리면 즐겁지 않을 것이...

    2025.08.28 20:43

  • [책과 삶] 범죄자였던 데이터 기반 감시사회의 설계자
    범죄자였던 데이터 기반 감시사회의 설계자

    마약 운반책에서 단속국 요원 변신한 행크 애셔 디지털 데이터 처리 재능 발견 차량 정보 검색 시스템 개발 후 영역 확장데이터를 ‘정제’해 개인사 전체 파악 ‘9·11 테러리스트 사냥’에도 협조 ‘알고리즘화된 세상’의 창조자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행크 애셔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2013년 62세의 나이로 사망한 애셔는 개인정보에 기반한 현대적 초감시사회의 원형을 만들어놓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인물이다.미국 탐사보도 언론 프로퍼블리카 기자 매켄지 펑크는 <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에서 한때 마약 범죄자였던 애셔라는 인물이 어떻게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설계하고 소유한 남자’가 됐는지를 추적한다.애셔는 1951년 미국 인디애나주 밸퍼레이조에서 치과의사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2025.08.28 20:40

  • [책과 삶] 코리안 드림과 차이나 드림 사이…조선족의 궤적
    코리안 드림과 차이나 드림 사이…조선족의 궤적

    “아내도 갔다 남편도 갔다 삼촌도 갔다 모두 다 갔다 한국에 갔다 일본에 갔다 미국에 갔다 로씨야로 갔다… 잘살아보겠다고 모두 다 갔다 눈물로 헤여져서 모두 다 갔다 산다는 게 뭐이길래 산산이 부서져 그리움에 지쳐 살아야 하나…” (연변 대중가요 ‘모두 다 갔다’의 한 구절)현재 중국에는 약 200만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약 70만명이 길림성 남동부에 위치한 연변에 산다. 조선족은 19세기 말 먹고살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넌 한반도 출신 조선인들의 후예다. “만주에 가면 감자가 아기 머리통만큼” 크다는 소문을 듣고 떠난 이들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이들의 위치는 변했다. 처음 중국 땅의 조선인들이었으나, 1937년부터 1945년까지는 만주를 점령 중이던 일본의 신민이 되기도 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연변은 1952년 조선족자치주로 지정됐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공인한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중국 공민이 된다.냉...

    2025.08.2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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