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책과 삶
  • [책과 삶]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에 대한 감각, 세밀하게 형상화
    시각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에 대한 감각, 세밀하게 형상화

    무지개 눈| 김숨 지음 |민음사 |236쪽 |1만7000원“내가 보고 있던 무지개가 하늘에 뜬 무지개가 아니라는 걸, 내 흔들리는 눈동자에 뜬 무지개라는 걸 나는 도에게 말하지 않았다. 내 오른쪽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고 햇빛이 사선으로 비쳐 들면 무지개가 뜬다. 눈동자가 진동 속에 있는데다 사시여서, 햇빛이 눈동자에 맺힌 눈물방울을 통과할 때 굴절과 반사가 일어나며 무지개가 뜨는 걸 거다.”김숨 작가의 연작소설집 <무지개 눈>이 출간됐다. 다섯 명의 시각장애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들의 감각적 경험과 내면을 세밀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선천성 전맹, 저시력에서 후천성 전맹으로 변한 사람, 전맹과 지체장애를 함께 가진 중복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각 작품마다 한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감각이 생생하게 드러나면서, 단일한 개념으로 인식되던 장애는...

    2025.02.14 08:30

  • [책과 삶] 핵무기가 초래할 ‘인류 절멸’···72분 만에 수십억 사망
    핵무기가 초래할 ‘인류 절멸’···72분 만에 수십억 사망

    북한이 미국 워싱턴 외곽에 있는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을 겨냥해 1메가톤급 열핵폭탄(수소폭탄)을 발사했다고 가정해보자. 미국의 방어망이 요격에 실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열핵폭탄은 섭씨 1억도가 넘는 열을 내며 폭발한다. 1억도는 태양 중심부보다 4~5배 더 높은 온도다. 60만제곱미터 규모의 펜타곤 건물이 최초의 섬광과 열로 인해 먼지가 된다. 직원 2만7000명은 즉사한다. 펜타콘 인근의 건물은 해체되고 사람들은 까맣게 불타버린다. 동쪽으로 4킬로미터 떨어진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를 보던 관중 3만5000명의 몸에도 불이 붙는다. 이 관중들은 살아남더라도 극심한 3도 화상에 시달릴 운명이다. 3도 화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지절단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핵미사일이 폭발한 지 불과 3초 만에 벌어질 일들이다. 2분이 지나기 전에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핵미사일이 떨어진 그라운드 제로에서 16~19킬로미터 떨어진 구역에서는 불 붙은 새들이 비처럼 떨어져내...

    2025.02.14 08:00

  • [책과 삶] 떡잎부터 달랐던 빌 게이츠 성공은 ‘운’이었을까?
    떡잎부터 달랐던 빌 게이츠 성공은 ‘운’이었을까?

    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 안진환 옮김 열린책들 | 520쪽 | 2만6000원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설명이 불필요한 인물이다. 세계인의 삶을 바꾼 그의 기술·사업적 성취와 이후 자선 활동가로서의 지난날은 마치 신화처럼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이전의 삶은 비교적 베일에 싸여 있었다.<소스 코드: 더 비기닝>은 빌 게이츠의 첫 회고록이다. 유년기부터 운명적으로 컴퓨터와 만난 10대 시절, 스무 살에 하버드 대학을 나와 MS를 창업한 20대 초반 이전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총 3부작으로 예정된 회고록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1955년 시애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게이츠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였다. 무엇이든 흥미를 느끼면 무섭게 몰두했다. 반면 흥미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 상호 작용’에는 조금의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

    2025.02.13 21:12

  • [책과 삶] 신의 ‘자기의식’을 분석하다
    신의 ‘자기의식’을 분석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신학 1·2김상봉 지음도서출판 길 | (1·2권 도합) 1932쪽 | 20만원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제12권에 대한 주석서를 내놨다. <형이상학> 12권 원문은 20여쪽에 불과하나 김 교수의 주석은 2000쪽 분량이다. 서양 고전철학 전공자인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주>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 그려진 헤라클레이토스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세상을 등지고 웅크린 채 생각에 잠긴 철학자. 실제로 이 철학자는 속세를 떠나 은둔의 삶을 살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나 자신을 탐색했다.” 이런 삶의 모습이 극단적인 형태로 투영된 존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이다. 이 신은 세계 밖에서 생각에 몰두한다. 그는 자기 충족적인 존재로서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으며, 순수 정신으로서 생각에 몰두하지만 그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신은 “생각의 생각”이고 이 ...

    2025.02.13 21:12

  • [책과 삶] ‘날개 달린 쥐’라고?···비둘기는 억울하다
    ‘날개 달린 쥐’라고?···비둘기는 억울하다

    나쁜 동물의 탄생베서니 브룩셔 지음|김명남 옮김북트리거|508쪽|2만4000원이야기는 저자의 뒷마당의 사는 청설모 ‘케빈’으로부터 시작됐다. 케빈은 저자가 공들여 키우는 토마토가 채 익기 전 한입씩 맛보았다. 해마다 해마다 모든 열매를. 당연히 저자가 먹을 수 있는 열매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감탄하며 바라볼 복슬복슬하고 통통한 청설모 케빈은 저자에게 유해동물이 되었다. 케빈은 저자의 토마토를 앗아갔지만, 대신 영감을 주었다.저자는 과학자, 역사학자, 야생동물 관리자 등을 만나고 유해동물을 직접 찾아다니며 왜 사람들이 어떤 동물은 유해동물로 여기며, 어떤 동물은 사랑해 마지않는지 탐구한다.어떤 동물은 사랑받다 미움받았고, 어떤 동물은 혐오의 대상이다가 감탄의 대상이 됐다. 아메리카 대륙 초기 정착민들에게 늑대는 소, 양, 사슴 등 고기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이었다. 정부가 포상금을 내걸어 사람들이 늑대를 마구 사...

    2025.02.13 19:53

  • [책과 삶] 코로나에 무너진 인간…연결·공감으로 희망 찾다
    코로나에 무너진 인간…연결·공감으로 희망 찾다

    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민승남 옮김|열린책들|320쪽|1만6800원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뒤덮었던 2020년 봄, 뉴욕은 봉쇄령으로 인해 고요한 침묵에 잠긴다. 맨해튼에 사는 소설가인 화자는 지인의 부탁으로 캘리포니아로 떠난 한 부부의 반려 앵무새 ‘유레카’를 돌보게 된다. 원래는 한 대학생이 맡기로 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진 탓에 화자가 급히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관계와 접촉이 단절된 시기, 화자는 유레카를 돌보는 일이 뜻밖의 위안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에 대해 유레카가 느낀 고마움이 아무리 커도 나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그 기이하고 불안했던 시기의 나에겐 유레카와 함께 있을 때 시간이 제일 빨리 지나갔다. 매일 아침 기대에 부풀어 눈을 뜰 수 있었던 건, 기괴하리만큼 인적 없는 거리를 몇 블록 ...

    2025.02.07 08:30

  • [책과 삶] 노동자 삶 뭉개고 돈만 좇는 억만장자 ‘다보스맨’
    노동자 삶 뭉개고 돈만 좇는 억만장자 ‘다보스맨’

    스위스 다보스는 인구 1만명 남짓한 작은 도시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1월 말이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 지도자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부터 유명 학자와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파워 엘리트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기 때문이다.‘다보스맨’은 2004년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고안한 표현이다.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리는 WEF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억만장자들을 지칭한다. 다보스포럼을 수차례 취재한 뉴욕타임스(NYT) 기자 피터 S. 굿맨에 따르면 이들은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야수’다. “그것은 희귀하고 놀라운 생명체로,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거침없이 공격하는 포식자이며, 다른 사람의 영양분을 빼앗는 동시에 모두와 공생하는 친구로 위장하여 보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책 판매에서 시작해 지금은 4억종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은 세계화된 분업 체제와 물류 혁신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2025.02.07 08:00

  • [책과 삶] 신라 왕은 평소 ‘금관’ 썼을까…문화유산에 숨은 이야기 탐험
    신라 왕은 평소 ‘금관’ 썼을까…문화유산에 숨은 이야기 탐험

    발굴과 발견도재기 지음 | 눌와 | 364쪽 | 2만4000원신라를 다룬 사극을 보면 왕은 언제나 금관을 쓴다. ‘出’ 모양과 사슴뿔 모양의 틀, 금실에 매달린 옥으로 장식한 금관의 독창적 조형미 때문일 것이다. 신라 금관은 해외로부터 전시 출품 요청을 많이 받는 대표적 문화유산이기도 하다.그런데 정말 신라 왕이 금관을 썼을까. 연구가 진행될수록 금관은 왕이 국정 수행 중 실제 쓴 것이 아니라 장례용품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판이 너무 얇아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장식물이 많아 머리를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라 왕이 실제 왕관을 썼다면 머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일해야 했을지도 모른다.1971년 12월25일 동국대박물관 불교유적 조사단은 울산 울주군 주민들에게 제보를 받았다. 조사단의 불교유적 조사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주민들이 “저 아래 바위 절벽에 호랑이 같은 이상한 그림이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배를 타고 ...

    2025.02.06 21:02

  • [책과 삶] 한밤의 일탈은 대낮의 현실을 바꾸지 못했지만…
    한밤의 일탈은 대낮의 현실을 바꾸지 못했지만…

    밤의 몽상가들 |뤼도빅 에스캉드 지음 |김남주 옮김 |알마 |216쪽 |1만6800원“전면에는 몽파르나스 타워가 있고 그 너머에는 에펠탑, 북쪽으로는 사크레쾨르 성당, 서쪽으로는 팡테옹의 돔이 로마의 환영처럼 파리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불 밝힌 창들의 희미한 빛이 도시를 밝히고 빛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지붕 위의 그런 가벼움 덕택에 관조의 시간을 즐기고, 마음의 걱정을 내려놓는다.”자정 무렵의 파리 생제르맹데프레 구역, 고요한 어둠 속에서 두 남자가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등반화를 신고 하네스와 하강기, 랜턴까지 준비한 그들은 파리 기네메르 9번지에서 시작해 조용히 성당 광장으로 향한다. 성당에 잠입한 이들은 경사면을 오르고 예배당 사이를 지나 탑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랜턴 불빛으로 길을 밝히며 마침내 탑 꼭대기 테라스에 올라선 이들의 눈앞에 파리의 야...

    2025.01.24 08:30

  • [책과 삶] ‘내전 위험구간’에 들어선 미국
    ‘내전 위험구간’에 들어선 미국

    1776년 건국 이후 세계 민주주의의 선도 국가였던 미국에서 내전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을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2021년 1월6일 이후 미국에서는 내전을 더 이상 후진국들의 전유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내전과 테러리즘 전문가인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특훈 교수 바버라 F. 월터는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미국이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은 ‘위험 구간’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1974년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테드 로버트 거 교수가 고안한 아노크라시(anocracy)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거 교수는 전 세계 국가들의 정치 체제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정치체 점수’를 매겼다. 완전 독재 국가는 -10점, 완전 민주주의 국가는 +10점이다. 아노크라시는 정치체 점수표에서 -5점에서 +5점 사이의 점수를...

    2025.01.24 08: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