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 전체 기사 26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공뿐 아니라 말들이 부딪치는 공간…청산 대상 된 ‘쫑’ ‘삑사리’는 억울하다
    공뿐 아니라 말들이 부딪치는 공간…청산 대상 된 ‘쫑’ ‘삑사리’는 억울하다

    당구의 원산지는 본래 유럽이지만일본 통해 장비·규칙 유입되면서사용하는 용어도 모두 일본어 많아과거 건달·불량배 스포츠로 인식일본풍인 용어도 청산 대상 치부하지만 상당수는 뿌리가 영·불어 일부는 일상생활 전반에서 활용대부분 음운변화 겪으며 국적 상실다양한 용례 통해 이미 ‘국산화’말소리만으로 직관적 의미 전달쫑·삑사리도 금지할 이유가 없다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보이는 동네의 건달들, 한쪽 구석의 때에 전 소파에 앉아 짜장면 냄새를 피우는 이들, 몇 시간째의 노름 경기에 오고 가는 때 묻은 돈들, 과거의 풍경은 이랬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창덕궁과 덕수궁에 마련된 공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를 즐기던 고종과 순종의 모습이 있었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규격의 설비를 갖춘 밝고 쾌적한 공간에서 조용히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대한제국 시절에는 ‘옥돌실’이라고 불렸던 당구장의 모습...

    2024.03.14 06:00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가슴 설렌 ‘약속’ 지금 어디에…옛날식 다방에선 ‘추억’을 판다
    가슴 설렌 ‘약속’ 지금 어디에…옛날식 다방에선 ‘추억’을 판다

    학림, 을지다방, 브람스…“쌍화차에 노른자?”를 묻는 레지는 없지만 삼삼오오 세월을 마시고,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는 이들이 있다 사라져서 더 그리운 곳, 지금 대학로 다방엔 젊은이들이 가득 홀연히 자취를 감춘 다방처럼 차 한 잔 나눌 그 사람도 떠날지 모른다“우리, 언제”라 하지 말고 당장 마주할 곳을 찾자…“오래오래 가게”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았다. 고희를 바라보는 대학로의 ‘학림’, 그리고 곧 나이 사십이 되는 을지로의 ‘을지다방’과 안국동의 ‘브람스’이니 저마다의 자리에서 나처럼 늙은 다방이다. 앉으면 푹 꺼지는 푹신한 ㄱ자 소파, 낡은 LP와 스피커, 한쪽 벽면을 메운 세로글씨의 메뉴를 보면 틀림없는 옛날식 다방이다. 그런데 나름대로 멋을 부리고 실없이 농담을 던지는 마담과 찰지게 껌을 씹으며 “아저씨, 쌍화차에 노른자 동동?”이라 묻는 ‘레지’가 없다. 그래도 걸쭉한 쌍화차와 비엔나커피가 있고 혼자 앉아서 추억을 곱씹거나 쌍쌍이 혹...

    2024.02.28 21:08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아픈 환자에게 필요한 건…약뿐 아니라 따뜻한 ‘소통의 말’
    아픈 환자에게 필요한 건…약뿐 아니라 따뜻한 ‘소통의 말’

    때로는 ‘환자분’의 가슴앓이에 약보다는 말이 특효약 최고의 전문가인 의사들은 전문지식을 잘 풀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약 주고 ‘말’ 줘야 진정한 의미의 종합병원검사와 의사는 싫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기는 하나 죄를 지으면 만나는 이, 병에 걸리면 만나는 이니 좋을 수가 없다. 그래도 검사는 일생 동안 만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의사는 피하기가 쉽지 않거나 오히려 자주 만나는 것이 좋다. 병원의 분만실에서 생을 시작하고 영안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렇다. 중병에 걸리기 전에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자주 만날 수 있다면 그것도 축복이다. 그러니 의사는 좋아해야 한다.많은 의사들이 모여 있는 곳, 진단과 치료를 위한 수많은 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 그곳을 우리는 종합병원이라 부른다. 동네 의원에서 ‘큰 병원’을 권하면 무섭지만, 온갖 병을 달고 사...

    2024.02.14 22:18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오우바’와 ‘친구’ 손잡고…경계를 넘어 ‘꽃길’로 가자
    ‘오우바’와 ‘친구’ 손잡고…경계를 넘어 ‘꽃길’로 가자

    한글로 쓰인 최초의 ‘표준 한국어’ 조선 왕실 출발한 함경도서 유래 중국 내 조선어도 같은 뿌리 공유 간판마다 한자와 함께 박힌 한글 한·중 넘나들며 표현 범위 넓혀 세대 바뀌어도 일상 속 무한 변주‘사과배’처럼 새로운 가능성 열길“손님 여러분, 연길 서역에 곧 도착하게 됩니다. 내리실 분들은 미리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잠결에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소스라치듯 잠을 깬다. 이곳은 틀림없는 중국 땅, 그런데 열차의 안내방송이 한국어로 나온단 말인가? 열차에서 내린 후 역사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낯익은 한글 안내문이 보인다. 그렇다. 여기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 옌지시다.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조선족의 중심지다. 이들의 고유한 언어인 조선어가 중국어와 대등한 대접을 받는, 길거리나 시장 어디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리는 땅이다.한·중...

    2024.01.31 22:00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사람도, 문화도, 말도 어서 타세요…‘세계행’ 열차 출발합니다
    사람도, 문화도, 말도 어서 타세요…‘세계행’ 열차 출발합니다

    상행·하행 구분이 지역 차별 불러…부산행 열차는 부산행일 뿐비둘기호 등 느린 열차 사라지며 서울말의 지역 전파도 빨라져역사 표지판, 언어 약자 배려 부족…통일로 ‘런던행’ 가능해지길“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야 하네. 예정된 시간표대로 떠나야 하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1992년에 발표된 송대관의 ‘차표 한 장’, 30년 넘게 세월이 흘렀으니 이 노랫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2024년 서울역 풍경 속에 차표 한 장을 손에 들고 떠나는 이는 극히 드물어졌다. 창구에서 표를 끊고, 개찰구에서 역무원의 검표를 받고, 열차에 올라 수시로 승무원의 검사를 받고, 도착해서도 차표를 보여줘야 했던 풍경은 이제는 잊힌 지 오래다. ‘상경’과 ‘귀성’이란 말이 흔히 쓰이던 시절에는 ‘상행’과 ‘하행’ 역시 흔히 보이던 글자였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없다.길은 오고 가라고 있는 것, 그 길 중에 철도는 반드시 그 길로만 다니라고...

    2024.01.17 21:30

  •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시끌벅적 팔도 언어 ‘모듬’…‘싯가’ 따라 크고 작은 행복 한 접시
    시끌벅적 팔도 언어 ‘모듬’…‘싯가’ 따라 크고 작은 행복 한 접시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비린내·땀내 섞인 공간과 어우러져 살아 움직이는 이름들 의미 안 맞는 간판부터 ‘스키’ ‘세꼬시’ ‘마스카와’ 같은 정체불명 일본어 유래 단어까지 깐깐한 국어 선생의 눈으로 보면 ‘엉터리투성이’지만…결국 우리 언어를 풍성하게 하는 자산‘소정방(蘇定方)이 왔다(來)’ 해서 소래라고? 단언컨대, 소정방은 이곳에 오지 않았다. 당나라 군대를 이끄는 소정방이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더라도 땅 이름은 그리 함부로 짓지 않는다. 소래의 한자 또한 ‘蘇萊’이니 이런 지명 유래는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굳이 지명 유래를 찾고자 한다면 ‘소나무 숲 사이를 흐르는 내’를 뜻하는 ‘솔내’에서 찾는 것이 낫겠다.소정방은 소래에 오지 않았지만 서울과 경기 일원의 맛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전국은 물론 해외의 각종 바다 산물은 죄다 이곳으로 모인다. 수인선 협궤 열차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하는 나이 지긋한 이들, 여기저...

    2024.01.03 21:28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