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허진무의 호달달
  • [허진무의 호달달]“천재지만 미쳤어요” 끝까지 가는 매운 짬뽕 호러
    “천재지만 미쳤어요” 끝까지 가는 매운 짬뽕 호러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천재지만 미쳤어요.” 호러 영화 팬들에게 ‘호러 프린스’라고 불리는 배우 샘 닐은 2023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닐은 줄랍스키 감독의 영화 <포제션>(1981)을 자신의 배우 경력에서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꼽는다. 닐은 <포제션> 출연을 떠올리며 “정말 미치도록 빌어먹게 초현실적인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나도 <포제션>을 보면서 닐과 같은 시간을 경험했다.<포제션>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 서독일의 쓸쓸한 풍경에서 시작한다. 분홍색 양말을 신은 남자를 감시하던 스파이 ‘마크’(샘 닐)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 ‘안나’(이자벨 아자니)의 표정은 차갑다. 마크는 안나가 ‘하인리히’(하인츠 베넌트)라는 남자와 외도 중이란 사실을 알고선 대판...

    2025.02.20 07:00

  • [허진무의 호달달]“자니가 왔다!” 세월이 알려준 ‘궁극의 호러 영화’
    “자니가 왔다!” 세월이 알려준 ‘궁극의 호러 영화’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완벽주의로 소문난 영화감독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극성인 위인을 꼽으라면 단연 스탠리 큐브릭이다. 한 장면을 100번 넘게 다시 촬영하는 완벽주의자 중의 완벽주의자가 만든 호러 영화는 어떨까. 큐브릭의 호러 영화 <샤이닝>(1980)을 보면 편집, 촬영, 미술, 음악까지 요소 하나하나가 다이아몬드 커팅처럼 완벽하게 세공된 호러 세계에 떨어진 기분이 든다.주인공 ‘잭’(잭 니콜슨)은 겨울 동안 미국 콜로라도주 오버룩 호텔의 관리인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교사 일을 그만두고 느긋하게 소설을 쓰던 잭에게는 제격이었다. 전임 관리인이 아내와 쌍둥이 딸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말을 듣지만 개의치 않는다. 잭은 아내 ‘웬디’(셜리 듀발)와 아들 ‘대니’(대니 로이드)를 데리고 호텔에서 생활한다. 대니는 상상의 친구 ‘토니’와 대화하는 우울한 소년...

    2025.02.06 07:00

  • [허진무의 호달달]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텔레~ 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어렸을 적 자주 듣고 불렀던 동요다. 그땐 TV 방송의 인기가 정말 대단했다. 유치원 시절 동물원에 소풍을 갔는데 방송국 카메라가 등장하자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갔다. 예쁜 아나운서 누나가 말했다. “TV 나오고 싶은 사람?” 아이들이 “저요! 저요!” 광란하며 마구 손을 흔들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른이 되고서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비디오드롬>(1983)을 봤을 때 부지불식간에 텔레비전 타령하는 저 동요가 떠올랐다.TV 화면 속 여자가 말한다. “맥스, 다시 시간 됐어요. 괴롭겠지만 천천히 정신 차릴 시간이에요. 저는 꿈이 아니에요.” 캐나다의 83번 채널 방송사 사장 ‘맥스’(제임스 우즈)는 음란물과 폭력물의 짜릿한 자극을 파는 사람이다. 어느 날 맥...

    2025.01.23 07:00

  • [허진무의 호달달]어서 와, ‘달리는 좀비’는 처음이지
    어서 와, ‘달리는 좀비’는 처음이지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좀비는 수없이 많은 호러 영화가 사랑하는 캐릭터다. 세계 최초의 좀비 영화인 <화이트 좀비>(1932),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7), <좀비의 역병>(1966)은 모두 부두교 주술을 다룬 작품이었다. 현대 관객이 ‘좀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구축한 좀비 영화는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최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좀비 영화 장르는 로메로 영감의 그림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002)가 깜짝 등장해 좀비 영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28일 후>는 영화사상 최초로 ‘달리는 좀비’가 나오는 작품이다.<28일 후>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력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사람을 ...

    2025.01.09 07:00

  • [허진무의 호달달]‘위커 맨’이 나타나면 내가 믿던 세계가 무너진다
    ‘위커 맨’이 나타나면 내가 믿던 세계가 무너진다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위커 맨’이란 버드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거대한 허수아비다. 고대 로마의 전쟁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지은 <갈리아 원정기>에 따르면 고대 영국 켈트 족의 사제인 드루이드는 위커 맨 속에 죄인이나 포로를 가두고 불을 질러 신에게 인신공양(人身供養)을 했다. 현대 미국과 유럽 곳곳에선 이런 고대 종교를 되살리려는 ‘신이교주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로빈 하디 감독의 영화 <위커 맨>(1973)은 신이교주의 공동체를 다루는 ‘포크 호러’의 고전이다.영국 경찰관 ‘하위’(에드워드 우드워드)는 열두 살 소녀가 실종됐다는 제보를 받고 서머아일 섬으로 향한다. 하위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남근상을 숭배하거나 벌거벗은 채 춤을 추고, 어른들이 들판에서 공공연하게 섹스하는 모습에 기겁한다....

    2024.12.26 07:00

  • [허진무의 호달달]컬트의 끝판왕, 해석하지 말고 체험하세요
    컬트의 끝판왕, 해석하지 말고 체험하세요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컬트’란 대중적이지 않지만 독특한 매력 덕분에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을 뜻한다. 영화사를 살펴보면 컬트라고 불리는 작품과 감독이 많지만 컬트의 ‘끝판왕’으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을 꼽는 데 반대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엘리펀트 맨>(1980), <블루 벨벳>(1986), <로스트 하이웨이>(1997),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인랜드 엠파이어>(2006)와 TV시리즈 <트윈 픽스>까지 린치는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자신만의 컬트 세계를 만들어왔다. 자신이 영화를 좋아하고 컬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린치를 꼭 경험해야 한다.데이비드 린치의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1977)는 ‘린치 월드’의 가장 원초적인 호러를 직관할 수 있...

    2024.12.12 07:00

  • [허진무의 호달달]그것이 온다, 온다, 온다…콜라 같은 잔혹 호러
    그것이 온다, 온다, 온다…콜라 같은 잔혹 호러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최근 한국에서 호러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 기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을 보러 관객 687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꾸준히 호러 영화를 연출한 장재혁 감독은 정말 소중한 존재다. <검은 사제들>(2015)은 544만명, <사바하>(2019)는 239만명, <파묘>(2024)는 무려 1191만명이 관람해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반면 2000년대 ‘J호러’ 강국이었던 일본에선 요즘 호러 영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J호러는 ‘김 빠진 콜라’ 같다고 건방지게 치부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온다>(2018)는 머릿속까지 짜릿짜릿한 탄산 폭탄 같은 영화였다.‘히데키’(츠마부키 사토시)는 성공한 회사원이다. 부인 ‘카나’(쿠로키 하나)와 딸이 함께 ...

    2024.11.28 07:00

  • [허진무의 호달달]“관등성명! 관등성명!” 군대야말로 진짜 호러야
    “관등성명! 관등성명!” 군대야말로 진짜 호러야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관등성명’(官等姓名)이란 보직·계급·성씨·이름을 뜻한다. 군대에서 상관이 부르거나 상관과 악수하면 “병장 허진무!” 하는 식으로 관등성명을 외친다. 그런데 군복무를 하기 전에도 공수창 감독의 <알 포인트>(2004)를 보고 관등성명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상대가 전우인지 귀신인지 모를 공포에 휘말린 소대장은 외친다. “관등성명! 관등성명!” 부대원들이 오직 관등성명으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하는 장면은 가히 군대 정훈자료로 쓸 만하다. <알 포인트>는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밀리터리 호러 영화의 최고 명작으로 꼽힌다.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72년.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혼바우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로 산전수전을 겪은 군인이다. 한중...

    2024.11.14 07:00

  • [허진무의 호달달]유령 가면 살인마, ‘처녀’만이 이길 수 있다고?
    유령 가면 살인마, ‘처녀’만이 이길 수 있다고?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헬로우, 시드니.” 전화 너머로 굵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비명을 지르듯 일그러진 유령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를 걸친 연쇄살인마가 나타나 칼을 마구 휘두른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1996)은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사람을 난도질하는 ‘슬래셔’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이다. 어린 시절 사무치게 보고 싶어 동네 비디오 대여점 사장님을 어떻게든 구슬려 빌려보려고 애썼던 추억이 떠오른다. 비디오 테이프에 붙어 있던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웠다.고교생 ‘시드니’(니브 켐벨)는 친구 ‘케이시’(드루 배리모어)와 그의 남자친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다. 시드니의 어머니도 1년 전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자 ‘게일’(코트니 콕스)이 나타나 케이시 사건을 취재...

    2024.10.31 07:00

  • [허진무의 호달달]대학생 살인 비디오…나는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대학생 살인 비디오…나는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대학생 앙헬라(아나 토렌트)는 ‘영상물의 폭력’에 대한 학위논문을 준비한다. 논문 지도 교수에게 TV에서 방영하지 못하는 아주 폭력적인 장면을 영상자료실에서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폭력 영화 매니아로 알려진 학생 체마(펠레 마르티네즈)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교수는 영상자료실에서 비디오를 보다 돌연 사망한다. 비디오는 여성이 괴한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스너프 필름’(실제 살인을 촬영한 불법 영상)이었다. 앙헬라와 체마는 살해당한 여성이 2년 전 실종됐던 바네사(올가 마갈로)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을 추적한다. 앙헬라는 바네사의 친구였던 보스코(에두아르도 노리에가)를 의심하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느낀다.예술가의 정수(精髓)를 데뷔작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데뷔작은 예술의 꽃씨가 발아할 때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담는...

    2024.10.17 07: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