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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 가장 많이 본 영화, ‘퇴마 호러’의 조상님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사람에 붙은 악령을 쫓아내는 ‘엑소시즘’(퇴마 의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기심을 쿡쿡 건드린다. 천주교의 장엄구마, 개신교의 축사, 무교의 씻김굿 등이다. 여러 호러 영화가 엑소시즘을 소재로 삼았고 걸작도 많이 나왔다. 이런 ‘퇴마 호러’의 ‘조상님’ 격인 효시라면 오직 단 하나의 영화를 가리켜야 한다. 50년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다섯 번 봤다”며 “인생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라고 말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다.랭커스터 메린 신부(막스 폰 쉬도브)는 이라크에서 유적을 발굴하다 악마 조각을 발견하고 불안해한다. 한편 유명 배우 크리스 맥닐(엘런 버스틴)과 딸 리건(린다 블레어)은 미국 조지타운의 고급 저택에 산다. 리건은 ... -
카메라 너머의 귀신아, 무섭게 왜 이러니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아시아의 호러 영화 강국을 꼽으라면 먼저 일본이 떠오른다. 일본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1998),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주온>(2002),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착신아리>(2003)가 이른바 ‘J호러’라고 불리는 2000년대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일본 이상으로 꾸준히 수작을 만들어내고 대중의 인기도 높은 국가가 있다. 바로 태국이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팍품 웡품 감독의 <셔터>(2004)는 ‘태국을 대표하는 호러 영화’라고 지칭해도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사진작가 턴(아난다 에버링엄)과 제인(나타위라눗 통미)은 연인 사이다. 턴의 친구 결혼식에 들렀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한 여인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다. 당황한 이들은 사고 현장에서 도망간다. 이후 이들은 악몽이 시달리고 ... -
스타워즈 감독이 질투한 천재는 어떤 영화를 찍었나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1980년대에 미국 영화를 이끌어나갈 재목으로 꼽히던 감독이 세 명 있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그리고 ‘존 카펜터’였다. 존 카펜터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계실지도 모르겠다.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대자본을 투자받아 각각 <죠스>(1975)와 <스타워즈>(1977)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카펜터는 할리우드 주류에서 벗어나 주로 저예산 호러 영화의 길을 걸어왔다. 카펜터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매드니스>(1995)를 가장 좋아한다.주인공 존 트렌트(샘 닐)는 제법 실력 좋은 프리랜서 보험 조사관이다. 트렌트는 한 출판사로부터 실종된 공포소설 작가 서터 케인(위르겐 프로크노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서터 케인의 작품은 공포스러울 정도의 열광적 인기를 끌고 있다... -
살인마의 정체는 감독님…색감의 천재일까 변태일까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딥 레드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출연 데이비드 헤밍스, 다리아 니콜로디, 가브리엘 라비아, 마샤 메릴상영시간 127분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이름을 들으면 바로 머릿속에 검은색 가죽 장갑이 떠오른다. 아르젠토의 ‘지알로’ 영화들에 등장하는 살인마들이 대부분 장갑을 꼈기 때문이다. 지알로는 이탈리아어로 노란색인데 영화 용어로는 이탈리아의 독특한 호러 영화들을 말한다. 잔혹한 살해 장면, 화려한 미장센과 음악이 지알로의 특징이다. 루치오 풀치, 마리오 바바, 미셸 소아비 등의 지알로 대가들이 많지만 단연 다리오 아르젠토가 ‘지알로의 제왕’이라고 생각한다.스무살이 갓 넘은 시절 아르젠토의 영화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당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없던 시절이라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를 하나씩 모아 컴퓨터 화면으로 봤다. 조악한 화질... -
‘나는 누구인가’ 알아버린 당신, 살인을 할까요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긴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큐어감독 구로사와 기요시출연 야쿠쇼 고지, 하기와라 마사토, 우지키 츠요시, 나카가와 안나상영시간 111분타인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죽이진 않았다. 대부분의 인간이 살인하지 않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동족(同族) 간에도 서로 죽인다. 어쩌면 인간은 진실한 살의를 외면하고 자연의 순리에 거스르며 사는 것은 아닐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는 왠지 더 이상 생각하면 위험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일본 도쿄에서 연이어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체포된 피의자들은 직업, 성별, 나이, 주소가 모두 달라 서로 아무 관계가 없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흉기로 상대의 목부터 가슴까지 엑스(X) 자를 긋는 방식으로 살해했다는 것이... -
한국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감독, 기이한 영화
영화를 사랑하고, 특히 호러 영화를 사랑하는 기자가 ‘호달달’ 떨며 즐겼던 명작들을 소개합니다. 호러 영화는 우리 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가장 진보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께 공포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격주 목요일에 찾아갑니다.이어도감독 김기영 출연 이화시, 김정철, 박정자, 박암, 권미혜 상영시간 110분김기영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감독이고, <이어도>(1977)는 김기영의 가장 기이한 영화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달 역대 최고의 한국영화 100편을 선정하며 김기영의 <하녀>(1960)를 1위로 꼽았다. 하지만 김기영의 미학이 총체적으로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은 단연 <이어도>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골이 띵한 충격과 마력적인 매혹감이 뒤섞여 그야말로 기이한 기분이었다.관광회사 기획부장 선우현(김정철)은 제주도에 ‘이어도’라는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전설의 섬 이어도를 찾는 관광선을 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