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지 10년,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겪고 새 임금이 즉위한 지 2년이 되던 1402년(태종 2), 의정부에서는 한 폭의 세계지도를 완성했다. 우리가 지금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라고 부르는 바로 그 지도이다. 서쪽으로 아프리카부터, 동쪽으로 일본까지. 유라시아 대륙 거의 전부를 담고 있는 이 지도에 대해 권근은 이렇게 설명했다.“천하는 지극히 넓다. 안으로는 중국으로부터 밖으로는 사해까지 닿아 몇천만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을, 요약하여 몇자 폭에 그림으로 그리니 상세하게 기록하기 어렵다.”권근의 말대로 이렇게 광활한 세계를 요약해서 인간이 볼 수 있는 크기로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정보의 부재도 문제지만, 방대한 정보 중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 결단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렇다면 조선은 어떠한 정보를 선택했는가?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그러므로 지도란 것이 대부분 소략한데,...
2026.02.03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