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옛사람들이 공간에 부여한 의미 딜쿠샤 저택 앞 은행나무 고목 길흉사를 예고했다는 믿음도 대를 거듭하는 영원한 계승이란 상징성을 가진 아름드리나무엔 인간 공동체의 염원이 담겨있다어린 시절 살던 동네에 개천이 있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 같은 멋진 정경이면 좋았겠지만, 1980년대 서울 변두리에서 그런 경치는 기대할 수 없었다. 동네 하수가 여과장치도 없이 콸콸 쏟아져 악취가 고약하던 그 개천을 아이들은 모두 ‘똥개천’이라 불렀다. 한때 이 개천이 맑아서 빨래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얘기를 토박이 친구들에게 듣기도 했지만, 사실 그 친구들도 직접 본 적은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였다. 더럽기는 했어도 개천은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었다. 봄이면 개구리가 깨어나고 제비가 날아들었으며, 가을이면 짝짓기하는 잠자리가 분주히 날아다녔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아름드리...
6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