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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의 美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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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 끝의 美학]화려한 잔치에 담긴 개성상인 위상
    화려한 잔치에 담긴 개성상인 위상

    개성 유지 64명 ‘노인 연대’ 모임 기념 가을 송악산·다채로운 인간 군상 표현 홍의영의 글과 유한지 서예로 격 높여 정조가 “무릇 그림에 속하는 일이면 모두 주관토록 했다”고 친히 기록한 최고의 궁중화원, 단원 김홍도(1745~1806년 이후)다. 그의 만년의 걸작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 전시돼 있다. 1804년 9월 개성 유지 64명이 고려 왕궁터인 송악산 만월대에서 개최한 모임을 기념하는 그림이다.김홍도는 화면 상부에 넉넉히 여백을 두고 송악산을 비스듬하게 배치했다. 그 여백을 간재 홍의영(1750~1815)의 수려한 행서가 채우고 있는데, 글이 없었다면 탁 트인 공간 가운데 송악산이 더 돋보였을 듯도 하다. 글 쓸 자리를 미리 안배한 것인지 시원한 여백을 무심히 막아버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무척 귀하게 글줄을 대접하고 있음이 확연하다.홍의영의 글은 약 200년 전인 1607년에 있었던 선조들의 ...

    2026.07.08 20:28

  • [붓 끝의 美학]엄동설한 끝에 틔운 망울…늙은 화가의 ‘매화시’
    엄동설한 끝에 틔운 망울…늙은 화가의 ‘매화시’

    작은 화첩을 펼치니 굳센 줄기가 뒤틀려 있다. 화가는 이지러진 붓을 거침없이 쳤다. 짧게 찍은 점은 해묵은 껍질이 되고, 쓱쓱 그은 선은 새로 돋은 가지가 되었다. 그 끝에 매화가 피었다. 꽃잎 그리는 품자(品字) 법식은 잊은 지 오래, 무심하게 붓을 돌리고 노란 물감을 툭툭 찍어 꽃술을 그렸다. 암향(暗香)은 이미 허공에 퍼졌으니, 꽃잎은 이윽고 바람에 질 것이다. 1804년, 나이 예순의 김홍도는 봄을 기다리며 ‘갑자동(甲子冬) 단구(丹邱)’라 쓰고 ‘권농지가(勸農之暇)’ 인장을 찍어 그림을 마무리했다.김홍도(金弘道·1745~1806년 이후)는 정조(재위 1776~1800) 시대를 그려낸 화가다. 우리 땅과 사람을 포착한 실경산수화와 풍속화, 고전의 참맛을 풀어낸 고사인물화, 자연의 한 자락을 저며낸 화조영모화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은 한 사람이 이루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넓고 깊다. 정조는 이 천재를 참으로 아꼈다. 차비대령화원은 왕명을 받드는 화가인 만큼...

    2026.06.24 20:44

  • [붓 끝의 美학]밑그림 뒤 7년…비워서 채운 생동감
    밑그림 뒤 7년…비워서 채운 생동감

    검은빛 대신 바위 결의 형태미 살리고돌기둥 모아 필선 진하기로 깊이 연출선택과 집중, 비움과 채움의 묘미 탁월영조(재위 1724~1776)가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읽으며, “대관령 동쪽 지역을 보았는가”라고 물었다. 정2품 관리 원경하가 “미처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시 “괴이한 돌이 있다는데 그러한가?”라고 왕이 묻자, 원경하는 “그림을 보니 강원도 통천(通川)에 총석정(叢石亭)이 있는데 매우 기괴합니다”라 말했다. 왕은 “그곳은 진실로 좋으니 승경(勝景)에 들어가야 한다”고 명했다. 1746년 음력 5월1일 영조가 경연(經筵·왕과 신하가 책을 읽고, 국정 현안을 논하는 자리)에서 나눈 대화이다. 신하가 ‘기괴하다’고 하고, 왕이 ‘진실로 좋다’고 한 총석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가 바로 총석정이다.‘총석’은 총총히 서 있는 바윗돌로, 용암이 식으며 형성된 주상절리(柱狀節理) 돌기둥이 모여 있는 형상을 칭한다. 주상절리 돌기둥이라...

    2026.06.08 20:16

  • [붓 끝의 美학]이토록 생생한 이웃의 일상…전지적 ‘당사자’ 시점이니까
    이토록 생생한 이웃의 일상…전지적 ‘당사자’ 시점이니까

    ‘서당’과 학비 고민, ‘타작’의 애달픈 백성 시대와 가장 가까이 호흡하며 고스란히스마트폰으로 저마다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오늘날,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사진이 없던 수백년 전, 조선의 평범한 하루는 어떻게 기록되었을까?당시 길거리에서 붓을 들어 백성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낸 이들이 있었다. 바로 풍속화가들이다. 이들이 남긴 그림은 200여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날 우리가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 1745~1806 이후)가 있었다. 김홍도의 풍속화에 대해 당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김홍도는) 세속의 풍속을 그리는 데 뛰어났다.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모든 것들과 길거리, 나루터, 주막, 점포, 시험장, 연희장 등 한번 붓을 대기만 하면 사람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기이하다고 외치지 않는 자가 없...

    2026.05.20 20:37

  • [붓 끝의 美학]‘관모 쓴 야인’의 자화자찬…조선 유일 자화상
    ‘관모 쓴 야인’의 자화자찬…조선 유일 자화상

    시·서·화 뛰어난 김홍도의 그림 스승 오랜 야인 시절 후 60대 이후에 관직 야복 위에 오사모, 두 가지 길 ‘압축’ “마음은 산림에” 내면을 녹인 찬문도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는 5월을 맞아 새로운 서화 명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단원 김홍도(金弘道·1745~1806 이후)의 교과서 속 명화부터 다채로운 민화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작품들이 전시장에 가득하다. 그 가운데 은은한 조명 아래 홀로 빛을 내는 한 점의 초상화가 시선을 붙든다. 관리들이 쓰는 오사모(烏紗帽)를 쓰고, 일상에서 입는 옥빛 평상복을 걸친 한 노인이 바닥에 꼿꼿하게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강렬한 인상의 초상화는 바로 18세기 영·정조대를 대표하는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1713~1791)이 직접 그리고 화면 위에 찬문(贊文)까지 써넣은 자화상(自畫像)이다.표암 강세황은 시(詩)·서(書)·화(畫)에 모두 뛰어나 ‘삼절(三絶)’...

    2026.05.06 21:35

  • [붓 끝의 美학]‘케데헌’ 속 저 그림 뭘까? 세계인이 주목한 ‘일월오봉도’…왕의 곁에서 권위 상징
    ‘케데헌’ 속 저 그림 뭘까? 세계인이 주목한 ‘일월오봉도’…왕의 곁에서 권위 상징

    좌우 대칭 정중앙은 왕의 자리 푸른 산·붉은 소나무 대비 강렬 뒤편에 그려진 ‘해반도도’ 이채 화려한 복숭아, 선계 풍경 연출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을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유독 오래 머무는 그림이 있다.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등이 그려진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다. 1만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의 배경으로 익숙한 이 그림은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휩쓴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린 ‘고 이건희 기증품 순회전’에서도 현지 관람객들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이 세계인에게 어떻게 각인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우리가 이 그림을 마주하며 느끼는 첫인상은 단연 강렬함이다. 현실에서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고, 다섯 개의 봉우리와 물결, 쏟아지는 폭포가 좌우대...

    2026.04.22 21:40

  • [붓 끝의 美학]전통 도상 답습 않고 조선의 ‘소박한 일상’ 담아내
    전통 도상 답습 않고 조선의 ‘소박한 일상’ 담아내

    겸재 정선 벗이자 예술적 동반자 문인 자의식 강해 어진 제작 거절 중 고사 기반 오래된 화제 다루며 황소 끄는 머슴 등 조선 현실 가미동서양을 막론하고 끈끈한 우정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이 있다. 우리 미술사에서 이러한 사례를 꼽는다면 정선(鄭敾·1676~1759)과 이병연(李秉淵·1671~1751)의 우정이 대표적일 것이다. 한동네에서 태어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와 시인으로 성장한 이들은 우리 산천을 함께 거닐고, 그림과 시를 주고받으며 평생을 벗으로 지냈다. 이러한 정선에게 또 한 명의 중요한 예술적 동반자가 있었으니, 바로 우리나라 풍속화의 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한 문인화가 조영석(趙榮祏·1686~1761)이다. 서울 순화방(順化坊·현재 종로구) 사대부 명문가에서 태어난 조영석은 정선, 이병연과 더불어 한동네 지기였다. 정선의 스승인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문하에서 수학했고 시문과 서화를 익혔다. 지방 수령을 전전하며 ...

    2026.04.08 20:06

  • [붓 끝의 美학]거침없는 흰 물줄기…조선 강산에 압도
    거침없는 흰 물줄기…조선 강산에 압도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대개 상설전시실은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평소 일반이 접하기 힘든 외부 명작들을 상설전시관으로 특별히 초대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불교회화실에 다양한 사찰에서 소장한 괘불(掛佛)을 소개하는 것처럼 서화실에서도 민간에 숨겨진 명작을 소개하려는 취지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겸재(謙齋) 정선의 ‘박연폭포(위 사진)’다. ‘박연폭포’는 그동안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으로 겸재 정선을 집중 조명한 초대형 전시인 2025년 호암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에도 출품되지 않았던 귀한 작품이다.정선의 ‘박연폭포’를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순간, 수직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눈을 압도한다. 화면 하단에 옹기종기 모인 선비들의 작은 뒷모습은 이 거대한 광경을 한층 부각한다. 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해동 제일’이라 극찬했던 박연폭포...

    2026.03.25 20:50

  • [붓 끝의 美학] 정선 ‘진경산수’의 출발점을 보다
    정선 ‘진경산수’의 출발점을 보다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이 지난달 26일 재개관했다. 교과서에서 접했던 명품을 보고, 대표 서화가들을 주기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박물관 학예연구사를 통해 새 단장한 서화실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작품들의 진면목을 들어본다.서른여섯에 금강산 첫 유람 13폭 그림에 감흥 고스란히 초년의 예술적 성취 드러나산길 과감한 생략·과장 등 실경 표현하려 실험적 시도 말년에 ‘금강전도’로 완성예술은 사람과 함께 무르익어간다. 장르를 막론하고 위대한 작품이 예술가의 말년에 탄생하는 경우는 흔하다. 오랜 경험과 숙련을 통해 축적된 예술 세계가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사에서 이러한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예술가를 꼽으라면 바로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이 대표적일 것이다. 84세까지 장수한 그는 60대에 이르러 자신의 화풍을 본격적으로 확립하고 ‘금강전도’(삼성문화재단 소장), ‘인왕제색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2026.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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