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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벼랑에 서다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어차피 몇 년 뒤면 퇴직… 50세 되기 전에 빨리 털자 했지요”
    “어차피 몇 년 뒤면 퇴직… 50세 되기 전에 빨리 털자 했지요”

    그의 가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남쪽 출구에서 나와 60-1번 버스를 타고 원미경찰서에서 내려 골목 몇개를 돌았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도토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었다. 공학박사 최정수씨(48). 자영업 생활 6개월째다. 까닭부터 물었다. “기업에 더 있어 봐야 5년입니다. 하루 빨리 제2의 직업을 찾는 게 낫겠다 싶었죠.”그는 잘나가는 전기공학자였다. 1995년 대기업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2000년에는 대학으로 이직해 4년간 일했다. 2005년 벤처기업에 참여해 부품 연구소장으로 재직했다. 직장생활은 바빴다. 최씨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이 20년 가까이 반복됐다”며 “아이들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사로 대기업·대학 이력이탈리아서 석 달간 ‘수업’“산전수전 다 겪고 있죠”그저 그렇고 그런 엔지니어로 살다 직장생활을 마감하느니 새 일을 준비하자는 생각을...

    2012.07.19 21:25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쌍용차 해고된 뒤 막노동 전전…“어쩔 수 없이 치킨집이라도”
    쌍용차 해고된 뒤 막노동 전전…“어쩔 수 없이 치킨집이라도”

    신경원씨(40·가명)는 쌍용자동차 ‘렉스턴’ 제조라인에서 일했다. 완성차의 결함유무를 테스트하는 품질관리(QC)기사였다. 평택시 칠괴동의 쌍용차 공장을 지날 때면 아들은 운전하는 신씨의 옷을 당기며 말하곤 했다. “아빠, 저거 아빠회사 맞지?” 14년의 땀이 밴 곳이다. 신씨는 “아빠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내 작은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2009년 4월 쌍용차가 2600여명의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자 신씨와 동료들은 평택공장을 점거하며 77일간의 옥쇄파업을 시작했다. 옥쇄파업을 저지하려는 용역깡패들을 몸으로 막았다. 경찰헬기에 매달린 컨테이너박스에서 경찰특공대가 공장 옥상에 내렸을 때 그도 옥상에 있었다. 신씨는 “방망이와 방패로 맞고 있는 동료들을 보자마자 정신없이 도망갔다”고 말했다. 결국 노사는 마지막까지 반발한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중 52%는 희망퇴직 및 분사, 48%는 무급휴직하기로 합의했다....

    2012.07.19 21:21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50대 이상 자영업자 올 들어 17만5000명 증가
    50대 이상 자영업자 올 들어 17만5000명 증가

    직장을 은퇴한 뒤 창업을 하는 50~60대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 막 뛰어들기 시작한 20대의 창업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가계 부채 동향 및 서민금융지원 강화방안’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사이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만5000명 증가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50대뿐만 아니라 근로전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된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자영업자수는 8만명 증가했다. 50~60대에 비해 취업이 쉬운 20대에서도 자영업 증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 청년층의 자영업자 비율은 8.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 임금근로자 비율은 0.1% 감소했다. 특히 고학력 청년층이 창업을 많이 선택했다. 대졸 이상 학력자의 자영업 비중은 2011년 3.9%에서 2012년에 5.6%로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

    2012.07.19 21:21

  • “취업한 선배 삶 보고 그게 아니다 싶었다”

    회사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청년 구직자 사이에 새 흐름이 생겼다.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 생활을 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송윤경씨(31·여)는 건축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건축사무소에서 잠시 일했다. 하지만 금속공예로 전공을 바꿔 편입한 뒤 졸업 후 창업진흥원에서 지원금 3500만원을 받아 곧바로 창업했다. 서울 을지로 3가의 가게에서 금속 책갈피와 소형 연필꽂이 등을 제작한다. 아직까지 사업은 신통치 않다. 자금압박 때문에 최근에는 은행에서 5000만원을 추가 대출 받았다. 그래도 자영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취직한 선배들의 삶을 보고는 그게 아니다 싶었다”며 “아직 돈은 안되지만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어 좋다”고 했다.의류쇼핑몰을 운영 중인 고중현씨(19)는 중학교 시절부터 쇼핑몰 사업만 염두에 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창업 생각만 했다”며 “식당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돈 50...

    2012.07.19 21:21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36세 막창집 사장의 죽음
    36세 막창집 사장의 죽음

    심모씨(36)가 지난 4월 강원도 평창의 국도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인은 가스중독. 밀폐된 차 안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3억원가량의 사채 빚과 계좌 거래내역이 나왔다. 경찰은 사채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경향신문은 심씨의 사연을 탐문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심씨는 군 제대 후 “내 가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붙임성도 좋았고 활달했다. 25세에 옷가게를 열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경기도 수원에 직장을 얻었다. 8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다시 치킨점에 도전했다. 비용은 짬짬이 모은 돈과 주류회사 대출을 통해 충당했다. 주류회사는 자사 제품을 써 주는 대가로 치킨점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해준다. 도봉구 창동에 30평짜리 가게를 열었다. 짭짤했다. 2010년 월드컵 대회 기간 중에는 손님들이 몰려 테이블이 미어터졌다. 주변에서는 “심씨가 한때 하루 300만원까지 매상을 올리는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2012.07.17 22:00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자영업자에 없는 3가지 ‘휴일·육아시간·노후대책’
    자영업자에 없는 3가지 ‘휴일·육아시간·노후대책’

    자영업자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 휴일과 육아시간, 노후대책이다.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일하면서, 현재의 가족과 미래의 자신을 거의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자영업자의 달력에는 ‘빨간 날’이 없다. 영업시간이 줄면 벌이가 주는 만큼 쉽게 가게문을 닫지 못한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7년째 수산물 가게를 하고 있는 이양희씨(43)는 “명절 연휴 중 단 하루 쉬는 것도 장사에 타격이 커서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오히려 모두들 더 열심히 장사를 한다”며 “아파도 가게에 나와 아파야 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홍대 앞 번화가에서 황태요리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2) 역시 “뼈가 삭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년 내내 장사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루라도 쉬면 마진이 남지 않기 때문에 설과 추석도 쉬지 않는다”고 전했다. 생계형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1년 중 ...

    2012.07.17 21:49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쉬는 날은 설·추석 이틀뿐… 온 가족이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쉬는 날은 설·추석 이틀뿐… 온 가족이 하루 12시간씩 일한다”

    오후 4시. 서울 홍대 인근 삼겹살 가게인 ‘통근 통갈비’를 운영하는 이종영씨(59) 가족이 가게에 달라붙는다. 이씨가 숯불을 피우기 시작하면 부인 박미숙씨(56)는 밥을 준비한다. 밑반찬은 틈날 때마다 미리 만들어둔다. 맏아들 승한씨(30)는 홀의 탁자를 닦는다.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오후 6시까지 이들은 말없이 맡은 일을 한다. 이때부터 세 식구는 8시간 동안 허리 한 번 못 편다. 새벽 2시가 되면 세 사람의 몸에는 고기 냄새와 손님들의 담배 냄새가 짙게 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가게 정리를 하면 새벽 3시를 훌쩍 넘긴다. 몸을 씻고 새벽 4시쯤 늦은 잠을 청한다. 온 가족은 하루 12시간 동안 말없이 함께 일한다.이씨 가족은 1년에 딱 이틀 쉰다. 설과 추석 때다. 이씨는 “명절에도 가게들이 전부 다 문을 열기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찾아오던 손님이 문 닫힌 가게를 발견하면 다른 집으로 갈 것이다. 그가 다른 가게에 질려 다시...

    2012.07.17 21:49

  •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여자들은 식당일이라도 있지만… 일 못 구해 노숙도 해봤다”
    “여자들은 식당일이라도 있지만… 일 못 구해 노숙도 해봤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동 골목의 10평 남짓한 사무실. 박문수씨(50)가 커피 기계들과 낚싯대, 각종 생활용품 더미 속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박씨는 이들 제품을 국내외에서 구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일을 한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만든 ‘에이제이샵’에 들어간다. 밤새 들어온 주문을 확인하고 배송을 위해 상품을 챙겨 포장한다. 그는 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AJ상사’의 사장이자 유일한 직원이기도 하다. 이곳이 그의 다섯 번째 직장이다.그는 ‘베이비붐 세대’다. 연배 친구들은 대기업으로 치면 부장, 차장 말년쯤이다. 젊을 적에는 취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경기는 좋았고 일자리도 많았다.▲ 동생·친척에 돈 빌려 창업대출 이자 내면 생활 빠듯“자영업자 갱생 지원 절실”첫 직장은 보증보험사였다. 다른 대기업보다 급여도 20~30% 높았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어떤 젊은이가 사업하면서 담보로 맡긴 시골집...

    2012.07.17 21:39

  • “매출이 4분의 1 토막… 이제 장사 그만하고 싶어”

    서울시내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이름과 가게 위치 등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어려운 얘기를 대놓고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자 김씨는 “최근 매출이 불과 몇 년 전 액수에서 4분의 1 토막이 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2년 순댓국집을 열었다. 그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직장에 나가는 남편이 있었고 열심히 저축해 5000만원짜리 적금도 들었다. 하지만 외벌이로는 20평 아파트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두 아들 교육비도 점점 늘어났다. 김씨는 예금을 털고 대출을 보태 15평짜리 가게를 장만했다. 권리금 6000만원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짜리 작은 가게였다. 김씨 가게는 프랜차이즈 순댓국집이었다. 재료와 조리법을 제공받을 수 있어 장사가 처음인 김씨에겐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특히 김씨는 이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지 않던 초기에 진입해 간판비 명목으로만 300만원을 냈을 뿐이다. ...

    2012.07.17 21:39

  • “치킨집 열면 대박 터질 줄 알았다”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유명 치킨점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주들에게 마케팅을 강의해온 터였다. 자리만 깔면 돈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창업교육장에서의 얘기였다. 실제는 전혀 달랐다. 자영업의 현장은 ‘벼랑 끝’이었다. 이웃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이민규씨. 33세 총각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교육을 담당했다. 주로 강조했던 건 마케팅 비법과 업종의 경쟁력이다. 그는 교육장에서 초벌구이를 미리 해 진열대에 내놓으라고 줄곧 강조했다. “손님들이 가게 진열대의 치킨을 보면 사지 않고 못 배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늘 주문이 폭주하는 상황만 가정했다. “치킨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잠깐 생겼다가 마는 여느 아이템과는 다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믿었다. 직접 가게를 열어도 되겠다 싶었다. 월 200만원 정도였던 급여도 성에 차지 않았다. 전문대 졸업장만으로는 마음에 드는 일자리로 옮...

    2012.07.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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