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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높이에 도전하다’
높이에 도전했다. 짧은 다리의 비애다. 커다란 모터사이클만 보면 다리는 ‘후들후들’, 가슴은 ‘콩닥콩닥’. 트라우마를 떨쳐내야 한다.BMW R1200GS.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가능한 듀얼퍼퍼스다. 장르 최강자로 ‘끝판대장’이란다. GS계의 오승환 선수다. 배기량 1170㏄ 수랭 수평대향2기통 엔진이다. 무게는 238㎏. 나에게 중요한 시트고는 850㎜이다. GS라는 명칭은 독일어로 Gelande/Strasse(땅/도로)는 영어로 오프로드(Off-Road)와 로드(Road)라는 뜻. 도로뿐만 아니라 비포장 도로 주행도 가능한 다목적 바이크다. 오른쪽 핸들에 위치한 ‘모드’ 버튼을 누르면 로드, 레인, 다이내믹, 엔듀로, 엔듀로 프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로드 모드는 직선도로나 장거리 투어를 위한 모드. 레인 모드는 비에 지면이 젖었을 때 저회전에서 고회전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운 토크를 구현한다. 다이내믹 ... -
초보, '안전'을 입고 쓰다
헬멧을 골랐다. 모터사이클 하면 처음으로 연상되는 것은 아마 헬멧일 것이다. 자동차도 운 없으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듯이 모터사이클도 두 바퀴의 태생적 한계로 언제든지 넘어질 수 있다. 자동차는 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의 유무에 따라 부상정도가 달라진다. 모터사이클의 경우는 라이딩 기어(안전장비 총칭)의 착용 유무에 따라 생사가 달라질 수도 있다. 모터사이클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들은 안전장비하면 대부분 헬멧 만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그랬다. 왜냐면 쓰지 않고 경찰에 걸리면 2만원의 범칙금을 물기 때문. 도로교통법 제50조 3항 시행규칙 32조. 모터사이클 운전자는 물론이고 동승자도 헬멧 착용은 필수라고 명시되어 있다. 안전개념이 없는 일부가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공사용 안전모나 자전거 헬멧 등을 쓰고 운전하는 것을 종종 본다.딱지는 안 끊겠지만 과연 안전할까? 생명과 가장 연관된 곳은 바로 ‘뇌’. 헬멧은 ... -
초보, 드디어 ‘할리를 타다’
드디어 할리를 탔다. 할리데이비슨 FLSTF 팻보이. 감성의 모터사이클이다. ‘남자의 로망’과 오버랩 되는 모델은 십중팔구 할리데이비슨일 것. 스피드 보다는 소리와 느낌으로 탄다.배기량 1690㏄ 가솔린 공랭식 V형 2기통 엔진이다. 가격은 2800만원. 시트고는 690㎜. 다리를 내리면 충분히 지면에 닿는다. 심지어는 무릎도 적당히 굽혀진다. 그동안 발끝에만 몰렸던 신경이 발바닥 전체로 퍼지니 처음에는 어색하다. 지금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착지성이 좋다. 육중한 덩치는 보자마자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중량 313㎏. 부담스러운 무게다. 근심 어린 눈빛으로 팻보이를 바라보자 할리데이비슨 한남점 오관석씨는 어렵지 않다며 일일이 설명해준다. 사이드 스탠드가 내려져 왼쪽으로 기울어진 모터사이클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는 법부터 알려준다. 바이크와 함께 왼쪽으로 기울어진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동시에... -
초보, ‘맥시 스쿠터를 타다’
스쿠터를 탔다. BMW C650GT. 배기량 647㏄의 맥시스쿠터다. ‘GT(그란 투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차량을 뜻한다. 영어로는 Grand Tourer(그랜드 투어러)라고도 한다. 뜻은 같다. 장거리를 보다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목적.수랭식 병렬2기통 CVT 엔진이다. CVT엔진은 무단변속기라 하며 엔진출력에 맞춰 변속이 부드럽게 이루어져 동력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자동이란 얘기. 60마력의 엔진 출력은 단숨에 주변을 달리는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다.무게 261㎏. 시트고는 795㎜. 시트고 ‘795㎜’는 높지 않은 편. 그렇지만 가로 폭이 넓어서 한 쪽 다리도 까치발이다. 대신 시트에 앉으면 1인용 쇼파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시트 아래에는 60ℓ 용량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풀페이스 헬멧 두개는 너끈히 들어간다.직전에 시승했던 모터사이클은 양다리가 자연스럽게 내... -
초보, ‘1800㏄를 타다’
무려 1800㏄를 탔다. 혼다 골드윙 F6C. 일명 ‘발키리’.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사실 초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배기량은 1832㏄. 웬만한 중형차급이다. 가격은 2490만원. 두발 달린 쏘나타다. 보는 순간 크기와 위용에 위축된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 5분을 주의하라는 축구격언이 있다. 처음 타는 기종은 항상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키(key)를 돌리는 순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다. 심장은 ‘두근두근’.전진 주차된 모터사이클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뒤로 빼야한다. 클러치를 잡고 기어를 중립에 놓는다. 왼손으로 핸들을, 오른손으로 리어시트 손잡이를 동시에 잡는다. 슬그머니 오른손에 힘을 가해 뒤로 밀어본다. 꿈쩍도 않는다. 힘을 더 가해본다. 받침대는 만약을 위해 내려놓은 상태. 움직일 수는 있지만 불안하다. 다리도 후들거린다.혼다 코리아 김민우씨는 무거운 중량... -
초보, ‘밤에 타다’
밤에 탔다. ‘고수’ 하나 ‘초보’ 둘. 물론 난 ‘초보2’. 셋이 동시에 출발한다. 삐뚤빼뚤 어긋나며 간다. 이렇게 박자를 못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초보1’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모터사이클은 공교롭게도 모두 BMW. 함께 타는 건 처음. 역시 같이 가는 건 어렵다.‘고수’는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 ‘초보1’은 아시아경제 윤동주 기자. 나는 ‘초보2’다. 모터사이클은 ‘고수’는 R1200R, ‘초보1’은 뉴 R nine T, 난 F700GS.R 1200 R은 배기량 1170㏄. 공유랭식 수평대향2기통 엔진이다. 공유랭식은 바람으로 열을 식히고 보조적으로 엔진오일도 냉각에 활용되는 것을 말한다. 장르는 네이키드.뉴 R nine T는 배기량 1170㏄. 공유랭식 수평대향2기통 엔진. 네이키드 장르의 고전적인 레트로 바이크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F 700 GS는 배... -
초보, '출퇴근을 하다'
출퇴근을 했다. 경기도 파주 운정 집에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까지 왕복. 98대38. 모터사이클을 타고 수색을 거쳐 회사까지 가면 신호등 98개. 차량을 타고 자동차전용도로인 제2자유로 거쳐 회사 도착하면 신호등 38개를 만난다. 모터사이클을 타면 60개의 신호등을 더 지나야 한다. 교차로나 신호등은 늘 라이더에게 긴장을 주는 곳. 오랫동안 정속주행을 유지하며 달릴 수 없다.조금 가다 보면 어느새 빨간 신호등 앞에서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게 된다. 자주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하다. 매뉴얼 바이크의 경우 좀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잦은 기어변속으로 신경 쓸 것도 많다. 사실 우리나라 교통 환경에서 수동 바이크를 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모터사이클에 대한 배려가 없다. 그러려면 돈도 받아가지 말던가. 혼다 인테그라. 모델명은 NC750D. 스쿠터 같지만 스쿠터가 아니다.... -
초보, ‘빗속에 타다’
빗속에 탔다. 헬멧 쉴드에 빗방울이 고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와이퍼라도 달아야할 것 같다. 당황스럽다.주변엔 비가 오면 아예 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운행 중 비가 오면 버리고 가야하나?내게 처음으로 ‘제꿍’(제자리에서 넘어뜨리는 것)의 추억을 안겨준 BMW F700GS. 경기도 이천 BMW 라이딩 스쿨 사전 교육에서 처음 만났다. 메쳐서 무척 미안해했고 그래서 인상에 남았던 바이크다. 잠시 스쳤지만 다시 인연이 됐다. 배기량은 798㏄. 가솔린을 연료로 쓰고 수랭식 병렬 2기통이다.엔듀로 모터사이클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가리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지구력 테스트 레이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산과 들에도 가고 도로에서도 탈 수 있다는 말. 장르는 멀티퍼퍼스라고 한다. 다목적이라는 뜻. 중량은 209㎏이고 시트고는 820㎜. 양쪽 허벅지를 모터사이클에 조이는 ... -
초보, '클래식을 타다'
클래식을 탔다. 아날로그 감성이다. 시동버튼도 없다. 발로 밟아 시동을 건다.야마하 SR400. SINCE 1978. 36년 전에 태어났다. 외관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레트로’(복고)한 맛이 있다. 요즘 바이크와 달리 비쩍 말랐지만 예쁘다.배기량 399㏄. 공랭식 단기통이다. 시트고는 785㎜. 발착지성이 좋다. 무게는 174㎏으로 가볍다. 좁은 도로나 골목길을 지날 때도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헤쳐 나간다. 마치 자전거를 탄 것 같은 느낌이다. 스포크 휠 방식의 앞뒤 타이어는 자전거 바퀴살과 비슷하다. 연에 붙인 댓가지처럼 바람 따라 살랑살랑 날아다닐 것 같다. 스포크 휠은 경쾌하고 충격흡수가 좋단다.타이어 폭은 좁은 편. 방향전환이나 회전 시 편하게 돌아간다. 다만 급커브나 빗길 사고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를 세로로 길게 파서 만든 미끄럼 방지 홈에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차량 타이어 사이즈에 맞춰 좁은 ... -
초보, 이번엔 ‘800㏄를 타다’
800㏄를 탔다. BMW모토라드 라이딩 스쿨에서 경험했던 F800R. 그러나 낯설다.직전에 탔던 혼다 CBR500R에 대한 습관이 아직 몸에 밴 탓. 기어시프트와 뒤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가 좀 더 모터사이클 뒤쪽에 위치해 있다. 헷갈렸다. 오른쪽 뒤 브레이크 페달은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기어 변속. 왼발을 헛디딘다. 기어 페달에 발이 닿지 않는다. 장님 문고리 잡기다. 몸이 예전 바이크의 페달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것.순간 당황스러웠다. 달리던 도중 고개를 숙여 몇 번이고 위치 찾기를 반복했다. 앞차와 추돌할 뻔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마도 레플리카(Replica)와 네이키드(Naked)의 차이인 것 같다. 모터사이클 마다 특성과 형태에 따라 종류가 구분지어진다. 혼다 CBR500R은 레플리카다. ‘복제’라는 뜻으로 실제 경기에 나서는 레이싱 바이크와 유사한 바이크를 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