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시장과 2차전지의 부진은 굳건한 ‘흐름’…올라타야 실패 없다
투자는 연애와 비슷하다. 수치가 좋은 기업이 무조건 투자자의 사랑을 받지는 않는다. 기업이 지닌 매력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뒤흔드는 그때마다의 시장 분위기도 중요하다. 주가는 그 시기마다의 무드(mood)가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조선주가 급등했고, 금융위기 이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일부 종목들이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 직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형재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시장 전면에 나섰다. 그때 그때 시장 분위기에 부합한 기업들은 그들이 지닌 가치 이상으로 시장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기업이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소외된 채 다음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무드를 잘 타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무드와 엇나가면 투자는 실패한다.낙관적 기대로 출발했던 한국 증시가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증시 부진은 아픔이 더 컸다. 이유로 는대략 두 ... -
난도 높은 한국 증시…조정 때마다 담으며 실적 가시화 기다려라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불안하고, 좀 더 열심히 할걸 하면서 후회한다. 과거에 출제되지 않았던 내용이라 건너뛰면 꼭 거기서 문제가 나오고, 시험 시간에 쫓겨 답 표기를 한 칸 미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운이 좋아 노력한 것보다 시험 성적이 더 나올 때도 있지만, 대개는 실수와 노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처음 썼던 답을 바꿨다가 틀리면 후회의 감정은 배가된다. 처음에 1번 정답을 선택했다가 3번으로 고쳐서 틀리면, 처음부터 3번 오답을 선택했을 때보다 후회의 감정이 더 크다. 2005년 뉴욕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이 실험에서 한국 증시를 떠올리는 이유는 한국 증시의 지난 패턴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난도가 높다. 1989년 3저 호황기에 코스피는 100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이후 1990년대 내내 1000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이겨내고, 2000년대 들어서자 중국 특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 -
지금은 ‘시장의 온도’를 의심할 시간
모임 성수기는 연말이다. 다년간 경험으로 실패 없는 음식 선택지 중 하나가 바로 ‘대방어’다. 두껍게 썰어 12월에 먹어줘야 기름지면서 고소한 방어의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방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제주 방어이다. 11월 말에 제주 방어 축제가 열리지만, 제주산이 아닌 동해산이 많다. 더울 때는 캄차카반도 근처에 있다가, 겨울이 되면 제주 근해까지 내려왔던 방어는 이제 동해에서 머문다. 수온이 오르자 동해에 명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방어가 가득해진 것이다. 온도 변화가 어족 자원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에 적응한 고기잡이배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은 어족 자원이 풍부한 곳에, 적절한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수온 때문에 어족 자원이 변화하면, 게임의 양상은 바뀐다. 변화에 적응한 어부만이 생존할 수 있다.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게임의 양상 역시 변한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원인만 안다면... -
깊어지는 주가 조정…바로 너 ‘금리’ 때문이야
9월 이후 증시 하락이 깊다. 오래된 노래의 반복되는 후렴구가 떠오른다.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1973년 이장희의 세 번째 독집에 실린 ‘그건 너’다. 앨범은 1973년 한 해 동안만 5만장이 팔린 정도로 대박을 쳤다. 이 노래를 듣고 증시 조정을 불러온 ‘그건 너’가 연상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다. 9월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세는 여전했고, 주가는 이를 견디지 못했다.“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과거와 동일한 현재는 없다. 단지 비슷한 ‘운율’로 현재를 진단할 수 있다. 1973년이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아랍 산유국들이 서방에 원유 공급을 금지하자 국제유가는 4배 급등했다. 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질서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2년 해체되었다. 금에 연동해 유지돼왔던 달러화 체제의 붕괴였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키신저는 사우디로 달려갔다. 사우... -
금리 급등에 출렁이는 주가…건전성 흔들릴 확률은 낮다
주가가 급락했다. ‘살 걸 vs 팔 걸’하는 두 가지 감정적 편향이 우리를 유혹한다. 기업은 그대로인데 주가가 내려왔으니 매수기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 주가가 급락한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커진다. 금융이 실물을 지배하는 시대이다. 금융기관이 흔들릴 때, 위기가 출현한다. 가파른 금리 상승이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흔들 수 있을까? 그 가늠자는 신용위험의 출현 여부에 있다.이미 고금리와 경기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의 여파로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캐피털사(여신전문금융회사)와 같은 2금융권의 경우 대출채권의 부실과 연체가 크게 증가했다. 부동산 PF를 가장 적극적으로 취급한 증권사도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달 정부는 PF 부실을 막기 위해 자금을 대고, 보증을 늘리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부실 자산은 신용위기를 터트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해외 금융권 역... -
위험 알리는 주식시장 ‘카나리아’, 장단기 금리 역전 말고도 더 있다
위험을 알려주는 징후를 빗댄 표현으로 ‘탄광 속의 카나리아’가 있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던 시절 광부들은 갱도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 세 마리를 새장에 넣어 가져갔다. 탄광 내부에 일산화탄소가 퍼져 그중에 한 마리라도 지저귐을 멈추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가 인체를 해하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쉴 새 없이 지저귀지만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의 습성을 활용한 것이다.주가는 기업 이익을 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간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이유가 금리도 환율도 아닌 기업 이익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투자자는 좀 더 빠른 감지를 원한다. 주식 투자의 세계에도 카나리아는 존재한다면, 그것은 기업 이익이 아닌 금리다.단기금리는 장기금리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친구가 급전을 필요로 할 때를 떠올려보자. 며칠 뒤에 갚겠다고 하면 이자를 받기 민망하다. 하지만 1년 이상이라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내 돈을 빌려간 ... -
현재보단 미래…‘생산능력 증설’ 주력하는 기업을 주목하자
아픈 말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한국인들의 주된 정서다. 그러나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네 안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위로를 건네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가도 다르지 않다. 올해 초 대비 30% 이상 상승한 강세 종목이 넘쳐나지만, 신저가 근처에 머무르는 종목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머지않아 이미 오른 종목은 쉬고, 쉬고 있던 기업의 시간이 올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다. 현재 시장을 읽는 키워드는 양극화 내지 차별화다. 투자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니라 돈이 되느냐 아니냐의 판단이다.투자는 가치의 상승을 바라고 시간과 돈을 투입하는 행위다. 다들 가치 상승을 원하는데 투자자들의 행동은 천차만별이다. ‘가치’를 향한 시선이 각기 다른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흔히 활용하는 주식의 상대적 가치 측정법으로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과 PBR(Price Book value Ratio·주가순자산비율)이 있다. 하지... -
변덕쟁이 연인 ‘금리’에 목매기보다 ‘기업 실적’과 사랑에 빠지는 게 현명하다
투자와 연애는 비슷하다. 멋진 연애를 꿈꾸지만, 그렇다고 모두 멋진 연애를 할 수는 없다. 문학, 드라마, 영화에서 연애를 상세히 다루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어떤 연인은 마음을 담은 편지 하나로도 감동을 받지만, 어떤 이는 이벤트, 선물 등 요란한 물량 공세에 마음을 움직인다. 연애지침서를 읽고, 연애 코칭을 받는다고 맞춤 연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대에 따라 호응하는 지점이 다르다. 연애나 투자나 실제로 해봐야 서로를 알게 된다.주식 투자자에게 금리는 연인과 같다. 다루기 힘들고 변덕스럽다. 언뜻 보기에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린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관계로 단정짓기 힘들다. 오히려 2000년대 내내 주가와 금리, 둘의 방향은 반대로 가기보다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더 빈번했다. 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 주가는 올라섰고,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지거나 경기 침체에 들어서게 됐을 때 금리를 내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 -
중국 의존성 버리고 대담하게, 다변화해야 산다
5월31일 새벽 서울에 사이렌이 울렸다. 이런 걸 본 적 없는 아들은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북한발 해프닝이었고, 아들의 놀란 모습은 어릴 적 어떤 날이 떠오르게 했다. 1983년 5월5일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이다. 중국이 중공으로 불리던 그 시절에, 중국은 교역 대상이 아닌 갈 수 없는 위험한 나라였다. 필자는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9시 뉴스에 비친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을 가던 중국 승객들의 모습은 더욱 초라하고 평범해 보였다. 이후 중국은 승객 송환을 위한 대표단을 파견했다. 중국이 적대국에서 교섭이 가능한 국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992년 8월24일 한국과 중국은 수교를 맺었고, 이후 2016년 시작된 사드 보복 사태까지 둘의 간극은 좁혀지고, 경제교류는 지속 확대되었다.오랜 잠에서 깨어난 중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다. 서로가 윈윈하는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차이아메리카... -
상식 밖의 수익률에 스스로 눈감은 투자자들
세상에는 다양한 금융사기가 있다.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전세사기, 주가조작사기 등 인간의 약한 심성을 꼬드기는 사기꾼은 사회 곳곳에 출몰하고, 그들이 쳐 놓은 덫에 많은 사람들이 걸려든다. 그중에서 피해대상이 광범위하고, 피해규모도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폰지사기이다. 1920년대 찰스 폰지의 우편사기에서 유래된 금융다단계 피라미드를 빗댄 용어인데, 한마디로 신규투자자의 자금이 지속 유입되어, 기존 투자자의 이익이 담보되는 사기를 총칭한다. 주식 폰지사기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 메이도프 사건이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유태인 사회의 명망 있는 투자자였고, 그의 고객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모트 주거만 등이 활동하는 재단들이 있었다. 월가 주변이 아닌 중심인물이 벌인 금융사기 사건으로 당시 주가 조정 분위기와 맞물려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규모가 클 뿐, 후속 투자자의 돈으로 앞서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한 금융피라미드와 동일했다. 기부천사, 투자 천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