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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수 없는 ‘장수시대’…58년 개띠보다 더 큰 고민 안고 있는 71년 돼지띠
“은퇴를 금테로 바꾸세요.”10년 전 어느 금융회사의 홍보문구다. 2015년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의 첫 주자들이 정년퇴직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그전부터 은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충격이 컸다. 당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개 연금을 모두 가입한 1차 베이비부머는 단 18%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의 노후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이었다.이제 ‘58년 개띠’로 통칭되는 1차 베이비부머는 모두 법정정년이 지나 은퇴한 상태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58년생이었을까? 공식 통계가 정확하지 않던 시절, 1958년은 출생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해로 알려진 까닭이 아닌가 싶다.실제 58년 개띠들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야기했다. 출생자가 많아서 초등학교는 콩나물교실로 2부제 수업이 처음 시행되었고, 고등학교 입학시험도 ‘연합고사’로 바뀌어 소위 ‘뺑... -
변호사와 할머니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중국 고대의 동방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122년 164일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칼망 할머니는 워낙 건강해서 85세에 펜싱을 배우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그런데 21세에 배운 담배를 117세까지 피웠고, 튀긴 음식과 매운 음식, 와인을 좋아했다고 하니, 우리가 아는 장수 상식과 꽤 동떨어진 분이었던 것 같다.칼망 할머니와 젊은 변호사 간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칼망 할머니가 90세가 되던 해, 47세의 젊은 변호사와 주택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다. 칼망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머니가 살던 주택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매달 약 50만원을 변호사로부터 받기로 한 것이다. 젊은 변호사는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 없는 칼망 할머니와의 계약에 기꺼이 응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적으로 주택연금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계약 후 30년이 지났는데도 할머니는 건강하게 살아... -
오래된 숙제
“그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11월5일 선거 전에 금리 인하를 할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다. 지난 7월엔 대놓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와 관련해 두 가지 요구를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는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러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반협박성 발언이다.과거에도 미국에선 대통령과 연준 의장 사이에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실랑이가 여러 차례 있었다. 물가 안정을 제일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연준 의장과, 경기를 부양하려는 대통령의 입장 차이는 정책 방향성을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1930년대 대공황 시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 확장을 원했지만 당시 연준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확장정책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루스벨트는 연준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금... -
황소는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된다
챗GPT에 물었다. “투자자들에게 폭락을 경고하는 교훈이 있는 투자 격언을 알려주세요.” 그러자 가장 첫 줄에 나오는 투자 격언이 바로 “황소는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된다(Bulls make money, bears make money, but pigs get slaughtered)”였다. 월스트리트에서 널리 알려진 말로, 시장이 과열되거나 비이성적으로 급등할 때, 투자자들에게 절대 욕심 부리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최근 100년 사이에 미국 증시에는 3번의 대폭락이 있었다. 먼저 1929년 미국 대공황을 촉발시킨 이른바 ‘검은 목요일’이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주식시장 대폭락이었다. 1920년대 중후반 미국 주식시장은 ‘노호하는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불릴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등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면서 대폭락이 발생했다. 1929년 9월 다우지수(DJIA)가... -
모두 ‘골딜록스’를 꿈꾸고 있는가
“아주 먼 옛날에 금발머리를 예쁘게 땋은 골딜록스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골딜록스는 숲속에 갔다가 곰 세 마리가 사는 오두막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곰 세 마리는 산책을 가서, 오두막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골딜록스는 식탁 위에 수프 세 그릇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첫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수프는 너무 차가웠지만, 세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적당히 따뜻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프를 먹은 골딜록스는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첫 번째 침대는 너무 딱딱했고, 두 번째 침대는 너무 푹신했지만, 다행히 세 번째 침대는 적당히 푹신해서 잠을 잘 잤습니다.”영국의 전래동화 ‘골딜록스와 곰 세 마리 이야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의 줄거리이다. 많은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주인공은 못된 노파에서 예쁜 금발머리 소녀로 바뀌었다. 골딜록스는 금발(gold)의 땋은 머리(locks)를 한... -
고귀한 패자
일본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헤이케 이야기(平家物語)>는 헤이안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한 사무라이 가문들 간의 전쟁이 배경이다. 천황 승계 문제로 다이라 가문(平家·헤이케)과 미나모토 가문(源氏·겐지) 사이에 이른바 ‘겐페이전쟁’(源平合戰)이 일어난다. 우리가 흔히 당구 등 스포츠에서 편을 나눠서 경쟁하는 방식인 겐페이가 여기서 유래했다. <헤이케 이야기>는 용맹함과 대담함, 충성과 배신 등으로 가득 찬 대서사시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관점은 제목에서 보듯이 승자가 아닌 패자인 ‘헤이케’다. 이전에 영광을 가졌으나 결국 무너진 헤이케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굴레>를 쓴 태가트 머피는 대의와 가문을 위해 비록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다 장렬히 죽어가는 ‘고귀한 패자’라고 했다. 그것이 사무라이 정신의 원형이 되었다.지금 일본이 어렵다. 일본 경영계의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는 ‘5년 안에 초우량 기업으로의 성장이 예상... -
그녀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난 당신 것이지만, 당신 것이 아니에요(I’m yours and I’m not yours).” 10년 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이다. AI ‘사만다’가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한, 기계를 넘어서는 소름 돋는 그 대사이다. 주인공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말하고 적응하고 진화하는 운영체제 속에 여성 정체성을 가진 AI 사만다를 만든 후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녀(Her)는 인간과 같은 감성과 감정을 표출하면서 주인공만큼이나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그런 AI의 세상이 10년 전엔 영화 속 이야기였지만, 2022년 오픈AI에서 개발한 생성 AI ‘챗(Chat) 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현실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얼마 전 어느 글로벌 컨설팅그룹이 전 세계 20개 이상 산업을 대표하는 107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CEO의 58%가 ‘생성형 AI’를 업무자동... -
성공한 성장주는 가치주가 되고…가치주는 혁신 통해 다시 성장주 ‘변신’
20세기 최고의 상품은 무엇일까? 1999년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천은 7개의 상품군에 40개의 ‘20세기 최고의 상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 기준은 “이것이 지금 없었다면 우리 생활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할 것”이었다. 클립, 포스트잇, 일회용 반창고와 같은 생활용품부터 우리 생활의 바탕을 바꿔놓은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등이 선정되었다.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의 한 경제연구소에서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국의 20세기 최고의 히트상품을 선정했다. 그 순위를 보면 5위 새우깡, 3위 박카스, 2위 아래아 한글, 그리고 1위는 놀랍게도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어떻게 아이돌그룹이 1900년대를 통틀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되었을까? 그것은 기존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그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로 우리나라엔 10대들이 소비의 주체가 된 적이 없었다. 그들은 소비도 부모들에 의해 좌우되는 피동적인 존재였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와서 ‘난 알아요’를 외... -
정말 모든 비트코인을 팔면 전 세계 은을 살 수 있을까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2월, 당시 주식시장을 선도하던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이 포스코의 시가총액을 넘기는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새롬기술이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될 때 공모가는 2300원이었는데, 연일 급등해 불과 6개월 만에 주가가 130배 이상 올라 30만원을 돌파하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한 애널리스트가 ‘새롬을 팔면 포스코를 정말 살 수 있을까’라는 리포트를 냈다가 새롬 투자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를 내세워 성장성을 부각했는데, 국제통화요금이 비쌌던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기술은 불완전했고 분식회계가 드러나며 결국 주가는 추락해 그해 말 5500원까지 떨어지고 말았다.기업의 시가총액은 그 회사의 총시장가치이다. A기업의 시가총액이 B기업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는 것은, 쉽게 말해 A기업을 모두 팔아서 B기업을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리포트의 제목처럼 정말 ... -
산업도 주식도 부동산도 ‘초고령사회’ 눈으로 보라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가 아닌 게 없다. 여름철 태풍과 겨울철 폭설에도 경제적 충격을 따져야 하고, 전쟁이 기름값을 들썩이게 하고,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임승차도 논쟁거리이다. 이렇게 현실세계의 모든 것에 경제적 의미와 그에 따른 논리가 담겨 있다. 사실 우리는 경제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문가가 아니면 말하기 어렵고 이론적으로 배우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경제(Economy)의 어원은 그리스어 ‘집’이라는 ‘Oikos’와 규칙 혹은 관리라는 뜻의 ‘Nomos’가 합쳐진 오이코노미아(Oikonomia)이다. 즉 집안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게 경제인 것이다. 경제의 3주체가 가계, 기업, 정부이니, 이들 경제주체가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게 경제인 것이다. 서양에서 ‘경제’의 출발점은 개인이다. 사실 16세기 후반까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라는 단어는 가정관리인, 즉 집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