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이윤학의 삼코노미
  • [이윤학의 삼코노미] 국민연금만 믿다간 큰코다친다
    국민연금만 믿다간 큰코다친다

    “연금 제도는 국민이 존엄성을 지키며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미국 최초로 공적연금을 도입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이다. 우리는 지금 노후에서 가장 중요한 연금 문제 앞에서 기로에 서 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보다는 단기 대책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논의가 부족한 점이 문제다.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최근 정치권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기존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연금 재정을 보전하고 국민연금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조치지만, 절반의 성과일 뿐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재 120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 기금은 이번 조치로 기금 소진 시점이 9년이 늘어 2064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현재 추진되고 있는 모수 개혁...

    2025.03.25 20:03

  • [이윤학의 삼코노미]미국은 250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미국은 250년 전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관세는 오랜 역사 속에서 강대국들이 경제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사용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국가 간 무역이 시작된 이래로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국제 질서를 좌우하는 무기가 되어왔다. ‘Tariff’라는 단어가 이슬람과의 무역 과정에서 아랍어 ‘ta‘rif’에서 유래하여, 중세 지중해 무역으로 넘어오면서 이탈리아어 ‘tariffa’를 거쳐, 영어로 정착된 것만 보아도 관세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관세는 단순한 세금을 넘어 무역전쟁과 국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8세기 영국과 미국 식민지 사이에서 벌어진 ‘보스턴 차 사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영국이 식민지에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가 미국 독립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보스턴 차 사건은 1773년, 미국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의 차법(Tea Act)에 반발하여 보스턴 항구에 정박한 동인도회사의 배에서 차 342상자를 바다에 ...

    2025.02.18 20:30

  • [이윤학의 삼코노미]비스마르크의 착각
    비스마르크의 착각

    근대 유럽에서 최고의 지도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독일 제국을 이룬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가 수위를 다툴 것이다. 그는 황제가 아니었지만 황제 이상의 영향력과 정치력으로 독일은 물론 유럽 각국을 쥐락펴락했다. 오죽했으면 그를 독일 제국의 첫 재상으로 임명한 빌헬름 1세는 “비스마르크 아래에서 황제 노릇 하기 참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비스마르크는 민주주의자도 아니고 사회주의자도 아니었다. 아이러니컬하게 비스마르크는 의회를 무력화하고, 헌법을 무시했지만 오히려 민주주의를 결과적으로 신장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오늘날 중요해진 3대 보험(의료보험·산재보험·노령연금)을 처음으로 만들어 복지국가의 모델을 만든 인물로 칭송받고 있다.당시 독일의 평균 기대수명은 40세 정도였는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70세로 정했다. 사실상 그의 연금정책은 노동자의 복리 증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권 안정을 위한 고도의 ...

    2025.01.07 20:11

  • [이윤학의 삼코노미]은퇴할 수 없는 ‘장수시대’…58년 개띠보다 더 큰 고민 안고 있는 71년 돼지띠
    은퇴할 수 없는 ‘장수시대’…58년 개띠보다 더 큰 고민 안고 있는 71년 돼지띠

    “은퇴를 금테로 바꾸세요.”10년 전 어느 금융회사의 홍보문구다. 2015년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1세대(1955~1963년생)의 첫 주자들이 정년퇴직을 막 시작하던 때였다. 그전부터 은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충격이 컸다. 당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개 연금을 모두 가입한 1차 베이비부머는 단 18%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의 노후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된 것이었다.이제 ‘58년 개띠’로 통칭되는 1차 베이비부머는 모두 법정정년이 지나 은퇴한 상태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58년생이었을까? 공식 통계가 정확하지 않던 시절, 1958년은 출생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해로 알려진 까닭이 아닌가 싶다.실제 58년 개띠들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야기했다. 출생자가 많아서 초등학교는 콩나물교실로 2부제 수업이 처음 시행되었고, 고등학교 입학시험도 ‘연합고사’로 바뀌어 소위 ‘뺑...

    2024.12.03 21:31

  • [이윤학의 삼코노미]변호사와 할머니
    변호사와 할머니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누구일까? 중국 고대의 동방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은 122년 164일을 산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칼망 할머니는 워낙 건강해서 85세에 펜싱을 배우고, 11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그런데 21세에 배운 담배를 117세까지 피웠고, 튀긴 음식과 매운 음식, 와인을 좋아했다고 하니, 우리가 아는 장수 상식과 꽤 동떨어진 분이었던 것 같다.칼망 할머니와 젊은 변호사 간에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칼망 할머니가 90세가 되던 해, 47세의 젊은 변호사와 주택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다. 칼망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할머니가 살던 주택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매달 약 50만원을 변호사로부터 받기로 한 것이다. 젊은 변호사는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 없는 칼망 할머니와의 계약에 기꺼이 응했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적으로 주택연금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계약 후 30년이 지났는데도 할머니는 건강하게 살아...

    2024.10.29 21:12

  • [이윤학의 삼코노미]오래된 숙제
    오래된 숙제

    “그들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11월5일 선거 전에 금리 인하를 할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다. 지난 7월엔 대놓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와 관련해 두 가지 요구를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는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러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반협박성 발언이다.과거에도 미국에선 대통령과 연준 의장 사이에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실랑이가 여러 차례 있었다. 물가 안정을 제일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연준 의장과, 경기를 부양하려는 대통령의 입장 차이는 정책 방향성을 넘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1930년대 대공황 시기,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 확장을 원했지만 당시 연준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확장정책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루스벨트는 연준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금...

    2024.09.24 20:17

  • [이윤학의 삼코노미]황소는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된다
    황소는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된다

    챗GPT에 물었다. “투자자들에게 폭락을 경고하는 교훈이 있는 투자 격언을 알려주세요.” 그러자 가장 첫 줄에 나오는 투자 격언이 바로 “황소는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된다(Bulls make money, bears make money, but pigs get slaughtered)”였다. 월스트리트에서 널리 알려진 말로, 시장이 과열되거나 비이성적으로 급등할 때, 투자자들에게 절대 욕심 부리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최근 100년 사이에 미국 증시에는 3번의 대폭락이 있었다. 먼저 1929년 미국 대공황을 촉발시킨 이른바 ‘검은 목요일’이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주식시장 대폭락이었다. 1920년대 중후반 미국 주식시장은 ‘노호하는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불릴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등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면서 대폭락이 발생했다. 1929년 9월 다우지수(DJIA)가...

    2024.08.13 20:10

  • [이윤학의 삼코노미]모두 ‘골딜록스’를 꿈꾸고 있는가
    모두 ‘골딜록스’를 꿈꾸고 있는가

    “아주 먼 옛날에 금발머리를 예쁘게 땋은 골딜록스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골딜록스는 숲속에 갔다가 곰 세 마리가 사는 오두막을 발견했습니다. 마침 곰 세 마리는 산책을 가서, 오두막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골딜록스는 식탁 위에 수프 세 그릇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첫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수프는 너무 차가웠지만, 세 번째 접시에 담긴 수프는 적당히 따뜻해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프를 먹은 골딜록스는 잠이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첫 번째 침대는 너무 딱딱했고, 두 번째 침대는 너무 푹신했지만, 다행히 세 번째 침대는 적당히 푹신해서 잠을 잘 잤습니다.”영국의 전래동화 ‘골딜록스와 곰 세 마리 이야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의 줄거리이다. 많은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주인공은 못된 노파에서 예쁜 금발머리 소녀로 바뀌었다. 골딜록스는 금발(gold)의 땋은 머리(locks)를 한...

    2024.07.16 19:50

  • [이윤학의 삼코노미] 고귀한 패자
    고귀한 패자

    일본 고전문학을 대표하는 <헤이케 이야기(平家物語)>는 헤이안 시대의 막을 내리게 한 사무라이 가문들 간의 전쟁이 배경이다. 천황 승계 문제로 다이라 가문(平家·헤이케)과 미나모토 가문(源氏·겐지) 사이에 이른바 ‘겐페이전쟁’(源平合戰)이 일어난다. 우리가 흔히 당구 등 스포츠에서 편을 나눠서 경쟁하는 방식인 겐페이가 여기서 유래했다. <헤이케 이야기>는 용맹함과 대담함, 충성과 배신 등으로 가득 찬 대서사시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관점은 제목에서 보듯이 승자가 아닌 패자인 ‘헤이케’다. 이전에 영광을 가졌으나 결국 무너진 헤이케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굴레>를 쓴 태가트 머피는 대의와 가문을 위해 비록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싸우다 장렬히 죽어가는 ‘고귀한 패자’라고 했다. 그것이 사무라이 정신의 원형이 되었다.지금 일본이 어렵다. 일본 경영계의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는 ‘5년 안에 초우량 기업으로의 성장이 예상...

    2024.06.18 20:06

  • [이윤학의 삼코노미]그녀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그녀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난 당신 것이지만, 당신 것이 아니에요(I’m yours and I’m not yours).” 10년 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인공지능(AI) 영화 <그녀(Her)>의 한 장면이다. AI ‘사만다’가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한, 기계를 넘어서는 소름 돋는 그 대사이다. 주인공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말하고 적응하고 진화하는 운영체제 속에 여성 정체성을 가진 AI 사만다를 만든 후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그녀(Her)는 인간과 같은 감성과 감정을 표출하면서 주인공만큼이나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그런 AI의 세상이 10년 전엔 영화 속 이야기였지만, 2022년 오픈AI에서 개발한 생성 AI ‘챗(Chat) 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현실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얼마 전 어느 글로벌 컨설팅그룹이 전 세계 20개 이상 산업을 대표하는 107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CEO의 58%가 ‘생성형 AI’를 업무자동...

    2024.05.21 20:02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