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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내년 시작인데, 무기한 미룬 한국···“진짜 밸류업은 기후공시”
한국과 달리 전세계는 탄소배출량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편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아시아에선 홍콩이 내년부터 상장기업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한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기후공시 의무화에 나선건 ‘금융 허브’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경향신문은 홍콩에서 지난 10월 열린 금융권 기후공시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후공시를 서두르지 않으면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밸류 다운(저평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홍콩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공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공시기준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스코프1·2 온실가스 배출량이 보고된다. 홍콩 항셍종합라지캡지수(HSLI)에 편입돼 있는 대기업은 스코프3 배출량도 2027년부터 보고해야 한다. 스코프3는 사업장에서 직접 사용한 화석연료(스코프1)나 전기(스코프2)뿐 아니라 외주 공장이나 배송·판매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스... -
운동화·치킨보다 싼 ‘초저가’ 탄소배출권…문제없나요?
국내 가격, 유럽 10분의 1중국도 2만원 수준에 근접정부, 배출권 헐값에 남발규제 대상 다배출 기업들되레 배출권 남아서 팔기도수출 때 관세로 ‘부메랑’대기업이 중기 감축 돕는탄소금융 상생까지 망쳐한국만 조용히 ‘떡락’하는 시장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싼 탄소배출권 얘기다. 정부의 청사진만 믿고 2021년 말부터 2만~3만원대 배출권을 사들인 증권사 담당자들은 요즘 분통이 터진다. 관계자 A씨의 말이다. “2022년엔 3만5000원까지 올랐던 게 올해는 겨우 1만원이에요. 당장 ‘물린’ 것도 걱정인데 시장의 미래가 안 보이는 게 더 심각해요.”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권은 t당 1만1100원, 전 세계 최저가 수준에 거래됐다. 전날 유럽연합(EU) 배출권 종가 68.47유로(약 10만600원)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역시 지난 9월 t당 100위안(약 1만9300원)으로 국내 ... -
녹색금융도 중소기업은 ‘찬밥’···쥐꼬리 예산에 친환경기업 오갈 데 없다
자동차용품 생산업체 불스원은 자사 엔진오일에 대해 2011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녹색인증을 받고 있다. 한 제품의 녹색인증 테스트에는 1000만원 넘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6년마다 갱신을 받는 건 고객들에게 ‘친환경’ 제품임을 각인시켜 엔진오일 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진 ‘녹색인증’이 불러온 매출 효과를 크게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불스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환경에 도움되는 제품을 쓰고 싶을 것 같은데 녹색인증제에 대한 홍보가 덜된 것 같다”며 “이런 제품들의 탄소저감 규모가 작더라도 여럿이 모이면 커질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실 녹색인증제도는 녹색기술에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 그러나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도입되면서 녹색인증제의 위치가 어정쩡해졌다. 2022년 말 확정된 K-택소노미는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하는 원칙과... -
탄소배출량 얼마? 사장님은 ‘계산 중’
“거래하려면 기후대응 보고서 내라”거세지는 해외 고객사 압박 ‘실사 대상’ 중소기업 수천개 산재된 데이터 수집 힘들고 요청 양식도 제각각 ‘골머리’ 정부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무방비로 버티면 결국 피해 기후대응 뒤처지지 않으려면 대기업의 협력사 참여 유도 법제화된 공시 시스템 필요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이탈리아의 유명 원단 기업 A사가 2022년 거래를 제안했다. 천연염색 스타트업인 그린웨어는 매출이 투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던 차였다. 허현범 대표는 A사의 제안을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반겼다. 하지만 동아줄엔 쉽게 붙들기 어려운 조건이 붙어 있었다.“계약 얘기가 오간 지 얼마 안 돼 A사가 묻더군요. 우리 사업장에서 매달 배출하는 탄소량이 얼마나 되냐고요.” 그린웨어는 탄소배출이 일반 화학염색 대비 최대 70% 적은 명실상부 저탄소 친환경 기업이다. 그런데도 국내 중소기업 대다수가 그렇듯 탄소배출량을 산... -
탄소 줄여야 납품되는데···‘배출량 계산’조차 버거운 중소기업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25년이다. 국내 총 탄소배출량의 절반 가량이 산업 부문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30%가 중소기업에서 배출된다. 대기업 못지 않게 중소기업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작은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긴커녕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 있다. 고객사의 요구가 있기 전까진 의지도 약하다. 이같이 무방비 상태로 있다간 세계 무대에서 도태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각국에서 교역 국가를 대상으로 저탄소 기후대응을 압박하는 규제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주소와 해외 동향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이탈리아의 유명 원단 기업 A사가 2022년 거래를 제안했다. 천연 염색 스타트업인 그린웨어는 매출이 투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던 차였다. 허현범 대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