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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 (12)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
    (12) 셸리 케이건 예일대 교수

    차오르는 가래에 눌려 숨을 거둔 노인을 본 중년 여인은 목구멍에 느른한 무언가가 걸칠 때마다 겁에 질린다. 죽을까봐. 침몰하는 여객선을 목격했던 젊은 사내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자동세차기계 속에서 눈을 뜨지 못한다. 그들에게 엄습했을 죽음의 고통이 전이되어. 비행기 타는 엄마를 향해 어린 아이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질주하는 자동차 도로를 일상으로 건너는 자신 또한 당할 수 있는 마지막에 대한 확률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죽음의 공포에 휘둘리고 있지만 정작 죽음이 무엇인지 애써 참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의 시간은 깊게 사려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마냥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결국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지푸라기는 ‘이 살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일 것이다.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지막 회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죽음’을 이야기하려 한다. ‘죽음 수업(Death class)’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

    2015.10.30 21:04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11)마이클 가자니가·뇌과학자
    (11)마이클 가자니가·뇌과학자

    진화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75·사진)는 인간의 뇌를 사회적인 범주에서 연구하도록 길을 튼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뇌가 진화해온 길이 인류가 사회 속에서 소통하고 다른 입장과 신념 속에서도 공존을 추구해온 길과 발맞춰 왔음을 짚어냈다.한국 사회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으로 소용돌이에 빠진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발달장애직업센터를 중학교 옆에 설립해서는 안된다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하다. 정신장애이기에 위험한 돌출행동을 할 수 있어 자신들의 아이들 가까이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는 ‘부모 마음’을 내세운다. 이 또한 다양성을 거부하고 위험시하는 우리 사회의 폐쇄적인 불안심리의 반영인 듯하다. 우리가 그리도 롤모델로 삼고자 하는 선진국의 교육은 오히려 지적장애아를 격리하는 일이 사회통합을 약화시키고 미래의 불안을 조장하기에 어려서부터 같은 학교에서 지내며 생활 속에서 융화시키려 한다.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발달장애직업센터의 문제는 하나의 문...

    2015.10.16 21:47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10)장쉰·작가
    (10)장쉰·작가

    현대인에게 ‘고독’은 친숙한 단어다. ‘환희롭다’는 단어에는 고개를 갸우뚱할지 몰라도 ‘고독하다’란 말은 그저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고독감이 스며든다. 그 뜻은 어느새 ‘외로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성으로 대치되었다. 세계 인구의 70%가 모여 산다는 도시는 마음 붙이지 못하고 쳇바퀴 따라 도는 개인의 일상을 만들고 있다. 외로움에 주눅들어 눈치껏 타인의 선택에 기대어 하루를 버티게 한다. 그러나 대만의 작가 장쉰(蔣勳·68)은 고독을 통해 세상 살아가는 힘을 키워내자고 설득한다.■장쉰은 누구-문학·미학 넘나드는 대만의 ‘정신적 지주’장쉰(蔣勳)은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 문학평론가이다. 대만에서 ‘미학의 대가’ ‘대만 문학의 정신적 지주’‘계몽자’라고 평가받는다. 문학, 예술, 미학을 하나로 꿰고 있는 정신적 지주이다. 그는 타이베이시 문화부 장관직을 거절하고 친구인 룽잉타이(龍應台)를 추천하였으며, 작가인 장샤오펑(張曉風)은 그를 ‘마치 살아 있는 신선과 같은...

    2015.10.02 21:11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마음’ - 전문가들과의 대화](9) 마루야마 겐지·소설가
    (9) 마루야마 겐지·소설가

    우리는 개인의 결정이 모여 전체의 입장을 정하는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개인이 품어오는 희망의 무게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가벼워졌으며, 불안에 흔들려 왔다. 나의 선택이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지 그 의심의 부피 역시 커져버렸다.광복 70주년이다. 그 어느 때보다 공익캠페인에서는 국가를 위하는 마음,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국가를 추구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서구를 중심으로 세계는 불평등이 도를 넘고 있으니 해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한국 역시 불평등의 가속화 속에서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버리고 있다.역사, 문명의 진보는 순응하지 않는 개인의 결정에 의해 진전되어 왔다. 그렇지 않았으면 바뀌어지지 않았을 왕정이었고 정교일치였으며 봉건이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전체를 ‘나’의 뜻으로 진전시키고 있는지?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휘청이는 개인의 마음을 살펴보기로 했다. 동아시아를 대표하...

    2015.08.21 21:56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8)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
    (8)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

    옛날 우리 말에 ‘눈먼 말이 원앙새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눈먼 말이 아무것도 모르고 앞에서 방울을 흔드니까 소리만 따라간다는 뜻이다. 우리도 혹시 서로 얼기설기 엮인 그 관계 속에서 요란한 방울 소리에 끌려 벼랑인 줄도 모르고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종림 스님은 서로를 묶고 있는 관계의 강도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보자고 제안한다. 그 느슨한 여유 공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를 끄는 저 끈 너머도 살피고, 세상도 점검하며 가자고 한다. 관계망에서 나오는 갈등과 억압을 줄여보려는 스님의 묘다. 종림 스님과의 대담은 고려대장경연구소가 있는 서울 안암동 대원암에서 이뤄졌다. 처마에 눈이 덮여있던 작년 12월과 무더위가 몰려오던 6월 두 차례였다. 스님과의 첫 인터뷰 속에서 얻은 하나의 생각이 이 기획의 제목을 만들기도 했다.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각자의 선택이 모여 만들어진 오늘 세상이다. 그러하기에 내일의 세상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얼마나 가슴 뛰는 일...

    2015.07.31 21:27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7) 작가 이사벨 아옌데
    (7) 작가 이사벨 아옌데

    ‘마음의 진보는 늘 후퇴한다. 여성의 마음으로 세상을 깨우는 것이 최대의 투자.’ 달라이 라마는 201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과 평화활동 리더들이 참석한 세계 평화 정상회담에서 이 한 문장으로 자신의 소망을 밝힌 적이 있다. “다시 한 번 생을 살 수 있다면, 저는 여성으로 태어나길 기원합니다.” 억압과 원망이 줄어드는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길이 수십만년 인류의 생명을 이어온 여성의 본성에 있다는 그의 오랜 수행 속 결론이다. 달라이 라마뿐 아니라 수많은 지성들이 반복해 말한다. 어머니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기에 여성의 마음은 생물학적인 남성과 여성을 떠나 모든 이의 바탕을 이룬다고. 무엇이 여성의 마음이고 무엇이 모성의 본질일까?이번 회에는 치타보다 느린 속도, 호랑이보다 약한 근육, 늑대보다 무딘 치아로 거대 사회를 이뤄온 연약한 인간의 마음의 힘을 살펴본다. 주인공은 칠레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며 유명한 소설가인 이사벨 아옌데다. 1973년 남미 최초...

    2015.07.06 21:49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6)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
    (6)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

    우리는 마땅한 근거에 따라 마음을 결정할까, 아니면 결정을 내린 다음 마땅한 이유를 찾을까.세상의 모든 결정에는 저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훌륭한 스토리텔러이다. 다만 그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지나고 나서 알 수밖에 없다. 만약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믿었던 결정이 누군가의 기만에 빠져 혹은 자기기만에 걸려 오히려 올무로 다가온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72)는 인간의 생활 속에는 기만과 자기기만의 덫이 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기만은 사회와 국가 단위에서도 수시로 작동되기에 전쟁처럼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고, 재난에서 속수무책으로 그 화를 키우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타인을 배척하는 데 작동되거나 골 깊은 진영논리를 낳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갈등구조와 협동성, 권위와 자기기만 행동유형의 연구성과로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크래포드상을 수상한 로버트 트리버스 럿거스대학 교수와의...

    2015.06.15 21:31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5) ‘유동하는 근대’ 지그문트 바우만 영상 컨텐츠
    (5) ‘유동하는 근대’ 지그문트 바우만

    “인간의 유대가 점점 깨지기 쉽게 박해지고 있다. 연인들은 예전처럼 충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당신과 내가 어울려 파트너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만족을 느낄 때까지다. 그 기분이 떠나면, 같이 있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지난해 ‘문명, 그 길을 묻다’ 연재 당시 인터뷰에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들려주었던 말이다. 인스턴트 사랑이다. 우정도, 사회적 신의도 다르지 않다. 오늘 우리는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을 포기한다. 혼자 남겨짐이 무서워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 일단 서약하면 끝낼 수 없던 무쇠솥 같은 무게를 버텨야 하는 옛 방식이 관계를 시작하는 데 더 두려운 장애가 될 법한데도, 오히려 가벼이 끓고 마는 현대의 사랑이 더 머뭇거리게 만든다. 보험 없는 차를 몰아야 하는 상황처럼 상처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가?지난 1월 영국 리즈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을 다시 만났다. 집으로 들어서자 그는 한국...

    2015.05.24 21:50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4) 프랑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 프랑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이며, 당대의 거장이다. 40년 넘게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작품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철학자의 풍모가 진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유대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다.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던 1941년 어느 밤, 둘은 동네가 떠들썩하도록 다툰 다음 아버지는 마루 밑 비밀창고로 숨어들었고, 어머니는 관청에 가출신고를 했다. 볼탕스키가 태어난 뒤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야 했지만, 어머니는 식구가 모두 살아있음에 안도했다. 그 후 가족은 뭉쳐 다녔고, 12세에 학교를 그만둔 볼탕스키는 주중에는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서, 주말이면 소설가이자 공산당원인 어머니와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가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는 12살 위 형이자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장 엘리, 5살 위 형인 세계적 좌파 사회학자 뤽 볼탕스키의 영향이 한몫한다....

    2015.04.27 21:41

  •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 - ‘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3) 이해인 수녀
    (3) 이해인 수녀

    부산 성베네딕도 수녀원, 이해인 수녀가 사는 곳이다. 17년 만에 다시 찾았다.이제는 도시 개발로 빌딩 사이 해송과 동백에 둘러싸여 섬처럼 남겨졌지만, 평화와 수도의 기운은 여전했다. 해인 수녀의 거처는 동산 아래 해가 깊숙이 들어오는 민들레 방이다. 서가에는 논어와 시경, 장자, 수타니파타, 소네트 등이 빼곡히 꽂혀 있다. 특히 네 종이나 되는 논어는 귀퉁이마다 해져 수선한 테이프가 겹겹이고, 양장본 서문당 논어엔 윤기가 흐를 정도로 손때가 묻어 있다.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한다.선반과 바닥에는 택배 사무실 마냥 박스와 보따리가 쌓여 있었다. 독자와 지인에게서 온 선물이지만, 곧 다시 누구에게론가 흩어질 꾸러미들. 수녀원에 당도한 그 시각에도 다음 날 가르멜 봉쇄수도원 후원 모임에 나눠줄 묵은 달력으로 만든 고운 봉투며 엽서를 챙기고 있었다. 해인 수녀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나누기 좋은 선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엄마수녀, 이모수녀라 부른다....

    2015.04.1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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