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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중증장애인 노동권,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중증장애인 노동권,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32조 제2항한국의 15세 이상 등록장애인 252만여명 중 62.7%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중증장애인(73만여명)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더 높아서 77.4%에 이른다(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상당수 비장애인은 이 같은 통계수치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노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아니냐고 여길지 모른다. 그렇다면 ‘노동’이란 무엇인가부터 물어야 한다■ 중증장애인은 노동할 수 없는 시민인가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 김도현은 <장애학의 도전>에서 노동에 대한 (비장애인 중심의) 기존 인식을 깨부순다. 그는 ‘활동→가치→대가’의 도식을 언급하며 ‘가치가 있어 그에 대한 대가가 수반되는 인간의 활동이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김도현은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는...

    2020.03.07 06:00

  • [커버스토리]한국서 ‘통계에도 없는 존재’로 산다는 것
    한국서 ‘통계에도 없는 존재’로 산다는 것

    한국엔 몇명의 트랜스젠더가 살고 있을까. 모른다. 국가단위의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는 통계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통계가 없다는 건 법도 제도도 없다는 뜻이다. 법과 제도를 만들 생각이 아마도 없다는 뜻이다. 한국엔 트랜스젠더가 없을까. 그럴 리가. 2017년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선 “인구 10만명당 트랜스젠더 수가 390명”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를 한국에 적용하면, 2020년 1월 기준으로 ‘인구 5178만579명 중 트랜스젠더는 20만1944명’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추산대로라면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통계 밖의 삶’을 살고 있다.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내가 남인 척 살거나, 없는 존재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내가 나일 수 없는 삶이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쉽지 않다. 안전하기도 어렵다.트랜스젠더의 목소리는 끊임없...

    2020.02.22 06:00

  • [커버스토리]나는 ‘2020 한국’의 택시운전사
    나는 ‘2020 한국’의 택시운전사

    수십년 ‘사납금제’ 고통 시달리다10년 소송 끝 얻어낸 전액관리제그러나 기뻐할 겨를 없이 몰아치는유사 택시, 플랫폼 영업의 ‘태풍’들택시 노동자와 서울 254개의 회사그들은 현재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지난해 4월18일 오후, 경기 파주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이창종씨(53)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지면 개인택시 넘버(면허)라도 팔아야 할 것 같아.” 함께 재판을 이어온 동료에게 말했다. 택시기사가 된 지 15년 만인 2018년 받은 면허였다.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뒤로 좀처럼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승소하면 성공 보수나 넉넉히 달라”며 웃는 마음씨 좋은 변호사를 만나 ‘외상’으로 8년 넘게 버텨온 재판이었다.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을 낭독했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관 다수의견은 “최저임금을 잠탈하기 위한 취업규...

    2020.02.15 06:00

  • [커버스토리]읽고 싶어 훔치기까지 하는 신문…지금도 있다, 옥천에
    읽고 싶어 훔치기까지 하는 신문…지금도 있다, 옥천에

    뉴스란 무엇일까.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수백 명이 격리되거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갈등을 빚거나, 보수야당 대표가 특정 지역 출마를 두고 이리저리 재는 것…만 뉴스일까. 초등학교 앞에 횡단보도가 없거나, 지역 시내버스업체가 서비스 개선을 게을리하는 건? 해마다 열리는 포도·복숭아축제나, 주민들의 친목 윷놀이 행사는? ‘옥천신문’의 황민호 제작실장(45)은 “이 모든 것이 뉴스”라고 말한다. 충북 옥천군에서 발행되는 지역주간 옥천신문은 특별하다. 220여명의 군민(郡民)주주를 모아 창간된 옥천신문은 사업을 하지 않고 오로지 신문으로 승부한다. 광고 의존도 역시 낮다. 구독료는 한 달에 1만원, 1부에 2500원꼴이다. 2개 섹션 48면 분량을 감안해도 저렴하지 않지만 구독률은 높다. 5만1000여명이 사는 옥천군에서 4000부가 나간다. 가구 수(2만가구)를 기준 삼으면 다섯 집 중 한 집이 구독하는 셈이다.신문이 배달되면 줄 쳐가며 너덜너덜해질 때까...

    2020.02.08 06:00

  • [커버스토리]저널리즘 원칙 → 양질 기사 → 독자 신뢰 선순환이 신문 위기를 이긴 힘
    저널리즘 원칙 → 양질 기사 → 독자 신뢰 선순환이 신문 위기를 이긴 힘

    |‘공룡 언론’ 경영의 딜레마광고시장, 콘텐츠 따른 보상보다언론사 위상이나 영향력에 좌우독자와 끈끈한 유대감 형성 방식중앙 언론 벤치마킹 쉽지 않지만옥천신문 ‘선순환 방식’ 주목해야옥천신문의 지난 30년에 주목하는 것은 ‘처음’이어서가 아니다. 지역주간신문 가운데는 이미 서른 살을 채운 ‘선배’들이 있다. 옥천신문이 특별한 이유는 ‘건강하게’ 그리고 ‘잘’ 성장했다는 데 있다. 작은 지역공동체 내에서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했다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언론학자 김영욱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지역공동체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기본 단위”라며 “옥천신문은 지역 주민과의 유대를 형성하며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함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다른 지역신문은 물론 전국단위 신문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과거와 현재가 성공적이라 해서 미래도 기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소멸’이라는 공포와 디지털 혁...

    2020.02.08 06:00

  • [커버스토리]“내가 있는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내가 있는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그만해도 되잖니? 들을 때마다 뭘 더 해야 할까? 늘 고민했다“왜 그랬어요?”배우 허정도씨(42·사진)는 지난 2년 동안 이 질문을 많이 들었다. 최근에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얘기도 듣는다. 질문이라기보다 걱정과 만류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허씨 자신도 비슷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내가 또… 뭘 더 해야 할까?”개성 있는 연기로 배우로서 탄탄한 인지도를 쌓아가던 허씨는 2018년 1월 블로그에 글을 한 편 올렸다. ‘만드는 이들도 행복한 드라마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비인간적인 노동환경과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아역 배우들의 현실에 대해 썼다. 2016년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뒤 공론화되기 시작한 드라마 제작현장의 살인적인 노동인권 문제는 현역 배우인 허씨의 문제제기가 기폭제가 돼 현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배우로서 일은 확 줄었다.허씨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아...

    2020.02.01 06:00

  • [커버스토리]그들과의 낯선 ‘동거’ 결국 우리의 삶이었다
    그들과의 낯선 ‘동거’ 결국 우리의 삶이었다

    출입국 정책 사건 최초의 기록물예멘인들과 만나 겪은 경험 생생‘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질문 던져외국인의 출입국 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제주출입국외국인청(제주청)은 ‘육해공군이 모두 있는 곳’으로 통한다. 이들이 상대하는 외국인들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제주도를 오가고, 짧거나 길게 섬 곳곳에서 머문다. 그래서 제주는 출입국·외국인 정책의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 여겨진다. 이런 제주에서도 예멘인들은 낯선 존재였다. 2000년대 초반 한 해 2~3명 정도의 예멘인이 제주를 찾았지만 연간 방문객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예멘인 26명이 제주를 찾았다. 2017년 52명을 더해도 5년간 제주를 방문한 예멘인은 78명뿐이었다. 2018년, 그러니까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한 그해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언론 보도는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소식으로 가득했고, 제주는 물론 곳곳에서 난민 관련 찬반 ...

    2020.01.18 06:00

  • [커버스토리]한상균 “감옥서도 쌍용차 팔아…이명박근혜 때보다 싸우기 힘들다”
    한상균 “감옥서도 쌍용차 팔아…이명박근혜 때보다 싸우기 힘들다”

    1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출근 투쟁’…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쌍용차 노동자 인터뷰한상균씨(58)는 교도소 안에서도 차를 팔았다. 그는 영업사원은 아니다. 조립라인에서 SUV를 만들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가 대량 정리해고를 발표하기 전까진 그랬다. 한씨는 그때 노조위원장(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었고, 77일 동안 옥쇄파업을 지휘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2015년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해 다시 수감됐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5년6개월을 감옥에서 살았다.“교도관들이 쌍용차랑 다른 회사 차 사양을 들고 와서 비교해달라는데 솔직히 그 안에서 제가 성능을 뭘 얼마나 알겠어요. 그냥 조금 포장해서(웃음), ‘우리 꺼’ 사라고 했죠.” 출소 이후에도 그에게 “쌍용차를 사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영업소를 소개해줬다. “참 묘한 거예요. 나는 해직자고 회사에서 탄압도 ...

    2020.01.11 06:00

  • [커버스토리]‘썩은 계란의 피라미드’를 깨다
    ‘썩은 계란의 피라미드’를 깨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보낸 소장을 받고/ 나는 피고 5가 되었다// 두터운 종이에 쪽수도 매겨 있지 않았다/ 이걸 내가 왜 읽어야 하지?// 한 편의 짧은 시를 쓰고,/ 100쪽의 글을 읽어야 하다니// 아름답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문장들/ 쉼표도 찍히지 않은,/ 골치 아픈/ 적대감으로 가득하나 마지막은 ‘합니다’/ 정중하게 끝을 맺은/ 독이 묻은 종이를 읽고 싶지 않아/ 내가 아끼는 원목가구를 더럽힌다는 게 분했지만,/ 서랍장 위에 원고와 피고 5를 내려놓고// 싸움이 시작되었으니/ 밥부터 먹어야겠다.”(‘독이 묻은 종이’)2018년 7월 말. 시인 최영미(59)는 치과에 다녀왔다.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는 날이었다. 치과에선 ‘잇몸이 안 좋다며 당장 수술하라’고 했다. 최영미는 나중에 하겠다며 돌아섰다. 귀가해 쉬고 있을 때, 현관 벨이 울렸다. 법원에서 보낸 소장이었다. ‘오늘 잇몸수술 안 받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툼한 서류 봉투를 뜯고 몇 장...

    2020.01.04 06:00

  • [커버스토리]최영미·김지은…미투는 1 대 다수 싸움…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큰 빚 지고 있어
    최영미·김지은…미투는 1 대 다수 싸움…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큰 빚 지고 있어

    판사·국문과·기자 출신 ‘드림팀’ 최 시인 찾아왔을 때 확신이 서“기억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 기자·다른 피해 여성들의 조력도“피해자들의 용기가 거름이 돼”최영미 시인의 승소 뒤에는 한국여성변호사회(이하 여변) 5인이 있었다. 최 시인의 대리인단을 맡은 여변의 조현욱 회장과 차미경 부회장 겸 성폭력피해자법률지원특위 위원장, 안서연 이사, 서혜진 인권이사, 장윤미 공보이사다. 최 시인은 이들을 “드림팀”이라 불렀다. 조 회장은 사시 28회 최연소 합격자로, 부장판사 출신의 베테랑 변호사다. 차 부회장은 국문과 출신으로 문장력이 뛰어나다. 안 이사는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 사건 변론 경험이 풍부하고, 서 이사는 성폭력 사건을 다수 변론한 경험이 있다. 기자 출신인 장 이사는 대언론 업무를 도맡았다. 서혜진 변호사는 “최영미 시인 사건은 승소한 결과도 좋지만, 그 과정도 좋았다”며 “다섯 사람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성폭력 피...

    2020.01.0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