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이용균의 초속 11.2㎞
  • 전체 기사 42
  • [이용균의 초속11.2㎞] 이정후에게 이종범은 훈장이자 낙인이었다
    이정후에게 이종범은 훈장이자 낙인이었다

    나이 든 야구팬들에게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지만, 젊은 야구팬들에게는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다. 이정후는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했다. 역대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최고 금액일 뿐만 아니라 이번 스토브리그 야수 전체를 통틀어서 총액 기준 최고 금액이다. 평균 연봉 1883만3333달러는 LA 다저스와 1년 2350만달러에 계약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 이어 2위다. 물론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하는 오타니 쇼헤이(10년 7억달러)는 제외다.KBO리그 최고의 타자임을 증명했다. 2022년에는 타격왕, 득점왕, 타점왕 등에 오르며 시즌 MVP에 뽑혔다. 올해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뛴다. 원래 야구 선수를 못할 뻔했다. 아버지 이종범은 아들 이정후를 야구에서 떼놓으려 애썼다. 운동에 재능 넘치는 아들을 어릴 때부터 다른 종목으로 내몰았다. 골프, 축구, 수영, 쇼트트랙을 시켰다. 야구만 빼고. ‘이종범의 아들’로 ...

    2024.01.17 19:54

  • [이용균의 초속11.2㎞] 실패 혐오의 시대
    실패 혐오의 시대

    ‘가성비’가 익숙해지는 듯싶더니 그새 ‘가심비’가 찾아왔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심리적으로 만족도가 높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한동안 TV와 유튜브 광고에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리셀’(재판매)을 통한 수익 목적도 있지만 명품이 주는 ‘가심비’의 역할이 컸다.지금은 ‘시성비’가 뜬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하루 24시간으로 제한된 ‘시간’도 아껴야 하는 재화다. 시간 대비 성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경쟁은 일상이 되고, 자기계발이 의무가 된 시대에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아껴야 한다. OTT와 유튜브가 익숙해지면서 ‘봐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내 시간을 아끼려면 제대로 된 걸 골라야 한다. ‘시성비’의 시대 영상 소비 패턴은 2가지로 압축된다. 빨리감기와, 미리보기다. 2배로 빨리 보거나, 아니면 봐야 할 영상을 잘못 골라 시간을 날리느니 ‘요약본’으로 대표되는 미리보기를 통해 시성비 높은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다.시성비가 ...

    2023.12.13 20:25

  • [이용균의 초속 11.2㎞] 뛰어난 선수는 전광판을 꼭 본다
    뛰어난 선수는 전광판을 꼭 본다

    주자가 1루와 3루에 있다. 팀 내 가장 장타력이 좋은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목표는 단순하다. ‘강하게 치는 것’. 담장을 넘어가면 금상첨화다.과연 정말 그럴까. 전광판을 보지 않은 채 ‘내 스윙’만 하면 될까. 그러면 팀이 이길까.야구 전광판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지금이 몇 회인지, 점수 차는 얼마인지, 아웃카운트와 볼카운트는 어떻게 되는지. 야구는 축구, 농구와 달리 ‘실시간 경기’가 아니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플레이가 끊어졌다 이어지기 때문에 분절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인다. 야구에는 승리확률기여도(WPA)라는 기록이 있다. 주자 상황, 이닝, 점수 차, 아웃카운트 등을 종합해 해당 상황에서 승리할 확률을 계산하고 그 타석의 결과가 승리 확률을 얼마나 높이거나 낮추는지 계산한다. 메이저리그에서 1903년부터 2022년까지 치러진 총 18만3331개의 경기로 확률을 계산한다.점수 0-0인 상황에서 1회초 1사 1, 3루라면 원정...

    2023.11.08 20:28

  • [이용균의 초속 11.2㎞] 9시간 걸린 귀성길의 깨달음
    9시간 걸린 귀성길의 깨달음

    추석 연휴가 길었다. 임시공휴일이 더해져 6일짜리였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7일 동안 120만명을 넘겼다. 하루 평균 17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이다.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0.78명보다 더 줄었다. EBS 다큐에 출연한 미국의 한 교수가 “한국은 완전히 망했어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회자됐다.결혼도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건수 역시 전년 같은 달에 견줘 5.3% 감소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는다. 고향에 가면, 잔소리밖에 들을 게 없다. 길어진 추석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늘었다. 이번 귀성길은 비교적 한산할 거라는 예상은 합리적이었다.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새벽 5시에 출발하면 충분히 빠를 것이라 생각했다. 고속도로에 올라가기도 전에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동트기 전 도로에 차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끝없이 이...

    2023.10.04 20:30

  • [이용균의 초속 11.2㎞] 차라리 야구를 응원하는 게 낫다
    차라리 야구를 응원하는 게 낫다

    야구 취재를 오래 했기 때문이다. 오가다 만나는 동료들이 꼭 묻는다.“요즘 ○○은 도대체 왜 그래?”○○ 안에 어떤 구단 이름을 넣든 비슷하다. “요즘 ○○ 때문에 행복해”라는 말은 좀처럼 듣지 못한다. 1등을 달리고 있는 LG 팬인 동료 역시 한두 경기만 지면 “요즘 LG는 왜 그래”라고 묻는다. 야구에 정답은 없다는 걸, 내일은 이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소연하듯 묻는다. 스스로 야구팬이거나 주변에 야구팬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야구팬들은 늘 화가 나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야구를 응원한다는 건 가성비에 맞지 않는다. ‘밑지는 장사’다. 구글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던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어릴 때부터 뉴욕 메츠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는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통해 페이스북에서 야구단에 ‘좋아요’를 누른 데이터를 싹 다 모아 ‘특정 팀의 팬이 되는 것은 7~8세 때의 성적’임을 증명했다. 1994년 마지막으로 우승한 LG의...

    2023.08.30 20:24

  • [이용균의 초속 11.2㎞] 힘에 기댄 ‘가짜 평화’의 부작용
    힘에 기댄 ‘가짜 평화’의 부작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3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적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강군만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손을 들어 인사하는 행사 사진 연단에는 ‘강한 국방,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라고 적혀 있었다. ‘힘’과 ‘평화’가 큰 글씨로 강조됐다. 힘은 빨간색, 평화는 파란색으로 칠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힘이 세다. 한국 사회는 정권의 도덕적 감각에 크게 좌우된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단순한 수사를 넘어 ‘이렇게 해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힘에 의한 평화’는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정세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힘에 기댄 평...

    2023.07.27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학폭’ 논란 딛고, ‘방송통신유튜브위원회’ 장악?
    ‘학폭’ 논란 딛고, ‘방송통신유튜브위원회’ 장악?

    1년 전, 뉴콘텐츠팀장이 됐다. 오랫동안 열정을 쏟았던 스포츠부를 떠났다. 한 해 전, 프로야구 두산 조성환 코치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만년 하위팀이던 한화로 옮긴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 나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조 코치는 지난겨울 두산 복귀를 결정한 날 밤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럼 나는 어쩌라고’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뉴콘텐츠팀장이 되고 ‘R’을 배우기로 했다. 오랜만의 코딩을 위해 꽤 비싼 무접점 키보드를 샀다. 준비는 장비와 동의어라고 배웠다. ‘함수’와 ‘객체’의 개념을 다시 떠올리며 깜빡이는 커서에 명령어를 한 자 한 자 적어 넣었다. 데이터 정렬 방식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며 움직이는 그래프를 만드는 데(까지만) 성공했다.1년이 조금 넘게 흘렀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왔다. 이번에는 영상 편집으로 정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14일 ‘디지털 리포트 2023’을 발표했다. 이 리포트의 대한민국 현황에 따르면 ‘온라인’...

    2023.06.22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가오갤3, 피치 클락, 용산 더그아웃
    가오갤3, 피치 클락, 용산 더그아웃

    마블의 새 영화 <가오갤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는 개봉 2주 동안 280만명이 관람했다. 2월에 개봉한 <앤트맨3>(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겨우 150만여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성공이다. 포털사이트 관람객 평점은 9.42점이나 된다. “모처럼 마블다운 영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즈4에 들어선 이후 마블 시리즈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히어로 피로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센 빌런과 히어로들이 나와서 쿵쾅쿵쾅 때려부수기만 했다. <가오갤3>는 그 틀을 벗어났다.야구가 딱 그랬다. 요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은 시속 160㎞를 넘기기 일쑤다. 타자들이 아웃 3개를 당하기 전 안타 3개를 때려 점수를 내기 어려워졌다. 전략을 바꿨다. 타자들은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했다. 마블 시리즈처럼 ‘모 아니면 도’의 야구다. 홈런, 삼진, 볼넷이 늘었다. ‘3가지 진정한 결과(three tru...

    2023.05.18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우리들의 일그러진 제로
    우리들의 일그러진 제로

    ‘코카콜라~ 맛있다. 코카콜라~ 맛있다.’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제로>는 음원차트 정상권을 오르내렸다. 싱글 앨범으로 발매됐지만, 음반이라기보다는 CM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코카콜라 제로를 광고하기 위한 노래다. ‘제로’는 ‘비존재’의 의미 대신 ‘매력’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뉴진스는 ‘Cool함은 그대로, 부담감은 제로. Sweet함은 그대로, 불안감은 제로’라고 노래한다. 칼로리라는 ‘거부’와 ‘부담’의 영역을 ‘제로’로 치환하고 순화한다. ‘제로’는 노랫말처럼 쿨하고, 달콤하고, 부담감과 불안감을 없애주는 ‘매력’의 신호일까. 디지털 세계는 과거 산업사회의 규칙을 해체하는 중이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유통업 형태를 낳았고, 이는 ‘제로를 향한 경주(Race to Zero)’를 탄생시켰다. 과거 소매 유통업은 인접성이 열쇠였다. ‘단골손님’은 중요한 자산이었다. 플랫폼 산업이 소매 유통업을 침식하면서 업주와 손님 사이...

    2023.04.13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0.78을 위한 78수
    0.78을 위한 78수

    지난해 12월, 챗GPT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진지하게 ‘특이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해류 측정 온도계, 인쇄술, 내연기관, 전신과 전구, 인터넷, 아이폰, 그리고 인공지능(AI). 이제 인류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바뀔 것 같았다.챗GPT 열풍은 약 석 달이 지난 지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챗GPT 놀이’다. 사람들은 대화 생성형 AI의 빈틈을 찾았다. 챗GPT에게 ‘윤석열·한동훈 폭행사건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으면 ‘진지한 대답’을 한다. 어느 때는 2019년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언쟁에 이어 폭행사건이 있었다고 답하고, 또 다른 때는 2022년 12월 강남 일대에서 둘이 함께 손님을 폭행한 사건이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사실무근이고 거짓이다(챗GPT를 허위사실 유포 혹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준은 아닐 거라 믿는다).한때 그럴듯해 보였던 대답 속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챗GPT는 ‘전지전능’의 AI가 아니라 ‘아무말대잔치’ ...

    2023.03.09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