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이용균의 초속 11.2㎞
  • 전체 기사 42
  • [이용균의 초속 11.2㎞] J라서 더 피로한 걸까
    J라서 더 피로한 걸까

    새해를 맞고 한 달이 지났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은 ‘피로’다. 어쩌면 MBTI ‘제이(J)’라서 더 피로한 건지도 모르겠다 싶은데,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주변이 온통 피로로 뒤덮였다. 2023년 미디어 전망을 꿰뚫는 단어도 ‘피로(Fatigue)’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2023년 전망에서 ‘구독 피로’를 언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시대’ 동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것저것 다 구독했는데, 이제 뭘 봐야 할지 고르는 것도 ‘피로’하다. 정리해야 하는데, 정리할 걸 선택하는 것도 ‘피로’하다. 정리 못하게 8부작씩 둘로 쪼개는 것도 피로하다. 그렇지 않니? 연진아. 감당할 수 있겠어? 차무식씨.‘마블 피로도’라는 말도 등장했다. 디즈니플러스라는 OTT의 등장으로 마블 세계관이 확대되고, 해상도가 높아진 데다 OTT 예습-극장 관람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피로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18년 이렇게 얘...

    2023.02.02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도주이 오라 캐라”
    “도주이 오라 캐라”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2022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이용자의 69%가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한다’고 답했다. 한국 이용자는 67%가 그렇다고 답했다. 5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늘었다. 조사 대상 46개국 응답자 중 36%(2위)는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콘텐츠 수용성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상쾌한 콘텐츠를 찾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불편한 구석이 없는 편안한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주인공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장애물은 쉽게 피하고, 악당과 싸워 이기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조연 역시 주인공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심지어 요즘 콘텐츠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싸우지도 않는다. 다른 캐릭터로 하여금 대신 싸우게 한다. 포켓몬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한지우는 피카츄로 대표되는 몬스터를 키우는 ‘트레이너’...

    2022.12.29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쉽게 씨워진 기사’
    ‘쉽게 씨워진 기사’

    자리에 눕는다. 스마트폰을 든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건 알아야지. 포털 뉴스 창을 연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도 궁금하고, 요즘 논란이라는 채권 관련 소식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엄지로 기사를 스크롤하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문해력이 떨어진 걸까. 그러고보니 요즘 책을 잘 안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출근할 때 책을 한 권 들고 가야지 생각하며 뉴스 창을 닫는다. 자기 전에 머리를 가볍게 해야 할 것 같다. 유튜브 앱을 연다. 짧은 쇼츠 영상이 눈에 띈다. 아하, 요즘엔 이런 것들이 유행이군. 영상이 쓱쓱 넘어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젠장,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잘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내일 출근길에 책을 읽기보다는 졸아야겠다, 고 생각한다. - 요즘 기사가 안 읽힌다. 문해력이 떨어진 걸까.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에서 최근 발간된 <스마트 브레비티(Smart Brevity)>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단어의 감옥’에 갇...

    2022.11.24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한 우물 조기 교육’이라는 신화
    ‘한 우물 조기 교육’이라는 신화

    종종 이런 e메일을 받는다. “야구 기자가 되려면 어떤 학과를 가야 하나요?메일 제목을 보며 한참 생각을 한다. 질문 앞에 두 글자를 붙여주고 싶다. ‘좋은 야구 기자가 되려면 어떤 학과를 가야 하나요?’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답변에도 차이는 없다. “어차피, 야구 기자 학과는 없습니다라고 답을 하려다 백스페이스, 백스페이스, 백스페이스.(검색해보니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에는 스포츠 저널리즘 학사 과정이 있다)스포츠에는 일종의 ‘조기 교육 신화’가 존재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재능을 드러내고, 특정 종목의 ‘한 우물’을 판 끝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는 신화가 재생산되고 강화되는 세계다.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3세 때 골프 신동으로 TV에 출연했고, 같은 해 집 근처 정규 골프장 9홀을 돌면서 11오버파를 기록했다(18홀 기준 94타!). 8세 때 처음 정규코스 80타를 깼고(18홀을 80타 이하로 쳤다는 뜻), 11세 때 아버지를 이겼고, 12세 ...

    2022.10.20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사느냐(To Buy), 죽느냐
    사느냐(To Buy), 죽느냐

    추석은 잔소리의 시간이다. 2030만 듣는 게 아니다. 낼모레 쉰도 듣는다. 결혼 후 16년 동안 두 번쯤 뵌 먼 친척 형님이 물었다.“집은 좀 올랐고?”건물은 콩나물처럼 자라지 않는다 답하려다, “집이 없습니다. 세들어 삽니다”라고 말했다. 애써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집을 안 사고 여태 뭐했어.”쯧쯧 혀 차는 소리가 뒤에 붙었나 어땠나. 여러 가지 대답을 궁리하다 “같은 집에 세 올려가며 오래 살았더니 때를 놓쳤습니다”라고 말했다. 괜히 뒤통수를 긁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만 만으로 11년.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년 연장 계약을 해서 13년을 산다. 이 얘기를 할 때마다 주위에선 “우와” 또는 “이야”라는 반응이 나왔다. 운이 따랐다고 생각하지만, ‘벼락거지’라는 단어가 가끔씩 어른거리는 것도 사실이다.어릴 적 읽은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는 실존 양식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소유 대신 존재적 실존 양식을 지향해야 한다는...

    2022.09.15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김하성 뽑은 ‘천재 단장’은 왜 실패했나
    김하성 뽑은 ‘천재 단장’은 왜 실패했나

    그러니까 이건 야구 얘기다. 2021시즌을 앞두고 김하성이 4년 2800만달러에 계약했을 때, 샌디에이고의 우승 한이 풀릴 것처럼 보였다. 내야 주전이 이미 꽉 찼음에도 김하성에게 주전급 연봉을 주고 계약했다. 에이스급 선발 투수들도 끌어모았다. 다르빗슈 유(연봉 2200만달러), 블레이크 스넬(연봉 1050만달러)도 데려왔다. 2019시즌 7000만달러 수준이던 팀 총연봉이 단숨에 1억7900만달러로 세 배 가까이로 치솟았다. 돈을 펑펑 썼고, 우승을 노렸다. AJ 프렐러 단장의 과감한 베팅이었다.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 계약을 두고 “딱 맞는 자리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어디에 쓸지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능력’을 모으면, 팀이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결과는 잘 알려진 대로 대실패였다. LA 다저스와 리그 우승을 다툴 것이라 평가받던 샌디에이고는 가을야구에도 오르지 못했다.샌디...

    2022.08.11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숏박스가 위험해
    숏박스가 위험해

    ‘갤럭시 제트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휴대전화 이름이다. 제트와 플립이 반복된다.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에 종종 등장하는 2032년 출시 버전이다. 이때 함께 나온 애플의 스마트폰은 ‘아이폰24’라는 설정이다. ‘갤럭시 제트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은 꼬깃꼬깃 접어 놓은 종이(를 닮았)다. 펴고 펴고 펴고 또 펴면 스마트폰 크기가 되고 천연덕스럽게 통화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여기가 인스타 핫플이래’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사진은 아이폰24지, 아니지 갤럭시 제트제트제트 플립플립플립이지”라고 자랑한다.10년 뒤인 2032년의 세계관을 그리는 ‘스케치 코미디’다. 2022년의 현실을 비틀고 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이를 강화함으로써 웃음을 만든다. 유튜브 공간에서는 ‘스케치 코미디’가 대세다. ‘숏박스’ ‘너덜트’로 대표되는 코미디 영상은 조회수가 수백만회를 기록한다. 주변에 있을 법한 상황을 설정하고 사실적 요소를 극대화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낸다. 숏박스의 ...

    2022.07.07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이게 다 야구를 안 해봐서
    이게 다 야구를 안 해봐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박찬호가 물었다.“그런데, 이 기자는 야구가 뭐가 그렇게 좋아요?”수없이 들었던 질문. 그때마다 반복했던 대답.“야구는 매일 하는 종목이잖아요. 오늘 졌어도, 내일 또 경기가 있는. 그래서 지는 법을 배워요. 그게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야구가 그걸 알려줄 수 있어요.”우리 사회는 패자에게 잔인하다. 대한민국 승패의 윤리학. “승자는 다 가지고 누릴 것. 패자는 닥칠 것.” 11-0으로 이기든, 연장 접전 끝 5-4로 이기든 점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슈퍼 울트라 승자 독식 사회다. 승부와 시험이 다르지 않다. 커트라인을 넘었다면 뭐든 해도 되는 ‘위너’가 되고, 1점차로 못 미쳤다면 ‘루저’다. 시험은 능력 평가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신분을 가르는 장치다. 출발선이 어디인지 고려되지 않는다. 적도와 남극을 오가는 승패의 온도차는 온 세상을 승리 지상주의로 내몬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

    2022.06.02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안철수 위원장님, PDF 제발 좀
    안철수 위원장님, PDF 제발 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일 때였다. 지난 2월21일 3차 TV토론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국가 데이터 공개에서 굉장히 많이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분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절대로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차기 정부에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 목표 중에 하나가 사실 공공 데이터 공개라고 믿고 있는 입장이라서 제가 윤 후보께 여쭤보는 것입니다. 확실하게 이런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 점이 우려가 돼서 제가 말씀을 드립니다.”빌 제임스는 야구 통계의 아버지라 불린다. 식품창고 경비원이었던 그는 신문에 나온 경기 결과를 연필로 적어가며 계산해 혁신적인 새 야구 기록을 여럿 발명했다. 더 나은 분석을 위해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업체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경기 세부 기록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야구팬들에게 호소했다. “우리가 직접 야구를 기록합시다.” 미국 전역의 야구팬들이 ...

    2022.04.28 03:00

  • [이용균의 초속 11.2㎞] 지금 우리 사회는, ‘K절비’의 시대
    지금 우리 사회는, ‘K절비’의 시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출근을 위해 탄 광역버스는 경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무릎 위에 가방을 놓고, 그 위에 두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다. 유행이 지나고 조금 늦게 <지우학(지금 우리 학교는)>을 달리던 중이었다. 12화의 마지막, 정주행 완료를 10분 정도 남겨 두고 눈물이 터졌다. 사라진 이들을 위해 글귀와 간식을 놓아두는 곳에 양대수는 꼬깃꼬깃해진 빈 초코바 봉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준영아, 다음엔 한 박스 사다 줄게.” 눈물이 왈칵. 버스 안에서 눈물을 닦는 법. 마스크 때문에 김 서린 척 안경을 벗으며 쓱. 마스크가 있어 다행이었다.<지우학>은 K좀비의 맥을 잇는다. 1968년 조지 로메로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등장한 ‘원형 좀비’는 세월이 흐르며 상징으로 굳어졌지만 한국 영화 <부산행>과 <킹덤>을 거치면서 K스타일로의 혁명적 변화를 겪...

    2022.03.24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