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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 [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보이지 않는 미래, 스스로 길을 연 ‘천재’
    보이지 않는 미래, 스스로 길을 연 ‘천재’

    요즘 서점에 가보면 ‘정해진 미래’라는 키워드를 가진 책을 여러 권 볼 수 있다. 인구학과 경제학에서 많이 쓰는 용어다. 현재의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특정 분야에서는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미래가 정해졌다면 우리 삶은 어떨까.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오늘과 비슷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남들이 만든 길 위를 걸으면 그만이다.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굳이 애쓸 필요도 없다.미래가 없는 청년을 본 적이 있다. 2016년 LG배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만난 김라경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 열여섯 살이었다.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여중생이 시속 110㎞ 정도의 빠른 공을 던졌고, 무엇보다 하체를 이용한 부드러운 투구 동작이 일품이었다.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였다. 성인이 되면 시속 130㎞ 이상의 공도 던질 것 같았다.김라경은 여자야구에서 천재로 통했다.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였고, 언론에도 여러 ...

    2022.05.30 22:54

  • [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③] 선수 존중과 헌신의 조화가 중요한 시대…야구만 가진 ‘희생’의 가치는 생각해봐야
    선수 존중과 헌신의 조화가 중요한 시대…야구만 가진 ‘희생’의 가치는 생각해봐야

    “축구는 약한 고리(weak-link) 스포츠입니다. 축구 팀은 가장 뒤처진 선수의 기량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됩니다. 농구는 강한 고리(strong-link) 스포츠죠. 농구 팀을 더 잘하게 하려면 국보급 스타를 영입하면 됩니다.”저명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어느 대담에서 인용한 이야기다. 이 논리를 야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야구는 ‘약한 고리’ 스포츠일까. ‘강한 고리’ 스포츠일까.각자의 야구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구는 단정하기 힘든 복합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공격과 수비가 철저히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공격 입장에서 야구를 이해하자면 ‘강한 고리’ 스포츠다. 수비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어딘가 펑크 나서는 결코 안 되는 ‘약한 고리’ 스포츠다.선수들이 있어야 팀이 있다. 육성 선수에서 스타 선수에 이르기까지 함께 이뤄져야 팀이 만들어진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여야 공격이 구성된다. 투수부터 포수, 내야수, 외야수들이 모여야 수...

    2022.05.16 22:43

  • 오늘날 하루키를 있게 한 ‘야구’…우울한 새봄, 희망·영감을 주길

    2022 KBO리그가 탄생 40주년을 맞은 채 문을 열었습니다. 2022년 경향신문은 선수로 그리고 감독으로 한국 야구와 꾸준히 함께해온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의 칼럼을 통해 프로야구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레전드 선동열이 직접 전하는 글을 통해 40돌 한국 야구를 같이 지켜봐주세요. 1978년 4월 어느 쾌청한 날 오후,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을 보러 갔다.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야쿠르트는 인기 구단이 아니었기에 홈 개막전이라고 해봐야 외야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혼자 외야석에 드러누워 관람했다.야쿠르트 1번 타자가 상대 투수의 초구를 걷어올려 좌중간에 깔끔한 2루타를 만들었다. 그 순간 하루키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루키는 기억한다. 하늘에서 뭔가가 천천히 내려왔고 그것을 두 손으로 멋지게 받아낸 듯한 기분을....

    2022.04.19 13:31

  • [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②] 넓어진 S존, 낯설고 어렵더라도 한국 야구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넓어진 S존, 낯설고 어렵더라도 한국 야구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행하는 2022 공식야구규칙을 펼쳐봤다. 스트라이크존을 설명한 그림7에 이런 설명이 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은 타자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이고, 하단은 무릎의 윗부분이다.’ 지난해 규칙은 어떨까. 똑같다. 그렇다면 실제 스트라이크존도 똑같은가. 아니다.지난 1월 KBO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을 타자 신장에 따라 철저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칙은 그대로 두되 실제 적용을 확대해 볼넷과 경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허운 심판위원장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새 스트라이크존을 꼭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스트라이크존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개념 같다. ‘규칙’인 스트라이크존을 ‘개념’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존은 파울 라인이나 파울 폴처럼 명확하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심지어 타자에 따라 달라지는 이 공간이 바로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전장...

    2022.04.18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