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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세 100년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영국 마을 ‘뉴몰동’서 그려 본 ‘작은 남북’
    다·만·세 100년,영국 마을 ‘뉴몰동’서 그려 본 ‘작은 남북’

    분홍색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머리에 족두리를 쓴 김복순 할머니(77·가명)가 무대에 올랐다. 두 손에는 부채를 쥐었다. 김 할머니는 북한에서 왔다. 2003년 남한으로 내려왔고, 2008년 다시 영국 런던의 뉴몰든으로 건너왔다.그 옆에는 전정숙 할머니(70)가 섰다. 전 할머니는 30년 전 한국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지금은 뉴몰든에서 민박집을 운영한다. 전 할머니는 “북한 사람은 다 머리에 뿔 달린 줄 알았다”고 했다. 평생을 그렇게 배웠다. 이북에서 왔다고 하면 민박집 손님으로도 받지 않았다. 낯설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랬던 전 할머니가 이제는 김 할머니와 한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춤을 춘다. 두 할머니는 뉴몰든 영국 한인노인회에서 처음 만났다. 노인회 문화센터에서 함께 가야금·부채춤을 배웠다. 지역 안팎에서 행사가 열리면 여러 차례 공연도 했다. 오늘도 그런 날이다. 최근 문을 연 코번트리대 한국학연구소에서 개소식 공연을 해달라는 ...

    2019.02.21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만세시민이 쏘아올리고 촛불시민이 되살린 ‘공화주의’
    다·만·세 100년, 만세시민이 쏘아올리고 촛불시민이 되살린 ‘공화주의’

    1919년 3·1운동을 코앞에 둔 2월 말. 보성사(인쇄소) 직원인 인종익은 직접 인쇄한 기미독립선언서 수백장을 지방을 돌며 배포했다. 그는 3월2일 일제 경찰에 붙잡혔다. 무수한 고문과 구타가 이어졌다. 3월5일 청주경찰서 취조실, 일경이 물었다. “그대들이 독립을 선언하면 황제 등 수뇌는 누구로 하여금 시킬 것인가.” 인종익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의 세계를 보건대 모두 민주공화정체다. 물론 민주공화정체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직후인 4월23일 경성에서 국민대회가 열렸다. 일단의 학생들이 깃발을 들고 만세를 부르다가 일경에 체포됐다. 그들의 깃발에는 ‘공화만세’라고 쓰여 있었다.그리고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6년과 2017년 서울 광화문광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수백만 시민의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어깨를 겯고 헌법 1조 1항을 노래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019.02.18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대립 개념 오해 받지만 ‘민주’ 옆엔 ‘공화’가 단짝이었죠
    다·만·세 100년, 대립 개념 오해 받지만 ‘민주’ 옆엔 ‘공화’가 단짝이었죠

    공공성 붕괴되고 극단적 분열된 한국사회의 현실이 공화주의 불러내‘갑질’ 문제 등 자의적 지배가 일어나지 않게끔 법을 만드는 게 출발점‘다수결’ 민주주의, 소수자 보호하는 공화주의와 결합해야 더 나아져통일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 보편 인권 강조하는 ‘민주공화국’이어야‘공화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부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까지 주권자들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 1항의 정신을 우리 사회 전면에 불러내면서다. 정치권과 학계는 대안적 이념이나 정치체제로서 공화주의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를 내세운 이후 100년 만에 부활하고 있는 ‘공화(共和)’의 비전은 무엇인가.경향신문은 공화주의에 천착해온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의 대담을 마련했다. 두 교수는 공공성이 붕괴되고 극단적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 현실이 공화주의를...

    2019.02.18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신 삼대’의 삶, 한국 현대사가 되다
    다·만·세 100년, ‘신 삼대’의 삶, 한국 현대사가 되다

    1919년부터 2019년까지의 100년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첩첩이 쌓인 ‘생(生)의 탑(塔)’이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같은 역사의 분절점이나 정권의 변동 따위로 자를 수 없는 모두의 하루하루가 모인 시간이다.세 사람이 있다. ‘36년생 강금선’, ‘65년생 은종복’, ‘97년생 은형근’. 어머니와 아들, 손자다. 이들 삼대(三代)가 살아온 이야기는 그 시절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가장 전형적이라거나 보편적인 사례도 아니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10원도 아껴가며 자식을 키운 80대 억척 어머니, 새마을노래에 잠을 깨고 최루탄 냄새와 함께 청년기를 보낸 50대 아들, 녹록지 않은 현실에 때로 불안해하면서도 다른 삶을 꿈꾸는 20대 손자 이야기는 우리들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다. 지난 100년 각자 헤쳐온 삶은 그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역사는 개인의 삶과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으며 움직인다. 일제의 ...

    2019.02.11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좌우통합’의 길…공화국 100년 ‘미완의 꿈’
    다·만·세 100년, ‘좌우통합’의 길…공화국 100년 ‘미완의 꿈’

    독립운동의 처음과 끝은 통합이었다.‘3·1혁명’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본격화한 독립운동은 느리지만 꾸준히 통합을 향해 나아갔다. 때로는 이념과 주도권 다툼으로 분열도 했지만, 독립운동 과정 자체가 좌우통합을 향한 긴 노력의 여정이었다. 좌우가 손잡지 않는다면 독립은 요원하다는 목소리들 때문이다. 임시정부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박은식은 1925년 임종을 앞두고 “독립운동을 목표로 세운 이상 환경을 묻지 말고 다 함께 뭉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노력 끝에 1940년대 초 좌파 성향 민족혁명당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임시정부는 부분적이나마 좌우연립 형태로 광복을 맞이했다. 임시정부의 시작은 좌우통합이었다. 상해임시정부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대한국민의회는 1919년 수립 직후부터 통합을 시도했다. 같은 해 11월 이승만이 임시정부 대통령을, 좌익 진영을 대표한 이동휘가 국무총리를 맡으며 사실상 최초의 좌우합작이 성사됐다. 그러나...

    2019.01.29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작, 1919년에 응답하라
    다·만·세 100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작, 1919년에 응답하라

    임시정부, 임시헌장 1조에서 ‘민주공화제’ 선언…공공성을 중시하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 강조현행 헌법까지 여전히 살아있는 문장들, 현실에선 큰 힘 못 써…정의와 인도의 가치 되살려야100년 전 1919년은 우리의 증·조부모들이 3·1운동을 일으키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한 해이다. 1919년 그들은 3·1운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3·1운동의 지향점은 당시에 나온 3대 독립선언문, 즉 2·8독립선언문, 3·1독립선언문, 대한독립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일본 도쿄 유학생들이 발표한 2·8독립선언문은 민족자결의 논리에 따라 민족의 독립을 요구한다는 것, 독립 이후에는 정의와 자유에 기초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것, 그리고 세계 평화와 인류 문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천명했다.국내에서 33인이 발표한 3·1독립선언문은 인류의 평등과 민족의 자존에 기초해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

    2019.01.29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아버지와 장남은 남측, 차남은 북측 국립묘지에 잠든 ‘독립운동 가족’
    다·만·세 100년, 아버지와 장남은 남측, 차남은 북측 국립묘지에 잠든 ‘독립운동 가족’

    “민족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 생명의 은인” “국부가 죽어도 마음대로 울지 못하는 세상이었으니…”.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북한 김일성 주석의 평가다. 그가 ‘국부’ ‘생명의 은인’으로 고마워한 이는 지금 남측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다. 어떤 사연일까.식민, 해방, 분단, 전쟁이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은 독립운동가 가족사에도 투영됐다. 여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 독립운동가가 있다. 현재 자신과 장남은 국립현충원에, 차남은 북측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남북 모두에서 존경받는 독립운동가.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의장(현 국회의장)을 지낸 손정도 목사(1882~1931)다.손 목사는 당시 ‘조선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평양의 감리교 목사를 통해 기독교를 접했다. 기독교계 숭실학교에 들어간 그는 2년 선배인 김형직, 즉 김일성의 아버지를 알게 됐다. 목회자가 된 그는 독립운동을 했다. 비밀결사인 신민회에 가담했고, 일본 총리 가쓰라 다로(桂太郞) 암살 음모...

    2019.01.29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독립에 목숨 건 두 여인…해방 뒤 불운했던 그들의 삶
    다·만·세 100년, 독립에 목숨 건 두 여인…해방 뒤 불운했던 그들의 삶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붙잡아 고문하고 처형했던 서대문형무소. 형무소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수감했던 여옥사가 보인다. 유관순 열사가 옥사한 8번방 옆 7번방 철문. 낯선 두 여성의 사진이 담긴 안내판이 걸려 있다.동덕여고 동기이자 ‘혁명 동지’1930년대 ‘경성트로이카’ 조직원노동계 중심으로 독립운동 진행이 과정서 수차례 체포·실형 반복“이효정과 박진홍은 동덕여고 동기생으로 1930년대 이재유의 지도하에 함께 일선 공장의 노동운동을 주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각각 일본 경찰에 피체되어 서로 소식을 모른 채 이곳 여옥사에서 1935년 4월경 만났다. 이효정과 박진홍은 수감생활의 고통을 잠시 잊고 동료를 만난 기쁨을 나누는 한편 독립운동의 뜻을 굽히지 말 것을 서로 다짐한다. 이때 박진홍은 임신한 상태로 수감되었고, 1935년 8월경 출산하였으나 아기는 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였다고 한다.”철문 옆에는 1935년 당시 여...

    2019.01.22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이육사 ‘백마 탄 초인’은 항일전사 허형식”…허, 시인보다 다섯 살 어린 외당숙이자 ‘만주 최후의 파르티잔’
    다·만·세 100년, “이육사 ‘백마 탄 초인’은 항일전사 허형식”…허, 시인보다 다섯 살 어린 외당숙이자 ‘만주 최후의 파르티잔’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백마 타고 오는초인(超人)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놓아부르게 하리라.이육사(1904~1944)의 시 ‘광야’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는 1942년 중국 베이징 일본총영사관 지하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견디며 이 시를 썼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누구일까. 통상 학교에서는 ‘해방된 민족적 자아’로 가르쳐 왔다. 그런데 최근 그 초인이 가상이 아니라 실제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바로 ‘만주 최후의 파르티잔’으로 불린 허형식(1909~1942)이다. “북만주에서 희생되지 않았다면 북녘 아니면 남녘에서 정권을 잡았거나 통일정부를 세웠을 것”(역사학자 강만길)이라는 그는 누구인가.허형식은 1909년 경상북도 구미 임은동에서 출생했다. 철길 하나 건너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상모동이다. 그는 구한말 의병지도자로 서대문형무소의 ‘1호 사형자’로 기록된 왕산 허위의 당질(사촌형제의 아들)이다.10...

    2019.01.22 06:00

  • [신년기획]다·만·세 100년, ‘일제 현상금 넘버원’ 김원봉, 남에서도 북에서도 사라져
    다·만·세 100년, ‘일제 현상금 넘버원’ 김원봉, 남에서도 북에서도 사라져

    ‘320억원.’일제가 한 독립운동가에게 내걸었다고 전해지는 ‘최고 현상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액수다. 당시 돈으로 100만원에 달하는 이 현상금의 주인공은 약산 김원봉(1898~1958년)이다. 경남 밀양 출생인 그는 1919년 의열단을 만들어 조선총독·일본군·친일파 등 암살, 조선총독부 및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주요기관 파괴를 목표로 한 공작을 이끌었다. 193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무장투쟁에 나서 독립군부대인 조선의용대 대장, 한국광복군 부사령관, 대한민국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냈다. 김원봉의 현상금 액수에는 의열·무장투쟁 선두에 선 그에 대한 일제의 강한 경계심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 정권 참여…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열·무장투쟁 선두에 섰던 약산이념 갈등 격화 속 불가피한 월북유족의 서훈신청 제기 번번이 거부해방된 조국에서 김원봉은 ‘현상금 액수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들에게 ...

    2019.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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